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슈즈, 그 고통과 황홀에 대하여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저널리스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현재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로 이름이 교체됐다)에서 25년 간 패션 비평을
담당한 그녀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그닷컴’을 위해 독점 취재 및 기사를 쓴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스틸레토. ‘프린츠(Printz)’ 2013/2014 ⓒ Christian Louboutin, 사진: Jay Zukerkorn for the Brooklyn Museum

오, 이 모든 수치스러움과 창피함! 취한 오리처럼 한 발로 비틀거리며 레드카펫 입구 구석에 숨어서 플랫 슈즈를 핸드백에 넣고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힐을 신는 일이라니.

 

화려한 패션 행사장 밖에서 구두를 갈아 신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무진을 타고 왔더라도, 또 차에서 내려 파파리치들을 몇 발짝 지나치는 일도 어찌 보면 굉장한 도전이다.

 

엄청나게 높은 플랫폼을 신고 바닥에 넘어지는 건 얼마나 끔직한 일인가? 이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런웨이에서 하이힐을 신고 넘어졌던 나오미 캠벨의 그 유명한 장면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런웨이에서 넘어진 나오미 캠벨, 1993. ⓒ Rex Features

1993년 나오미가 넘어졌을 때 신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그 유명한 슈퍼 엘리베이티드 플랫폼. ⓒ Vivienne Westwood 사진: Jay Zukerkorn

그건 21년 전, 1993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우린 뭘 배웠을까? 지난 장 폴 고티에의 파리 꾸뛰르 쇼에선 참담하게 넘어지는 모습이 3번이나 일어났다. 모두 한 명의 불운한 베테랑 모델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다른 방식으로 여성들의 선구자임을 자처하는 미우치아 프라다마저 제정신이 아닌 듯한 뻔뻔한 구두로 우리를 유혹한다. 경주용 자동차의 꼬리처럼 생긴 2012년의 프라다 슈즈를 떠올려보시길. 



프라다 웨지 샌들, 2012 봄 컬렉션. ⓒ Prada USA Corp 사진: Jay Zukerkorn

쇼윈도에서(그리고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클로즈업 사진 속에서) 힐은 점점 높아지고만 있다. 계속해서!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를 통한 고문이다(루부탱의 바닥 색이 ‘블러드 레드’인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핀처럼 가는 로저 비비에의 힐을 신으려면 균형 감각은 필수다. 니콜라스 커크우드는 실용적인 플랫 슈즈도 만들지만 메탈릭한 핀 힐과 클럽 샌드위치보다 두꺼운 웨지 힐도 선보이고 있다. 



니콜라스 커크우드의 스웨드와 스와로프스키 펌프스, 2013 봄 컬렉션. ⓒ Nicholas Kirkwood 사진: Jay Zukerkorn

로저 비비에의 ‘버굴(Virgule)’ 콤마 힐, 2014년 가을 컬렉션. ⓒ Roger Vivier, Paris 사진: Jay Zukerkorn)

물론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섹스와 연관이 있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스틸레토는 에로틱하다. 이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도구 역할을 한다. 또 하이힐은 몸이 흔들릴 때 허벅지를 탄탄하게 당겨준다.

 

피파 미들턴은 언니 케이트 미들턴의 왕실 결혼식 때 어떻게 매혹적인 뒷모습을 연출했을까? 페라가모의 하이힐 코트 슈즈가 아니었다면 좌우로 씰룩 거리는 마릴린 먼로의 걸음걸이가 가능했을까?

 

그리고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 브래드쇼를 연기한 사라 제시카 파커가 아니라면 그 어떤 여인도 임신기간 내내 마놀로 블라닉을 신을 생각을 하진 못할 것이다.  



마릴린 먼로는 페라가모의 코트 슈즈를 신고 멋진 삶을 살았다. ⓒ Salvatore Ferragamo

임신한 몸으로 마놀로 블라닉 하이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사라 제시카 파커. 그녀가 슈즈 디자이너인 마놀로 블라닉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Getty 

사실 풋웨어는 관능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알렉산더 맥퀸의 기이하고 페티시적인 슈즈들은 불안한 동시에 도발적인 추한 미학을 지녔다. 그것은 예술작품이었을까? 아니면 발이 성장할 수 없도록 옥죄었던 과거 중국의 전족만큼 고통스러웠을까?

 

전시 <Killer Heels>가 9월 10일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brooklynmuseum.org/exhibitions/heels)에서 열린다. 큐레이터 리사 스몰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페티시 대상에서 패션으로의 독립에 이르기까지 하이힐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하이힐에서 영감을 얻은 아티스트들의 영화 6편도 선보일 예정이다.

