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서의 3박 5일

서울에서 꼬박 하루 걸려 도착한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 몰디브.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는 호칭답게 에메랄드빛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산호섬들은
저마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꿈 같은 풍경 속에 펼쳐진 3박 5일 화보 촬영기.

에메랄드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인도양 한가운데 자리한 지상 최후의 낙원, 몰디브 섬. 비행기에서 바라보니 푸른 바다 위에 뿌려놓은 에메랄드 보석이 따로 없다(50년 후면 섬 대부분이 가라앉게 된다니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물론 섬 하나하나는 모두 제각기 다른 모양새로, 대부분 리조트의 방갈로 시설이 작은 섬처럼 바다 위에 지어진 것도 이곳 몰디브의 특징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몰디브 1,190개 섬들 중 하나인 쿠다푸나파루 섬. 수도 말레에 도착한 후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되지 않았다.

늦은 밤 몰디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촬영팀은 싱가포르에 도착해 5시간을 라운지에서 어슬렁거린 후 다시 6시간을 날아가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 도착했다. 하지만 최종 목적지인 쿠다푸나파루 섬 지탈리 리조트에 가기 위해선 한 번의 비행이 더 남아 있었다. 에어택시라 불리는 수상 비행기! 탑승 인원을 늘리기 위해 짐의 무게를 꼼꼼히 체크하는(몸무게를 재지 않은 것만도 다행!) 동안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50여 분의 비행은 모두를 공포의 도가니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모든 것엔 반대급부가 있는 법. 인도양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하얀 산호섬들의 아름다움이라니!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눈으로 확인하니 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모두가 20여 시간의 비행으로 녹초가 됐을 즈음, <보그> 촬영팀을 초대한 지탈리 리조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새콤달콤한 웰컴 드링크 한 잔을 마신 후 선착장과 리조트를 연결하는 긴 나무 다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이국적인 건물과 울창한 열대 정원이 어울린,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휴양지. 제너럴 매니저를 포함, 여러 명의 매니저 군단들이 이 순간만을 초조하게 기다린 듯 모두가 <보그>팀을 환영해줬다. 그들은 우선 촬영에 필요한 촬영팀의 주문 사항들을 꼼꼼히 체크했고, 장소 헌팅을 위해 리조트 내부를 작은 버기카로 상세히 안내했다. 가로 800m, 세로 400m 정도의 작은 섬을 통째로 사용하는 지탈리 리조트는 휴식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들이 최적으로 갖춰진 리조트. 낮에는 나무 데크 위 선베드에 누워 선탠을 즐기고, 밤에는 은하수처럼 빛나는 별무리를 바라보며 로맨틱한 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또 몇 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에메랄드빛 바다와 설탕 가루처럼 빛나는 백사장이 펼쳐지고, 스노클링을 하며 산호초와 열대어를 실컷 만날 수 있다.

다음날 오전 7시 눈을 뜨니 통창 너머로 몰디브 바다의 푸른 수평선이 이내 눈에 들어왔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로 백사장은 더 눈부시게 빛났고,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가 사운드 트랙처럼 실내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하얀 모래가 깔린 오솔길을 따라 메인 레스토랑에 모였다. 유럽과 인도식 카레가 잔뜩 차려진 뷔페에서 재빨리 아침식사를 마친 후, 촬영팀은 오후 2시 전까지 촬영이 허락된 스위트 빌라로 가첫 컷을 촬영했다. 꽤 넓은 개인 풀장과 열대 야자수, 그리고 코앞의 바다가 내 집 정원처럼 펼쳐진 스위트룸은 트로피컬 정원 사이에 숨어 있어 외부로부터 어떤 훼방도 받지 않는 곳. 그야말로 완벽한 휴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머리를 플래티넘 골드로 미리 탈색한 모델 최아라가 스위트룸 앞바다와 야자수, 풀장, 그네 등에서 포즈를 취하자 젊은 시절 브리짓 바르도가 따로 없었다(벌어진 앞니와 도톰한 입술이 실제로 닮았다!). 절반 정도 촬영이 진행됐을 때 풀사이드 카페 ‛모자익’에서 우리를 위해 점심식사를 준비해놓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고 보니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오후 2시.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피자와 햄버거 등 아메리칸 스타일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행선지는 길쭉한 쿠다푸나파루 섬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뾰족한 모양의 모래밭.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곳에서 해변에 놓인 작은 배와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그날의 나머지 컷들을 촬영했다. 그리고 곧 석양이 구름 속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사실 마지막 컷을 촬영하는 동안 멋진 선셋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끝내 붉은 장관은 볼 수 없었다.

전날 매니저 샤먼과 미리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다음날은 해양 스포츠 센터와 피트니스 센터, 정글 속 테니스장 순서로 촬영이 진행됐다. 전날 우려와는 달리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는데, 그게 오히려 촬영팀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자외선 차단지수 100을 뿌려대도 결국 모두 빨갛게(2도 화상 수준으로!) 익어버렸으니 말이다. 모두는 그늘을 찾기 바빴지만, 사진가와 모델은 그럴 수 없는 법. 모델은 아예 얼음을 입에 물고 몰디브 바닷속에 들어가고, 야자수와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걷고, 모래 위를 뒹굴면서 이글거리는 태양에 맞섰다. 마지막 컷들은 아쿠아 빌라에서 진행됐다. 모든 아쿠아 빌라가 풀 부킹이라 어제는 찍을 수 없었는데 겨우 짬이 났다. 모든 빌라의 구조는 같았는데,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곳 데크에는 바다 빛깔과 비슷한 작은 풀장이 있고,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바다로 연결돼 스노클링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는 것. 우리의 브리짓은 몸을 꺾어 최대한 섹시한 무드를 연출하며 피날레 컷을 끝냈다.

머리를 지글지글 태우는 뜨거운 태양과 습식 사우나같이 비지땀을 흘리게 했던 열대 기후, 무거운 촬영 가방을 지고 모래해변을 걷던 일, 날씨를 비롯한 돌발 상황… 언제나 그렇듯 도시가 아닌, 해외 여행지에서의 로케이션 촬영은 고생의 연속이지만, 촬영을 끝내고 모두 시원한 다이닝룸에 앉아 열대 과일과 맥주를 마시며 촬영 에피소드를 수다 떠는 동안엔 또 천국이 따로 없다. 내겐 벌써 세 번째 몰디브 촬영이지만, 쿠다푸나파루 섬과 지탈리 리조트는 처음이기에 아주 특별했다. 해가 지면서 인도양의 수평선 위로 몰디브 태양이 장엄한 일몰의 장관을 보여줬다. 분명 촬영팀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