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트랙 팬츠의 매력

2016.03.17

by VOGUE

    트랙 팬츠의 매력

    로고와 땀으로 뒤범벅된 스포츠 브랜드의 트레이닝 팬츠가 종잡을 수 없는 패션 트렌드의 핵으로 떠올랐다.
    학교 운동장과 스포츠 센터를 벗어나 우아하고 세련된 도시 룩으로 변신한 트랙 팬츠의 매력!

    꽃 패턴의 실크 트랙 팬츠는 DKNY, 브라 톱은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가죽 롱 베스트는 올 세인츠, 실버 액세서리는 캘빈 클라인 주얼리(Calvin Klein Jewelry), 플랫폼 슈즈는 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

    몇 해 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장인들이 만든 트레이닝 룩을 입은 현빈 때문에 아주 잠깐 운동복이 핫이슈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드라마 속 얘기. 땀 냄새 나는 스포츠 브랜드의 트랙수트를 하이패션과 매치하려면 과감한 모험과 도전이 필요했다. 지금은 어떤가! 놈코어가 패션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아디다스 티셔츠와 나이키 로고 양말, 테바 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핫한 아이템들로 패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당대 최고 브랜드들로 도배되는 미국 <보그> 화보에서 칼리 클로스가 입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트레이닝 팬츠를 보자. 이 세련된 룩 앞에서 동료들은 너나없이 한마디씩 던졌다. “당장 사야겠어. 이렇게 시크해 보일 수가!” 헐렁하게 늘어지는 새빨간 트레이닝 팬츠에 빅토리아 베컴의 롱 베스트와 생로랑 스니커즈, 미니 체인백의 믹스매치라니! 하지만 그녀처럼 8등신 모델이 아니어도 오리지널 트랙 팬츠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졸업 후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삼선 트랙 팬츠를 사기 위해 아디다스 매장으로 달려갔다. 과연 나도 칼리처럼 멋지게 소화해낼 수 있을까? 우선 가장 클래식하고 무난한, 흰색 삼선이 들어간 검정 트랙 팬츠부터 도전했지만, 칼리가 입은 것처럼 헐렁하고 긴 실루엣은 온데간데없고 허벅지를 타이트하게 감싸며 종아리에서 어정쩡하게 내려오는 이상한 형태로 변했다. 심지어 나는 납작한 은색 버켄스탁을 신고 있었다. 거울 속의 나는 영락없이 집에서 뒹굴거리다 편의점에 컵라면 사러 나온 백수 같은 모습이었다. “사이즈가 딱 맞아요. 스판 소재가 섞여 있어 운동할 때 아주 편해요”라고 점원은 얘기했지만, 내 머릿속엔 화보 속 헐렁하고 루즈한 핏만 떠올랐다. 이번엔 남자 스몰 사이즈로 재도전했다. 허리가 크긴 했지만 살짝 여유 있는 핏에 발꿈치를 덮는 길이가 마음에 들었다. 이 오리지널 트랙 팬츠를 멋지게 입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스타일링이 필요한 듯했다. 제아무리 놈코어 룩이 유행이라도, 삼선 슬리퍼나 한 벌로 판매되는 트레이닝 점퍼, 목 늘어진 헐렁한 티셔츠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캐주얼한 트랙 팬츠에는 편안한 니트 스웨터와 반짝이고 고급스러운 브로치를 매치할 것! 소호의 핫한 레스토랑에서의 근사한 디너에도 끄떡없다.” 미국 <보그> 카밀라 니커슨의 스타일링 팁을 참고하면, 이 검정 트랙 팬츠엔 정확하게 몸에서 떨어지는 테일러드 재킷이나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스웨터, 매니시한 베스트가 해답이었다.

    그레이 니트 톱과 레드 컬러의 브이넥 스웨터, 오픈토 샌들은 모두 프라다(Prada), 다양한 와펜 장식이 패치워크된 트레이닝 팬츠는 프리마돈나(Fleamadonna), 금속 버클 팔찌는 올세인츠(All Saints).

    오리지널 트랙 팬츠가 그래도 부담스럽다면, 마르지엘라와 아르마니, 쟈뎅 드 슈에뜨, 랙앤본, 필립 림 등에서 선보인 트랙 팬츠를 선택하면 된다. 거기엔 남성 라인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이 여자들의 굴곡진 보디 실루엣에 적합한 정상적인 핏과 사이즈의 트랙 팬츠들이 있다. 게다가 실크, 보드라운 캐시미어 니트, 실용적인 스웨트 소재가 더해져 보다 세련되고 우아한 스포티즘을 연출할 수 있다. 티끌 하나 없을 것 같은 MM6 매장에 걸린 트랙 팬츠는 정확히 발목까지 오는 길이에 은은한 아이보리색 컬러, 무엇보다 울과 캐시미어가 적당히 섞인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촉감이 특징. 거기에 낡은 스니커즈나 헐렁한 스웨트 셔츠를 매치하면 쿨하고 스포티한 룩으로 변신할 수 있다. 필립 림 또한 니트 소재로 된 차분한 크림색 트랙 팬츠를 선보였다. 깔끔한 흰색 셔츠 드레스나 오버사이즈의 톤온톤 니트 스웨터, 시스루 드레스 등과 매치하면 이브닝 파티에도 어울리는 근사한 룩이 완성될 것이다. 좀더 운동복에 가까운 랙앤본의 트랙 팬츠엔 거칠게 워싱된 가죽 바이커나 데님 재킷으로 와일드한 변신을 시도해도 좋다. 힙한 클럽 파티나 캐주얼한 모임이라면 실크 소재 트랙 팬츠에 크롭트 톱을 입고 골드 액세서리를 매치해도 좋겠다.

    먼지 폴폴 날리는 학교 운동장, 땀 냄새로 가득한 피트니스 센터, 집 앞 편의점에서 벗어난 트랙 팬츠는 빅 브랜드와 대중적인 스포츠 로고를 자유롭게 매치시키는 놈코어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복병이다. 상의를 바꾸고 구두와 액세서리를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트랙 팬츠! 평범한 스포츠웨어가 상상 그 이상의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하는 건 순전히 당신 손에 달렸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SHIN SUN HYE
    모델
    이혜승
    스탭
    헤어 / 이에녹, 메이크업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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