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을 위한 필라테스

있는 집 여자들의 사랑방으로 치부하기엔 이곳의 숨은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알고 보면 남자한테 참 좋은 운동,
필라테스는 ‘옷발’을 살려주는 잔 근육과 건강한 식스팩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최근 일 년 사이 남자 회원들이 부쩍 늘었어요. 늘 1:9에 머물던 남녀 비율이, 이젠 3:7 정도? 열 명 중 세 명은 남자죠.” 샤샤필라테스 대표 샤샤 정이 말한 것처럼, 최근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찾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사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 운동이라지만, 우리나라는 남자가 하는 운동과 여자의 운동이 비교적 명확히 나뉘어 있으며, 해당 종목에 따라 풍기는 이미지 또한 각양각색이다. 가령 크로스핏을 하는 여자들은 성격이 드셀 것이고, 필라테스하는 남자들은 여성스러울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필라테스는 알고 보면 남자한테 참 좋은 운동이다.

<스파이더 맨>의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도 거미처럼 유연한 움직임과 몸선을 만들기 위해 필라테스로 단련했으며, 빅뱅의 태양이 탄탄한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운동 역시 필라테스 아니던가! ‘예쁜 옷을 입기 위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던 배우 김주혁도 필라테스 마니아로 유명하다. 샤샤필라테스의 열성 팬은 방송인 이경규와 배우 김태우. 이정재, 권상우, 배용준이 몸매 관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장소도 청담동에 위치한 DNG 필라테스 코리아다. 이렇듯 자기 관리 철저한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필라테스의 가장 큰 특징은 코어 근육 강화. 지난 6월 말 방영된 SBS 스페셜 <몸짱 반란>은 식스팩에 집착하는 한국 남자들의 잘못된 몸 만들기 열풍의 이면을 지적하고, 코어 근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코어란 우리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근육 저장고. 쉽게 말해 힘의 원천이다. “식스팩만 있으면 뭐 합니까? 코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하면 척추는 휘어지는걸!” 코어 없인 식스팩도 없다는, 전 국가대표 축구팀 주치의 나영무 박사의 일침에 샤샤 정 역시 동의한다. “눈에 보이는 큰 근육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면 신체 불균형이라는 부작용이 따라옵니다. 헬스장에서 흔히 ‘운동 좀 한다’는 남자들 좀 보세요. 가슴과 팔뚝은 비대하지만 어깨와 등은 C자로 굽었거나, 탄탄한 식스팩 아래 허벅지와 종아리는 학처럼 비실비실하죠.”

필라테스는 흐트러진 척추와 골반을 바로잡아 올바른 자세를 익혀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운동법이다. 오늘은 상체, 내일은 하체로 나누어 시행하는 이분법적 운동이 아닌, 몸의 모든 부위가 제 기능을 하도록 속 근육을 단련하는 데 목표를 둔다. 몸집은 클지언정 골반 사이즈는 여자보다 좁은 남자들이 코어 근육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격한 동작을 반복하고, 중량 욕심을 부린다면? 허리가 삐끗하는 불상사는 안 봐도 비디오! 슈퍼히어로가 된 것처럼 덤벨과 바벨을 머리 위로 올려대던 이들의 눈에 필라테스는 그저 있는 집 여자들이 즐겨 하는 ‘같잖은 운동’일 수밖에 없다. 한국체육대학교 이수민 강사는 남자들의 이런 편협한 사고에 일침을 가한다. “몸을 과격하게 쓴다고 운동 능력과 신체 기능이 향상되진 않습니다. 내 몸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사용되는지에 달려 있죠. 최신 헬스 트렌드는 예전과 달리 무척 섬세하고 우아해졌어요.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식의 억지는 통하지 않아요. 척추 마디마디를 몸으로 느끼는 보디토크, 필라테스의 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닌 근력 운동의 일종으로 동작을 취하면서 끊임없이 호흡을 유도해 정신 수양에도 그만이다. 실제로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중년 남성들은 필라테스를 통해 불면증에 특히 효과를 많이 봤단다. 요즘 유행하는 슬림한 체형을 가꾸는 데에도 필라테스만한 운동이 없다. “남자다움의 대표적 상징인 뽀빠이 근육을 떠올려보세요. 몸이 좋다는 생각보다는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여자들도 마찬가지예요. 막대기처럼 깡마른 몸은 더 이상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잔잔한 근육이 뒷받침된 코어 보디, 이게 바로 요즘 대세입니다.”

뷰티 칼럼니스트 송재영 실장은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든 필라테스 마니아.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 40분간 꾸준히 했더니 조금씩 변화가 생기더군요. 일단 자세가 좋아졌어요. 늘 구부정했거든요. 그리고 흐물흐물했던 팔다리에 탄력이 붙었어요. 울룩불룩 튀어나온 ‘투머치’ 근육이 아닌, 옷맵시를 살려주는 잔 근육들로 꽉 차있죠.” 필라테스에 쓰이는 기구들은 대부분 스프링을 이용한 조절 방식으로 이뤄져 집중력과 제어 능력을 키우는 데도 한몫한다.

마지막으로 필라테스의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는 남자다. 그리고 군인들의 기초 체력 단련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것이 필라테스다. 남자가 무슨 필라테스냐고? 옷발 끝내주는 조인성도 필라테스를 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