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클루트 스타일의 모든 것

2016.03.17

by VOGUE

    클루트 스타일의 모든 것

    올가을 찾아온 60년대 트렌드 속에 숨겨진 스타일 아이콘.
    영화 <클루트>의 제인 폰다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한 발 민첩하게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이 빠진 ‘클루트 스타일’의 모든 것.

    40년이 넘은 지금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영화 <클루트> 속 제인 폰다의 스타일. 60년대 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다시 한 번 < 클루트> 속 브리 다니엘스의 옷차림이 주목 받고 있다.

    여기저기 패션 숍의 마네킹이나 행어 뒤에 숨어 새로운 트렌드를 감지하는 탐정이 있다면, 최근 몇 가지 힌트를 살펴본 뒤 어떤 유행을 예측할까? 첫 번째는 슈퍼 모델 다리아 워보위가 직접 연출하고 촬영한 올가을 ‘이큅먼트’ 광고 이미지. 두 번째는 생로랑 컬렉션에서 세퀸 미니 드레스를 입고 걸어 나온 에디 캠벨의 모습. 마지막 힌트는 생로랑 스웨이드 트렌치를 입고 남성복 쇼에 나타난 애냐 루빅 스타일!

    60년대 모즈 룩이 올가을 유행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좀더 명확한 답이 나올지 모른다. 71년 개봉 영화 클루트(Klute)의 주인공 브리 다니엘스 스타일이 40년이 넘어 짠하고 등장했으니 말이다. 낮에는 배우 지망생, 밤에는 고급 콜걸(개봉 당시 한국어 제목 역시 <콜걸>)로 살아가는 제인 폰다가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의 누아르 영화는 폰다에게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가장 유명하게 한 것은 역시 제인 폰다 스타일이다.

    전설의 영화 의상 디자이너, 앤 로스와 제인 폰다가 손잡고 연출한 브리의 옷차림은 지금 봐도 흠잡을 데가 없다. 가슴이 비치는 니트 톱을 입고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올가을 마크 제이콥스와 꼭 닮았고, 화려한 세퀸 미니 드레스는 생로랑 드레스들과 오버랩된다. 히피풍의 프린지 가방은 마이클 코어스, 무릎까지 오르는 롱부츠는 발렌시아가, 브리 다니엘스의 상징인 트렌치코트는 루이 비통과 비슷하다.

    “<클루트>에서 입은 옷들은 당시 제가 평소 입던 룩 그대로였어요. 높은 부츠와 짧은 스커트들을 자주 입었거든요.” 몇 년 전 미국 <보그> 인터뷰를 통해 제인 폰다가 과거를 추억했다. “두툼한 벨트와 프린지 가방 역시 모두 제 옷장에서 가져온 거였어요! 지금은 제 딸이 그 벨트를 갖고 있죠.” 이 영화에는 60년대에서 70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유행들이 숨어 있다. 초미니부터 미디, 맥시 스커트 등등.

    그 가운데 제인 폰다는 자신이 체포되는 장면에서 입었던 롱 스웨이드 코트(애냐 루빅이 즐겨 입는 생로랑 코트와 꼭 닮았다)를 가장 인상적인 룩으로 꼽았다. “이전 영화에서는 영국의 아니타 팔렌버그(롤링스톤즈 멤버인 키스 리차드의 연인으로 당시 최고의 패셔니스타)와 함께 연기했어요. 그녀와 함께 런던의 킹스 로드에서 빈티지 쇼핑을 즐기곤 했죠. 롤링 스톤스가 쇼핑하던 곳이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클루트>의 브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보브 헤어 덕분이다. 앞머리를 내리고 층을 내 덥수룩해진 머리는 70년대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때 막 프랑스를 떠나 뉴욕으로 돌아온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긴 금발머리로부터의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했죠. 당시 제 남편이었던 로저 바딤의 헤어 디자이너였던 폴 맥그레거에게 ‘어떻게든 해봐!’라고 다그쳤어요. 덕분에 그 헤어스타일이 탄생했습니다.” 이 파격적 헤어스타일은 제인 폰다만의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대유행했던 섀기컷이 이 헤어스타일에서 비롯됐다. 어쨌든 몇 년간 전 세계 여성들은 <클루트>의 보브 헤어를 하곤 초미니 스커트에 싸이하이 부츠로 멋을 낸 채 제인 폰다 스타일을 즐겼다.

    프랑스의 셔츠 브랜드인 이큅먼트는 올가을 광고를 위해 모델 다리아 워보이를 섭외했다. 단순히 모델 역할뿐 아니라 스타일링과 사진 촬영까지 자유로운 영혼의 톱 모델에게 맡긴 것이다. 다리아는 촬영을 위해 아일랜드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 머물며 여러 스타일을 탐구했다. 온갖 가발을 이용한 이미지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바로 브리 다니엘스와 꼭 닮은 가발을 쓴 모습! 70년대 스타일을 연구한 다리아에게 제격이었다.

    에디 슬리먼이 이끄는 이브 생 로랑 하우스에서 처음 발표한 향수 ‘블랙 오퓸(한국엔 11월 출시 예정)’ 광고 속 에디 캠벨 역시 제인 폰다 헤어 스타일과 영락없이 닮았다. “지금 이 스타일을 서울에서 시도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백흥권이 제인 폰다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앞머리를 내리고 옆머리에 층을 내면 비슷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지요. 솔트 스프레이나 볼륨을 주는 제품들로 텍스처를 살릴 수 있다면, 에디 캠벨처럼 세련되게 연출할 수도 있고요.”

    60년대 스타일의 광풍이 몰아친 올가을, 진보적인 디자이너와 모델들은 이미 남보다 앞서 <클루트>를 영감의 대상으로 삼았다. 필립 림은 리조트 컬렉션에서 제인 폰다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언급하며 오마주 컬렉션을 발표했다. 또 현대적인 외모의 모델 제이미 보셰는 유난히 브리와 닮은 모습으로 인기다.

    한국에서도 70년대 스타일의 유행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중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공효진이 즐겨 입는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셔츠 블라우스 스타일이 화제다. “주로 70년대를 참고했습니다.” 공효진의 스타일링을 맡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설명했다. “특히 주목받았던 하이웨이스트 판탈롱 데님 팬츠는 70년대에 유행하던 청바지 브랜드 ‘씨페어러(Seafarere)’입니다. 공효진과 함께 10 꼬르소 꼬모에서 쇼핑하다가 발견한 귀한 아이템이죠.”

    씨페어러 팬츠는 앞으로 이어질 70년대 유행의 신호탄이다. 네타포르테의 패션 칼럼니스트, 크리스타 디수자 역시 70년대 스타일의 유행을 예고하며 이렇게 조언했다. “커다란 선글라스와 부드러운 스웨이드 셔츠, 부츠컷 데님 팬츠를 기억하세요. 애냐 루빅이나 클레멍스 포에지 스타일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70년대 룩을 연출할 때 이것만은 꼭 지키라고 당부했다. “구제 옷가게에서 사 입은 것처럼 보여선 절대 안 됩니다. ‘럭스(Luxe)’란 단어를 잊지 마세요!”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기호
      사진
      Indigital, Corbi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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