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주의 전성시대

이국주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무거운 존재감과 파이팅 넘치는 쇼맨십으로 모두를 팬으로 만들어버린 저체중 시대의 핫 아이콘!
뚱뚱해서 더욱 섹시한 슈퍼사이즈 스타 이국주의 전성시대.

디지털 프린트가 돋보이는 모피 장식 원피스는 에스이꼴와이지(S=YZ), 진주와 체인 장식 꽃 모양 목걸이, 뱅글은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디지털 프린트가 돋보이는 모피 장식 원피스는 에스이꼴와이지(S=YZ), 진주와 체인 장식 꽃 모양 목걸이, 뱅글은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이달 <보그>는 꽤 무겁겠어요.” 이국주는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웃겼다. 그녀의 농담처럼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슈퍼사이즈 스타는 아마도 <보그>의 지면을 장식한 가장 무거운 여자 모델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껏 이런 여자 스타는 없었다. 한때 비호감으로까지 불리던 9년 차 개그우먼은 모두가 1일 1식을 말할 때 식탐송을 부르며 저체중 시대의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정작 그녀의 몸무게는 전보다 20kg이 늘었지만, 요즘은 모두가 이국주를 찾는다. 잘나가는 예능 프로그램마다 그녀를 초대하고, 유튜브에서는 이국주 관련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일주일에 두 편의 CF를 찍은 적도 있다. 이국주가 호스트로 출연하는 <SNL 코리아>는 역대 최고 시청률이었다. 쫙 달라붙는 새빨간 치마 차림으로 문을 박차고 나온 그녀가 “이국주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리 질러~!”라고 외쳤을 때, 함성을 내지른 건 방청객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외모에 대한 편견과 금기를 깬 ‘형아’ 이국주의 ‘빨개요’는 현아보다 도발적이고 섹시했다. 개성 있는 외모의 개그우먼들 사이에서도 이국주가 특별한 이유다.

이국주는 “살아, 살아, 내 살들아”를 부르짖던 이영자와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 리틀 강호동으로 불리던 김신영의 계보를 잇는다. 하지만 과거의 선배들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여성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 뚱뚱한 여자가 방송에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이란 인간미뿐이었다. 90년대 인기 예능 코너 ‘금촌댁네 사람들’에서 스물여덟 살 이영자는 억척스러운 농촌 아낙으로 분해야 했다. 김신영은 ‘행님아’의 꼬마 연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얼마 전 새색시가 된 김현숙의 ‘출산드라’는 원래 다산의 여신이었다. 모두 무성의 존재들이다. 반면 이국주는 김보성의 으리으리’한 터프함과 걸 그룹의 섹시 댄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물론 여기엔 식욕도 포함된다. 애써 몸매를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신체 사이즈는 직접 피팅 모델로 활동 중인 이국주의 쇼핑몰에도 버젓이 공개돼 있다. 키 169cm, 허리둘레 36인치, 신발은 260, 상의는 2XL를 입는다. 이국주는 파이팅 넘치는 쇼맨십으로 목이 쉴 때까지 웃기고, 육중하나 날렵한 몸짓으로 땀 흘리며 춤을 춘다. 그 시원시원한 말과 행동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사람들은 어느새 이국주가 정말로 섹시하다고 믿기 시작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이국주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카메라 앞에서 넘치는 끼를 발산하던 그녀는 흐르는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도 췄다. 이국주의 오랜 팬이었던 디자이너 송유진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드레스를 특별히 제작해줬다. 스타일리스트 역시 오늘을 위해 며칠간 동대문 원단 시장을 누비고 재봉틀을 돌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분장실은 여학교 쉬는 시간처럼 떠들썩했다. 방송에서처럼 그녀는 유쾌하고 재미있다. 여자 스태프들은 반에서 제일 인기 있는 친구의 책상 앞에 몰려든 여고생들처럼 이국주 주위를 맴돌며 패션과 미용, 요리 등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이럴 때의 이국주는 천생 여자다. 그녀는 변해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하얗고 뽀얗다. 고운 피부 비결을 묻자 이국주는 도도한 여배우처럼 새침한 표정으로 답했다. “화장을 안 지우고 자죠.” “으하하.” 뒤따르는 화통한 웃음은 덤이다. 신림동식 백순대 조리법은 또 어찌나 맛깔스럽게 설명하던지,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호로록 군침을 삼키다 못해 밥집 전화번호부를 뒤져야만 했다. 때는 추석 다음 날, 아침 8시였다.

