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5 S/S 뉴욕 패션 위크 2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저널리스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현재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로 이름이 교체됐다)에서 25년 간 패션 비평을
담당한 그녀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그닷컴’을 위해 독점 취재 및 기사를 쓴다.





Donna Karan 

 

도나 카렌은 예술, 장인, 그리고 에스닉한 아프리카의 우아함을 믿는다. 그러나 그녀가 2015년 봄여름 시즌을 위해 선보인 컬렉션은 어두운 장식과 그래피티 프린트 때문에 너무 무거웠다-기이하게 높은 아미시 모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는 아프리카 에스닉의 선구자였고 그것을 미국 스포츠웨어로 흡수했다. 그리고 80년대에는 독창적인 이지웨어로 여성의 몸에 집중하기도 했다.

 





여름 드레스에 강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더한, 아프리카 정신이 느껴지는 대담한 브라 톱 덕분에 그런 핵심 가치들은 여전했다. 그러나 벨트와 가죽 뱅글은 어색하고 조이는 느낌이었다. 그래피티 프린트 역시 검은 배경막에 디지털로 바뀌는 예술 작품들(검정과 빨강)만큼이나 무거워 보였다.





몇 가지 괜찮은 에스닉 의상들도 있었다. 가장자리에 술 장식이 들어간 트위드 수트가 특히 그랬고, 그것은 코트디부아르(Ivory Coast) 보다는 코코 샤넬에 가까웠다. 그러나 나는 몸 위에서 무심한 듯 움직이는 두 벌의 드레이프 드레스, 드레이프와 트임으로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평범한 소재의 다른 의상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나 카렌은 자신의 고향-뉴욕-이 더 쉬운 해결책과 편안한 의상을 제공해줄 텐데도 불구하고 굳이 아프리카에서 받은 영향을 해석하려고 너무 애쓴 것처럼 보였다. 





3.1 Phillip Lim

 

간결하고 스포티하고 모던한 의상을 만드는 필립 림은 침실로 물러났다. 무대 뒤 그의 아이디어 보드는 친근한 수면 공간에 대한 사진들로 뒤덮여 있었고 레너드 코헨의 노래 가사도 붙어 있었다. “완벽한 것은 없다네. 모든 것에는 빈 틈이 있나니.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네.”





“친밀한 침실 설정을 응용했어요. 그곳에서 가장 벌거벗겨졌다고 느끼지만 동시 가장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기도 하죠,”라고 디자이너는 자신의 3.1 필립 림 라인에 대해 설명했다. 퀼트 침대 커버 효과가 가미된 패브릭은 몸을 감싸면서도 드문드문 맨 살을 드러냈다. 이 침실 콘셉트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실 판타지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기 때문이다. 대신 의상들은 여전히 스포티했고 퀼트와 푹신한 침대 커버들은 빳빳하거나 가벼운 패브릭들과 대비를 이루었다. 림은 반짝이는 황금빛 노랑색을 침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이라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그 결과물은 낭만적이고 모던한 의상에 대한 해석은 아니었다-낭만적이라는 단어는 보통 이 디자이너와 연관이 없다-. 그러나 효과적인 실험임은 분명하다. 





Thom Browne

 

대리석 묘비 위의 꽃. 핸드백에서 자라는 꽃. 엄격한 테일러드 코트 위에 프린트된 꽃. 꽃으로서의 여성. 묘지 주변을 걷고 있는 한 무리의 자매들에 대한 톰 브라운의 불안한 이야기는 관능미, 퇴폐, 그리고 죽음과 디자이너의 독특한 관계를 보여준다. 여성의 목소리-어린이 TV에서 동화를 읽어주는 여성의 목소리와 비슷한-가 매주 금요일 밤 함께 어울리는 여섯 자매와 그들이 일주일 동안 마음에 들어 했던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하는 패션에는 어떤 불편함이 깔려 있다. 크레용 칼라를 그토록 멋지게 소화하고 테일러드 코트와 거기에 매치된 튜브 모양의 모자를 쓴 이 자매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간결한 회색 팬츠 수트를 입은 여성들과 같은 가문 출신인가? 나는 톰 브라운을 사랑하는 미셸 오바마에게 어떤 옷이 어울릴지 생각하며 각 의상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꽃이 삽입된 다양한 회색 칼라의 도그투스(dogthooth) 체크 코트? 분명 원색 칼라의 삼각형 주름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영부인이 입기엔 너무 대담하고 밝다. 등 쪽의 칼라 깃털들로 이루어진 꽃 정원이 있는 코트도 아니다. 그러나 샤넬 풍의 의상-빨강과 파랑 장식이 들어간 크림색 케이블 코튼 수트-은 예스. 톰 브라운 쇼의 의도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운동복 차림이지만 다리엔 대리석 같은 깁스를 하고 있는 여인이 얹어져 있는 묘비의 의도는 무엇일까? 의상들은 활짝 핀 꽃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는 걸까?

