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MJ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이티 힐리어

마크 제이콥스의 뒤를 잇는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니셜을 압축해 새롭게 단장된 MBMJ에서
보다 에너지 넘치는 괴짜 소녀들을 탄생시킨 케이티 힐리어를 홍콩에서 만났다.

알록달록한 체크 패턴 스케이트 보드와 함께 선보인 신상 가방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케이티 힐리어.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2014 가을 쇼는 뉴욕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예전 모습을 완벽하게 지운 채 180도 변신했다. 마크 제이콥스가 프런트 로에 떡하니 앉아 있었고, ‘MBMJ’라고 브랜드 이름을 개명했는가 하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이티 힐리어(Katie Hilier)와 디자인 디렉터 루엘라 바틀리(Luella Bartley)가 피날레 인사를 대신했다. 또 런웨이엔 껄렁한 소년소녀 이미지의 빈티지 룩 대신, BMX(묘기 자전거)와 닌자, 망가와 전사 모티브가 마구 뒤섞인 강렬하고 반항적인 룩들이 등장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10년 이상 그와 함께한 케이티 힐리어가 적격일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긴 했어도 마크가 물러나고 다른 디자이너가 그 자리를 이어받은 건 뉴욕 패션계 빅뉴스였다. 그렇다면 케이티 힐리어는 누구인가? 지금은 사라진 런던 라벨 ‘루엘라’에서 루엘라 바틀리의 어시스턴트로 액세서리 디자인을 담당하며 패션계에 입문한 힐리어는 빅토리아 베컴, 조나단 선더스, 로에베, 스텔라 맥카트니, 자일스 등과의 협업을 통해 꽤 이름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2009년 영국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선정됐고, 2011년과 2012년에도 같은 상 후보에 올랐다. 또 2009년 자신의 주얼리 브랜드 ‘힐리어 런던’을 론칭해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 연말, 그녀는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액세서리 파트 컨설턴트에서 마크 제이콥스의 뒤를 이을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격 임명됐다. 자신의 오랜 디자인 파트너였던 루엘라 바틀리를 디자인 디렉터로 제안한 것도 그녀였다.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MBMJ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가 7월 말 홍콩에서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케이티 힐리어는 자신의 첫 MBMJ 컬렉션만큼이나 활동적이고 독립적이며 소녀다운 감수성을 지닌 여성이었다.





VOGUE KOREA(이하 VK) MBMJ 컬렉션을 맡아 달라고 연락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KATIE HILLIER(이하 KH) 전화로 그 소식을 들은 순간 너무 놀랐다.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물론 기뻤다! 준비가 돼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제안은 아니었다.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텐데 어떻게 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VK 당신은 MBMJ에서 꽤 오랜 기간 액세서리 컨설팅을 맡아왔다.

KH 마크와 12년 동안 함께했다. 그 기간 동안 아주 든든한 디자인팀과 함께 액세서리, 선글라스, 주얼리, 시계 등을 디자인했다. 이렇게 나열해보니 꽤 많은 것 같다. 하하! 액세서리뿐 아니라 전체 컬렉션을 디자인한다는 건 비슷한 듯 다른 작업이었다. 좀더 많은 아이템으로 확대됐다고 볼 수 있지만, 솔직히 MBMJ라는 시나리오에서 전혀 다른 배역을 맡게 된 기분이다.

 

VK ‘MBMJ 걸’ 역시 새로운 배역을 맡은 듯 보였다.

KH 마크가 브랜드를 시작한 건 오래전이다.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기본 특징은 그대로다.
조금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일 뿐. 여전히 활동적이고 독립적이며 수많은 소녀들이 원하는 모습이다. 남자들 역시!

 

VK 루엘라 바틀리와의 인연은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의 팀워크는 어떤가?

KH 대학 졸업 후 루엘라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는데, 함께 MBMJ를 맡을 줄이야. 기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그녀가 나를 위해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는 구조지만, 전혀 그런 방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린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지금도 마음이 착착 맞는다. 물론 우리가 처음 함께했던 시절과 지금의 패션계는 무척 다르다. 그때만 해도 일 년에 컬렉션 두 번만 준비하면 됐지만, 요즘은 최소 네 번, 게다가 수많은 캡슐 컬렉션까지 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둘 사이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VK 두 사람이 함께한 MBMJ 데뷔 컬렉션의 출발점은 무엇이었나?

KH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볼 때, 연관 동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출발점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상까지 보게 된다. 컬렉션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도 비슷했다. 루엘라와 나는 사무실에 앉아 자료 조사부터 시작했다. 먼저 가장 미국적인 것들, 스포츠, 활동적인 소녀의 모습에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전 세계를 횡단해 런던과 도쿄까지 도착했다. 결국 핵심 아이디어가 된 것은 스케이트 보드나 BMX를 즐기는 활발한 소녀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남자 친구를 둔 소녀가 아닌, 직접 이 스포츠를 즐기는 소녀들이었다. 일본 만화, <‘걸 파워’>를 보여주는 여러 단어들, 그래픽 디자인, 톰보이 스타일 등이 주를 이루지만 여전히 소녀다움을 유지했다. 커다란 리본 장식이 대표적 예다. “이것 봐, 난 소녀라구!”를 외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하!

