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신세대 스타 스타일리스트들

2016.03.17

by VOGUE

    신세대 스타 스타일리스트들

    한류 스타와 K-pop 스타의 옷차림은 이제 국경을 초월해 트렌드와 패션 비즈니스에 영향력을 과시한다.
    그들 뒤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완성하는 신세대 스타 스타일리스트들을 <보그>가 만났다.

    장소 / 모 자인 송(Mo Jain Song)

    Park Se Jun, 박세준
    “자연스러운 스타일?” 자신의 스타일을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스타일리스트 박세준은 잠시 머뭇거렸다. “기본적이고 클래식한 멋이요.” 사실 그녀는 자신의 스타일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난 8년간 배두나, 공효진, 김민희, 류승범, 이효리 등과 함께 ‘박세준 스타일’을 완성해왔으니까. 대한민국에서 옷 잘입기로 유명한 스타들과 같이 일하며 그녀의 이름 역시 함께 유명해졌다.

    스타일리스트로 독립한 후 처음부터 함께해온 공효진(7년 간 함께 일한 후, 서로의 허락하에 각각 ‘외도’를 즐기는 중)부터 잠시 매니저 역을 겸했던 배두나, 그리고 패션에 대한 비슷한 취향을 나누며 친구가 된 김민희까지. 그녀는 단순한 스타일리스트 그 이상의 역할을 소화한다. “프로젝트를 앞두고 거창한 회의나 작전이 필요하진 않아요. 서로 집에 놀러 가 함께 식사하거나 수다를 떨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그렇다고 모든 게 쉽지만은 않다. 막상 일이 닥치면 수많은 잡지와 책, 인터넷을 살피며 아이디어를 찾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전 작업은 평소 옷들을 직접 보고 입어보는 일. “컬렉션 이미지를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입어보는 건 전혀 달라요. 사이즈가 맞지 않아도 직접 입어봐야 하죠.”

    재충전을 위해 최근엔 기타와 드럼을 배울 만큼 매사에 에너지 넘치는 그녀다. 얼마 전엔 배우 정은채의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뉴페이스의 경우엔 스타일을 완성해가면서 묘한 에너지와 감흥을 느낍니다. 백지 상태의 인물을 옷으로 채색해가는 기분이죠.”

    Kim Ji Hye, 김지혜
    어린 시절부터 인형 옷 갈아입히는 것을 가장 좋아했던 김지혜는 타고난 스타일리스트였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도 인형처럼 예쁜 스타들에게 다양한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일이 그저 신나고 재미있기만 하다. 게다가 그 스타들이 패션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고준희, 윤승아, 아이비, 그리고 톱 모델 한혜진이라면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나.

    “워낙 패션을 좋아하는 스타들이기에 작업이 어렵지 않아요. 디자이너나 브랜드에 구애 받지 않고, 좀더 새롭고 신선한 스타일링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그들에게 있거든요.” 덕분에 다양한 컨셉의 화보나 파격적인 스타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사실 그녀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평소 그녀 자신의 룩에서 탄생한다.

    “저는 구두를 특히 좋아해요. 다 모으면 200켤레가 넘을 것 같아요.” 6월 아름다운 신부가 될 그녀는 신혼집 작은 방을 슈즈 룸으로 따로 마련해 놓았다. 그녀의 남편은 패션 사진가 박지욱.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났다. “패션계에서 함께 일하는 커플 중 패션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나누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데, 우리는 틈만 나면 패션 수다를 떨죠.” 그래서 외국의 떠오르는 사진가부터 디자이너, 모델 등 여러 인물, 주제들이 오가는 두 사람의 작업은 더 신난다.

    “패션지를 보며 서로 이렇게 찍어보면 어때, 이런 컨셉엔 요런 옷도 좋겠어, 라고 제안하죠.” 멋진 비주얼에 대해 더없이 의욕적인 그녀가 소원 하나를 들려줬다. “언젠가 카렌 엘슨과 근사한 화보를 찍어보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거든요.”

