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5 S/S 런던 패션 위크 2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저널리스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현재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로 이름이 교체됐다)에서 25년 간 패션 비평을
담당한 그녀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그닷컴’을 위해 독점 취재 및 기사를 쓴다.





Tom Ford

 

가슴을 수놓은 주얼 장식, 속살이 비치는 검은색 보디스와 보디라인을 미끄러지는 실버 컬러의 톱? 그리고 섹스, 클로그 슈즈, 락앤롤?

 

 “즐거움이죠.” (코감기 덕분에) 콧소리가 섞여 평소보다 더욱 관능적인 목소리로 톰포드가 말했다. 그렇다. 이번 쇼는 톰의 90년대 ‘수퍼 섹슈얼리티’ 시대로 돌아간 것. 7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플랫폼 슈즈는 너무 두툼해서 마치 플레어 팬츠가 주춧돌 위에 올라선 것 같아 보였고, 모델의 헝클어진 록시크 헤어는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더했다. 





톰포드가 누구인가. 그 누구와도 다른 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 런던 일정에서도 관중을 흥분시키는 미스터리한 남자였다. (마치 어두운 골목의) 전당포 점원이 입은 옷을 떠오르게 하는 룩이었는데,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정교한 가공을 거쳐 섹슈얼한 꾸뛰르가 완성됐다.

 

전체적인 핏은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맨살이 비치는 블랙 스타킹 같은 핏이 대부분이었다.

 

우아한 분위기는 새까만 바탕(런웨이)에 메탈릭 그린, 핑크, 실버 꽃이 만개한 것 같은 컬러의 벨 보텀 트라우저로 극에 달했다. 가슴까지 자리잡은 실버톤의 두 메탈릭 컬러는 어떤 것이 더 섹시한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전략적인 배치였다. 가죽 포켓이 달린 스웨이드 재킷, 잘려진 옆 부분을 블랙 컬러의 베일로 감싼 화이트 드레스가 그 예다. 





쇼는 유혹의 롤러코스터였다. 우아한 골드와 실버 드레스가 등장할 때 즈음 에나멜 스트랩 톱이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톰포드의 전성기 때 구찌를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글로벌한 ‘수퍼 리치’ 고객들을 잘 알고 있지 않나. 젊고 섹시한 아내를 둔 나이든 부유한 락커들까지.

 

톰 포드가 말한 대로 쇼는 ‘재미’ 그 자체였고, 그의 메시지는 세계를 진동시킬 것. 흠…‘섹스토이’처럼? 





Peter Pilotto

 

런던 패션 디자이너들은 디지털 프린트를 발견하고 이용한 선구자들이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패스트 패션’ 체인 숍 윈도우엔 천박한 컬러와 요란한 싸구려 패턴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디자이너 피터 필로터와 크리스토퍼 드 보스는 그들만의 단어로 “프린트를 넘어서는 수공예 기술”을 선보였다.

 

수공예 그 자체였다. 핑크와 블루로 가득한 블라인드, 그리고 무지갯빛 오간자 위로 드러난 판유리 컬러와 더불어 런웨이의 강렬한 팔레트가 이어졌다. 





다각형의 컬러 블록들이 관능적이고 거대한 페이즐리 프린트와 섞이면서 몸에 꼭 맞거나 헐렁한 슬림 드레스는 비교적 심플하게 보였다. 허리에 벨트를 매고 컬러풀한 플랫 샌달과 함께 등장한 몇 피스의 드레스들은 고대 그리스의 튜닉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다른 드레스들이나 재단된 코트들은 단추들을 달아 기하학적 패턴들을 표현해냈다.

 

이번 쇼는 선택한 길에서 더 이상 헤매지 않고 그들의 이미지를 신선하게 한, 생각 깊은 두 디자이너의 훌륭한 도약이었다.





Thomas Tait

 

토마스 타이트의 쇼에 드러난 컬러 블록들은 디자이너만의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 출신의 타이트는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LVMH)’ 상을 수상한 젊은 인재다. 그는 프랑스 예술가인 ‘조르쥬 루쓰(Georges Rousse)’를 초청해 그의 색채 비전을 ‘비닐 공장(The Vinyl Factory)’라 부르는 탈 산업화된 건물에 끌어다 놓았다. 





