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모피 트렌드, 양털과 무톤

늦가을이 되면 여자들은 자연스럽게 모피에 눈길이 간다.
모피를 고를 때 디테일과 디자인만 체크했다면 이제 새로운 키워드를 추가해야 한다.
2014년 모피 트렌드는 클래식으로의 회귀! 주인공은 양털과 무톤이다.



최근 모피 경향을 살펴보면, 진짜와 가짜, 컬러와 내추럴,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 등 상반된 것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젯셋족들의 사치스럽고 값비싼 모피부터 의식 있는 멋쟁이들의 인조 모피까지, 디자이너들이 기술과 개성을 부여하는 동안 모피는 숙녀와 관능의 시대를 거쳤다. 지난 몇 년간 밍크나 세이블 같은 고상하고 우아한 모피가 각광받을 때는 좀더 캐주얼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이 필요했고, 그 결과 다양한 모피 베스트가 유행하게 됐다.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모피 베스트에서 스타일링의 재미를 터득한 우리 여자들은 다시 모피 본연의 멋을 찾아 소재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최근 주목받았던 컬러풀한 믹스 모피는 모든 유행 아이템이 그렇듯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모피 경향은 뭘까? 밍크과 여우, 염소털 등의 모피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곱슬거리는 양털과 무톤 소재. 올겨울 패션 위크가 시작되던 지난 2월 뉴욕은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쳤고, 그로 인해 디자이너들은 자연스럽게 보온과 기능성에 충실한 풍성하면서 튼튼한 모피 의상을 생각하게 됐다. 그것은 밍크나 세이블, 여우 같은 값비싼 소재가 아닌, 클래식한 양털 소재였다. 특히 원피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모피를 그대로 살린 타미 힐피거의 토글 단추 코트는 당장 입고 싶을 만큼 세련된 느낌. 마카롱처럼 달콤한 컬러를 입힌 3.1 필립 림의 패치워크 양털 코트 또한 쉽게 품절될지 모르겠다.

밀라노와 파리 패션 위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이어졌다. 구찌가 파스텔 색조로 선보인 꼬불거리는 양털 코트는 젊고 트렌디한 느낌. 원피 느낌을 그대로 살려 아노락 후드와 매치시킨 미우미우의 양털 코트와 거친 느낌을 잘 살린 이자벨 마랑의 양털 베스트 역시 젊고 동시대적이었다. 또 과일 맛 캔디 컬러로 선보인 프라다의 양털 코트, 곱슬거리는 몽골리안 램을 활용한 사카이의 오버사이즈 재킷은 더없이 패셔너블했다. 크면 클수록 멋스럽다는 사실!





흔히 무스탕, 무톤으로 통하는 시어링은 털을 깎은 양가죽을 말한다. 랄프 로렌과 버버리 프로섬, 에밀리오 푸치 등은 클래식한 모터사이클 재킷과 애비에이터 재킷 소재로 이 시어링을 사용했다. 양털을 9~13mm로 커팅해 만드는 시어링의 경우 캐주얼한 느낌이 강해 어떤 옷과도 스타일링이 쉽다. 트렌치 스타일의 포츠 1961, 짧게 깎아 벨벳처럼 부드러운 윤기를 낸 3.1 필립 림의 시어링 아이템이 대표적인 예다. 또 뒤판에 패딩을 덧댄 타미 힐피거의 베스트, 버버리 프로섬의 벨티트 재킷처럼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은 유행과 상관없이 입을 수 있어 좋다.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양털이 가진 장점이다. “가죽, 울과 니트, 혹은 컬러를 믹스하는 것은 모피 자체의 볼륨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실루엣을 완성하기 위해서죠.” 내셔널 브랜드 미샤는 시어링 모피를 바깥으로 보이게 디자인한 더블 페이스 코트를 디자인해 매장에 진열했다. “이 양털 코트는 내추럴한 원피와 시어링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벌로 두 가지 룩을 연출할 수 있죠.”

다양한 소재를 경험해본 모피 마니아들이 이번 시즌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소재와 디자인을 원하죠. 이번 시즌 양털이 많이 등장한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글래머러스한 모피 아이템들을 선보이는 오브제 역시 두 가지 느낌을 모두 살린 리버서블 코트를 준비했다. “양털은 생각보다 더 패셔너블한 소재입니다. 다른 모피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생산 가격이 밍크에 비해 7배 정도 저렴하다) 튼튼하고 실용적이죠. 물론 동물보호단체들은 양털의 유행조차 끔찍하게 싫어하겠지만, 순전히 패션만을 위해 희생되는 다른 동물 모피에 비해선 그래도 윤리적인 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