 

가끔 디자이너들은 스스로에게 몰두한 나머지 너무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기이함의 베일 밑에 평범한 여성들을 위한 의상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특히 꽃을 사랑하는 여성들을 위한 옷들 말이다. 





Tommy Hilfiger

 

핑크색 모란 꽃들이 바닥에 두 개의 알파벳을 만들었다. “TH”-바로 토미 힐피거의 약자다. 그러나 그 꽃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히피족, 사랑의 여름(the Summer of Love), 노란 잠수함을 탄 비틀즈, 그리고 코첼라부터 글래스톤 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페스티발에서 자유분방한 히피 시대를 재현하려는 열정. 쇼 초대장조차 디지털 이전의 LP판을 이용했다. “나의 전성기였던 60년대와 70년대의 음악 페스티벌을 기념하며!”라고 토미는 자신이 근래 선보인, 가장 생기 넘치는 쇼를 끝낸 후 백스테이지에서 말했다. 





별과 해골 패턴이 들어간 큼직한 보이프렌드 스웨터에서 훨씬 더 많은 별들이 뿌려진 부츠,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얻은 세트에 라이브 밴드와 신선한 꽃들까지 더해진 컬렉션에는 마법 같은 면이 있었다. 프레피 걸들은 사라졌다. 그들은 스트라이프 케이프 안에 숨어 있는 마리안 페이스풀로 변신하거나, 데님 톱과 쇼츠 같은 자신의 페스티벌 단골 의상을 입은 케이트 모스로 변신했다. 





반짝이와 그런지의 혼합은 스키니한 패치워크 진과 매치된 커다란 별이 프린트된 스웨터로 잘 표현됐다. 반면 보디수트는 비치가운에도 사용된, 길게 자른 반짝이는 패브릭들로 만들어졌다. 사실 힐피거 컬렉션에 진정한 깊이는 없다. 짧은 드레스, 슬림한 팬츠, 모토바이크 모자는 화려해 보였지만 마크 제이콥스나 칼 라거펠트에게서 느껴질 법한 아이러니나 긴장감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토미가 자신의 영혼에서 무언가를 가져다가 그것을 패션이라는 음악으로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Carolina Herrera

 

바람이 잘 통하는 하얀 스커트가 달리고, 큼직하고 납작한 꽃들이 프린트된 가운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재로 만들어졌다. 보통 발포 고무 보다는 실크나 새틴과 관련이 있는 캐롤리나는 “스쿠버 다이빙”이라고 말했다. 이런 테크노 소재들은 가운을 아주 가볍게 만들었고 꽃 프린트를 흡수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 꽃 프린트는 디지털로 보강해서 부푼 것처럼 보였다. 캐롤리나가 우아한 글래머라는 자신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걸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백스테이지에서 옷들을 직접 만지며 스폰지 패브릭을 눌러 보았을 때 ‘테크노’ 크레이프와 피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재를 리넨과 믹스함으로써 몇 가지 섬세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이해했다. 예를 들어 화이트 톱과 긴 풀 스커트-옆면의 리넨 패널 위에 꽃들이 프린트된-가 있다. 혹은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에서처럼 확대된 오렌지색 모란은 테일러드 드레스의 양 소매 위에 ‘줌 인’됐다. 이 큼직한 꽃들은 배에서 허벅지까지 모든 부위에 심어졌다.

 

컬렉션은 프린트과 붓꽃 파랑, 수선화 노랑, 모란 보라색 같은 칼라들로 활짝 핀 꽃송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여성스러운 헤레라 스타일에 충실한, 꽃무늬를 반영하지 않은 심플한 여름 의상들도 많았다. 캐롤리나는 자신의 상상력의 뿌리에서 그렇게 멀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패션의 절정에 있다. 그녀의 시그니처이자 무대 인사를 할 때 늘 입는 테일러드 블라우스는 지금 그리고 내년 여름을 위한 가장 쿨한 룩이다. 





The Row

 

심플함은 더 로우의 매력 중 하나이다. 메리-케이트와 애슐리 올슨 자매의 비전은 패션계의 천박함에 대항하는 품위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중한’ 룩은 언제 사이비 종교처럼, 수도승처럼 변하는가? 월요일 쇼에는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의상들이 등장했다. 고급스러운 패브릭들이 가슴을 휘감으며 여성스러운 터치를 더해주었을 때 특히 그랬다. 혹은 쇼가 열리는 시내의 로프트로 밀려들어오는 햇볕처럼 보였던, 황금 노랑색으로 직조된 드레스처럼 소재의 표면이 흥미로울 때도 그랬다. 연노랑과 러스트(녹) 같은 칼라는 은은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여성스럽고 관능적인 매력을 감추는 몇몇 의상들은 고지식했다. 아무리 패브릭의 감촉이 느껴진들 누가 수도원의 수녀처럼 옷을 입고 싶겠는가?