콜라보레이션은 강렬했고, 창의적인 두 사람의 작업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완벽한 균형을 보여줬다. 이것은 예술의 프리즘을 관통한 패션이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신중하게 조합한 기하학 무늬의 옷들이 카나리아의 진한 옐로우 컬러로 페인트칠 한 기둥 옆을 지나쳤다. 이 모션조차 배경과 옷들이 합쳐져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였다. 새가 부리를 벌린 모양의 굽을 가진 부티들 조차 예술적으로 보였으니.

 

하지만 조르쥬 루쓰의 작업이 견고하고 위엄이 있는 반면 레드나 옐로우 컬러를 띤 타이트의 얇은 드레스들은 성기고 약해 보였다. LVMH 상의 일부는 일년 내내 지속되는 멘토 쉽이다. 아이디어가 넘친 이번 시즌이 지나면 토마스 타이트는 아마도 그의 그래픽 아이디어에 좀 더 힘을 빼고 더 많은 평범함을 부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Burberry

 

버버리 컬렉션에 곤충들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했다. 첫째, 런웨이를 가로질러 ‘INSECT(곤충)’이라 적혀있는 컬러풀한 카펫과 크고 검푸른 생명체가 황급히 지나는 것을 그린 프린트(그래피티)가 가득했다.

 

그곳은 곤충들의 컬러로 가득 메워졌다.

 

예를 들면, 가벼운 드레스엔 무당벌레의 선명한 레드 컬러를, 비늘로 덮인 (반짝이는 것들로 장식된) 파이에트 팬츠엔 말벌의 옐로 컬러가, 메탈 액세서리엔 이집트 풍뎅이를 떠오르게 하는 반짝이는 그린 컬러로 가득했다. 





쇼를 연 옷들은 가벼운 그물 스커트였는데, 아주 촘촘히 짜인 모기망과 같은 종류의 소재였다. 모델들은 지금 유행인 트렌디한 스니커즈를 신고서 슬림한 데님 재킷을 입었다. 역시, 그것 또한 곤충들의 독특한 컬러를 머금었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으레 선택하는 소울풀한 음악을 노래하는 ‘제임스 베이(James Bay)’의 목소리는 쇼를 시적이고 흥미롭게 연출했다. 하지만 브랜드 ‘버버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어디에 있지?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유명한 ‘하우스 체크’인데, 이번 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일단 쇼의 핵심으로 돌아가서, 버버리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레인 코트 얘길 해보자. 허리 쪽이 날개처럼 고운 튤로 묶여 있었고, 한쪽 어깨에는 곤충 이야기가 계속 되는지 벌이 그려져 있었다.

 

그 에너지는 화려한 컬러들이 바래고 음영이 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더 대담한 옷들도 눈에 띄었는데 런웨이의 바닥을 장식한 ‘INSECT’가 써있기도 했다. 





버버리는 이번 무대에서 관중 만을 위한 쇼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비록 프론트 로의 A급 스타들 중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케이트 모스와 카라 델레바인, 나오미 해리스와 마리오 테스티노가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이 ‘새와 벌(The Birds and The Bees)’ 쇼가 유투브와 함께 라이브 스크린으로 보여진 것이 얼마나 멋졌는지 계속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컬러! 화려함! 아름다운 곤충들의 향연! 오감을 자극시킨 실감나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무섭기만했던) 곤충들을 귀엽게 보이도록 만든 크리스토퍼 베일리에게 찬사를 보낸다. 





Christopher Kane

 

“그곳으로 가지 맙시다.”

 

감성적인 크리스토퍼 케인이 백 스테이지에서 말했다.

 

자신의 쇼를 바친, 멘토이자 친구인 루이스 윌슨 교수에 대해 말하던 중이었다. 그는 올해 초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크리스토퍼 케인이 공부를 시작할 당시의 사진들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설명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은 루이스가 그녀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양육하던 공간이었다. 사진 속에서, 여동생 타미는 그가 부엌에 두었던 꼬인 밧줄로 드레스를 만들었다. 그의 멘토가 모든 학생들에게 말했던 한 가지는 ‘앞으로 나아가고, 밀어 붙이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패션계를 통틀어 매우 존경받고 사랑 받는 루이스의 숭고한 기념 행사였던 이 쇼는 애가(사랑의 노래)적인 어떤 것이 담겨 있었을 것. 