추석 땐 뭘 했어요?

<코미디빅리그> 리허설이 있었어요. 명절 땐 일하는 게 마음 편하죠. 방송하는 사람이 TV에 안 나오고 집에 있으면 눈치 보이거든요. 그래도 엊그제는 잠시 집에 다녀왔는데, 맨 얼굴로 갔다가 엄마한테 혼났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화장 좀 하라고. 동네 분들이 꽤 오셨거든요. 전과 A4 용지를 들고 와 제 사인과 바꿔갔죠.

고향 집이 어딘데요?

면목동이요. 신인 시절 택시비를 절약하고 잠도 더 잘 겸 여의도 근처에 집을 얻었어요. 그런데 MBC가 일산으로 들어갔죠. 기껏 일산으로 다시 이사를 갔더니 지금 고정 출연하는 MBC 프로그램이라곤 라디오 두 개밖에 없어요. 라디오는 또 여의도에서 방송하니까. 방송국을 쫓아다니면 오히려 일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은 방송국이 다 상암동에 있잖아요.

안 그래도 제가 10월에 이사를 해요. 그래서 이번엔 상암 대신 당산으로 가려고요. 징크스라는 게 있잖아요. 일이 잘 풀리고 있으니까 왠지 겁이 나더라고요.

열한 살 어린 남동생도 똑 닮았던데,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재밌겠어요.

네 식구가 다 똑같이 생겼어요. 부모님을 보면 남매인 줄 알죠. 집에선 다 조용해요. 저도 그렇고, 전부 밖에서 노나 봐요. 엄마가 좀 애교가 많긴 하죠. 유치원 때 딸내미 재롱잔치 하는 날, 엄마가 노래 불러서 상 탔잖아요. 아직도 기억나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불렀어요. 다들 끝났구나 싶어 박수를 치면 “아아~ 영원히 변치 않는 우리들의 사랑으로”가 반복됐죠. 지금도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세요.

국주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춤을 잘 췄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새로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안무를 외워 반 애들한테 보여줬어요. 보아가 시작이었죠. 음악 방송 무대를 한 번 보면 노래방 가서 분위기 띄울 정도의 포인트는 집어낼 수 있었어요. 가끔 제가 생각해도 제가 이상해요. 씨스타의 춤을 추다 보면 제가 진짜 씨스타인 것 같거든요. 표정도 일부러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빠져들어요.

형아의 ‘빨개요’는 패러디 CF까지 나올 만큼 화제였어요.

<SNL 코리아>는 큰 부담을 갖고 임한 프로그램이에요. 2주 동안 머리가 아팠죠. 코피까지 났어요. 오프닝 무대는 제가 혼자 준비했는데 이틀 걸렸어요. 시간이 없어 댄서분들과 각자 연습하고 엔딩 동작만 방송 당일 현장에서 맞춰봤죠. 오래 춤춰봐야 땀만 나요.

요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춤은 뭐예요?

카라의 ‘맘마미아’. 이 춤은 진짜 힘들어요. 안무 자체의 난이도를 떠나 쉴 새 없이 움직여야 되니까, 동작을 외우는 중에도 숨이 차더라고요. 아직까지는 계속 영상만 보는 중이에요. 안영미 언니랑 정주리, 셋이 함께 오렌지 캬라멜의 ‘까탈레나’를 한번 해보자는 얘기도 있어요. 고등어, 연어, 새우 초밥 머리에 얹고, 그걸로 개그 코너 하나 짜자고. 요즘 가장 힘이 되는 사람들이에요.

셋이 만나면 뭘 하고 놀아요?

술을 마시죠. 시끄러운 곳은 싫어해서 방송국 근처 포장마차나 룸이 있는 이자카야에 가요. 셋 다 사고 치는 성격들이라서요. 주리네 집에도 자주 가고. 제가 또 빈손으론 안 가는 스타일이라 주리가 제가 가는 걸 되게 좋아해요. 요즘은 제가 돈을 더 벌기도 하니까 먹을 걸 엄청 사가죠.

친구가 더 잘되면 배가 아프기도 하잖아요.

