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엔날레의 총감독 제시카 모건을 만나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광주 비엔날레’는 어느 때보다 흥미로울 듯하다.
80년대 펑크록 밴드 토킹 헤즈의 노래 ‘Burning Down the House’처럼
예술의 열기로 활활 불타오를 예정이다.
예술 총감독을 맡은 테이트 모던의 큐레이터 제시카 모건이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 타는 듯한 여름의 끝에 터져 나온 이 선언적 구호는 광주 비엔날레를 기다려온 이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재미없는 수수께끼처럼 늘 모호하기만 했던 미술 전시의 주제가 이토록 강렬한 느낌을 준 예는 없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제10회 광주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제시카 모건이다. 템스 강 근처의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 모던의 큐레이터(Daskalopoulos Curator)로 증기 터빈이 있던 공간 ‘터빈홀’을 예술가들의 실험실 겸 관객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온 그녀는 광주라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지닌 도시 한복판에서 80년대 펑크록 밴드 토킹 헤즈의 노래를 떠올렸다. “Burning down the house… fighting fire with fire.” 낡은 체제를 불태우자는 로커들의 외침에 당시 콘서트 현장에 모인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새로운 창조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고정관념을 태워 없애버린 후에야 가능하다. 우리의 삶은 물론 예술도 마찬가지다.

9월 5일 개막을 앞둔 광주 비엔날레 현장은 이른 아침부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전시장 통로 벽면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연기로 절반쯤 덮인 상태였다. 영국에서 공동 작업 중인 로베르토 페오, 로사리오 우르타도 두 작가가 그래픽 디자인한 벽지다. 이 벽지는 각 공간의 성격에 따라 연기구름의 밀도와 강도를 달리할 예정이다. 제시카 모건을 만난 제1전시장의 입구는 검붉은 색이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년 5월부터 매달 한국과 영국을 오간 그녀는 얼마 전부터는 아예 광주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요. 다행히 전반적으로 잘 흘러가는 것 같아요. 덕분에 그리 정신없이 바쁘진 않아요.” 쾌활한 표정으로 <보그> 카메라 앞에 선 제시카 모건은 바닥에 쌓인 그을린 널빤지들과 바로 그 옆에 설치 중인 오두막집에 대해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작가 에두아르도 바수알도의 작업이에요. 이 나뭇조각들을 이용해 완전히 불에 탄 집 한 채를 지을 예정이죠. 벌써 방 하나는 완성됐군요. 이 방 천장엔 불에 탄 나무가 매달려 있을 거예요. 관객들은 여러 가지 물건과 케이블이 얽힌 비현실적인 풍경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죠.” 테마파크에 놀러 온 것처럼 관객들은 통로를 걸어 다니며 집 안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그녀는 이 기묘한 집이 놀이공원의 가상현실 체험관보다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뼈대가 완성된 집 주변엔 오래된 난로가 놓여 있다. 전시장 밖 마당에선 좀더 큰 버전의 난로들을 볼 수 있다. 대체 이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전시가 될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 대해 제시카 모건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줬다.



1 광주비엔날레 야외 광장에 설치된 스털링 루비의 장작 스토브는 실제로 나무를 불태워 온기를 전한다. 2·3 얼스 피셔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집 사진을 벽지로 만들어 다양한 시각적 착시 효과를 제공한다. 4 거대 문어의 습격을 전시관 전면에 그린 제레미 델러가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에서 선보인 작품. 5 류 샤우동은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인 광주에서 한 달간 머물며 젊은이들의 삶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록 음악 마니아라고 들었어요. 지난해 서울에 왔을 때도 로커 같은 가죽 재킷 차림이었죠.
딱히 록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긴 힘들어요. 오히려 재즈나 팝을 더 자주 듣죠. 음악 장르보단 제목이 마음에 들어 노래를 듣는 경우가 많아요.

 

토킹 헤즈의 노래 ‘Burning Down the House’ 같은 경우군요.

맞아요.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으면서 이중성이 있는 단어나 문구 같은 걸 찾고 있었어요. 전 항상 이 노래의 제목을 좋아했어요.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터전을 불태우라”는 굉장히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요. 양면성이 있죠. 긍정과 부정이 함께 공존하고요.

 

불(Burning)과 집(House)이 공존하기도 하죠.

전시의 주제를 결정한 후엔 모든 단어들이 연결고리가 됐어요. ‘Burning’에는 저항 정신이나 종교의식 등의 이미지가 연결될 수도 있어요. 가정에서도 불을 이용해 집을 따뜻하게 하거나 요리를 하죠. 그리고 ‘House’라는 건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주거 공간이지만, 그 밖의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로 발전할 수 있어요. 보호라는 행위나 공간 자체일 수도 있죠. 이런 아이디어들이 다양한 차원으로 해석돼 전시가 구성됐어요.

