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주인공으로 떠오른 만화 캐릭터

미키 마우스, 스폰지밥, 스누피, 심슨!
전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이자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들이다.
이 캐릭터들이 지금 패션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면?



‘슈퍼마리오 대란’. 지난 5월 30일 전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벌어진 사태를 두고 온라인 매체들은 이렇게 이름 붙였다. 어린이용 세트 메뉴인 해피밀을 구입하면, 일명 해피밀 토이로 추억의 게임인 슈퍼마리오 시리즈 피규어를 함께 선물하는 행사였다. 덕분에 그날 아침 일찍부터 전국 맥도날드 매장은 닌텐도 게임을 즐기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수십 개의 세트를 싹쓸이하는 사람들, 친구와 가족을 위해 구매 대행에 나선 사람들까지. 일찌감치 품절을 기록하는 바람에 인터넷 중고 판매 카페에서는 ‘슈퍼마리오 되팔기 금지’ 규칙까지 생겨날 정도. 이 열렬한 반응은 6월 16일 2차 판매일까지 이어졌다. 어린 시절 슈퍼컴보이를 손에서 놓을 줄 몰랐던 게임광부터 피규어 수집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슈퍼마리오로 ‘대동단결’한 사람들의 힘은 언론에서 회자될 만큼 놀라웠다.

유아적이지만 꽤 패셔너블한 아이러니를 담은 만화와 게임 캐릭터 디자인의 패션 역시 어느 때보다 큰 인기다. 캐릭터 아이템에 대한 열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지난 3월 디즈니와 콜라보레이션한 스트리트 브랜드 스테레오 바이널즈’의 팝업숍이 열린 멀티숍 비이커. 미키 마우스가 그려진 아이폰 케이스, 스냅백, 파우치 등의 아이템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론칭 당일 나이 지긋한 중년 VIP들이 미키 마우스 스웨트 셔츠를 다섯 장씩 사가는 모습은 미키 마우스에 대한 세대 초월의 호감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나이 어린 팬들은 스냅백과 파우치들을 재빠르게 낚아챘음은 물론. 론칭 당일 티셔츠만 100장 이상 판매됐고, 클러치는 300개 이상 판매됐다. 모든 아이템들이 추가 주문에 들어갔고 그 수량마저 품절되고 말았다. “특히 비이커 익스클루시브 디자인이었던 카무플라주 패턴의 미키 마우스 시리즈가 인기가 많았습니다. 스웨트셔츠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비이커 쪽 역시 만족스러웠다는 답변을 전했다.

 





“까다로운 업체 등록과 라이선스 가격 등 계약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런던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 허와 함께 스테레오 바이널즈를 이끄는 김기환 대표가 디즈니 콜라보레이션 과정에 대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영문으로 150페이지가 넘는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야 했고, 디자인 교육, 근로법을 준수한 생산 과정 등 지킬 게 많았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결과는 달콤했다. “원래 한 번 셀렉한 물건은 리오더하지 않는 게 비이커의 원칙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금기를 깬 것이 스테레오 바이널즈입니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이 혈기 왕성한 브랜드는 파리와 런던, 뉴욕, 서울을 종횡무진으로 누빌 프로젝트를 한가득 준비 중이다. 

 

사실 미키 마우스를 이용한 디자인은 스테레오 바이널즈가 처음은 아니다. 레이 카와쿠보, 마크 제이콥스, 오프닝 세레모니 등이 이미 미키 마우스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인 적 있다. 특히 미키 마우스가 그려진 꼼데가르쏭의 셔츠는 희귀 아이템으로 떠올라 더욱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마크 제이콥스의 미키 마우스 크롭트 톱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입으면서 화제가 되었다. 미키 마우스뿐만이 아니다. 디즈니 전체로 확장하면 리스트는 더 늘어난다. 지난가을 컬렉션을 위해 밤비 디자인을 사용한 지방시 리카르도 티시, 디즈니 캐릭터를 총출동시켜 영상 캠페인을 선보인 미국 바니스 백화점, 도널드 덕이나 곰돌이 푸우 등으로 스니커즈를 제작한 반스(올가을에는 스누피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 등등. 또 지난달 런던의 젊은 디자이너, 바비 에이블리는 인어공주 속 캐릭터를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여기에 이미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겨울왕국>을 차용한 패션 아이템은 언제든지 탄생할 수 있다.





