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씹어야 산다

2016.03.17

by VOGUE

    씹어야 산다

    뭐든 입에 넣기 무섭게 넘겨버리는 식습관은 기름진 인스턴트 푸드보다 더한 다이어트의 적이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순간, 식탐은 사라지고 몸은 가벼워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케이크를 먹지만, 친구와 나의 몸매 차이는 극과 극.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비결은 대체 뭘까? 늘씬한 그녀들의 비밀은 간식이 아닌 주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식습관에 있다. 여자에게 다이어트는 평생 숙제라지만, 세상은 넓고 맛난 음식은 셀 수 없이 많다. 음식 앞에서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순간 다이어트는 게임 오버!

    왜 많이 씹어야 하나?

    “뚱뚱한 사람들은 뭐든 허겁지겁 빨리 먹어요. 매끼 밥을 먹는 데 필요한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죠. 그러니 뒤돌아서면 배고플 수밖에요. 아마 그들이 포만감을 느끼려면 상당한 양을 먹어야만 할 거예요.” 음식물을 씹는 순간 1차 소화는 시작된다. 꼭꼭 씹을수록 입안에 침이 많이 고이는데, 그럴수록 소화효소(아밀라아제)의 작용 표면적이 넓어져 소화가 잘된다. 많이 씹을수록 뇌 속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포만감을 들게 하니 먹는 양이 줄어드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포만감은 위가 아닌 뇌의 만복중추에서 보내오는 신호예요. 이 만복중추는 음식을 먹기 시작한 지 20~30분이 지나야 대뇌에 그만 먹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 식욕을 떨어뜨립니다. 식사를 급하게 할 경우 실제 충분한 양을 섭취하더라도 식욕은 남아 있게 돼죠. 빨리 먹을 때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뇌에서 ‘배부르니 이제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주니 애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수저를 놓을 수 있는 거죠.” AnG클리닉 안지현 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식사를 천천히 하면 혈당의 급상승을 막을 수 있어 급격히 흡수된 영양소가 지방으로 쌓이는 걸 예방할 수 있으며,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시키는 데 소모되는 칼로리도 높아지니 일석이조다. 게다가 일일 섭취 칼로리 중 약 10%는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는 데 필요한 열량이라니, 하루에 2,000kcal를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잘 씹어 먹기만 해도 운동 없이 200kcal를 소비할 수 있다.

    씹을수록 젊어진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제대로 된 씹기의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모든 음식은 30회 이상 씹어 먹으라고 당부합니다. 이 말을 단순히 ‘천천히 먹으라’는 의미로 이해하기 쉬운데 사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천천히’보다는 ‘30회 이상’이란 수치에 있습니다.” 손보드리 원장은 비만클리닉을 찾는 환자를 대상으로 매 식사 때마다 30번 이상 씹는 연습을 적용했을 때 대부분 평소 먹는 양의 절반만 먹어도 ‘배부르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잘 씹어 먹을수록 우리 몸은 젊어진다고 한다.

    “한 끼에 30번 이상 신나게 씹어 먹으면 침샘에서 ‘파로틴’이라는 회춘 호르몬이 나온다는 사실은 잘 몰랐을 거예요. 파로틴 분비는 체내 활성산소를 줄여 노화를 방지하고, 암을 예방해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습관입니다.” AnG클리닉 안지현 원장의 ‘씹기 예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씹는 행위는 뇌와 얼굴 부위에 있는 모든 기관들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최고의 운동법입니다. 천천히 오래 씹는 습관은 성격을 부드럽게 변화시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좋은 생활 명상법 중 하나지요.” 잘 씹기만 해도 식욕 억제와 지방 분해, 활성산소 제거,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으니 이보다 쉽고 간단하며 경제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국물은 No, 젓가락은 Yes!

    오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성욕과 더불어 7대 죄악으로 손꼽히는 폭식.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빨리, 많이 먹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이럴 때 젓가락만을 이용해 식사를 하는 것도 한 방법. 숟가락에 비해 한입에 넣는 음식물의 양이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밥 한 공기를 비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천천히 먹는 식습관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국물 음식에는 다량의 염분이 들어 있어 부종과 하체비만의 원인이 되는데, 젓가락을 사용하면 국물을 적게 마시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결과적으로 젓가락을 사용해 음식을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면 누구나 자연스레 양이 줄고 소화도 잘되며, 건강과 다이어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오래 씹어 먹는 습관을 위한 음식 선택도 중요하다. 다진 고기보다는 통고기, 우엉이나 당근 같은 뿌리채소, 쫄깃한 문어와 오징어, 각종 나물류처럼 섬유질이 풍부하며 오래 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고, 접시에 낼 땐 이왕이면 큼직하게 썰어낼 것! 또한 식사를 할 때는 오로지 식사에만 집중해 오래 씹는 행위를 통해 맛을 즐기고 음미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씹는 행위를 제대로 인지하기 전엔 정말 몰랐다. 왜 늘 밥 배와 후식 배가 따로 있었고, 다이어트에 참패해야 했는지를. 때는 바야흐로 가을, 사계절 중 식욕이 가장 왕성해진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하루 한 끼 식사법인 ‘1일 1식’보다 훨씬 덜 괴롭고, 과일과 채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해야하는 디톡스 주스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씹기 건강법. 무엇보다 당신의 건강과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당장 ‘씹기’의 기적을 체험해 보자.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한으뜸
      스탭
      헤어 / 이일중, 메이크업 / 이자원, 네일 / 최지숙
      도움말
      서울365mc병원, AnG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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