 

미국 네바다 주 사막에서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버닝맨 축제’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를 비롯, 온갖 사람들이 모여 일주일간 거의 마을 하나를 만들곤 마지막 날 전부 불태워버리잖아요.

안 그래도 그걸 묻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이번 전시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전 그 축제에 가본 적도 없는걸요.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제일 먼저 무엇을 준비했죠?

한국의 예술과 문화에 대해 공부했어요. 한국의 상황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아티스트와 큐레이터, 학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반적인 한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어요.

 

광주라는 도시는 어떻던가요?

광주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물론 지금은 역사적 맥락뿐 아니라 오늘날의 정치적인 위치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요. 80년 광주민주항쟁에 대해서도요. 하지만 전 과거보다 현재의 광주에 더 관심이 갑니다. 정기적으로 광주를 찾은 방문자 입장에서 그때마다 광주가 한국의 다른 지역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지켜봤어요.

예를 들자면 어떤 부분이죠?

처음에 제가 작업을 맡아 일을 진행할 때랑 지금 광주의 상황은 달라요. 지난 비엔날레가 끝나고 현 정권이 들어왔어요. 그 후, 이곳 현지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뭔가 심리적인 압박 같은 게 느껴지죠. 광주 사람들은 광주가 소외된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영국도 남과 북의 경계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어떤 한 지역이나 도시가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죠.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국가 내에서 이렇게 정치적으로 동과 서를 구분 짓는다는 건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요즘 어디에서 머물고 있어요?

라마다 호텔과 홀리데이인 광주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어요. 숙소가 부족해서 우리 팀 사람들이랑 “광주에서 숙박업소 장사나 할까?” 그런 농담도 했어요. 어때요? 돈을 많이 벌 것 같나요? 하하.

 

글쎄, 2년에 한 번은요.(웃음) 전시장 마당에 놓인 커다란 난로 두 개는 뭔가요? 조금 전 설치가 완성된 걸 봤어요. 

스털링 루비의 작품이에요. 펜실베이니아의 시골 동네에서 자란 그의 집에선 어린 시절 난방기구로 그런 난로를 사용했다고 해요. ‘Burning’이라는 단어를 집과 연결 지었을 때 떠오르는 따뜻한 풍경이죠. 그가 난로를 다시 본 건 겨울에 중국의 한 제조 공장을 방문했을 때였어요. 다른 설치 작품에서 쓰다 남은 금속들로 만든 투박한 난로였죠. 예쁘진 않지만 무척 실용적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 난로를 클라스 올덴버그처럼 큰 스케일로 재현했죠. 전시장 내부에 있는 난로 한 쌍을 포함해 총 네 개가 제작됐는데, 전부 모양이 달라요. 한 줄로 쭉 세워두면 동물이나 로봇 같기도 하고 좀 기괴하기도 해요.

 

제레미 델러는 불이 난 전시장의 벽을 뚫고 나오는 거대한 문어의 모습을 건물 외벽에 그림으로 형상화해요. 왜 하필 문어죠?

문어는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 세력을 나타내는 아주 오래된 이미지예요. 촉수 달린 괴물이 여러 방향으로 다리를 뻗치면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모습은 미국과 일본 같은 나라를 상징하죠. 제레미가 광주에 와서 문어를 많이 먹기도 했고요. 저도 같이 먹어봤는데 맛있더군요. 하하. 그래서 그런 지역적인 소재를 작업으로 풀어낸 측면도 있어요. 전 그 작업이 참 마음에 들어요. 마치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처럼 스펙터클한 느낌이 있거든요.



1 끊임없는 통로를 만들어내는 카르슈텐 휠러의 ‘자동문’. 2 대중문화와 미술사의 아이콘들로 가득 채운 안시아 해밀튼과 니콜라스 번의 ‘Love’. 3·4 불에 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에두아르도 바수알도의 기묘한 오두막. 5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안무가 세실리아 뱅골라와 프랑수아 섀누는 다섯 명의 무용수들을 기용해 ‘변화한 원주민들 응답하다–트워크’를 선보인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대표 작가였던 제레미 델러는 당신 친구이기도 하죠.

우린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했어요. 예전에 아일랜드에서 했던 전시가 첫 작업이었죠.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잉글리시 매직’을 선보인 것처럼 영국식 차와 찻잔, 찻주전자 등을 그림으로 풀어냈어요. 심지어 우린 같은 동네에 살아요. 우리 집에서 코너 하나만 돌면 그의 집이 나오죠.