 

나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디자인들도 인정할 수 있다. 당시 여성들은 스스로를 주장하거나 내세울 기회가 별로 없었다. 돌이켜보면 군중 틈에서 위로 우뚝 솟아 보이도록 플랫폼을 만들어낸 16세기 베니스 매춘부들이 상당히 독창적이고 역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19세기 중국 만주족 여성이 신던 면과 실크로 만든 자수 슈즈. ⓒ Brooklyn Museum

실크와 메탈로 만든 ‘초핀’ 슬리퍼, 1550~1650년. ⓒ Brooklyn Museum, Mellon Costume Documentation Project, Lea Ingold and Lolly Koon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다. 지금 여성은 원하는 방식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중역 회의실에서 정치 무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뭐든 쉽게 해낼 수 있다. 단, 슈퍼 하이힐을 신었을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뛰거나 도망가는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그러나 스틸레토 힐은 유용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다프네 기네스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힐 없는(heel-less) 노리타카 타테하나의 슈즈를 신고 있다. ⓒ Getty 

가끔 좀더 페미니스트다운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경멸한다. 실용적인 슈즈를 신고 ‘패션 일’을 하러 가는 게 뭐가 잘 못됐단 말인가? 내 위로 우뚝 솟은 다프네 기네스를 바라봐야 한다 해도 말이다.

 

어쩌면 지난 1월에 선보인 샤넬의 꾸뛰르 스니커즈(레이스, 진주, 트위드를 손으로 수놓았다)에 3천 달러를 투자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주문 예약은 이미 끝났으니까.

 

키튼 힐은 섹시한 하이힐 글래디에이터 샌들만큼 매혹적일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선 기꺼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내일 올릴 또 다른 발에 대한 기사를 계속 읽어 보시라! 



슈즈와 발을 연결하기 위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끝없는 노력을 분석해보겠다. 

English Ver.

Killer Heels BY SUZY MENKES

The agony and the ecstasy of seductive shoes

 

Oh, the ignominy and the embarrassment of it all: swaying on one leg like a drunken duck, hiding round the corner of the red-carpet entrance, pulling off the flats, stuffing them in a handbag and putting on those vertiginous heels.

You see the shoe-changers lurking outside any fashionable event. But even with a limousine, getting out of the car and walking the few steps past the paparazzi must be a challenge. What a disaster to fall off super-high platforms on to the ground! It could be a rerun of that infamous picture of Naomi Campbell in a heap on the runway at a Vivienne Westwood show.

 

That was back in 1993, 21 years ago, but what have we learned since then? At Jean Paul Gaultier’s last Paris haute-couture show there were three crushing falls – all by the another unfortunate veteran model. Even Miuccia Prada, a trailblazer for women in every other way, lures us with mad and immodest footwear; think of the fetishistic 2012 Prada shoes shaped like racing-car tail fins.

 

In the shop windows – and close-up online – heels only get higher. And higher. Torture via a pair of Christian Louboutins. (No wonder the soles are blood-red!)

Pin-thin balancing acts are demanded for Roger Vivier. Nicholas Kirkwood might make some sensible flat shoes, but there are also metallic pin heels and wedges thicker than a club sandwich.

 

Of course, we know that it is all about sex. Stilettos are erotic, acting as tools of sexual arousal. Any high heel makes thighs tighten as the body sways. How did Pippa Middleton get her seductive bridesmaid derrière at her sister’s royal wedding? Where would Marilyn’s wiggle have come from, if not her high-heeled Ferragamo court shoes?

And no woman would wear Manolo Blahniks throughout her pregnancy – unless she were Sarah Jessica Parker as Carrie Bradshaw in /Sex and the City/.

 

Footwear can also show sensuality’s darker side: the weird, fetishist shoes from Alexander McQueen, part of an ugly aesthetic that was both disturbing and provocative. Were they works of art? Or as torturous as those historic Chinese feet bound to stunt their growth?

/Killer Heels: the Art of the High-Heeled Shoe/ opens on September 10 at New York's Brooklyn Museum (brooklynmuseum.org/exhibitions/heels).  Curator Lisa Small will take us from the historical to the contemporary, from fetish objects to fashion statements. Six films by artists, inspired by high heels, will also be on show.

I can accept torturous designs from the past. Often women did not then have the chance to stand up, as it were, for themselves. In retrospect, I even see as rather inventive and dynamic the prostitutes in sixteenth-century Venice who created platform shoes so they would rise above the crowd.

 

But that was then.

Now we women have earned the right to dress how we want. From the boardroom to the political stage we can take anything that men can do in our stride. Except, if in super-high heels, to dash forward, run away or kick ourselves out of trouble. (Although the stiletto heel could become a useful weapon).

 

Sometimes I despise myself for not taking a more feminist attitude. What’s wrong with going to "fashion work" in sensible shoes – even if you have to look at Daphne Guinness towering above you?

Maybe I should have invested a vast 3,000 bucks in Chanel’s January couture sneakers (hand-embroidered with lace, pearls and tweed). Too late! The order books are closed.

Perhaps kitten heels really could be as alluring as sexy, high-heeled gladiator sandals. But, as the French put it: "l faut souffrir pour etre belle>." "You have to suffer to be beautiful."

True or false? Read on, tomorrow, about fashion on the other 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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