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보그>의 잊을 수 없는 패션 모멘트 3

2016.03.17

by VOGUE

    <보그>의 잊을 수 없는 패션 모멘트 3

    1996년 8월호부터 빛의 속도로 18년을 달려온 <보그 코리아>.
    200여 권이 넘게 쌓인 책 속에는 잊을 수 없는 패션 모멘트가 저장돼 있다.
    <보그>가 기억하는 18년간의 주요 패션 사건과 순간들이
    아티스트 8명에 의해 개성 넘치는 콜라주 이미지로 재탄생됐다.

    아트워크 / 패션 디자이너 디나 리닉(DINA LYNNYK)

    2005

    뜨거운 스캔들, 전설의 환생, 천재와의 작별, 새로운 스타의 탄생 등으로 패션계 전체가 소란스러웠던 2005년. 무슈 디올의 탄생 100주년(갈리아노는 이 특별한 순간을 위해 기막힌 꾸뛰르쇼를 준비했다), 그리고 드리스 반 노튼의 50번째 패션쇼(식탁 위로 모델들이 워킹했던 쇼!) 등이 잊지 못할 패션 모멘트!

    당대 패션을 호령하던 천재는 홀연히 패션계를 떠났다. 현대 패션의 선구자인 헬무트 랭이 갑자기 아티스트로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새로운 스타들도 탄생했다. 포드의 뒤를 이어 이브 생로랑을 맡은 스테파노 필라티는 우아한 여성성으로 무장해 호평을 받았고, 턱이 뾰족한 러시아 소녀 사샤 피보바로바는 미우치아 프라다, 스티븐 마이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홀연히 나타난 코리안 특급, 혜박의 등장은 한혜진, 김다울, 이현이로 이어진 한국 모델의 전성기를 열었다. 여기에 제니퍼 로페즈, 그웬 스테파니 등 셀러브리티 스타들의 패션 디자이너 전업, 할리우드 파파라치 사진들의 인기(스티븐 마이젤이 이탈리아 <보그>를 통해 패러디했다), 길고 긴 웨이팅 리스트를 자랑한 루이 비통의 체리 백, 프라다가 텍사스 사막 한가운데 오픈한 말파 스토어도 패션계를 뜨겁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2005년의 인물은? 코카인 스캔들에 휩싸인 케이트 모스! KHS

    아트워크 /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김은지((MONICA EUNJI KIM)

    2006

    패션 애호가들에게 어느 해보다 보고 입고 즐길 거리가 풍성했던 2006년. 세 편의 매력적인 패션 무비 덕분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감성이 듬뿍 담긴 <마리 앙투아네트>, 당대의 ‘잇 걸’로 떠오른 시에나 밀러의 <팩토리걸>, 그리고 패션지 에디터들을 향한 환상을 불러일으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까지.

    또 다른 볼거리는? 마약 스캔들로 얼룩진 한 해를 보냈던 케이트 모스가 맥퀸 쇼 피날레에서 홀로그램 영상으로 등장하는 모습,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영국 패션 전시, 그리고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서 지젤의 마지막 워킹 등등. 패션 마니아들은 꼼데가르쏭의 왕관을 탐낸 한편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발렌시아가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마지막으로 즐길 거리는?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들이 대세로 떠오르며 사토리얼리스트가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즐겨찾기’에 자리 잡았다. KHS

    아트워크 /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김은지((MONICA EUNJI KIM)

    2007

    발렌시아가의 로봇 레깅스가 철커덕거리고, 프라다의 깃털이 흩날리던 한 해. 지방시의 새로운 스타 리카르도 티시는 금빛 스터드 장식으로 첫 번째 히트작을 선보였고, 프라다의 터번 장식은 여성들 사이에 헤어밴드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선머슴 같은 아기네스 딘과 풍만한 라라 스톤이 새로운 슈퍼모델로 떠오르는가 하면, 에코백의 원조였던 아냐 힌드마치의 ‘I’m not a plastic bag’이라 새겨진 캔버스백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나오미 캠벨은 가정부와의 폭력 사건에 휘말려 법정에 섰다.

    하지만 패션계로선 아쉬움이 남는 한 해. 밀라노 패션의 건축가였던 지안프랑코 페레와 맥퀸의 뮤즈이자 런던 패션의 수호자였던 패션 아이콘 이사벨라 블로우가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로마의 황제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로마에서 45주년을 기념하는 성대한 축제(패션쇼, 전시, 공연으로 이어진)를 마지막으로 장엄한 은퇴를 선언했다. KHS

    아트워크 / 아티스트 빠키

    2008

    21세기가 시작되고 10년 가까이 흐른 2008년.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과 새로운 세대의 패션 아이콘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국의 여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복고풍 헤어와 메이크업, 사운드로 무장해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고, 카니예 웨스트라는 범생이 래퍼가 ‘패션병’에 걸린 것도 바로 이때쯤.

    90년대 슈퍼모델 카를라 브루니는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로 새 삶을 시작했고, 이브 생로랑의 스테파노 필라티는 절제된 테일러링 컬렉션으로 전성기에 올랐다. 이사벨라 블로우를 향한 맥퀸의 트리뷰트를 비롯해 루이 비통의 간호사 슈퍼모델 시리즈, 빅토리아 베컴이 출연한 마크 제이콥스 광고, 발렌시아가의 글래디에이터 샌들, 패션계에 불어닥친 예술적인 플라워 프린트 바람도 모두 빼놓을 수 없는 2008년의 패션 모멘트들! KHS

    아트워크 / 아티스트 빠키

    2009

    미국 <보그>와 반세기를 함께한 사진가 어빙 펜부터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인의 동시대적 매력을 보여준 모델 김다울까지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특히 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그의 음악과 패션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들에게 큰 아쉬움. 80년대 스타일의 귀환을 알린 발맹의 파워 숄더 밀리터리 재킷은 영락없이 잭슨의 무대의상과 닮았으니까.

    오바마의 당선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라는 의미가 있다면,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역사상 가장 젊고 패셔너블한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180cm의 모델 뺨치는 키를 자랑하는 그녀는 미국 신인 디자이너의 옷을 즐겨 입는 것으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셀린의 수장으로 피비 파일로가 임명되면서 ‘파일로의 손을 거치면 뭐든 유행이 된다’는 성공 신화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한편 오드리 토투가 샤넬 여사의 도플갱어가 된 영화 <코코 샤넬>은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샤넬 가을 컬렉션은 과거를 회상하는 대신 미래지향적인 룩들로 채워졌다.

    이제는 좀처럼 런웨이에 등장하지 않지만, 최고로 바쁜 모델 중 하나였던 제시카 스탬은 루이 비통 가을 컬렉션에서 귀여운 토끼 귀를 달고 등장했다(마크 제이콥스 본인은 킬트 스커트를 입고 피날레 인사를 했다). 누구도 예측 못했지만,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한 뮤즈는 뚱뚱한 베스 디토! 맥퀸, 맥카트니, 샤넬 등의 프런트 로에 앉는가 하면, 표지엔 아예 누드로 등장했다. YSE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신광호, 이지아
    스탭
    아트워크 / 패션 디자이너 디나 리닉(DINA LYNNYK), 아트워크 /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김은지, 아트워크 / 아티스트 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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