이것은 더 로우를 떠나 에르메스로 가게 될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Nadege Vanhee Cybulski)의 마지막 컬렉션이다. 그녀는 촉각적인 패브릭과 고급스러운 재단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함께 가져갈 것이다. 올슨 자매는 브랜드 초창기에 자신들이 절제된 럭셔리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 메시지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Oscar de la Renta

 

“가벼움, 그리고 꽃. 이번 컬렉션에 그것을 사용한 이유입니다.” 라고 오스카 드 라 렌타는 백 스테이지에서 핑크색 꽃들과 화초들을 언급하며 말했다.

 

여름 시즌을 위해 쇼에 선 ‘예쁜 옷’들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물론, 가까이서 아주 훌륭하게 완성된 옷을 보기 전까지는.

 

심플한 드레스에 사용된 진한 핑크 컬러의 깅엄 체크 패턴, 부풀어 오른 짧은 레이스 스커트, 자신 있게 걸을 수 있도록 앞 부분이 둥글게 말려 올라간 스커트 등. 플랫 샌들을 신고 걸어 나온 모델이 입은 컬렉션 앞 부분에 나온 모든 의상들은 마치 오스카가 새로운 세대를 향해 손짓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 세대를 향해 손짓하느라 그녀가 자신이 아끼는 고객들을 간과했다면, 이날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정적인 기립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았을 터. 그들을 위한 세련되고 절제된 심플한 드레스는 납작한 은색 튤립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플라워 패턴이 프린트되어 있는 공기처럼 가벼운 퍼 코트도 있었다.

 

오스카가 가진 자산은 그녀가 평생 살아오며 익힌 테크닉에 대한 이해일 것. 한 원단을 길들이거나 다른 원단에 탄력을 주는 방법과 같은 것들. 스카이 블루 컬러부터 그린까지 컬러 그라데이션을 이해하는 방식도 뛰어나다. 가장 위대한 솜씨는 여성스러움을 만들되, 유치하거나 지나친 장식으로 만들지 않는 점이다.

 

메시지는 꽃이었다. 레이어드 된 가벼운 오간자나 조금 더 두툼한 메쉬 소재 위에 수 놓였다. 하지만 장식이 없는 새 하얀 레이스 소재의 풀 스커트도 똑같이 예뻤다. 가끔 레이스는 보다 견고한 톱에서 흘러내리는 듯 다리 주변에 자욱한 구름을 연출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훈련 받은 디자이너들은 극 소수만 남았다. 미국에선 그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나 다름 없이 희귀하다. 오스카가 우아함과 존경으로 여성을 감쌀 수 있도록 고급스럽고, 차분하고 그리고 관능적인 패션을 오랫동안 지배하길 바란다. 





Narciso Rodriguez

 

 “스포츠를 이루고 있는 섹시한 요소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는 매혹적인 컬렉션이 끝난 후 백 스테이지에서 말했다.

 

이번 컬렉션은 은은한 포인트가 깃든 모던함을 기념하는 쇼. 그는 늘 보디라인을 따라 기하학적인 각도로 원단을 잘라내는 미니멀리스트였다. 그러나 이번 쇼는 그 메시지에 살짝 힘을 뺀 듯하다. 먼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스커트가 헐렁한 물결 모양으로 잡혀 짧은 드레스들로 집약되었다. 그리고 가슴 부분에도 진주 빛으로 반짝이는 유사한 물결 라인이 들어갔다.

 

음산함과 시크함을 담은 콘셉트는 편안한 코튼 스커트 위에 가슴까지 깊이 파인 검정 보디스나 몸통 위로 급강하하는 블랙 인서트가 들어간 드레스들을 탄생시켰다. 척추 뼈 위에서 십자 모양을 이루는 스포티한 하니스(스포츠 벨트)로 등을 강조함으로써 직선에서 탈피하기도 했다. 아이라인엔 커피, 핑크, 러스트가 섞인 예기치 않은 컬러들이 사용됐다. 전체적인 컬러는 은은했으며 보다 엄격한 블랙과 화이트와 대비되는 핑크, 라벤더도 등장했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구조적인 패션’에 대해 입에 발린 소리를 해왔다. 하지만 여기, 수학의 대가이자 복잡한 구조도 아주 심플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다. 마치 컴퍼스와 삼각자를 몸에 대고 형태를 연결 시킨 것처럼. 모든 것이 나르시소의 모던한 정신에 충실한 강력한 컬렉션으로 탄생한 것.

 

그리고 이것은, 여전히 보디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옷을 찾는 여자들에게 하나의 축복인 셈이다.

 





Marc by Marc Jacobs

 

지독하게 시끄러운 음악에 넋이 나간 나머지, 스타일리스트 루엘라 바틀리와 케이티 힐리어가 두 번째 컬렉션에서 선보인 의상들보다 고막이 터질 듯한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Blue Danube)’ 사운드가 더 신경 쓰였다.