그 사람들은 절대 그런 게 없어요. 왜냐면 저보다 먼저 잘돼본 사람들이잖아요. 시샘이 아니라 조언을 하고 격려해주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리는 “국주야,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집에 달걀이랑 고기 넣어줘. 술은 내가 준비해놓을게”라고 말하기도 해요. 주리는 천생 여자거든요. 항상 웃어주고 말도 참 예쁘게 해요. 그러면 제가 또 그러죠. “끼 부리지 마, 이 기집애야~.”

국주 씨가 ‘보성댁’을 연기한 것처럼 안영미 씨도 최민식을 패러디한 적이 있어요. 농염한 ‘안부선’을 탄생시키기도 했죠. 두 분 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극단을 희화화한 캐릭터를 즐기는 것 같아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찾았을 뿐이에요. 둘 다 실제 성격과는 거리가 있어요. 물론 잠재된 성향은 있겠죠. 안 맞는 건 하기 힘들어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엔 귀여운 척을 못해요.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스스로도 손발이 오글거려요.

도트 프린트의 흰색 원피스와 구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주와 크리스털 장식 목걸이, 망사 소재 네크피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무엇보다 SNS 시대에 적합한 개그 코드를 아는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으로 <코미디빅리그>가 4주간 방송을 쉬는 동안 페이스북에서 식탐송이 뜨면서 오히려 더 인기를 얻었잖아요. SNS의 효과와 중요성은 저도 알아요. 하지만 SNS 채널을 염두에 두고 개그를 짠 적은 없어요. 이런 걸 보고 흔히들 그러죠. 얻어 걸린다고.

최근에 SNS에 올린 이미지는 뭐예요?

요즘은 거의 못하고 있어요. 제가 좀 게으른 편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조심스럽더라고요. 그런데 저를 사칭하는 페이지가 몇 개 있어 간혹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일종의 유명세군요. 확실히 달라진 인기를 실감해요?

쇼핑몰을 운영하다 보니 도매시장을 가거든요. 전엔 아무도 사인해달라거나 사진 찍자는 얘기를 안 했어요. 그쪽 언니들이 워낙 세니까 연예인이 와도 별로 안 좋아하는 줄만 알았죠. 그런데 두 달 전에 갔을 땐 아예 대놓고 붙잡더라고요. 같이 사진 찍자고. 덕분에 40분이면 끝날 일이 3시간이나 걸렸어요. 그때 느꼈죠. ‘아, 내가 전엔 재미가 없었구나. 그래서 인기가 없었던 거구나.’

갑자기 쇼핑몰은 왜 시작한 거예요? <SNL 코리아>에서 국주 씨가 보여준 ‘쇼핑몰: 후기의 역습’만 봐도 쉽지 않은 일인데…

신인 때부터 옷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어요. 코디 언니들이 준비한 옷이 안 맞다 보니까, 살 빼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제가 이런 캐릭터로 웃기는 사람인데도 말이에요. 사실 여기서 몇 킬로그램 뺀다고 해봤자 이 덩치가 없어지겠어요? 인터넷 쇼핑몰에 쓴 돈만 700만~800만원은 될 거예요. 옷값은 2만8,000원인데 퀵값은 3만2,000원 하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죠. 망하더라도 개그맨들에겐 새로운 개그 소재 하나가 생기는 셈이니까. 재미삼아 부담 없이 시작한 거예요. 다행히 전보다는 매출이 좋아졌어요. 이젠 직원도 생겼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도 있는데, 진짜 요즘 어때요?

엄청 열심히 움직이긴 하나 좀 정신없이 노를 젓고 있죠. 스케줄이 너무 많다 보니 머릿속에서 정리도 안 돼요. 현재는 회사에 다 맡겨둔 상태예요. 그런데 정작 고정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코미디빅리그>랑 <로맨스가 더 필요해>, 그리고 김준호 대표님이 진행을 맡은 <두 남자의 특급찬양>, 라디오, 그리고 뮤지컬 <드립걸즈> 정도밖에 없어요. 이제 가을 개편을 노려야죠.

단독 CF는 물론 김우빈과도 함께 광고를 찍었어요. 특별히 더 원하는 CF가 있다면? 