 

VK 컬렉션을 보며 커다란 리본 장식과 체크 패턴이 만난 룩이 가장 맘에 들었다.

KH 나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룩이 자식 같아서 뭐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게 없다. 하지만 빨간 리본 장식 원피스, 시폰 플리츠 스커트와 바이커 재킷, 그리고 ‘Bunny Hop’이라 적힌 글리터 원피스는 특히 애착이 간다.

 

VK 마크 제이콥스가 프런트 로에 앉아 있었는데, 피날레 인사하러 나왔을 때 그를 쳐다봤나?

KH 무서웠다! 하하. 하지만 쇼가 끝나고 그가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줘서 정말 기뻤다. 브랜드를 만든 장본인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VK 제이콥스뿐 아니라 기자들 역시 꽤 만족했던 쇼였다. 칭찬 일색인 리뷰들은 확인해봤나?

KH 쇼 다음날 리뷰가 뜰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리뷰를 확인한 순간, 루엘라와 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다들 긍정적인 평가였고 좋은 이야기뿐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쇼장에서는 감동받았다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물론 이런 반응들이 무척 기쁜 한편, 꽤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 시즌에도 관객이 눈물을 흘릴 정도의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을까? 쇼가 끝난 후 혹평이 쏟아지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들의 연속이다.



케이티와 루엘라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고 일본 만화를 좋아하며 활기넘치는 소녀들을 위한 컬렉션을 준비했다. 홍콩 행사장을 찾은 2NE1의 씨엘처럼!

VK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고 모델을 뽑아 또 한번 반향을 일으켰다.

KH 패셔너블하면서도 정직한 방법이라 여겼다. 많은 사람들이 MBMJ 매장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했고, 또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브랜드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주 평범한 소년소녀 중에 모델을 선정해 광고를 찍는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다들 많은 관심을 보여줬고, 결과 역시 아주 멋지게 나왔다.

 

VK 일반인들이 광고 비주얼 속에서 완벽하게 변신했다. 당신이 상상하는 MBMJ 소년소녀의 모습인가?

KH 패션을 사랑하지만, 패션만 사랑하지는 않는 젊은이들이 내 옷을 입길 원한다.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 음악을 즐겨 듣
고 여러 문화 체험에 두려움이 없는 소년소녀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MBMJ 옷을 차려입은 뒤 스케이트 보드를 타러 가거나, 뭔가 활동적인 일을 하는 그런 모습!

 

VK 그렇다면 당신 자신은 어떤가? 2009년에 주얼리 브랜드 ‘힐리어 런던’도 론칭했었다. 

KH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컬렉션도 만들고 싶었다. 대단한 결심 아래 거창한 계획을 세워 브랜드를 론칭한 건 아니다. 그저 온전히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브랜드다.

 

VK 귀여우면서도 우아한 주얼리들이 인상적이었다.

KH 바로 그런 이미지를 원했다. 여성들은 때로 귀여워 보이길 원하지만, 때론 우아해 보이고 싶어 한다. 또 어떨 땐 톰보이 같은 매력을 뽐낸다. 주얼리야말로 모든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기에 여성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주고 싶었다.

 

VK 어린 시절의 당신은 어떤 취향을 지녔었나?

KH 내 우상은 마돈나였다! 어린 시절 침실에는 마돈나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녀의 패션을 따라 한 적도 있었지만 내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의 성격과 태도는 본받을 만하다. ‘뭐든 내 마음대로 할 거야!’라는 자신감만큼은 모든 소녀들의 롤모델이다.

 

VK 패션 디자이너 중에도 롤모델이 있나? 마크 제이콥스를 제외하고!

KH 당연히 마크 제이콥스를 언급하려고 했는데. 그 외엔 일본 디자이너들을 좋아한다. 레이 카와쿠보는 정말 최고다. 또 런던에 친한 디자이너들이 아주 많다. 크리스토퍼 케인, 조나단 선더스, 자일스 디컨 등. 모두가 친구인 동시에 그들의 작업을 진심으로 흠모한다.

 

VK 우주를 모티브로 한 리조트 컬렉션도 인상적이었다. 내년 봄 컬렉션을 위해선 어디로 여행할 예정인가?

KH 비밀이다! 디자인팀에서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뉴욕 패션 위크 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

 

VK 당신이 꿈꾸는 MBMJ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KH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것!

 

VK 그렇다면 올가을엔 모두가 커다란 리본을 달고 다녀야 할까?

KH 물론이다. <보그 코리아> 팬들 모두 커다란 리본을 달고 BMX를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