 

내 눈은 피라미드 구조의 비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구 불빛에 고문을 당했기 때문에 쇼의 분노와 에너지를 제외하고선 어떤 것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키워드는 ‘에너지’였다. 이 디자인 듀오는 마크 제이콥스의 상업적이었던 브랜드를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보이 밴드처럼 보이는 모델들이 새하얀 바닥에 새까만 물방울이 튄 듯한 튜닉과 같은 중석적인 옷이나 드레이프드 팬츠 위로 브라가 살짝 보이도록 말아 올린 톱을 입고 걸어 나왔다.

 

슬로건 티셔츠엔 ‘NEW WORLD SYSTEM’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애티튜드는 아주 공격적이었지만 종종 진한 자홍빛 핑크색 셔츠와 쇼츠, 혹은 끈 없는 파티 프록처럼 뒤섞인 의상들은 꽤 사랑스러웠다. 반짝이는 러버 소재의 레깅스와 가운데 구멍이 뚫린 원형 백은 60년대 우주 시대처럼 보였다. 난 계속 ‘스탠리 큐브릭’을 생각했다. 단지 그의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때문이 아니라 청춘의 무서운 분노, 폭력, 거친 에너지가 가득했던 그의 1971년작 <시계 태엽 오렌지> 때문.

 

스카프로 눈을 가렸고, 쇼가 끝난 후 끔찍한 편두통에 시달렸지만 이번 쇼에 ‘패션 모먼트’를 포착한 무언가가 있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Diesel Black Gold

 

스스로를 ‘디젤 블랙 골드(Diesel Black Gold)’라 칭하고, 그 말을 증명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 (쇼의 배경인 정사각형 모양의 디지털 불꽃이나 프런트 로에 앉은 리타 오라와 모델 앰버 르 봉, 그리고 코코 로샤를 제외하고)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건 뭔가, 심술궂은 면이다.

 

대신 안드레아스 멜보스타드가 디자인한 쇼는 실버 컬러의 별과 거울 같은 원반들, (골드를 제외하고) 반짝이는 건 무엇이든 박힌 레더가 특징이었다. 컬렉션은 섹시한 포인트가 가미된 스포츠웨어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블랙과 실버 컬러와 대비를 이루는 코랄 레드와 아이시 블루 컬러를 더했다. 





유일한 문제점은 고상한 패션이든, 저속한 패션이든 혹은 무심한 패션이든 간에 무엇이든 가능한뉴욕 컬렉션의 순서였다.

 

완전한 디자이너 브랜드이자 전혀 다른 리그에 속한 로다테 컬렉션 직후에 디젤 컬력센이라니, 운이 나빴다고 볼 수 밖에. 





Rodarte

 

로다테는 깊은 바다 속에서 강렬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쇼를 퍼 올렸다.

 

이번 쇼의 핵심 소재는 ‘매쉬’. 그러나 이 수중세계의 불길한 바닥은 절대 가라앉지 않았다. 10년 동안(내년이면 10주년이 된다) 케이트와 로라 멀리비의 데이 웨어 비전은 한결 같았다. 도회적인 시크함의 상징인 타이트한 진과 레더 재킷에서 볼 수 있던 살짝 싸구려 느낌이 나는 캘리포니아 스트리트 스타일 말이다.

 

이번 시즌 스퀘어 재킷 위의 네 개의 포켓은 대담하고 생동감 있었다. 쉬폰 블라우스, 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러플 니트는 진과 부츠와 함께 서로 다른 강렬한 매력을 뽐냈다. 부츠에도 레이스-업 매쉬 테마가 반영됐다.

 

한편 진주 빛 효과는 옷을 환하게 밝혀주고 관객들을 물의 세계로 더 가까이 이끌었다. 두 디자이너의 이브닝 웨어는 늘 새로운 듯 낯설고 낭만적이다. 이번에도 이브닝 웨어를 솜씨 좋게 선보였고, 연약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부서진 유리처럼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안으로 떨어지는 네온 조명을 받으며 모델들이 줄지어 런웨이를 걸어 나올 때 로다테 자매가 처음 패션을 시작할 때 참고했던 호러 영화의 상징주의적인 느낌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룩들은 반복됐지만 손으로 꼬아 만든 디테일들과 컬러들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예를 들면 바다에 휩쓸린, 바위와 갑각류에 딱 달라붙어 있는 젖은 녹색 막 같은 것처럼.

