운동하는 사람을 위한 진짜 스포츠 룩

그저 우아하고 호사스러운 ‘무늬만’ 운동복 스타일이 런웨이와 리얼웨이를 점령했다.
하지만 피트니스 센터에서 필요한 건 진짜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짜 스포츠 룩이다.

선바이저와 메시 소재 운동화는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Adidas by Stella McCartney), 연두색 브라 톱과 허리에 묶은 바람막이는 리복(Reebok), 검정 쇼츠와 손목 밴드는 나이키(Nike), 레깅스는 아디다스(Adidas).

원하든 원치 않든 몸매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계절이 다가오면서, 난생처음 피트니스 센터에 다녀야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정적인(?) 성격과 둔한 운동 신경, 혹은 신상 구두를 포기할 만큼 부담스러운 퍼스널 트레이닝 비용보다 걱정된 것은? ‘대체 뭘 입고 운동해야 하지?’ 물론 대부분 피트니스 센터에는 어떤 체형에도 입을 수 있는 박스형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여러 사이즈로 준비해놓고 있다. 언제든 마음만 내키면 특별한 준비 없이 운동하러 오라는 뜻. 하지만 센터에 등록하던 첫날은 물론 그 후로도, 폼 안 나는 이 어정쩡한 찜질방 옷차림으로 운동하는 젊은 여자 회원은 볼 수 없었다. 하물며 마감 중에도 플랫폼힐을 포기하지 못한 채 사무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나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패션계 검색어 순위에서 ‘스포츠웨어’는 늘 상위권이었다. 여러 디자이너들이 야구, 농구, 축구, 권투,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스포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컬렉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봄 런웨이에서 발견한 알렉산더 왕의 복서 쇼츠, 사카이의 메시 톱과 트랙 팬츠, 마크 제이콥스의 스웨트 셔츠, 프라다의 레그워머부터 시작해 올가을 샤넬의 크롭트 톱과 레깅스, 스텔라 맥카트니의 아노락,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프린트 티셔츠, 심지어 디올 꾸뛰르 스니커즈 등등. 다들 하나같이 매력적이지만 어느 것도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적합하지 않았다(스트리트 패션 사진 속에서는 끝내주지만). 아디다스 트레이너, 나이키 양말, 테바 슈즈, 야구 모자, 피케 셔츠, 바람막이 등으로 상징되는 놈코어 스타일이 최신 트렌드라고 기사를 썼고, 각각의 아이템이 상당히 ‘스포티’해 보였다 해도 진짜 운동복과는 천지 차이인 것처럼. 정말이지 내가 운동을 제대로 즐기려면 뭘 입어야 좋을까?

운동의 느낌만 충만한 ‘스포티브 스타일’과 운동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스포츠웨어’의 큰 차이는 역시 기능이다. 그동안 스포츠 전문 브랜드들은 온갖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신소재 개발에 힘썼고, 덕분에 결과물들은 상당히 놀랍다. 최근 나이키는 운동화에 활용해왔던 ‘하이퍼퓨즈(Hyperfuse)’ 기술을 옷에도 고스란히 적용해 ‘테크 하이퍼퓨즈’ 라인을 출시했다. 소재와 소재를 압착하는 기술 덕분에 봉제선이 전혀 없고, 몹시 가볍다. 이때 사용하는 소재는 2차 대전 당시 낙하산용으로 개발된 립스탑(Ripstop) 원단으로 투명하면서도 무척 질기다. 운동기구에 걸려 찢어질 염려는 없다는 뜻. 또 ‘스웨트 맵(Sweat Map)’ 기술은 운동 중 몸의 열 분포를 운동복 위에 시각화하고, 체온이 상승하는 부분의 통기성을 높여준다.