라면 광고요. ‘호로록’ 때문에 국수류의 CF 제안이 들어올 법도 한데 그쪽만 없어요. 짜장 라면 같은 경우는 제가 “짜라짜짜 짜게 먹지~”라고 해서 이미지를 좀 떨어뜨렸나 싶어 포기했고요.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면, 두 그릇이네~”도 엄청 부르고 다녔는데 그걸 저희 회사 조윤호 오빠가 찍어버렸어요. 제가 한발 늦은 거죠. 비빔면은 여름용이니까. 끝났죠, 뭐. 그래서 전 국물 있는 국수류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혼자 차를 몰고 나가요.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채 임진각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제가 또 스피드를 즐기는 타입이거든요. 주차도 엄청 잘해요. 언젠가는 차 한 대 겨우 들어가는 자리에 딱 한 번 만에 평행주차를 하고 내렸더니, 발레파킹 기사분들이 박수를 치더라고요. 운전자가 여성분일 줄은 몰랐다고. 대리 운전기사님도 “여성 운전자의 차가 이렇게 길이 잘 들어 있는 건 처음 본다”고 얘기하죠. 요즘은 스트레스 받을 틈도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생각이란 걸 할 만하면 여기 가서 ‘호로록’ 천 번 해야 하고, 또 저기 가서 ‘식탐송’ 천 번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지쳐 잠들기 바빠요.

설마 ‘호로록’을 천 번이나 했겠어요?

천 번 이상이죠. 방송이나 공연뿐 아니라 사진을 찍을 때도 ‘호로록’ 하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입으로 흉내만 내면 그 느낌이 안 살아요. 그렇다 보니 목이 남아나질 않아요. 사실 지금도 목이 되게 안 좋아요. 아, 얘기가 나오니까 때마침 목이 잠기네요. 하여튼 천생 연예인이야. 흐흐.

학창 시절에 친구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아요.

반에선 좀 웃겼죠. 특히 여자 애들이 좋아했어요. 제가 딱 놀림당하기 좋은 몸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애들을 잘 놀렸거든요. “겁나 못생겼네” “살 좀 빼라” 막 이러면서. 친구들 별명 잘 지어주는 그런 애 있죠? 공부는 못했는데 항상 반장은 했어요.

카리스마 넘치는 반장이었을 것 같아요.

최소한 수업 시간에 잠은 안 잤죠. 엄마가 육성회장이었거든요. 엄마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되잖아요. 한번은 반 친구들이 너무 공부를 안하기에 칠판 양 끝에 쪼끄만 별을 그렸어요. “얘들아, 졸리고 수업 듣기 싫을 땐 우리 저 별을 보고 있자.” 애들한텐 이게 아주 재미있는 거예요. 영문을 모르는 선생님이 초롱초롱한 애들 눈빛에 마냥 신이 나 수업을 하면 그게 또 웃기고. 한 선생님이 칠판을 지우다 그 별까지 지워버렸을 땐, 반 애들 30명이 놀라서 동시에 소리를 질렀죠.

가죽과 시스루가 믹스된 검정 원피스는 에스이꼴와이지(S=Yz), 참 장식 목걸이와 귀고리, 커프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왼쪽 남자 모델의 데님 팬츠는 나파피리(Napapijri), 오른쪽 남자 모델의 데님 팬츠는 클럽모나코(Club Monaco),브리프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Emporio Armani Underwear).

가죽과 시스루가 믹스된 검정 원피스는 에스이꼴와이지(S=Yz), 참 장식 목걸이와 귀고리, 커프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왼쪽 남자 모델의 데님 팬츠는 나파피리(Napapijri), 오른쪽 남자 모델의 데님 팬츠는 클럽모나코(Club Monaco),브리프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Emporio Armani Underwear).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 대학까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해놓고 스무 살에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어요. 갑자기 진로를 바꾼 이유가 뭐예요?

너무 일찍부터 입시 미술을 했더니 고 3 때 슬럼프가 왔어요. 그림이 안 늘더라고요. 반면에 춤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건 자신 있었어요. 이 덩치로 제법 춤을 추니까 웃겼나 봐요. 그게 싫지 않더라고요. 학교 축제 때 춤춘 걸 보고 동네에서 누군가 “언니, 멋있어요!”라고 하면 좋았어요. 그래서 확신하게 됐죠. 어차피 대학 나온다고 취직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니, 유학 보낸 셈 치고 기회를 달라고 부모님을 설득했죠. 4년 안에 안 되면 포기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9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후회는 없죠?