서울의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크리스찬 루부탱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하는 디즈니는 패션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들을 반길 뿐만 아니라,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올봄 디즈니는 벨기에의 젊은 디자이너들(한국의 김민주도 포함됐다)에게 미니 마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의뢰하고 ‘메종 미니 마우스’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언뜻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은 디즈니랜드의 기념품 가게가 아닌 파리의 꼴레뜨에 걸려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패션계가 눈독 들이는 건 디즈니뿐만이 아니다. 밀라노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알렉산드로 팔롬보는 심슨 캐릭터를 이용해 패션계를 풍자함으로써 더 유명해졌다. 코코 샤넬과 마크 제이콥스 등을 심슨 스타일로 변신시키는가 하면, 패션 역사 속 전설적인 이미지(어빙 펜이 촬영한 코끼리 화보 등)를 심슨 만화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 덕분에 심슨에 대한 패션 지수는 급상승. 메이크업 브랜드 M.A.C은 재빨리 심슨과 손잡고 심슨 스페셜 메이크업 세트를 8월 중 판매할 예정이다. 

 





패션계가 좋아하는 또 다른 캐릭터는 미국 만화 시리즈인 스폰지밥이다. 온갖 만화 캐릭터를 온몸에 문신으로 새긴 마크 제이콥스는 2008년 루이 비통 컬렉션 피날레 무대에 스펀지밥 핸드백을 들고 나왔다. 또 요즘 가장 패셔너블한 사나이 퍼렐 윌리엄스는 자신의 41번째 생일 파티를 스폰지밥과 함께했다. 아티스트 마이크 프레데리코 역시 스폰지밥 캐릭터로 코코 샤넬, 테리 리처드슨 등을 표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바닷속 파인애플 집에 사는 이 4차원의 캐릭터에 대한 패션의 인기는 여전하다.

가을 컬렉션에서도 인기 절정의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스누피 만화 속 우드스탁 캐릭터를 스웨터에 활용한 페이(지난 시즌엔 스누피를 잔뜩 활용했다), 일본의 망가 캐릭터를 패딩 코트에 프린트한 요지 야마모토, 팝아트 그림을 스커트에 그린 홀리 풀턴, 만화적인 프린트를 적절히 사용한 MBMJ 등등. 라인과 카카오톡 캐릭터 상품들을 팝업 스토어에서 사는 사람들은 올랭피아 르탱의 트럼프 카드 캐릭터 제품에도 홀딱 반할 듯. 또 돌체앤가바나는 만화 캐릭터를 닮은 부엉이 자수 드레스를 선보였고, 밀라노의 떠오르는 브랜드 오주르 르주르의 미르코 폰타나와 디에고 마르케스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바탕으로 만화 같은 프린트를 완성했다. ‘FEAR’라는 이름의 컬렉션을 발표한 앤트워프 왕립 미술학교 유학생 서혜인의 만화적인 프린트 의상들은 리한나에게 간택받으며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모스키노에서 첫 쇼를 선보인 패션계 악동 제레미 스콧. 그는 스폰지밥을 커다랗게 그린 스웨터와 가방을 잔뜩 선보였다. “팝 문화로 작업하고 싶었어요. 저의 DNA인 동시에 브랜드의 DNA이기도 하니까요.” 유아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그 옷들을 입고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프랑코 모스키노는 쓰레기봉투로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스폰지밥 같은 세계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스웨터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좋죠.” 장난기 가득한 옷에 대한 평가야 어찌 됐든, 디자이너는 그 스웨터를 입고 촬영한 수많은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보며 스폰지밥처럼 활짝 웃을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