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샤넬과 랑콤의 뮤즈 캐롤린 드 메그레

2016.03.17

by VOGUE

    샤넬과 랑콤의 뮤즈 캐롤린 드 메그레

    파리 패션 하우스와 파리지엔 스타일이 대세인 지금, 그 중심에 있는 한 여인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캐롤린 드 메그레! 모델이자 사업가, 샤넬과 랑콤의 뮤즈인 그녀가 전하는 프렌치 스타일.

    파리지엔 시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캐롤린 드 메그레(Caroline de Maigret@Next). 랙앤본의 티셔츠와 샤넬의 바지를 입은 그녀는 아들인 안톤과 함께 집에서 시간 보내는 걸 즐긴다.

    이상적인 세계에서 나는 캐롤린 드 메그레(Caroline de Maigret)가 되고 싶다. 정신없는 패션 위크 기간 중 그녀는 내가 기꺼이 눈길을 주고 싶은 몇 안 되는 여성 중 한 명이니까. 39세의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매니시한 의상들(재킷, 셔츠, 팬츠)을 입고 천천히 달린다. 칼 라거펠트는 그녀를 샤넬 대사 중 한 명으로 영입했다. 또 랑콤은 얼마 전 그녀에게 메이크업 라인에 그녀의 신비로움을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귀족이자 록 시크(그녀와 그녀의 파트너 야롤 푸포는 음반 제작사인 ‘보너스 트랙 레코드’를 소유하고 있다)의 상징인 드 메그레는 확고한 신념을 지닌 프랑스 여성의 살아 있는 전형이다. 나이와 경험이 쌓이면서 90년대 뉴욕에서 모델로 활동하던 시기보다 훨씬 더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드 메그레는 탁 낚아채고 싶은 ‘프랑스인들의 비결(French Secrets)’ 장르의 책을 한 권 썼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파리 사람이 되는 법: 사랑, 스타일, 그리고 나쁜 습관(How To Be Parisian Wherever You Are: Love, Style, And Bad Habits)>은 그녀가 여자 친구 세 명(작가인 안 베레스트, 기자 겸 시나리오 작가인 오드리 디완, 그리고 영화 제작자인 소피 마스)과 함께 쓴 책이다. 그것은 ‘남자 다루는 법’과 ‘유행 무시하기’를 비롯해 ‘우울해지기’, ‘노출의 기술’, ‘입을 다물어야 할 주제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룬 에세이 개요서다. 나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서만 두 개의 주옥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하나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 말라”이고, 다른 하나는 “늘 성적 충동을 불러일으켜라”다. 바게트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조차. 오, 맙소사! 나는 그녀들이 건네는 흥미로운 대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파리 꾸뛰르 주간, 아무르 호텔에서 나는 드 메그레를 만났다. 그곳은 그녀가 푸포와 그들의 여덟 살 난 아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그녀는 머리가 약간 축축한 상태로 도착했다(파리 사람들은 절대 드라이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머리를 직접 잘랐다고 주장하길 좋아한다). 완벽한 네이비 벨벳 블레이저, 흰 셔츠(단추 세 개는 채우지 않았다), 그리고 스키니 청바지에 스탠 스미스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재킷은 “톰슨!”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쇼를 열지 않는 파리의 젊은 디자이너예요. 너무 요란하지 않지만 늘 이런 작은 포인트가 있지요.” 셔츠는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셀린일 거예요.”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옷이라 해도 상표를 드러내고 자랑해선 안 된다는 게 파리 식 옷 입기의 핵심이다.

    드 메그레가 내게 조언한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당신에게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지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든, 혹은 당신 인생의 남자든, 늘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육체적으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도 포함되죠.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어야 해요.” 그것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다. 어머니는 프랑스 수영 챔피언이었다. “제가 들은 최고의 조언은 늘 자부심을 가지라는 거였어요.” 나는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해협을 가로질러 내가 온 그곳에서는 어머니들이 우리에게 ‘점잖은’ 속옷을 입지 않았을 때 곤란한 상황(길에서 쓰러지는 경우)에 처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가르친다.