지금은 더더욱 후회하지 않아요. 앞으로 계속해나갈 힘이 생겼죠. 지금은 열심히 일을 할 때인 것 같아요. 서른두 살이 넘기 전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건 이미 늦은 것 같고요.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사귀는 사람이 없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없어요. 벌써 다른 목적으로 저한테 붙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제가 그 정도 힘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그러니까 슬펐어요. 그럼 예전의 난 얼마나 더 별로였던 걸까? 영미 언니도 엄청 공감하더라고요. 이젠 남자들이 잘해준다고 해서 순진하게 흔들리진 않아요.

개그맨보다 개그우먼에게 더 필요한 자질은 뭘까요?

수치심이 없어야 돼요. 여성의 외모를 건드리는 개그가 많잖아요.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자존심 상해 하고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인이 너무 힘들어요.

자존감을 높이는 비법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자기 자신의 멋있는 점을 찾으면 돼요.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해 창피해하던 부분에서 되레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면서부터 더 당당해졌어요. 처음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을 때도 그랬지만, <코빅> 공연을 보러 온 분들에게 “너 진짜 멋있더라”란 말을 들었을 때 진짜 소름 돋았거든요. ‘그래, 난 예쁘진 않지만 당당하고 멋진 여자다!’ 외모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보단 내가 열정을 갖고 일할 때 자부심을 느끼죠. 당분간은 살 뺄 생각도 없어요. 전 이걸로 먹고사는 사람이니까. 물론 남이 아닌 내가 원해서 살을 뺄 때는 빼겠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혹시 미국의 록 밴드 ‘가십’의 보컬, 베스 디토라고 들어봤어요? 국주 씨랑 참 닮았어요.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마 덩치 큰 여자겠죠? 흐흐.

95kg 몸무게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에 선정된 유일한 여자죠. 뛰어난 실력과 열정, 그보다 더 멋진 당당한 태도로 칼 라거펠트를 비롯한 패션 피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스타예요.

(베스 디토가 누드로 등장한 매거진 표지를 보여줬다) 어휴, 대단해요. 하지만 전 못합니다. 한국에선 아직 그 누구라도 힘들 거예요.

왜요? 안영미 씨도 모 잡지에 누드 사진을 공개했잖아요. 아름다웠어요.

그 누드 사진 저희 <코빅> 회의실에다가 붙여놨거든요. 맨날 보는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 해요. 심지어 그 사진이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영미 언니랑 제가 맨날 하는 얘기가 ‘안꼴’이에요. 누가 그 사진에 단 댓글이죠. 요즘도 서로 “안꼴”이라고 놀려요. 언니는 참, 허리가 길죠.

이국주의 롤모델은 누구예요?

이영자 선배님이요. 어릴 때부터 그분이 하는 걸 보고 자랐어요. 그걸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거고요. 에너지가 어마어마해요. 저도 별명이 ‘흥국이’거든요. 흥이 많은 국주라고. 얼마 전 같이 방송을 했는데, 정말 듣던 대로였어요. 무엇보다 감이 좋으세요. 지금도 뭘 하든 올드하지 않잖아요. 그게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아까 들어올 때부터 봤는데, 손이 참 예뻐요. 분홍색 매니큐어에 리본 모양 큐빅 장식까지 붙였네요.

사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어서 손이 지저분했어요.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새벽에 급하게 한 거예요. 하지만 액세서리나 메이크업은 예전부터 신경 썼어요. 전 어릴 때부터 덩치가 커서 옷은 맞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대신 일찍부터 화장을 했죠.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개그야>를 할 때 MBC에 계시는 메이크업 선생님들이 화장 잘 받는다고 꼭 잡지에서 새로운 걸 보고 나면 제게 실험을 해보곤 했어요. “오늘은 애벌레 색이야~” 이러면서.

<보그> 같은 패션지도 즐겨 보나요?

어릴 땐 매달 잡지를 다 샀어요. 미술을 전공하다 보니 의상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저 ‘아, 예쁘다’ 하며 보기만 해서 브랜드 이름은 잘 몰라요. 어쨌든 오늘 화보 촬영을 위해 저 나름대로 신경을 썼어요. 어제 회의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 작가들이랑 회식을 했는데, 그래도 고기 안 먹고 회 먹었죠. 흐흐.

그렇다면 안 물어볼 수가 없군요. 톱스타라면 피해갈 수 없는 질문!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으하하. 먹기 싫어도 먹어야죠. 몸매 관리는 그런 거죠. 흐흐. 그런데 저, 이 가발쓰고 가도 되나요? <코빅> 회의실에 이러고 나타나면 뭐라고들 놀릴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