그를 이번 전시에 초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재미있거든요. 그는 스스로 뭔가를 만들지 않고 주로 협업을 하는데, 광주에 거는 문어 그림도 그가 그린 게 아니에요. 제레미의 친구들 작업이죠. 그는 광범위한 친화력과 사교적인 마인드로 작업에 접근해요. 이런 방식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작품 속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줘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업에 결부되고, 소통을 통해 그가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주죠.

 

그들 외에도 39개국에서 106명의 작가들이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했어요.

이젠 103명이에요. 과테말라 출신 작가를 포함해 두 명이 세상을 떠났거든요. 슬프지만 이런 일들은 항상 발생하죠. 우리는 전시장을 연계된 다섯 개 홀로 나눠 각 공간마다 약간씩 다른 분위기와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어요.

 

그 다섯 개 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먼저 제1전시실은 가장 무겁고 어두워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억압 같은 국제적인 이슈를 다루죠. 여기엔 한국의 현대사도 포함돼요. 80년대는 물론 좀더 나가 해방과 한국전쟁이 있었던 40~50년대까지요.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물리적 억압을 받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어떤 섹션은 석탄과 흙으로 만든 작업들로만 구성돼 있는데, 석탄은 불에 타면서 물리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이죠.

 

제2전시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Burning’의 이미지와 경제 문제를 풀어가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경제적 지위들을 보여주죠. 예를 들어 이미 경제적 발전을 이뤄낸 유럽이 과거를 돌아본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흥미롭게도 이 같은 흥망성쇠는 주기적으로 반복되죠. 또한 이 공간에선 경제적 시점에서 물질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들여다봐요.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구입한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 대해선 거의 모르잖아요.

 

빵으로 집을 짓고 고매한 미술관 벽에 버스 크기의 구멍을 뚫어버렸던 얼스 피셔(Urs Fischer)의 작품은 어디에서 볼 수 있어요? 지난해 당신이 큐레이팅한 LA 현대미술관 <얼스 피셔>전에서 그는 1,500명의 LA 사람들이 빚은 찰흙 조각으로 전시장을 채우기도 했죠.

제3전시실의 메인 기획이 바로 얼스 피셔의 아파트 작업이에요. 관객이 아파트 안으로 걸어 들어가 볼 수 있는데, 내부엔 3차원적 환영의 이미지로 가득한 벽지가 붙어 있죠. 옆에서 보면 입체 작품인데 앞에서 보면 평면적인 이미지예요. 시각적 트릭이죠. 뉴욕에 있는 작가의 집을 복제한 그 아파트엔 다른 작가들의 작업도 함께 전시될 거예요. 보통 집 안에 전시되는 작품들이 아닌지라 시각적 충돌이 일어나죠. 얼스 피셔가 벽면에다 많은 유명한 그림들을 그려놔 뭐가 진짜 작품인지 헷갈리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 공간은 집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체제 전복적인 방법으로요.

또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요.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레바논 젊은이들의 문화와 변화된 건 축 환경을 다룬 아크람 자타리의 영상 작품도 볼 수 있죠. 또 다른 영상은 푸에토리코 출신 작가 제니퍼 알로라와 기예르 칼사디야의 작업인데, 이 둘은 빌딩이 거대한 레킹볼에 의해 부숴지는 장면을 기록했어요.

그런 장면이라면 마일리 사이러스의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봤죠. 알몸으로 레킹볼에 올라타 건물을 부수잖아요.

하하. 맞아요. 재미있네요. 마침 제4갤러리의 주제가 팝이에요. 즐거운 분위기 속에 특정한 사회적 의제들이 등장해요. 성 정체성, 노동운동 등이죠. 그 문제에 대해 훈계하고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아주 쾌활하고 역동적인 느낌이에요. 노랫소리도 들리죠. 여기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다양한 소리가 흘러나와요. 조이 킴이라는 프랑스 DJ에게 토킹 헤즈의 노래를 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해달라고도 했어요. 전시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다섯 개의 홀을 이동할 때마다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제5전시실이 남았네요.

여긴 오직 도미닉 곤잘레스 포스터의 작품으로만 꾸며질 거예요. 그녀는 홀로그래픽으로 환영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죠. 이번엔 베르너 헤어조 그 감독의 80년대 영화 <피츠카랄도>를 재해석한 퍼포먼스도 벌일 예정이에요. 피츠카랄도는 아마존 정글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고 일을 벌이는 약간 정신 나간 인물이죠. 

 

이번 비엔날레엔 유독 퍼포먼스가 많은 것 같아요.

전시의 주제 자체가 역동적이잖아요. 노래 제목이기도 하고요. 이런 속도감과 에너지를 표현해줄 수 있는 건 퍼포먼스죠. 그래서 많은 움직임들을 전시로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두 개의 춤이 있는데, 하나는 전시장 내부에서 각기 다른 시간대마다 진행되는 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오프닝 공연이에요. 다른 건 주로 관객들이 전시에 참여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퍼포먼스들이에요.
 