    뉴욕에서 매달 한 주씩 보내는 드 메그레는 문화의 차이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자이기도 하다. “미국 사람들처럼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 자신감 부족 때문이에요. 여성들이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는지 전 언제나 깜짝 놀란답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하루 사는게 힘들 거예요.” 말을 이어갈 때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파리에는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이 없어요. 한 명도요.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처럼 작은 것들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건 죄가 아니죠.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요. 그건 지루하니까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저와 친구들은 사람들이 우리가 글을 읽어야 할 때 머리를 하느라 1시간 씩 보냈다고 생각하는 게 싫어요.”

    나는 그녀가 프랑스의 성 정치학에 작별 인사를 고했을 때 그녀가 훨씬 좋아졌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권리를 이해해야 해요. 하지만 동시에 용맹함을 원하지요. 중요한 건 예의지만, 남자들은 또한 당신을 호감 가는 여성으로 느끼게 만들 때 스스로 남자라고 느낍니다.” 그러더니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남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 것에도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당신이 원하는 걸 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남자는 그걸 따라야 하고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파리 사람이 되는 법: 사랑, 스타일, 그리고 나쁜 습관(How To Be Parisian Wherever You Are: Love, Style, And Bad Habits)>에서 발췌한 한 대목

    오후 1시: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에서의 첫 데이트
    그녀는 메뉴를 집어 들었다. 매번 같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그녀의 손에 있는 이것은 레스토랑 메뉴라기보다 지리학 지도, 즉 그녀의 음식 노이로제 정글을 관통하는 친밀하고 혼돈스러운 길에 가깝다. 그녀는 비틀거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전진해야 한다.

    훈제 연어. 안 돼! 옳은 선택이 아니야. 그녀는 결국 연어를 블린(러시아 팬케이크의 일종)과 생크림을 먹기 위한 구실로 이용할 것이다. 그녀의 식탐은 결국 그녀의 힘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는 이 도시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까? 아마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서둘러 그를 판단하고 싶진 않다.

    아리코 베르(haricots verts salad, 데친 줄기 콩 샐러드). 첫 데이트의 문제점은 그녀의 모든 동작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필름으로 찍듯, 그녀의 움직임을 쉬지 않고 녹화하듯 관찰하고 있다. 그녀가 커다란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찾아 헤매는 모습, 그리고 그녀가 그의 앞에서 들을 수밖에 없는 음성 메시지 등등. 그는 그녀를 분석하고 있다. 정신없고, 약간 불안하고, 강박적으로 사교적인 여자. 언젠가 그는 그녀가 매일 아침 체중을 재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체형이 자연의 선물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에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이것이 삶의 모든 쾌락에 대한 그녀의 접근 방식이라고 믿게 만들 만한 진짜 음식을 선택하는 게 낫겠다. 따뜻한 오리 콩피(duck confit)? 그녀의 손가락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이 빌어먹을 메뉴판 위에 몇 개의 선을 그린다. 웨이터가 왔다. 그녀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녀는 용감하게 위험을 마주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모험적인 것을 선택할 것이다.

    “웰시 레어비트(치즈 토스트) 주세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아주 무심하게 외국어를 읽는다. 이전에 수백 번 해본 것처럼. 그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는 놀라서 고개를 들고 그녀는 그 효과를 음미한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방금 주문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메뉴에는 작은 글씨로 ‘체더치즈, 맥주, 그리고 토스트로 특별하게 만든 요리’라고 적혀 있다. 마음속으로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먹을 수 없겠군! 어쨌든 그녀는 자신이 시킨 음식을 무시하고 있다는 걸 그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수다를 떨 것이다. 웨이터가 그를 향해 돌아섰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라고 그가 말한다.

    한순간 전체 장면이 일그러진다. 아무 생각 없는 ‘따라쟁이’ 같으니. 갑자기 그녀는 방금 30분 동안 그의 대화가 따분한 얘기들로 가득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그녀는 음식을 두 입 먹고 난 뒤 1시간이 다 가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날 핑계를 찾아낼 것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그를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아듀!

      에디터
      글 / 사라 무어(Sarah Mower)
      포토그래퍼
      Annemarieke Van Drimme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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