 

백 스테이지에서 두 사람은 실제로 그들이 바다 밑 혹은 조수 웅덩이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며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마 패션계 전체의 문제일테지만, 그들의 문제는 로다테가 LA에서 뉴욕으로 가져온 감정 (물론, 호러 무비에서 영감을 얻은 피에 흠뻑 젖은 찢겨진 옷들과 함께) 을 돈을 벌고 싶은 회사에서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순간 세 벌의 핸드 페인트 가운에선 과거에 그들이 보여줬던 마법 같은 터치가 느껴졌다. 이 의상들은 원단과 컬러를 의도적으로 낡아 보이게 만들었지만 불타는 시퀸 장식들 덕분에 더욱 반짝거렸다. 로다테라는 브랜드가 매장과 고객을 염두 해야 하는 것 때문인지 절제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인어들의 유혹의 목소리는 아주 희미한 외침에 불과했다. 





Vera Wang

 

메시지는 베라 왕 쇼의 벽에 있었다.

 

모델들은 검은 잎으로 만든 아치를 통과해 모래처럼 보이는 자갈이 깔린 런웨이를 걸어 나왔다. 물론, 스틸레토 힐이나 맨발에 샌들을 신은 패셔니스타들은 즐겁지 않은 표정이었다. 베라의 쇼는 새까만 암흑에서 시작됐다(그 부분은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드레스는 살아있는 텍스쳐를 보여주기 위해 헝클어진 쉬폰 프릴들로 장식됐다. 드레스 앞부분의 블랙 컬러의 자수 역시 한줄기 빛을 더했다.  





이브닝 웨어로 갈수록 검은 장막은 실버컬러가 깃도는 가벼운 패브릭 속으로 사라졌다. 자갈길 위를 걸을 수 있도록 트임이 들어간 긴 쉬폰 드레스처럼 몇 가지 드레스는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베라는 칙칙한 컬러를 선택했기 때문인지 종종 바이올렛과 골드 컬러를 섞었다.

 

그것은 효과적이었다. 아마도 여름이 아니라 겨울 이야기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Tory Burch

 

피카소를 떠올리게 하는 컬러와 텍스쳐.

프랑스의 남동부의 지중해 연안 지대에 있는 ‘코트 다쥐르(Côte d'Azur)는 2015년 뉴욕의 봄, 여름시즌 패션의 랜드마크다. 그러나 토리 버치는 간결하고 컬라풀한 쇼를 통해 프랑스 남부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 파블로 피카소의 패턴 도자기들이 탄생할 무렵, 그와 프랑소와즈 질로가 머물던 발로리스 지역과 그의 예술 식민지를 선택했기 때문. 하지만 토리는 하나의 테마로 자신의 영혼을 질식시키기엔 지나치게 똑똑한 디자이너다. 때문에 그녀는 손으로 짠 예술작품을 담고자 한 아이디어를 시골의 소박한 디테일이 들어간 의상들로 해석해냈다.

 

 “홈 스펀!” 토니는 쇼가 끝난 후 슬림한 자카드 스커트, 라피아 트위드, 그리고 술이 달린 코바늘 뜨개 톱을 설명하며 말했다.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지만 전혀 70년대의 히피 스타일만이 아닌 흥미로운 텍스쳐는 빳빳하고 단정한 토리의 실루엣과 잘 어울렸다





자신의 ‘패션 소울’ 속으로 깊이 빠져든 그녀는 하얀 코튼 셔츠에 집중한 것 같았다. 정확하되 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그녀만의 방식으로, 코튼 셔츠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디자인했다. 셔츠-긴 소매 혹은 짧은 소매-와 보다 빳빳한 옷에는 셔츠처럼 새 하얀 스니커즈와 납작한 실버 샌들을 매치했다. 더 많은 실버 장식들이 종아리 중간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나 버튼 업 롱 드레스를 환하게 밝혔다. 컬러는 아주 풍성했다. 레드와 오션 블루, 혹은 스카이 블루 배경 위의 오렌지 컬러의 스퀘어 체크들처럼!

 

그 모든 것이 피카소의 도자기를 암시했다. 런웨이를 걸어 나온 옷의 코지한 옷과 밝은 나무를 떠오르게 하는 캣워크는 이번 쇼를 그 시절 ,프랑스 남부처럼 신선해 보이게 만들었다. 






Day Six


Proenza Schouler

 

오프닝을 장식한 블랙 체크 셔츠, 비스듬하게 긴 상의(보디스), 그리고 오래된 백골을 떠오르게하는 본 화이트 컬러 레더 스커트는 멸종 위기에 처한 미국의 ‘스포츠 웨어’ 종목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시도였다.

 

디자이너 라자로 에르난데즈와 잭 맥컬로는 고전을 대담하게 해석했다. 그들은 팬츠의 한쪽 다리는 블랙으로 다른 한쪽은 오렌지로 나누었고, 다른 팬츠에선 그린과 화이트로 같은 트릭을 선보였다.

 

이 듀오는 튜닉을 드레스로 만들어 바닥까지 늘어뜨렸다. 혹은 성기게 짠 그물 매쉬 스커트를 만들었다. 모델이 결의에 차서 걸어나갈 때 스커트 속 다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클래식한 파카와 블랙 울, 프린스 오브 웨일즈 체크를 정교하게 재단한 종아리 길이의 테일러드 스프링 코트들도 있었다.

