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장마철 곱슬머리

2016.03.17

by VOGUE

    장마철 곱슬머리

    장마철. 하늘에도, 곱슬머리들의 마음에도 먹구름이 몰려온다.
    습도가 높아지면 부스스하게 부풀어 오르는 곱슬머리는 신의 저주인가 축복인가?

    난 가느다란 생머리다. 솔직히 곱슬머리들의 고민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오히려 그 볼륨감이 부러울 뿐이다. 그러나 곱슬머리들은 한결같이 그 머리가 싫다고 하소연한다. “하이틴 로맨스에서 ‘그녀의 바스락거리는 곱슬머리에 반했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늘 여자 주인공은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지.” <보그> 패션 디렉터는 뭘 모른다는 투로 투덜거렸다. 특히 학창 시절엔 더했단다. <할아버지는 멋쟁이>란 미드 속 여주인공(섀넌 도허티) 룩이 당시 멋 좀 부린다는 여고생들 사이에선 이슈였던 것. 짧은 데님 스커트, 박시한 미국식 티셔츠, 하이탑 리복 운동화, 그리고 앞머리를 내린 단발이 그것. “풀 세팅을 해도 헤어스타일 때문에 망했지. 앞머리가 차분하게 툭 떨어져야 하는데 구불거리고, 단발머리는 부풀어 올라 ‘삼각김밥’처럼 보였다고!” 그래서 그녀는 대학 시절 매달 스트레이트 펌을 했다. 심지어 소개팅이 있는 날이면 미용실에 들러 드라이를 하고 나갔을 정도. “곱슬머리인 거 들킬까 봐. 겨울엔 괜찮은데 여름엔 특히 학교 끝날 시간이면 곱슬머리가 엉켜서 지저분해지거든. 용돈이 넉넉하지 않아도 그건 하나도 안 아깝더라고.”

    왜 곱슬머리가 되는 걸까? 그건 유전이다. “곱슬머리는 타고난 겁니다. 직모는 모발의 단면이 원형을 띠고 있는 반면, 곱슬머리는 타원형이죠. 유아기 시절에는 모발이 가늘고 약해 그 형태 구분이 불확실하다가 사춘기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쟝센 브랜드 매니저 양준우 팀장의 설명이다. 어쨌든 한번 곱슬은 영원한 곱슬이다. 직모에서 곱슬이 되는 경우는 있어도(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곱슬이 직모가 되는 경우는 없다.

    “곱슬은 죄가 없어요. 우습게도 곱슬은 구불거리는 모발을 펴고, 직모는 오히려 구불거리게 펌을 하죠.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는 심리도 작용하는 듯해요.” 서울의 커트 여왕, 이희 원장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아침마다 곱슬을 펴고 마느라 씨름할 시간과 정성으로, 하늘이 주신 천연 곱슬을 잘 매만지면 훨씬 돋보일 수 있다고. 헤어스타일리스트 이혜영은 곱슬머리는 무조건 펌을 해야 한다는 선입견은 곱슬머리를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커트와 스타일링 제품만으로 연출을 해보자며 펌을 끊게 한 곱슬머리가 한둘이 아니에요. 결과는 대만족! 어디서 펌을 했냐고 부러운 시선으로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며 좋아하죠. 곱슬이 지닌 자연스러움이 있거든요. 잔머리도 곱슬곱슬 너무 예뻐요. 시술로 일정하게 구불거리는 펌의 웨이브는 천연 곱슬의 자연스러운 세련미를 따라갈 수 없어요.”

    양배추 인형 같은 천연 곱슬머리의 헤어스타일리스트 권영은은 예쁜 곱슬머리를 가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커트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곱슬 머리는 층이 없는 커트가 제일 안전해요. 원래부터 서로 얽히고설키기 때문에 차라리 덩어리로 움직이면 깔끔하죠. 너무 무거운 게 싫다면 그러데이션 커트가 좋죠. 곱슬머리는 혈기왕성한 장난꾸러기 꼬마라고 생각하면 돼요. 레이어를 많이 내는 건 그런 애들을 넓은 공터에 풀어놓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게 돼죠. 그 녀석들을 작은 방에 넣으면 컨트롤하기 쉽듯, 형태를 잡아 커트하는 게 예뻐요. 곱슬이라면 절대 커트 비용을 아끼지 마세요.”

