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2014년 가을, 겨울 패션 트렌드 2

2016.03.17

by VOGUE

    2014년 가을, 겨울 패션 트렌드 2

    패션은 늘 ‘바로 지금’에 집중한다.
    하이테크에 대한 반발심이 낳은 자연 회귀본능, 스포츠와 함께하는 몸 관리, 전쟁과 평화 사이의 긴장감,
    현실도피를 위해 몰입한 옛날 동화와 환상,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갈망!
    2014년 가을과 겨울에 유효한 몇 가지.

    MILITARY STAR

    패션은 논리 정연하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장르가 아니다. 그러나 시대 반응에 꽤 민감한 건 사실이다. 당신이 포털 사이트를 전전하다 국제 정세가 궁금해 해외 뉴스를 검색했다고 치자. 7월 초에 뜬 기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전 격화’라거나 ‘미국-독일 스파이 전쟁’이라거나 ‘미·중이 드러내놓고 갈등을 빚는 이유는’이라거나 ‘글로벌 무기 수출 총성 없는 전쟁’ 같은 불안한 헤드라인뿐이다.

    그래서인지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가을 발맹 옷을 입은 모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Balmain Amy’라고 지칭했다. 밀리터리가 가을 컬렉션의 주제인 데다 한꺼번에 모인 장면이 군대처럼 느껴져 자기 딴엔 파워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이번 시즌 패션 UN군으로 임명한다!). 사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전쟁과 평화는 늘 공존했다.

    패션 현대사에서도 밀리터리 룩은 세계 정세와 맞물려 반복적으로 나타났다(조금 전 언급한 초록은 어떤 면에서 ‘국방색’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와 국제 안보에 과민 반응한 채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해 발맹, MBMJ, 이자벨 마랑, 캘빈 클라인 등을 사 입고 바짝 군기 들 것까진 없다. 그런 상태로 월요일을 기다리며 ‘일밤’의 ‘진짜 사나이’를 시청할 여자가 한반도에 있을까? 스타일에 약간의 긴장이 필요할 때 기웃대면 그걸로 충분한 유행이 밀리터리 스타일이니까.

    FUNNY FANTASY

    우리가 패션에 감사할 부분은 보시다시피 시대상을 반영한 덕에 하이패션을 즐기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허세적 시선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내친김에 하나 더 고마운 건, 각자 못마땅한 현실과 맞닥뜨릴 때 잠깐이나마 그 순간을 잊게 한다는 것.

    현실도피를 위해 판타지 영화에 심취했다면, 패션 역시 그런 기능에서 만만치 않을 테니 도움을 얻으시길! 패션을 통해 동화나 환상, 과거에 몰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알렉산더 맥퀸 등은 특유의 꾸뛰르적 기교를 바탕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툭툭 건드린다. 패션계의 타고난 이야기꾼들이 낭송하는 동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기분 전환!

    MISS SIXTY

    그들만큼 옛날 옛적으로 후진하지 않지만, 좀더 가까운 과거를 들춰 보는 재미도 있다. <보그> 오디언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20대 아가씨들을 기준으로 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쯤 되는 60년대. 그들의 엄마나 이모 또래 여인들이 외모에 눈뜨고 모양내기 시작할 무렵이 바로 그때다.

    생로랑, 구찌, 발렌티노, 베르사체, 디스퀘어드2, 톰 포드가 조종석에 앉은 60년대 타임머신이 여러분 앞에 하강 중이다. 그들이 재현한 60년대 컬렉션과 엄마나 이모가 60년대에 찍은 사진 사이의 비슷한 점을 발견하는 재미! 이거야말로 패션을 통한 세대 통합 아닐까?

    SPORTS NEWS

    패션 광대들이 꼴도 보기 싫고, 별안간 디지털이 신물 나며, 불안한 세상이 하 수상한 데다, 이런 현실을 회피하고픈 맘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다면? 패션이 그 부분을 완치하긴 힘들지만, 새로운 가을 옷들을 적절히 처방받는다면 어떤 면에서 패션 힐링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볼 때 패션이야말로 철저히 나 자신만을 위한 도구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 에고이스트들의 자기 몸 관리는 눈물 날 만큼 헌신적이고 필사적이다.

    요가? 필라테스? 피트니스 클럽? 이 모든 것들의 발원지는 결국 스포츠다. 건강 관리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개념으로 확장된 스포츠! 게다가 소치에서 브라질과 인천으로 이어진 스포츠 축제 열기는 당최 식을 줄 모른다. 샤넬, 사카이, 미우미우, 알렉산더 왕 등은 수비수처럼 민첩하게 이런 열기를 흡수해 젊음을 유지한다.

    LONG LONG TIME

    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을 신체 부위는 복사뼈다. 밑단이 발목에 닿을 듯 말 듯한 롱 스커트와 맥시 코트 때문이다. 셀린, 랑방, 더 로우, 하이더 아커만, 마이클 코어스 등이 밑으로 주욱 늘여놓은 길이를 바로 지금 누리시길!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신광호
    기타
    Indigital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