 

보다 고전적인 의상들이 파리의 셀린느에 대한 인사였던 반면, 전체적인 느낌은 실험적이었다. 파이톤 실험이 특히 그랬다. 부츠에는 잘 어울렸지만, 테일러드나 캐주얼 의상과의 조합으로는 지나치게 대담했다. 놀라운 기술적 진보와 성취가 분명함을 비평하는 건 무례해 보이지만, 비늘로 뒤덮인 파이톤의 조합은 대부분 이상해 보였다. 20년대 스타일의 플래퍼 걸(flapper-girl) 실크 프린지도 마찬가지. 반짝이는 드레스의 프린지 장식이 다리를 해방시킨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그 프린지 장식이 바닥을 휩쓸고 있었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쇼는 가끔 수수께끼 같지만 늘 지적인 생각과 복잡한 수작업의 결정체다. 그러므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아름다운 의상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하나의 쇼로 이야기하자면 나의 심장박동을 빨리 뛰게 하지는 못했다. 





Anna Sui

 

아, 저항할 수 없는 60년대여!

미니스커트, 홀쭉한 팬츠, 남자들의 긴 머리, 그리고 돌리 걸들을 위한 롱 부츠.

 

“그래니 테익스 어 트립(Granny Takes a Trip)” 이라고 안나 수이는 말했다. 그것은 활기 넘치던 런던(Swinging London)의 부티크 이름. 그녀는 60년대 아르누보의 부활을 떠올리게 하는 반전 시대 패턴 재킷을 입은 세 명의 다리 긴 남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안나 수이는 자신이 친근한 영역에 본능적으로 애착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돌리 걸 풍의 패션을 아주 잘 만들기 때문에 그녀의 프런트 로 팬들은 컬러와 패턴으로 가득한 런웨이를 보는 걸 결코 싫증 내지 않는다. 여름 시즌도 예상대로였다. 베이비 돌 블라우스, 짧고 사랑스러운 스커트, 메탈릭한 레더 소재의 플랫폼 샌들과 매치된 삭스. 그리고 데님이 풍성했다. 60년대 의상들은 디지털 프린트와 반짝이는 패브릭으로 재 탄생했다. 그 행복한 히피 시절의 컬라풀한 시나리오에 맞게 롱 스커트와 하늘거리는 팬츠도 선보였다.

 

쇼는 재미있는 의상들이 폭발했던 후회 없는 향수(nostalgia)였다.  





Reed Krakoff

 

‘현대 미술의 교리로 심사한 아트 갤러리의 의상들’ 이것이 리드 크라코프의 콘셉트다.

 

그는 이번 시즌에 쇼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선택했다.

“컬러풀한 들판” 디자이너는 압도적인 블루 컬러를 설명하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서 패션에 대한 수 많은 정의를 술술 풀어 놓았다. 이를테면 ‘레이스, 펀칭 디테일(여러 개가 죽 나 있는 작은 구멍들 중의 하나), 마크라메, 비즈 자수’와 같은 것들. 그리고 기술이 집약된 패브릭과 실용적인 소재에 대한 본인의 믿음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가 정의한 모든 것이 모여 간결한 드레스가 탄생했다. 심플한 드레스 옆면에 삽입된 기하학적 요와 혹은 반짝이는 블루 드레스 위에서 각진 변화를 연출하는 새 하얀 어깨 같은 것들. 발목 둘레의 대머리 황새 깃털은 하이힐 샌들에 날개가 펄럭이는 효과도 더해줬다. 정지된 프레젠테이션의 문제는 움직임의 부족이다. 그러나 크라코프는 디지털 이미지들을 사용해 움직이는 옷들을 보여줄 정도로 영민했다.





Boss Women

 

지난 시즌, 출발이 불안정했던 휴고 보스의 여성 브랜드인 보스 우먼은 이번 시즌 궤도에 올라섰다. 맨하튼 해안선 위로 펼쳐진 전경에 도전하는 디지털 덤불을 배경으로 세계 무역 센터 꼭대기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쇼는 성공적. 지난 시즌 결과물이 다소 근엄했다면, 이번 시즌은 간결하면서도 훨씬 매력적이었다. 





기하학적인 무드의 스트라이프는 심플한 드레스 위에서 패턴을 그리며 종종 다이아몬드 형태를 그려냈다. 그래픽 라인은 납작한 글래디에이터 부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을 효과적으로 이끈 룩은 빳빳한 셔츠로 내년 여름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스커트의 그레이 컬러가 셔츠칼라에도 이어져 날카롭고 모던해 보였다. 쇼 내내 같은 아이디어는 다른 형태들로 진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레이스 같은 바삭바삭한 텍스처로 제작되거나 반짝이는 메탈릭 소재가 곁들여진 화려한 스커트와 파트너가 됐다.