    이희 원장도 맞장구를 쳤다. “곱슬머리는 너무 가볍게 커트를 하면 부스스해져요. 특히 장마철엔 정말 없어 보이죠.” 맞다.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면 곱슬머리들의 마음에도 먹구름이 몰려온다. 풀장, 해변가에선 두 번 말해 무엇하랴. 모발이 습기를 머금으면서 곱슬거림이 심해지는데(펌을 하고 물을 묻히면 더 곱슬거리듯), 최근엔 이를 방지하는 똑똑한 헤어 제품들이 등장했다. 아베다 ‘내츄럴리 스트레이트 라인’은 모발에 습기 방어벽을 형성해 부스스함을 잠재우고, 큐티클 보호막을 만들어 곱슬거림을 잡아준다. 케라스타즈 ‘올레오 릴렉스 라인’은 손질하기 어려운 모발을 차분하게 드라이할 수 있도록 잡아주고, 미쟝센 ‘퍼펙트 세럼’도 수분을 차단해 예쁜 곱슬머리 스타일을 가능하게 한다.

    “배우 고현정, 김희애도 곱슬머리인데, 짧은 머리도, 긴 머리도 예쁘게 스타일링하잖아요. 김희애 씨는 혼자서도 드라이를 정말 잘해요. 그런 그녀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모발 관리! 곱슬의 컬감을 예쁘게 살리려면 윤기가 정말 중요해요. 특히 여름엔 컬 크림이나 에센스가 윤기 나는 웨이브를 연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곱슬머리는 직모보다 약해요. 구불거리는 만큼 큐티클의 빈 공간이 많거든요. 반짝이는 예쁜 질감을 내기 위해 두 배로 신경 써야 합니다.” 이희 원장은 덧붙여 헤어 컬러도 강조했다.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와 <프리티 우먼>의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은 둘 다 엄청 곱슬거리지만 분위기는 정말 다르죠. 그만큼 어떤 색상인지가 무척 중요해요. 너무 진하면 밉고, 너무 밝으면 부스스해 보입니다. 피부가 까무잡잡하면 약간 밝은 라이트 브라운, 창백하다면 약간 어두운 다크 브라운 정도가 좋겠네요. 사이즈가 큰 헤어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캐리를 떠올려보세요. 큰 리본, 큼직한 핀, 머리띠를 하고 곱슬머리를 나부끼며 맨해튼을 활보하는 모습이 정말 매혹적이지 않나요? 그레타 가르보 스타일도 멋지죠. 50~60년대 여배우처럼 우아하게 구불거리는 헤어스타일에, 눈매는 깊고 입술은 누디하게 연출하는 거죠. 반면 아이라인과 속눈썹을 강조하고 입술은 섹시하게 컬러 포인트를 주면 엄청 화려하죠.”

    결국 곱슬을 신의 축복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오로지 당신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자신의 모발을 받아들이는 것. 이혜영 실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 여성들 중 자신이 가장 예뻤다고 생각하는 그 시절 스타일에 멈춰 있는 이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자신의 전성기에 ‘뽕 띄우기(정수리와 뒤통수를 백콤으로 한껏 부풀리는)’가 유행했다면 지금도 볼륨감에 집착하죠. 이들의 특징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거예요. 똑같은 메이크업과 헤어를 고집하죠. 그건 자신을 틀에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곱슬머리도 마찬가지. 아침이면 무조건 고데기로 쫙쫙 펴거나 동글동글하게 말아요. ‘오늘은 구불거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잖아’ 이게 용납이 안 되는 거죠. 여행을 가도 고데기는 무조건 챙기고선, 그것 없이는 큰일나는 줄 알아요.” <꽃보다 누나>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배우 윤여정의 고데기가 고장 났고, 그녀는 아침에 곱슬머리를 펴지 못해서 하루 종일 ‘멘붕’ 상태였다. 그녀에게 아름다운 크로아티아 풍경 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그녀는 여배우이고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생각해보라! 그녀가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라서 그런걸까? 아니다. 그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헤어스타일이 엉망이라 일이 잘 안 풀리고,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는 엉망이고, 택시 아저씨도 불친절했다고 투덜거렸던 날이 정녕 없었는가! 그러나 이는 당신의 모발 탓이 아니다. 모발에 집착하는 나의 생각이 하루를 망치고 있을 뿐이다.

    <보그> 패션 디렉터는 곱슬머리와 멋지게 화해했고, 요즘의 그녀는 긴 곱슬머리인 채로도 아주 멋지다. 그녀는 더 이상 곱슬을 펴기 위해 모자를 쓰고 자거나 한 달이 멀다 하고 미용실을 들락거리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전날 밤 머리를 감고 똥머리를 하고 자면, 다음날 멋진 웨이브가 생긴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곱슬이라 머리숱이 풍성해 보인다, 포니테일을 해도 뒤통수가 살아 예뻐 보인다며 부러워하는 주변인들의 시선을 즐긴다. 자, 당신도 곱슬머리를 예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습득했을 것이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 걱정으로 당신의 하루를 망치게 할 것인지, 자신감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낼 것인지.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화진
      포토그래퍼
      HYEA W. KANG
      모델
      세라
      스탭
      헤어 / 권영은, 메이크업 / 박태윤, 네일 / 박은경
      기타
      의상 / 캘빈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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