아디다스 ‘클라이마칠’ 컬렉션은 운동 시 최적의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둥근 원사보다 피부에 접촉하는 표면이 넓은 납작한 방적사를 사용하며, 차가운 티타늄 성분을 포함해 열을 흡수한다. 또 열을 발생시키는 부위에는 원형 알루미늄을 더하고, 의류 표면에서 공기 순환 작용이 활발하도록 조치했다. 격렬한 운동 중에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장치를 마련한 셈. 그런데도 운동하다 보면 당연히 땀은 흐르고 또 흐른다. 리복은 표면에서 땀 배출이 잘되는 ‘플레이 드라이(Play Dry)’ 원단을 사용하는 한편, 무릎 관절 뒷부분처럼 땀이 차기 쉬운 부분에는 스트레치 메시 소재를 활용해 흡수성과 통기성을 강화했다(야간에 운동하는 사람을 위해 야광으로 빛나는 3M 반사 테이핑 처리까지). 이쯤이면 아이언맨 수트만큼 스마트한 운동복 아닌가?

이제 이 기능성 소재 운동복들을 자신이 선택한 운동 종목(러닝, 트레이닝, 요가 등)에 맞춰 선택해야 할 때다. 브라 톱, 반팔 티셔츠, 쇼츠, 레깅스, 바람막이 등등. 흔히 트레이닝 팬츠라 부르는 편안한 면 소재 팬츠는 주로 요가를 위한 아이템. 러닝을 위해서는 열 배출이 잘되는 반팔 티셔츠와 쇼츠를 제안한다. 트레이닝과 필라테스 때는? 근육이 움직이는 모양을 좀더 쉽게 확인할 브라 톱과 레깅스! 탈착 가능한 패드가 삽입된 브라톱과 하반신을 꼼꼼히 감싸는 레깅스를 입고 운동기구에 오르면 한결 가볍고 편안한 느낌이 들 것이다. 지나친 노출을 꺼리는 여자를 위해서는 민소매에 가까운 롱 브라 톱이나 스커트가 레이어드된 레깅스 등도 마련돼 있다. 브라 톱 위에 얇은 반팔 티셔츠를 입거나 레깅스 위에 쇼츠를 직접 레이어드하는 방법 역시 권할 만하다.

운동하는 순간에도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건 젊은 여자들의 인지상정(찜질방 운동복을 입지 않는 가장 큰 이유). 디자인과 실루엣에서 특별한 기교를 보여줄 수 없기에 브랜드들은 저마다 색상과 패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나이키가 일본 아티스트 유코 카나타니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마법의 만화경(Magical Kaleidoscope)’ 컬렉션은 근육이 도드라지도록 패턴을 스케치해 마치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언더커버의 준 다카하시와 함께한 ‘갸쿠소우’ 컬렉션은 환희와 절망, 의욕과 탈진, 끈기와 포기 등 상반된 감정을 대조되는 색상으로 표현했다. 무채색이 바탕인 비단뱀 가죽 무늬, 사랑과 증오처럼 반대 언어를 사용한 패턴 등등. 도쿄의 소규모 러닝 그룹 ‘팀 기라’의 열성 회원인 다카하시에 의해 탄생한 운동복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름만으로 여자들을 설레게 하는 스텔라 맥카트니와 아디다스의 만남은 또 어떤가?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컬렉션은 여자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멋쟁이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만든 운동복으로 매 시즌 채워진다(테니스 라인은 특히 예쁘다!).

이토록 매력적인 진짜 스포츠웨어가 지닌 유일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나처럼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여자보다는 이미 운동으로 몸매가 완벽하게 잘 다져진 여자에게 훨씬 잘 어울린다는 것. 브라 톱과 레깅스를 입고 근육의 움직임을 보며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숨기고 싶은 속살을 가릴 수 있는 반팔 티셔츠와 넉넉한 트레이닝 팬츠를 입었을 땐 마음이 훨씬 편안해진다는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기능과 디자인이 맘에 드는 운동복을 입기 위해선 결국 더 가열차고 맹렬하게 운동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