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콧과 <보그>의 랑데부!

2016.03.17

by VOGUE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콧과 <보그>의 랑데부!

    평범함을 거부한 패러디의 제왕 프랑코 모스키노는 평생 ‘패션계의 악동’이라 지칭됐다.
    누가 그의 제국을 계승할 수 있을까? 아주 새롭지만 여전히 모스키노답게 데뷔한
    제레미 스콧과 <보그 코리아>의 랑데부!

    지난봄 스트리트 패션 사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아이템은 장난감처럼 생긴 맥도날드 감자튀김 스마트폰 케이스가 아닐까? 모스키노 2014 가을 쇼에 등장한 이 따끈따끈한 신상은 마일리 사이러스, 케이티 페리, 안나 델로 루쏘 등 수많은 패셔니스타를 사로잡았다(이젠 온라인상에 수많은 모조품이 돌아다닌다). 물론 이 케이스 이외에도 쇼는 볼거리가 넘쳤다. 샤넬, 맥도날드, 스폰지밥, 젖소, 힙합 등이 하이패션으로 재치 있게 거듭난 시끌벅적하고도 우아한 무대였으니까.

    이렇듯 요란하게 데뷔한 제레미 스콧은 모스키노 하우스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브루클린의 패션 학도였던 그는 모스키노 PR팀 인턴으로 패션계에 첫발을 디뎠다(20여 년 후 모스키노의 수장이 된 자신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지난해 그는 창립자인 프랑코 모스키노의 뒤를 이어 20년간 하우스를 이끈 로셀라 자르디니의 후임으로 선정됐다. 19년 전 파리에서 시그니처 라인으로 첫 쇼를 선보인 후 반짝했다가(한때 칼 라거펠트가 “내가 샤넬을 떠난 후 뒤를 이을 유일한 디자이너”로 호평한 적 있다) 그 후엔 리한나, 레이디 가가, 마돈나, 니키 미나즈, 2NE1 등 팝스타들이 사랑하는 디자이너로 머물렀던 그가 이제 찬란한 전성기를 앞두고 있다. 바로 그 제레미 스콧과 <보그 코리아>가 나눈 솔직 담백한 대화.

    모스키노 2014 가을 쇼 백스테이지에는 맥도날드, 스폰지밥,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액세서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VOGUE KOREA(이하 VK) 당신의 데뷔쇼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맥도날드였다. 왜 맥도날드였나?
    JEREMY SCOTT(이하 JS) 나는 시각적인 요소에 아주 민감하다. 그래서 내가 만든 결과물은 늘 포토제닉하고 그래픽적이며 강렬한 편이다. 빨강과 노랑이 대비되는 맥도날드 로고에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담겨 있다. 게다가 다른 브랜드의 이름, 로고, 아이코닉한 아이템 등을 재치 있게 재해석하는 것이야말로 프랑코 모스키노의 특징 아닌가! 하우스 DNA를 현대적으로 표현하기에는 맥도날드만 한 게 없었다. 게다가 맥도날드와 모스키노 모두 알파벳 ‘M’으로 시작하니 이보다 완벽할 수 있겠나?

    VK 무대에는 꽤 많은 옷이 올라왔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룩을 꼽을 수 있나?
    JS 모든 룩이 내 자식 같아 하나만 고를 수 없다!

    VK 모든 룩이 유니크했지만 여전히 ‘모스키노적’이었다. 아카이브에서 어떤 것을 참고했나?
    JS 방대한 아카이브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스키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카이브를 살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세 가지다.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트, 90년대 힙합 음악과 함께 엄청나게 유행한 스트리트 요소,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표현된 관능적인 이브닝 드레스까지. 물론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유머다!

    VK 유머 감각이야말로 당신의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데뷔쇼는 꽤 성공적이었다. 패션쇼 리뷰는 확인하는 편인가?
    JS 솔직히 말하면 나는 대부분의 리뷰를 읽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내 컬렉션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주변 친구들과 고객들이 컬렉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중요할 뿐! 쇼가 끝난 후 수많은 팬들이 쇼와 관련한 패러디 아트 작업을 SNS에 올렸다. 이런 게 신문 활자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본다.