대신에 크리스토퍼는 어린애 같은 것들을 끄집어냈다. 그의 추억이자 역사의 일부인 시절의 색깔 있는 로프를 선택한 것. 몸 형태를 빙 둘러 끈을 박음질한 이 장식은 깔끔한 테일러드 룩과 미니 드레스에 등장했다.

 

하지만 나는 한때 케인의 작업에 난입했던 성 또는 도착증의 불안한 암류를 부질없이 찾았다. 결박용 밧줄? 아니다, 그러기에는 옷들이 매우 숙녀다웠다. 그럼 튤로 된 넘칠 정도로 많은 양의 옷들이 혹시 일종의 페티시스트적 메시지였을까? 글쎄, 알 수 없다.

 

색채의 기쁨 혹은 ‘꺼져 가는’ 음영의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케인은 그의 쇼 노트에서 와인색 교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말? 과거인 스코틀랜드에서 끌어올 수 있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없었을까?
 





물론, 크리스토퍼 케인은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만한 컬렉션은 없었다. 마지막에는 반짝이는 가느다란 로프를 예술적으로 가미한, 아른아른하게 빛나는 천으로 만든 드레스들이 등장했다. 한편, 레드와 화이트 로프를 더한 정교한 블랙 레이스 드레스는 셀마 헤이엑(Salma Hayek)의 인정을 받을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케링 그룹(Kering group)을 통해 케인을 후원하는 남편 ‘프랑수아 헨리 피노(François Henri Pinault)’와 함께 프론트 로에 앉아있었다.

 

크리스토퍼에게는 우울함을 느낄만한 충분한 이유임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이번 컬렉션을 훌륭한 디자이너의 역사 중 한 대목이자 루이스 윌슨의 정중한 경야(經夜)로 생각하자.

 

하지만 루이스는 거기에서 일어나 케인과 그녀가 아끼던 디자이너들에게 분명히 말했을 것. 그녀의 거친 말투로, “이걸 극복해! 서둘러! 굿 f*** 바이!”





Erdem

 

“저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식물학을 배우고 세계를 여행하는 그들은 조금 불안정 했지요.”  어덤이 말했다.

 

잎이 무성한 그의 쇼에서 정교하게 장식된 레이스 드레스와 정글의 나뭇잎 패턴들이 (디자이너가 말한 표현을 차용하자면) ‘마음을 터놓도록(open up)’ 이끌었다.

 

가벼움과 자유, 그리고 모험 정신은 강력하고 심지어 마법 같은 컬렉션을 만들었다. 어덤이 사업을 키웠던 숙녀다운 정신은 정글에 의해 씻겨내려 갔다. 모든 것이 신선함을 향해 있었다. 더 단정한 굽이 있는 슈즈들이 나타날 때까지 플랫 샌들은 거미줄처럼 다리를 따라 올라 감싸도록 진화되었다. 무성한 덤불은 런웨이의 나무 판에 난입했는데 마치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생각이 런웨이에 난입한 것과 같아 보였다.





쇼는 대부분 장식이 풍부한 드레스로 가득했다. 그 장식은 프린트 혹은 옷 표면에 입체적인 작품이 달린 것 이었다. 허리라인을 넘어 나오는 식물이 가득 수놓은 스커트와 같은 것처럼. 놀라운 인상을 남긴 건, 무성한 잔디처럼 보이는 암녹색의 털 코트와 더 시적으로는, 녹색 정원을 향한 빅토리안식 온실 창문 프린트가 있는 드레스였다.

 

이 모든 룩이 과한 정글이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덤은 초목에 우아한 블랙 레이스 드레스를 섞었다. 그 드레스엔 적은 수의 잎들이 잘려 칼라의 모서리가 되었다. 자수를 놓은 브로드리 앙글레이즈 드레스엔 푸른 잎이 가득했고, 이는 마치 빅토리아 시대 모험가가 집에 돌아와 테라스에 앉아 정글의 마법을 상상하는 것 같아 보였다.  