    Choi Kyung Won, 최경원
    스타일리스트 최경원이 사무실 겸 집으로 마련한 청담동의 오래된 아파트에 들어서면 그녀의 취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책장에는 웨스 앤더슨과 테리 리처드슨의 사진집이 나란히 꽂혀 있고, 그 옆에는 이태리 독립 잡지 ‘PIG’와 영국의 패션지 ‘TWIN’이 꽂혀 있다. 또 한쪽 벽에는 도쿄의 멀티숍 오픈 리플렛이 붙어 있고, 창가에는 독일 작가인 스테판 막스의 드로잉이 눈에 띈다.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걸 좋아해요. 새로운 작업에 대한 두려움도 없죠.” 패션은 물론 인테리어와 여행, 음악 등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그녀가 말했다. 스펙트럼이 넓은 그녀의 취향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작업에 반영된다. f(x) 크리스탈과 김민희, 김하늘, 정유미, 이솜 등이 최경원의 감각을 신뢰한다.

    주로 배우들과 함께했지만, 크리스탈을 맡으면서 최근 f(x)의 새 앨범 뮤직비디오와 앨범 재킷까지 맡았다. “정적인 배우들과 함께 일하다, 동적인 가수를 맡게 되니 그건 또 새로운 세계더군요.” 새 앨범을 위한 비장의 카드는? “직접 제작한 의상과 도쿄에서 공수한 꼼데가르쏭, 시몬 로샤 등의 옷과 빈티지 아이템들의 믹스!” 다양한 작업을 즐기고자하는 그녀에게도 탐험하고픈 미지의 세계는 남아 있다. “영화 의상을 통째로 맡고 싶어요. 제 작업을 2시간짜리 영상으로 온전히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니까요.”

    Seo Han Young, 서한영
    스타를 통해 하이패션은 대중에게 널리 전파된다. 보아가 심사위원으로 방송에 출연할 때만 해도 ‘이어 커프’는 <보그>를 비롯한 패션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액세서리였다. 하지만 어느 날 방송에서 보아가 크리스털 장식이 화려한 이어 커프를 착용한 후, 이 새로운 액세서리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그 뒤엔 스타일리스트 서한영이 있었다.

    “2년 전부터 보아 스타일링을 맡게 됐습니다.” ‘비바 H.(Viva H.)’라는 브랜드를 이끌던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그렇게 신세계로 진입했다. 보아 역시 서한영으로 인해 뮤지션 패셔니스타로 환골탈태했다. “어릴 때 데뷔해서인지 나이에 비해 취향이 성숙했어요. 그래서 좀더 파격적 이미지를 시도하기로 의기투합했죠.” 그 과정에서 베리드 얼라이브 등의 스트리트 브랜드와 파리의 신진 디자이너까지 두루 섭렵했다.

    “안토니 바카렐로 드레스를 본 순간, 보아에게 딱이다 싶었어요.” 무대 의상도 확연히 달라졌다. “보아가 저를 믿고 따라와 흥미진진한 시도를 감행할 수 있었죠.” 얼마 전 열린 에르메스 스카프 이벤트 때도 스카프 한 장으로 톱을 대신했다. “에르메스 옷으로 차려입는 건 보아에게 어울리지 않았어요. 대신 스카프로 톱을 만든 뒤 와이드 팬츠를 매치했습니다.” 최근 보아가 연기에 도전했기에 서한영에게도 새로운 도전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지나치게 파격적이고 아방가르드한 건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색다른 매력은 늘 찾아내야 하죠.”

    KIM SE JUN, 김세준
    무이와 톰그레이하운드, 앤 드멀미스트 등 한섬에서 오랫동안 VMD로 일했던 김세준은 휴식을 위해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곧 서울로 돌아온 그는 잠시 패션과 거리를 뒀다. “패션을 벗어나고 싶어 레스토랑도 운영해봤어요. 하지만 그때도 시간 날 때면 스타일닷컴으로 새 옷을 구경하고, 외출할 땐 옷을 보러 다녔죠.” 그토록 옷을 좋아했기에 새로운 기회가 곧 찾아왔다. 평소 친한 동생인 배우 이수혁이 스타일링을 맡아 달라고 제안해온 것.

    “패션은 물론 많은 것들을 공유했기에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었죠.” 이후 그의 일은 점점 늘어났다. 역시 친한 동생들이었던 김우빈과 홍종현의 스타일링까지 맡게 된 것. 그리고 김우빈이 인기를 끈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김세준은 스타 스타일리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을 가장 좋아하는 그는 24시간 패션과 함께 산다. “새로운 컬렉션을 살피고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는 게 저의 휴식입니다.” 김우빈은 영화 <기술자들>, 이수혁은 드라마 <고교 처세왕>, 홍종현은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등에 출연하고 있어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요즘이지만,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에너지는 여전하다.

