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다이버 워치 보고서

100m 방수 기능으로는 어느 정도의 물놀이가 가능할까? 200m와 300m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요팅 등 여름을 보다 자유롭고 화끈하게 즐기기 위한 최신 다이버 워치 보고서.

(위부터)야광 다이얼이 돋보이는 시계는 크로노스위스(Chronoswiss), 블루 다이얼과 블랙 러버 밴드 시계는 루미녹스(Luminox), 선명한 블루 컬러의 200m 방수 기능이 있는 시계는 티쏘(Tissot), 스틸과 러버가 합쳐진 다이버 워치는 불가리(Bulgari), 300m 방수 기능의 오렌지 컬러 러버 밴드 워치는 해밀턴(Hamilton). 지퍼 장식 수영복은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

여름 해양 스포츠를 보다 화끈하게 즐기기 위해 SPF 지수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만큼 필요한 건? 방수 기능이 탁월한 다이버 워치다. 매년 전 세계 시계 명문가들은 자신들의 비법과 신기술을 과시하듯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심을 숫자로 표시한 다이버 워치를 발표한다. 10m? 그건 어리광 수준이다. 100m와 300m? 풋! 이젠 500m는 물론 1,000m에 도전 중.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마라톤 계주라도 하는 듯 점점 높아가는 숫자들이 방수 가능한 수심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 다이버가 아니고선 우리가 수심 100m까지 내려갈 필요가 있을까? 여름 물놀이철을 맞아 거금을 주고 새로 장만한 방수 시계가 과연 그 정도 깊이에서도 수심에서 작동할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선 우선 시계와 수심의 상관관계, 그리고 우리 몸이 기압에 따라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1기압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수 있는 정도의 기압(물속으로 10m 내려간 압력). 30~50m 방수라고 표기된 시계는 생활방수가 가능하다는 의미. 다시 말해 샤워나 설거지, 가벼운 물놀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여름철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필요한 방수 시계는 100m 방수 기능이 기본. 자격증이 필요한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즐기기 위해서는 20~30기압(200~300m)을 견딜 수 있는 방수 시계가 필요하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시계 전문 브랜드뿐 아니라 패션 시계 브랜드들까지 경쟁적으로 방수 시계를 선보인다. 이번 시즌 스와치에서는 200m 방수 가능한 ‘스쿠바 리브레’를 출시했다. 11만원대의 스와치 200m 방수 시계, 그 100배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된 예거 르꿀뜨르의 방수 시계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스와치의 방수 시계를 차고 200m 수심까지 내려가는 다이버는 없을 것이다. 스와치 하우스는 잠수 경과 시간과 남은 시간을 측정할 회전 베젤을 추가했다고 전한다. “우리는 기능보다 해변에서의 패션 시계에 중점을 둔 브랜드입니다. 전문 다이버 시계와 기능을 비교하기보다 시계에 물이 들어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지 않고 맘 편히 물놀이할 수 있는 시계라는 의미죠.”

그렇다면 매년 바젤과 SIHH 시계 박람회에 참가하며 최첨단 기능을 뽐내는 시계 명문가들은 다이버 시계에 어떤 전문적 기능을 추가했을까? 무려 100년 전부터 방수 시계 개발에 몰두한 예거 르꿀뜨르는 1959년 이미 전문 다이버 워치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메모복스 딥 씨(Memovox Deep Sea)’ 시계는 다이버들에게 수면 위로 상승해야 하는 시간을 알리는 음향 장치를 장착한 획기적인 시계였죠.” 그 후, 2007년에는 심해 1,000m 이상 깊이에서 수압을 견뎌내는 ‘마스터 컴프레스 다이버 워치’를 개발했다고 예거 르꿀뜨르 측은 설명했다. “잠수정에 장착해 심해 1,080m까지 탐사하는 데 성공했죠. 전문 다이버뿐 아니라 국제기구에서 연구하는 해양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압의 강도를 측정해 수심을 나타내는 기본 기능과 함께 수중에서 수면으로 올라가야 하는 시간을 알리는 알람 기능은 예거 르꿀뜨르 방수 시계의 주요 특징이다.

“1970년 일명 ‘고릴라 테스트’를 통해 수심 1,370m에 상응하는 137기압까지 견디는 ‘플로로프’ 시계를 탄생시켰습니다.” 오메가 하우스 역시 1972년 방수 기능이 뛰어난 시계를 찾는 세계 대회에서 챔피언을 차지했다며 그들만의 강력한 심해용 방수 기능을 자랑했다. 특히 오메가의 ‘씨마스터’는 남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누리는 시계 컬렉션 중 하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300m의 모든 시리즈는 헬륨 밸브를 장착해 다이버 워치의 선두로 꼽힌다. 이 헬륨 밸브의 역할은 중요하다. 물 속 깊이 잠수했다가 수면으로 올라올 때 압력이 줄면서 시계 안에 있던 공기가 갑자기 팽창해 시계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한편 IWC는 핸즈와 인덱스에 발광성 라듐계 도료를 사용해 깜깜한 해저에서도 시간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또 혹시 모를 외부 손상으로부터 시계를 보호하는 내부 회전 베젤 기능까지 탑재했다. IWC 측은 올해 연말 2,000m 방수 기능의 ‘오션 2000’을 선보일 거라고 전했다. “포르셰의 경주용 스포츠카에 사용된 티타늄 소재로 제작됐죠. 특히 두꺼운 다이버 장갑을 끼고도 물 속에서 조작이 간편해진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다이버 워치 기능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게 바로 회전 베젤이다. 다이버들의 입수 시간과 남은 산소량을 측정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부속품.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가령 3시 10분에 입수했다면 삼각형이 표시된 베젤을 10분에 맞추거나 남은 산소량에 따라 물 밖으로 나와야 할 시간에 베젤을 돌려 표시하면 된다. 수압이나 다이버의 실수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베젤이 양쪽 방향으로 돌아갔다면? 당연히 목숨을 잃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올여름, 당신이 심해를 탐사하는 전문 다이버가 아니어도, 스노클링이나 서핑, 스쿠버다이빙, 요팅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저 ‘워터프루프’란 방수 기능만 간단히 표기된 시계로는 2% 부족하다. 적어도 300m 이상의 방수 기능, 회전 베젤, 헬륨가스, 자체발광 등이 선명히 적힌 전문 다이버 워치가 필요할지 모른다. 뭐니 뭐니 해도 중요한 건, 선탠 피부의 애프터 케어만큼이나 이들 방수 시계도 섬세한 애프터 케어가 필요하다는 사실. 시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1m든 10m든 일단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온 시계는 반드시 전문점에 맡겨 애프터서비스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