Roksanda

 

입을 수 있는 예술이 있을까?

 

이번 세기 내내 그래픽 패턴, 기하학적인 라인 그리고 컬러 블록 등이 현대 패션의 한 부분이 되어왔다. 록산다(디자이너가 이제 이렇게 불려지기를 바란다) 는 무엇을 더했을까? 





그녀는 둥근 후프, 아치형 곡선, 예술적인 섬광과 함께 한 옷으로 런웨이를 장식했다. 단정하게 재단된 옷의 컬러는 코랄, 로열 블루 그리고 새빨간 스칼렛 컬러였다. (이것 또한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서 열린 마티셰 전시의 영향이었을까?) 펄럭이는 덮개가 달린 드레스들은 고상한 실험처럼 보였다. 다른 옷들은 우아했다. 하늘색 넥타이 무늬가 있는 핑크색 튜닉과 레드 트라우저 팬츠처럼 말이다. 강렬한 컬러 아이템들은 뉴트럴 톤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매력적으로 보였다.

 

록산다의 런던 매장과 그녀의 고객들은 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선명한 색을 띤 룩들 대신, 더 적은 컬러 스펙트럼을 원할 것이다. 





Simone Rocha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에서부터 오는 선명한 빛이 교회의 한쪽 벽을 비추고, 맞은편에서는 오르간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젊은 여성들이 악당처럼 걸어 나왔다. 머리는 축축하게 젖은 채로 물에 빠진 오필리어처럼 헝클어져있었다. 솜털들을 제외하면, 블랙 드레스들과 슈즈들은 평범했다.

 

시몬 로샤 쇼의 감미로운 엄숙함은 런던의 2015년 봄, 여름 쇼에서 보여진 여성스러움의 가장 로맨틱한 버전이었다. 마치 일요일 예배에 가는 것처럼 시폰 소재의 헤드스카프를 쓴 것부터, 동양적인 새빨간 야생화 프린트에 이르기까지 여성스러운 모든 감정들이 곳곳에 물들어 있었다. 





“저는 발레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디자이너가 백 스테이지에서 말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시적인 스텝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다. : 그녀가 태어난 어린시절 아일랜드에서 함께 지낸 할머니의 코바늘 뜨개질이 컬렉션에 투영되었고, 홍콩에 있는 그녀의 아시안 대가족, 그리고 이번 시즌 그녀의 아버지가 은퇴하면서 로샤 패밀리의 단독 대표자로 시작하게 된 것과 같은 변화가 담겨있기 때문.

 

그녀가 태어난 아일랜드에서의 삶, 할머니의 코바늘 뜨개질은 컬렉션에 그대로 투영됐고, 홍콩에 있는 그녀의 아시안 대가족들의 삶은 이번시즌 아버지가 은퇴하면서 로샤 패밀리의 단독 대표로 시작하게 된 것들이 많은 영향을 주게 됐을 것.

 





하지만 진심을 담음에도 불구하고, 옷이 그 느낌을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감정은 패션에 드러나지 않는다. 시몬 로샤는 더 이상 퍼 슈즈가 어색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비록 그녀는 자신의 시그니쳐인 진주 장식 슬리퍼를 신었을지라도.)

 

둥그런 퍼 헴라인이 돋보이는 심플한 누드 쉬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연약함. 레드컬러의 플라워 프린트와 폴카 도트 프린트의 에너지. 신부를 떠오르게 하는 화이트 레이스…… 이 모든 감정들이 모여 완벽한 현대적 룩으로 완성됐다. 단정한 드레스, 트라우저 팬츠와 플랫 슈즈를 함께 입었던 테일러드 코트와 같은 옷이 그 예다. 원단 작업은 디자이너의 장점이자 강점 중 하나로 단순한 옷을 특별하게 보이는 힘이 있다.

 

고인이 된 루이스 윌슨 교수(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시몬의 멘토였다.)에게 이 쇼를 바친 시몬은 달콤하면서도 뚜렷한 목소리를 가진 재능있는 디자이너다. 런던 패션은 한 때 뉴 로맨틱 시기를 가졌었지 않나. 시몬 로샤는 포스트 페미니스트이자 21세기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