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칙칙한 색에 관심 가져야 할 때

2016.03.17

by VOGUE

    칙칙한 색에 관심 가져야 할 때

    탁한 핑크, 칙칙한 브라운, 멍든 자주, 지저분한 카키, 변색된 구리,
    거무죽죽한 바이올렛, 어두운 황토, 창백한 블루 등
    지금은 진흙, 먼지를 뒤집어쓴 듯 칙칙한 색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눈매를 독하게 강조하는 기존 스모키와 다르게 뿌옇게 드리워진 듯 몽환적인 느낌이죠. 뮤즈를 꼽자면 영화 <이클립스>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회색이 섞인 듯한 퍼플, 브라운, 네이비, 팥죽색 등 낮은 채도의 탁한 색 아이섀도가 꼭 필요하죠. 번쩍이는 펄이 들어가는 순간 NG! 20년대 재즈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의 말에 100% 동감한다.

    탁한 핑크, 칙칙한 브라운, 멍이 든 듯한 자주, 지저분한 카키, 변색된 듯한 구리, 거무죽죽한 바이올렛, 어두운 황토색, 창백한 블루 등 지금은 탁한 컬러가 대세다. 테리 바버가 맥 트렌드 리포트에서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자. “진흙, 이끼, 버섯, 수액, 녹, 모래, 진흙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칙칙한 색상들이 이번 시즌 역설적으로 아주 아름답게 사용되고 있어요. 이런 탁한 컬러들을 사용해보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에 굳이 다른 컬러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돼죠. 이번 시즌 메이크업의 핵심은 익숙하지 않은 이 컬러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겁니다.” 과거 유행했던 그런지 컬러 메이크업과 차별되는 점이라면, 칙칙하거나 어둡게 연출하지 말고, 여전히 투명하고 밝은 분위기를 내야 한다는 것. 세월이 흘러 물이 예쁘게 빠진 파스텔 컬러라고 생각하면 비슷하다.

    “오래된 듯한 느낌을 기억하세요. 이 '오래된’ 듯한 느낌은 이번 시즌 ‘완벽함’의 새로운 방식입니다.”

    “버버리 프로섬 쇼에서 사용했던 컬러는 정말 부드러운 가지 색상입니다. 이런 메이크업을 할 때 노하우는 무심한 듯 공들이지 않고 메이크업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거죠.” 백스테이지를 담당했던 웬디 로웨가 설명했다.

    정교하게 브러시를 사용해 블렌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정교한 노력이 더해질수록 촌스러워진다. DVF 쇼의 먼지를 뒤집어쓴 듯 흐릿한 모브 컬러 아이 메이크업이 대표적인 예다. “파리로 여행을 온 1900년대 러시아 발레단의 발레리나들을 상상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임스 칼리알도스는 모브 컬러 아이섀도를 쌍꺼풀 라인에 바른 후 위아래로 블렌딩하고, 맥 ‘프로 글로스 텍스처’를 눈두덩에 덧발라 반짝이는 텍스처를 연출했다. 결과는? 채도를 몽땅 뺀 모브 컬러에 글로스를 바른 모델들은 마네킹처럼 보였다! 클로에 쇼에서는 모브와 브라운 컬러를 매치해 한층 도회적으로 보이는 메이크업이 등장했다.

    거무죽죽한 바이올렛 계열이 여성스럽다면, 붉은 계열은 한층 강렬하고 신비롭다. 헬무트 랭, 로다테, 필로소피 쇼 등에서는 붉은빛이 도는 감색 섀도들이 가을 느낌을 물씬 풍긴다. “90년대 <페이스> 매거진에 등장하는 모델들 같죠. 터프하고 불그레하죠. 피부는 윤기가 흐르고, 입술은 촉촉하고, 눈은 와인빛이 돌죠.” 필로소피 쇼를 담당했던 한나 머레이의 말에 맥 프로팀 변명숙 팀장이 덧붙였다.

    “탁한 브라운, 와인, 감색, 팥죽색이 많았어요. 컬러 메이크업을 한다기 보다 일종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컨셉입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공효진 아이 메이크업을 참고하면 좋을 듯해요. 채도가 낮은 오렌지 브라운, 머스터드 브라운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띄더군요.”

    머스터드 브라운 컬러에 구릿빛 하이라이트로 눈앞머리를 강조한 이세이 미야케 쇼, 먼지가 뽀얗게 앉은 카키와 브라운 컬러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연출한 휴고 보스 쇼, 흐릿한 코코아 컬러를 사용한 저스트 카발리 쇼 등의 아이 메이크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실생활 활용도 100%다. 한편, 보다 도회적인 느낌을 원한다면 푸른빛이 도는 그레이 컬러를 추천한다. 발렌티노 쇼처럼 눈매를 따라 라인을 그리듯 연출해도 좋고, 눈꼬리에 짧고 굵은 아이라인으로 연출해도 멋스럽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런 색상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피부 표현이 관건이라는 것.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미영은 컨실러 사용을 강조했다.

    “눈가를 제대로 환하게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크서클이 칙칙한데 이런 탁한 컬러의 아이섀도를 발랐다고 상상해보세요. 엄청 피곤하거나 멍든 줄 알 걸요? 피부 표현도 BB크림보다는 파운데이션을 선택하세요. 톤을 훨씬 자연스럽게 잡아줍니다. 특히 이번 시즌엔 촉촉하면서 마무리감이 보송한 신상 파운데이션들이 대거 출시됐으니 참고하세요.”

    눈매는 아이라인을 강조하기보다 마스카라를 이용할 것.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는 것이 영 어색하다면, 눈꼬리 정도만 살짝 빼는 정도가 적당하다. 방법은 알았으니 이제 이 세련되고 오묘한 로맨틱파스텔 메이크업을 즐길 차례. 다른 메이크업보다 따라 하기 쉽고, 효과도 만점이니 그야말로 반가운 유행 아닌가.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화진
      포토그래퍼
      HYEA W. KANG
      모델
      김성희
      스탭
      헤어 / 한지선 메이크업 / 홍현정 네일 / 박은경
      기타
      의상 /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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