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의 송혜교와 강동원의 어느 멋진 날 2

파리에 도착하기 전, 강동원과 송혜교는 특별한 한 아이를 만났다.
아름다운 두 배우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희귀병으로 빠르게 늙어가는 사내아이와 철없는 부모의 이야기다.
가슴 시린 한철이 지난 후, 낭만의 도시에서 재회한 둘은 비에 젖은 거리를 마냥 걸었다.
어느 멋진 날이었다.

추상적인 패턴의 니트 스웨터와 잔잔한 핀스트라이프 팬츠에 큼직한 라펠의 피 코트를 어깨에 걸쳤다.

추상적인 패턴의 니트 스웨터와 잔잔한 핀스트라이프 팬츠에 큼직한 라펠의 피 코트를 어깨에 걸쳤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시작

본격적인 촬영은 지난봄부터 시작됐다. 첫 테이프는 강동원이 끊었다. 아름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이었다. 아름이 역을 맡은 청소년 배우는 이번 영화의 히든카드다. 아직까지 이름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포스터에서도 아름이는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 친구가 애늙은이처럼 의젓한 스타일이에요. 분장하는 게 너무 힘들것 같아 제가 집에 있던 야구 게임기를 하나 줬거든요. 하정우 형이 선물해준 건데,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가끔 지겨울 때 같이 게임이나 하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아름이는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제가 좀 했죠. 오랜만에 하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결국 용산 가서 다시 하나 샀잖아요. 흐흐.”

한껏 신이 난 게임 보이 동원은 영락 없이 철없는 아빠 대수였다. “대수는 서른세 살이 돼서도 애예요. 어쨌든 간에 아들이 생겼고, 가족을 사랑하니까 두말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거죠. 저도 아직은 철이 든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여기에 대해 김애란 작가는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에서 작은 힌트를 줬다. ‘철이 든다는 건 철을 겪었다는 말과도 같다. 계절에 제법 물들어봤다는 뜻이다.’

란제리 느낌의 아이보리색 보드라운 실크 드레스, 선홍색 매니시한 플란넬 재킷에 러플 머플러를 매치해 낭만적인 무드를 자아냈다.

란제리 느낌의 아이보리색 보드라운 실크 드레스, 선홍색 매니시한 플란넬 재킷에 러플 머플러를 매치해 낭만적인 무드를 자아냈다.

강동원은 핀스트라이프 패턴에 꽃무늬를 더한 세련된 수트를 입었고, 송혜교는 보드라운 울 소재의 초록빛 롱 드레스로 우아한 파리지엔을 연기했다.

강동원은 핀스트라이프 패턴에 꽃무늬를 더한 세련된 수트를 입었고, 송혜교는 보드라운 울 소재의 초록빛 롱 드레스로 우아한 파리지엔을 연기했다.

아름이는 남보다 두세 곱절씩 빨리 자라는 몸의 속도만큼 마음도 큰 성숙한 아이다. 웬만한 어른보다 속이 깊다. 그렇다 보니 영화 속에서의 멋진 대사는 전부 아름이 차지다. 눈물 많고 정도 많으나 아는 건 별로 없는 아빠 대수는? 강동원은 치킨 송을 흥얼거렸다. “왔다네, 왔다네. 치킨이 왔다네. 내가 왔다네. 치킨이 왔다네.” 극 중에서 대수가 “우리 아름이 맛있는 거 사줘야지” 하며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강동원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 꽤 많은 애드리브를 시도했다. 신선들도 두 손 든 개구쟁이 ‘전우치’를 연기할 때도 대본에만 충실했던 강동원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극의 분위기를 최대한 유쾌하게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감독님이요? 제 애드리브를 썩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어요. 흐흐.” 차분하고 점잖은 이재용 감독은 혈기 왕성하고 파이팅 넘치는 <군도>의 윤종빈 감독과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이재용 감독과는 맛집 순례를 다니며 친해졌다. 마침 촬영 대부분이 서울 근교에서 진행됐다. “감독님이랑 제 목표가 이거였어요. 강북의 맛집들을 점령해보겠노라!” 두 남자는 시장통의 음식점부터 공장지대의 순댓국밥집까지 가리지 않았다. 마침내 서울의 평양냉면집을 다 가봤다. 물론 함흥냉면으로 유명한 오장동 흥남집도 잊지 않았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외모 탓에 사람들이 몰려들진 않을까? “모자 쓰고 가면 잘 몰라요. 물론 밥 먹는 내내 모자를 벗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죠. 술 마시는 곳만 아니면 괜한 시비를 거는 분도 없고요. 괜찮아요.”

혜교의 첫 촬영은 세탁소에서 일하는 미라의 몽타주였다. 영화 내내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하는 혜교는 거의 맨 얼굴이었다. 얼굴엔 잡티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옷도 거의 갈아입지 않는다. 집에서 자고 일어나 감고 나온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으면 촬영 준비 끝이다. “화려한 모습은 광고나 화보 촬영에서 충분히 보여주잖아요. 작품 속에서까지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이제 그런 역할은 20대 친구들이 충분히 해주고 있고요.”

하얀 티셔츠에 편한 반바지 차림으로 마주 앉은 혜교가 말했다.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송혜교는 귀엽고 발랄한 여동생이나 청순가련한 여인 같은 트렌디 드라마 속 고정된 여성의 이미지를 넘어선 주체적인 여성을 연기해왔다. 하지만 엄마가 된 혜교는 처음이다.

“송혜교가 아직 미혼이고 애도 없다는 건 모든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모성애를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면 저도, 관객들도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미라는 친구 같은 엄마예요. 실제로 우리 엄마가 그래요. 쾌활하고 터프하죠. 쉰이 넘은 지금도 완전 장난꾸러기예요. 그래서 연기하는 내내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거의 모든 딸이 그렇겠지만 혜교와 엄마의 관계는 각별하다. 세상에 나오기 전 혜교의 두근대는 심장박동 소리를 맨 처음 들어준 사람도,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자립심 강한 멋진 여성으로 성장시킨 것도 엄마였다. 인생의 모든 순간엔 늘 엄마가 옆에 있었다. 혜교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점이 꽤 마음에 든다. “우리 엄마처럼만 나이를 먹어도 덜 늙을거예요. 엄청 긍정적인 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