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해시태그 마케팅 보고서

누군가에겐 우물 정, 또 다른 이에겐 샵, 혹은 넘버라 불리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인기 있는 애칭은 단연 ‘해시태그’다.
좀처럼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요즘 세대를 공략하는 패션계 태그 마케팅에 관한 보고서.



인스타그램 시대가 시작된 이후, 패션계 최고 스타는 누가 뭐래도 카라 델레빈(한동안 ‘델레바인’이라 불린 그녀는 얼마전, 인스타그램 영상을 통해 리즈 위더스푼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이 사실 ‘델레빈’임을 알렸다)이다. 그녀가 올리는 사진 한 장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617만 명의 팔로워, 수십 가지 다른 버전의 사칭 계정, 10만 명 이상 팔로워를 거느린 카라의 애완토끼 세실 델레빈의 계정, 그리고 #caradelevingne이란 이름을 태그한 52만 장이 넘는 이미지까지! 

 

올 10월, 카라와의 협업을 통해 캡슐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인 DKNY는 이 대단한 인스타그램 스타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바로 카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에서 광고 캠페인 모델을 뽑는 것! 어떤 형식이나 제약 없이 누구든 자신의 계정에 자유롭게 사진을 올려 응모할 수 있다. 단, 올릴 때 #carad4dkny #carawantsyou란 태그를 달면 된다. 카라가 모집 공고를 낸 지 1시간 만에 8,000장 이상의 이미지가 올라왔고, 딱 6일 동안 진행된 이벤트 기간 동안 5만여 명이 참여했다(카라와 함께 광고 캠페인을 찍은 이들의 사진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시즌 많은 변화를 겪은 MBMJ 역시 광고 캠페인 모델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탁했다. #CastMeMarc라고 태그를 달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지원 완료! 케이티 힐리어와 루엘라 바틀리의 모험은 꽤 성공적이어서, 단 하루 만에 1만2,000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전 세계적으로 1분에 8명꼴로 셀피를 찍어 올렸다는 뜻!). 7만여 명의 경쟁자들 가운데 최종 선정된 7명의 일반인 모델들은 데이비드 심스의 카메라 앞에서 완벽한 MBMJ 소년소녀로 변신했다(영국, 미국, 우루과이, 슬로베니아, 호주 출신 사이엔 한국인 소녀 도로시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구구절절한 자기소개서, 유명인사의 추천서, 화려한 포트폴리오는 등장하지 않는다. 적절한 해시태그가 모든 것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사실 ‘#’ 뒤에 특정 단어를 넣으면 연관된 모든 사진을 한번에 볼 수 있는 해시태그 기능은 트위터가 SNS 대표주자로 널리 퍼지기 시작할 당시부터 도입된 것. 말하자면 해시태그는 검색을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 140자를 꽉꽉 채워 쓰는 트위터보다 사진 한 컷과 짤막한 코멘트만으로 이뤄지는 단순한 구조의 인스타그램에서 더 효과적인 기능임은 물론.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태그된 단어를 살짝 터치하기만 해도,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 이미지들이 수백, 수천 장 나타난다.





이렇게 간편하고 빠른 해시태그의 특성을 눈치챈 패션 브랜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캘빈 클라인은 “Show Yours. #MyCalvins” 캠페인을 통해 클래식한 로고 패턴 밴드가 특징인 언더웨어의 부활을 꿈꿨다. 언뜻 생각하면 이게 무슨 ‘응답하라, 90년대’적인 발상인가 싶지만, 미란다 커, 조단 던, 포피 델레빈 등이 로고가 찍힌 밴드를 훤히 드러낸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차림으로 셀피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란다 커 사진에는 1시간 만에 4만 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패션테러리스트로 여겨졌던 ‘로고 드러내기 스타일링’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올라오는 #MyCalvins 이미지들이 죄다 모이는 통합 웹사이트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셀피가 올라오는 중(이들 모두가 사진을 찍기 위해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를 구입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광고 캠페인 모델이 돼 일생일대 인생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모두가 이토록 열광한 이유?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내 사진이 미란다 커 사진과 동등한 관심을 받기 때문 아닐까? 언더웨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캘빈 클라인은 9월부터 캘빈 클라인 진 라인에도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정 아이템을 착용한 사진과 해시태그를 함께 올리도록 하는 방법은 이들 브랜드 외에도 여러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토즈는 아이코닉한 모카신 고미노 슈즈를 신고 있는 사진을 업로드하고, 공유하며, 좋아하는 사진에 투표를 할 수도 있는 소셜 플랫폼 ‘Dots of Life’를 오픈했다. 웹사이트 혹은 인스타그램에 #todsgommino를 달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페이스북과 핀터레스트까지, 토즈의 모든 SNS 플랫폼을 통해 공유된다.





‘스튜디오 54’ 시절을 직접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SNS에서는 그 누구에도 뒤처지지 않는 젊은 감각을 지닌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심지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조차 18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는 랩 드레스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걸작을 확실하게 재조명했다. 코코 로샤, 조단 던, 치아라 페라니등이 DVF 랩 드레스를 입고 예쁜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journeyofadress란 태그를 단 채 온라인 세상을 돌아다니게 만들었고, 덕분에 70년대에 탄생한 이 드레스는 2014년에 입어도 핫한 아이템이 됐다.





이에 비해 반스의 #livingoffthewall 캠페인은 전혀 다른 방식이다. 반항적인 브랜드 정신인 ‘Off the Wall’의 의미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모집한 후, 이 중에서 최종 우승자 네 명을 선발해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는 5만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해준 것(각각 펑크록 뮤지션, 스케이트보더, 커스텀 바이크 라이더, 타투이스트 등의 삶에 관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반스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반드시 반스 제품을 구입해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어쨌든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반스 운동화를 신는 것이 ‘쿨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vans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이미지가 1,030만 개가 훌쩍 넘으니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시태그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유용한 수단인 것은 분명해졌다. 지난 8월호 <보그 코리아> 역시 창간 18주년을 기념해 #Voguekorea18이벤트를 진행했다. <보그 코리아> 기자들부터 패션피플과 셀럽, 오디언스들까지 자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 <보그> 화보, 칼럼을 펴서 사진을 찍은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한 것! <보그> 커버를 든 지드래곤과 태양이 사진을 올렸음은 물론이다. 





한편, 올해 CFDA 시상식에선 ‘올해의 패션 인스타그래머’ 상이 따로 제정되기도 했다. 도날드 로버트슨, 에이미 스톤, 더그 에이브라함 등 8명 후보 중에서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직접 뽑은 수상자는 뉴욕의 그래픽 디자이너 패트릭 자넬. 각각의 후보가 #MyCFDA란 태그를 달고 올린 사진에 얼마나 많은 ‘좋아요’가 눌렸는지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됐다.





그렇다면 어떤 상업적 목적도 없는 순수한 해시태그가 존재할까? 지난 5월, 이슬람 무장테러단체 ‘보코 하람’이 나이지리아 여학생 210명을 납치한 사건이 터지자 폴앤조는 #BringBackOurGirls라고 프린트된 티셔츠를 제작했고, 여러 패피들이 이 옷을 입고 파리 꾸뛰르 컬렉션 쇼장을 찾았다. 카라 델레빈, 엠마 왓슨,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 셀럽부터 미셸 오바마까지 모두는 #BringBackOurGirls라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했고, 인스타그램에는 학생들의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다양한 사진, 그래픽, 일러스트 작업들이 순식간에 50만 개 가까이 올라왔다. 전 세계가 한목소리를 내기에 이보다 쉽고, 빠르고, 강력한 수단이 또 있을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든 당분간은 해시태그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