 

보스 컬렉션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세미-이브닝드레스들이 있었다. 평평한 브이 넥에 쉬폰 베일을 덮는 식으로. 하지만 관심은 보다 꼼꼼하게 작업된 텍스처, 예를 들어 미세한 주름과 대조를 이루는 건축적인 커팅에 집중됐다. 과거 이러한 간결한 의상은 미국 스타일의 핵심이 아니었는가. 그래서일까, 그들만의 리그에서 독일 회사가 뉴요커들을 이겼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Jeremy Scott

 

“모든 것을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마일리 사이러스는 말했다.

 

그녀는 그 악명 높은 혀를 내밀며 제레미 스캇의 2015년 봄, 여름 컬렉션을 위해 만든 정신 없는 형형색색의 주얼리를 보여주었다. 실에 꿴 비즈부터 주사위와 깃털까지! 디자이너가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프런트 로에서 마일리를 무대 위로 끌어올렸을 때 관객들은 이 예상치 못한 피날레에 흥분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백 스테이지에서 제레미 스캇은 자신의 영감에 대해 숨 가쁘게 설명했다.

 

“이번 쇼의 주제는 음악, 청년 문화, 해변, 그리고 코첼라 페스티벌이었어요.”





LA 실버 레이크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의 검은 철문을 밀고 들어가 처음 제레미 스캇과 만난 지 언 20여 년이 흘렀다. 당시 그는 이미 엄청난 에너지과 열정을 갖고 있었고 카툰, 코믹 북, 화려한 컬러에 푹 빠져 있었다. 현재 그의 프런트 로는 음악계의 스타들이 대부분. 아직도 그의 접근 방식은 똑같다. 우아한 대리석 물결이 믹스된 야생 플라워 프린트가 당신을 미소 짓게 하고, 여름을 생각나게 하는 생기 넘치는 컬러 믹스로 남녀 모두 그의 옷을 입고 즐거워할 옷들을 만든다. 





모란 핑크, 그린, 터키, 옐로우 컬러. 이것 만으로 즐겁지 않다면? 호박을 오려낸 것 같은 코믹한 페이스 프린트 티 셔츠가 있다. 남녀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쇼츠와 여자를 위한 롱 스커트, 그리고 톱과 하의의 재미있는 조합은 광기 어린 폭동 같았다. 옐로우 쉬폰의 가장자리를 장식한 쇼킹 핑크 컬러의 대머리 황새 깃털까지! 제레미는 이태리의 모스키노를 위해서도 디자인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는 분명 이 둘을 디자인할 만한 충분한 에너지를 가졌다. 





Michael Kors

 

 “Be my, be my baby” 그룹 ‘로네츠(The Ronettes)’가 노래했다. 이 노래는 그렇지 않아도 행복함으로 가득찬 마이클 코어스 쇼에 새로운 유쾌함을 더했다. 고지식한 50년대와 활기찬 60년대를 연결하 이 노래는 이번 쇼의 정신을 대변한다. 2015년 봄, 여름 쇼에서 낙천적인 스포츠웨어 디자이너는 간결한 라인에 즐거운 낭만주의를 섞었다.

 

장식이 촘촘하지만 통풍이 잘 되는 플라워 프린트 스커트와 함께 입은 빳빳한 화이트 셔츠가 메인 룩. 쇼의 전체적인 느낌은 역동적인 스포츠 웨어에 대한 고정관념에 반기를 드는 ‘카운터 컬쳐’가 흘러 귀여움이 가득했다. 





스커트 위에 수 놓인 수선화와 달리아를 비롯해 꽃이 가미된 가죽 스트랩에 이르기까지 포커스는 ‘꽃’ 이었다. “양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을 때, 50년대 깐깐한 파리를 생각한 다음 스포츠웨어를 생각해 보세요.” 백 스테이지에서 디자이너가 말했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로부터 제시카 채스테인에 이르기까지, 프런트 로에 앉은 스타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마이클 코어스에게 친근한 블레이저, 테일러드 재킷, 그리고 버뮤다 쇼츠위로 낭만을 수놓은 방식은 아주 훌륭했다. 통통 튀는서클 스커트 역시, 이번 쇼를 결코 패러디나 가장 무도회 파티로 전락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예리한 안목의 바이어들은 이번 컬렉션을 고객들이 선호하는 에센셜 아이템과 꼭 하나 밖에 없는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나눠야 했을 것. 교차로는 ‘컬러’였다. 플로럴 스커트 위의 





이 둘 사이의 교차점은 칼라였다. 플로랄 스커트 위의 노란 버터 컵(buttercup) 꽃 컬러가 심플한 더플 코트에 물드는가 하면 데님처럼 보이는 블루 스웨이드 소재는, 레이스 소재의 플로럴 스커트와 매치된 테일러드 재킷에 사용됐다.