    VK 젊은 팬들이 절대적으로 당신을 지지한다. 쇼가 끝나자마자 바로 컬렉션 제품 판매를 시작해 SNS에 더 빨리 퍼진 것 같다.
    JS 패스트푸드와 하이패션의 만남을 이야기한 컬렉션인 만큼 제대로 된 ‘패스트 패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쇼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내가 올린 컬렉션 이미지에 ‘좋아요’를 누른 후, 왜 당장 이것을 살 수 없는지 불평하는 팬들이 아주 많았다. 지금 세대는 사진을 보는 즉시 사길 원한다. 고객들을 6개월이나 기다리게 하기 싫었다.

    VK 패션 위크 취재를 다녀오자마자 서울 매장에서도 옷을 볼 수 있어서 나 역시 좋았다. 쇼 스타일링을 맡은 칼린 세르프 드 듀드질레와의 작업은 어땠나?
    JS 그녀야말로 패션계 전설이다! 그녀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울 뿐. 패션에 대해 우리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한다. 그녀 덕분에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좀더 강렬해졌다.

    VK 컬렉션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JS 늘 머릿속에 뮤즈를 떠올리며 작업한다. 내가 만든 옷을 누가 입는지가 무척 중요하니까. 리한나, 씨엘, 혹은 친한 친구를 위해 옷을 만든다고 상상할 때 전혀 다른 스타일이 나올 수 있다. 현재 나의 뮤즈는 이번 쇼의 오프닝 모델이었던 릴리 맥미나미다!

    VK 씨엘을 비롯한 2NE1 멤버들과 무척 친하다.
    JS 그 친구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2NE1은 늘 창의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놀라운 사실은 한 팀으로서 무척 개성 있기도 하지만, 멤버 각각의 개성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녀들이 그토록 오래 사랑받는 것이다.

    VK 팝스타들의 무대의상, 모스키노 하우스, 제레미 스콧 라인, 그리고 아디다스 콜라보레이션 등등. 각각의 작업을 할 때의 태도는 서로 다를 것 같다.
    JS 아디다스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넣더라도 스포츠 측면을 배제하지 않도록 늘 신경 쓴다. 내가 직접 입어보고 체험하며 실용성을 유지한다. 모스키노 하우스는 하이패션과 유머의 만남이자 이탈리아 장인 정신과 스트리트 감성의 만남이다. 내 시그니처 라인은 록스타의 마음으로 만든다. 매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늘 록밴드에게 옷을 입히는 기분이랄까. 이 모든 컬렉션의 공통점은? 역시 유머와 개성!

    VK 당신은 90년대 말 패션계에 뛰어들었다. 무엇이 패션계로 당신을 이끌었나?
    JS 패션은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화가에게 붓과 캔버스가 그렇듯 말이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 이걸 어떻게든 배출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나만의 컬렉션을 선보이게 됐다.

    VK 언제부터 패션이 유일한 소통 수단이 됐나?
    JS 나는 미국 중서부의 농장에서 자랐다. 정말이지 패션은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어린 시절 비싼 옷이나 디자이너의 옷을 사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그런 옷을 입은 것도 본 적이 없다. 패션을 접할 유일한 수단은 잡지였다. 그것이 나를 하이패션 세계로 이끌었다.

    VK 파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인 지 벌써 19년째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JS 온라인 매체의 탄생이 가장 큰 변화다. SNS를 통해 모든 정보가 너무 빨리 공개되고, 디자이너가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무척 신나는 일이다! 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는 건 정말 혁신적인 변화다.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VK 미국 출신으로 파리에서 일했고, 런던에서 쇼를 발표하며, 이제 밀라노 패션 하우스를 위해 일한다. 코스모폴리탄의 삶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나?
    JS 그런 면에서 내가 아주 특별하다고 여긴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기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LA다. 집에 온 듯하고, 많은 영감이 떠오르는 곳이다.

    VK 당신이 꿈꾸는 모스키노 걸의 드레스룸에선 가장 눈에 띄는 건 뭔가?
    JS 이번 시즌이라면 단연 바이커 재킷 모양의 가방!

    VK 내년 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 다음 컬렉션이 어떤 모습일지 <보그>에 살짝 힌트를 줄 수 있나?
    JS 내년 봄 컬렉션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아이코닉한 여성을 모티브로 했다. 누군지는 비밀이다!

    VK 앞으로의 계획을 시간 단위로 공개한다면?
    JS 내일 이 시간에는 사무실 모니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모니터링하고 타이핑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 주, 한 달 후, 1년 후도 마찬가지. 10년 후? 말만 해도 저절로 모니터 위에 글이 써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사무실 모니터 앞에 앉아 중얼중얼 말하며 일하고 있지 않을까? 영화 “Her”처럼!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기타
      Courtesy of Mosch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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