 



1·2 서구 문화 속의 아프리카를 말해온 탄자니아 출신의 루바이나 히미드는 한국의 정체성을 반영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민속박물관에서 리서치를 거듭했다. 3 에드워드 킨홀즈와 그의 부인, 그리고 낸시 레딘 킨홀즈가 협업한 ‘오지만디아스 퍼레이드’는 고대 이집트의 왕 람세스 2세로 상징되는 기성 권력을 풍자한다. 4·5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우리나라의 예술적 관습에 의문을 던진 이불의 미공개 영상도 소개될 예정이다. 6 도발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온 임민욱이 제작한 착용 가능한 조각. 

공원에서는 또 어떤 작품을 볼 수 있죠?

캐나다 작가인 A.A 브람슨이 한국 작가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과 함께 ‘House of Shame’라는 3층 탑 형태의 집을 짓고 있어요. 영국과 아일랜드에선 미혼모들을 ‘House of Shame’이란 곳으로 보냈거든요. 때문에 따돌림 받는 사람들의 집을 상징하죠. 관객들은 이 배제된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볼 수 있어요. 집 안엔 또 다른 작품들도 설치돼 있죠.

이불과 임민욱을 비롯한 20여 명의 한국 작가들은 어떻게 선정했나요?

한국 작가 선정을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구했죠. 서도호나 이불 같은 작가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른 작가들에 대해선 이번에 알게 됐어요. 굉장히 다양하고 훌륭한 작가군과 좋은 작업들이 많더군요. 다만 이번 전시와 주제가 맞지 않아 같이하지 못했죠.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김구림 개인전이 열렸을 때 몇 차례나 전시를 보고 갔다고 들었어요. 이번 비엔날레에선 볼 수 없지만, 김구림의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요?

원래 김구림의 작업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책과 도록만으로는 작가의 작업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어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직접 전시를 보고 때로는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작업하는지 알아갔죠. 김구림은 정말 굉장한 작가예요. 전시를 본 후엔 더욱 그의 작업을 이해하고 싶어졌어요.

20주년이기 때문에 특별한 점은 없나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0주년 기념 전시가 있으니, 굳이 제가 반복할 필요는 없겠죠. 그건 제 역할이 아니라 생각했어요. 대신 광주 비엔날레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던 여러 작가들과 작업을 소개하는 데 더 집중했죠.

 

현대미술에 있어 큐레이터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요?

아시다시피 전 테이트 모던이라는 기관에 속해 있어요. 그래서 부서마다 조금씩 하는 일이 다르죠. 테이트 모던에서 제 역할은 아티스트와 미술사, 그리고 대중 사이의 접점을 찾아주는 거예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어느 시점에서 어떤 작가와 작품들이 의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제 일이죠.

지난 12년간 터빈홀에서 계속돼온 ‘유니레버 시리즈’가 2년 전 막을 내렸어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티노 세갈을 비롯해 올라퍼 엘리아슨, 아이 웨이웨이 등 숱한 스타 작가들이 당신과 함께했죠. 그 뒤를 이을 프로젝트가 정해졌나요?

유니레버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11년간 후원해주기로 했어요. 2015년 9월부터 현대와 손잡고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죠. 첫 번째 작가도 이미 선정됐어요. 아마도 발표는 내년에 하게 될 것 같아요.

2015년 10월에 시작되는 <더 월드 고즈 팝(The World Goes Pop)>전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건 또 어떤 전시죠?

아, 그 전시를 준비하는 데만 5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료를 수집해야만 했거든요. 보통 팝아트라고 하면 미국이나 영국을 떠올리지만, 이번엔 라틴아메리카와 동유럽, 그리고 아시아 지역이에요. 팝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움직임이었거든요. 다만 몰랐을 뿐이죠. 60년대에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집 안에서 엔터테이닝을 즐기기 시작했고, 우리의 문화도 달라졌어요. 이런 변화에 대응한 팝아트는 각 지역마다 다른 느낌을 주죠. 매스미디어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 달랐으니까요. 흔히 보던 밝은 색채와 긍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거칠고 어두운 작품들도 많아요. 아마 팝아트를 다시 보게 될 거예요.

이번 광주 비엔날레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생각을 깨우는 자극제가 되길 바라요. 물론 제일 중요한 건 관객들이 전시를 즐기는 거겠죠. 할리우드 영화를 보듯 몰입해서 신나게 구경하고 한편으로는 감동도 받을 수 있는 전시가 되게끔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분명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