 

옷에 대한 묘사는 마이클 코어스의 접근 방식을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면에선 실제로 그렇지만. 블레이저와 부드러운 스커트 룩에선 랄프로렌의 그림자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코어스의 노선을 따라가는 게 쉽다면 다른 디자이너들도 모두 따라 하며 똑같이 놀라운 성공을 거두겠지! 하지만 그는 여성화된 미국 스포츠웨어의 오랜 전통을 따르는 패션 스타일의 리더로 보였다.





Calvin Klein

 

세련되고, 간결하고, 엄숙하다. 투명한 힐이 달린 두꺼운 플랫폼 슈즈를 신고 캘빈 클라인 런웨이를 걸어 나온 모델들! 다이내믹한 스포츠웨어가 주를 이루었던 이 브랜드의 초기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성큼성큼 걷는 걸음으로 섹시함과 관능미를 뽐내던 여성들은 보다 복잡한 인물들로 바뀌었다. 종아리즈음 헴라인이 멈춘 곳에 가벼운 소재의 두 번째 레이어가 달린 길고 날씬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로. 잉크 컬러 효과는 예술적이었고, 단순히 과시하기 위해 입는 옷과는 정반대였다. 

 

 





“이 옷들은 모두 뜨개질로 만들어졌어요.” 디자이너 프란시스코 코스타는 말했다. 극도로 모던한 원단에 대한 탐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이런 복잡한 효과들이 무대 위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보통 쇼가 시작되기 전에 백 스테이지로 간다. 사라 제시카 파커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프란시스코에게 소재들의 출처와 가공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이번 컬렉션에서 내가 가진 건 내 눈뿐이었다. 내 눈은 속이 비치는 가벼운 스커트와 매치된,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몸에 꼭 맞는 톱, 그리고 그 위의 은빛 반짝임이나 손으로 짠 것처럼 보이는 케첩 컬러의 부드러운 가죽 코트를 흡수했다. 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어두운 드레스들과 두벌의 짧은 A 라인 드레스들은 모두 근엄했다. 정 반대의 무드를 가진 화이트 컬러도 뒤를 따랐다. 그러나 거의 같은 기다란 형태. 머리는 뒤로 넘겨 둥그렇게 말았고 패브릭 텍스처만이 엄격한 라인을 상쇄해줬다.  프란시스코 코스타는 캘빈 클라인이라는 이름을 세련되게 만드는 일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숙한 의상들과 젊은 캘빈 클라인의 정신을 연결시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듯 하다. 





Ralph Lauren

 

랄프 로렌은 예상치 못한 밀리터리 카키 테마를 사용해 보석 같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컬러 주얼리 덕분에 밝아진 건 부드럽고 럭셔리한 패브릭(새틴이나 쉬폰)과 덤불이나 전쟁터에서 빌려온 것 같은 옐로우 그린 컬러의 모직물 정도가 전부였다.

 

“카키는 데님과 함께 늘 제 세계의 일부였어요. 장신구의 경우엔 인도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진 않았어요.” 랄프 로렌은 자신의 가족과 맨 앞줄에 앉은 줄리앤 무어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을 때 얘기했다. 인도 요소는 엉덩이 부분이 풍만한 구르카(Gurkha) 팬츠나 영화에 나오는 꿈 속 사파리의 신선한 셔츠로 표현됐다. 그것은 아주 강렬하진 않지만 선명한 컬러로 제작됐다. 반짝임을 누르기 위해 쉬폰으로 감싼, 일렬로 늘어선 샹들리에가 이번 쇼의 핵심을 보여줬다. 





샹들리에처럼, 모든 것이 화려하면서도 은은했다. 쇼의 문을 연 바이올렛 컬러의 실크 톱과 마하라자 핑크나 매운 고추 컬러인 옐로우, 그린 화사한 컬러 정도가 첨가되었을 뿐.

 

‘카키’가 주인공이었다. 몸에 딱 맞는 라자(Rajah) 재킷부터 사파리 톱에 이르기까지 모든 룩에 데님처럼 사용됐다. 카키 컬러는 넓게 퍼지는 쉬폰 소재 이브닝 스커트에서 아주 근사했다. 가장 극적인 것은 녹갈색 셔츠를 환하게 밝히기 위해 목에 시퀸 스카프를 매고, 비슷한 테일러드 블라우스 안에 여러 가지 컬러의 목걸이들을 착용한 것이다.





랄프 로렌 쇼의 신조는 ‘새로운 사과는 오래된 나무에서 자란다(피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그들의 쇼들은 예측 가능하다. 다른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척 보면 어느 브랜드인지 눈치 챌 수 있다. 뉴욕 패션 위크 마지막 날에 열린 이번 쇼는 지극히 랄프 다웠지만 신선한 요소들도 있었다. 통풍이 잘되는 패브릭들과 액세서리의 선택이 그랬다. 슈즈, 백, 그리고 특히 액세서리들은 디자이너의 새로운 관심을 암시한다.

 

그의 인도 모험은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