    순은과 가죽을 기본으로 한 브랜드 ‘블라인드 리즌(Blind Reason)’을 지인들과 함께 론칭한 것. “워낙 실버 주얼리를 좋아해 시작하게 됐죠. 바이커 스타일을 좋아하기에 가죽에도 손대기로 했어요. 곧 라이더 재킷들도 선보일 겁니다.” 김우빈 팬들이 압구정동 쇼룸으로 직접 찾아올 만큼 인기인 이 브랜드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멀티숍 비이커와 함께하는 스페셜 컬렉션!

    Kim Hyun Kyung, 김현경
    지난 한 달간 스타일리스트 김현경을 서울에서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송혜교와 함께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칸으로 떠났고, 송혜교와 강동원의 <보그> 화보 촬영을 위해 파리에 닷새간 머물렀으며, 강동원의 일정에 따라 스페인으로 다시 떠났다. 또 서울로 돌아온 지 4시간 만에 그녀는 다시 송혜교 촬영을 위해 중국으로 이동해야 했다.

    “두 명뿐이지만 스케줄은 스무 명쯤 되는 것 같아요.” 어시스턴트 시절부터 10년 넘게 함께한 송혜교와는 자매같은 사이로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기에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스타일을 정하면 됩니다. 저 역시 그녀의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어렵지 않고요.”

    그녀는 송혜교라는 스타파워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중이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도 공식 주얼리 협찬 브랜드인 쇼파드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보석을 제공해줬어요. 우리는 그저 예쁜 주얼리를 고르면 됐죠.” 중화권에서 인기 절정인 배우를 곁에 둔 덕에 대부분의 협찬도 중국을 통해 이뤄진다. “80%쯤은 중국을 통해 파리나 밀라노에서 직접 공수받고 있어요. 한국은 샘플 스케줄이 워낙 바쁘다 보니, 오히려 중국을 통하는 게 편해졌어요.”

    군 제대 후부터 스타일링을 맡게 된 강동원은 일본에서 더 인기다. 생로랑과 디올 옴므 등은 모델 전성기 때만큼 완벽한 보디라인을 지닌 그를 위해 맨 먼저 옷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 “워낙 옷을 좋아하다 보니 어떤 옷도 두려움이 없어요. 이런저런 스타일을 늘 먼저 시도하길 원하죠.”

    미술가를 꿈꾸던 소녀에서 이제는 월드스타들과 함께 세계를 누비는 스타일리스트로 성장한 그녀다. “송혜교는 공식 석상 스타일만 잘 알려져 있는데 일상의 옷차림도 자연스럽고 예뻐요. 그런 스타일로 패션 화보를 꾸미거나 개인 소장 아이템만으로도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요.”

    Jun Jino & Han Jong Wan, 전진오 & 한종완
    따로 또 같이 일하는 전진오와 한종완에게 패션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놀이터다. 그건 압구정동에 있는 그들의 사무실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8개월 된 푸들 루이가 사무실을 뛰어다니는 동안, 서로 일에 집중하다가도 잠시 수다를 떨다가 강아지와 놀아주다가 다시 일로 돌아간다. 밤엔 친구들이 모이는 아지트로 변신하는 곳이다. 그때도 대화 주제는 패션! 서태지와 아이들과 마우이 티셔츠를 좋아하던 소년들은 이제 알렉산더 왕과 생로랑 스타일을 즐기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동갑내기 친구들은 함께 어시스턴트 시절을 보낸 뒤 2010년 ‘팩토리 83’이란 회사를 차렸다. 그 후 힙합 뮤지션인 다이나믹 듀오, 자이언티 등과 함께 스트리트 패션을 맘껏 재해석했으며, 백지영에겐 디바 스타일, 배우 이동건에겐 세련된 남성 스타일을 제안했다. “배우보다는 뮤지션을 통해 우리의 작업을 여러 각도와 채널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뮤직비디오 작업부터 무대, 앨범 재킷과 잡지 화보까지. 팬들과 주위 반응도 즉각적이고 재밌죠.” 유난히 뮤지션 작업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 한종완이 설명했다.

    각자 작업 반경이 커지며 따로 작업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우리 두 사람의 스타일은 묘하게 다릅니다. 종완이 좀더 프레피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저는 스트리트와 럭셔리를 믹스하는 걸 좋아해요. 에이섭 락키와 칸예 웨스트처럼요.”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기호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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