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J와 요니P의 세컨드 레이블

스티브J와 요니P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데님만 사용한 세컨드 레이블!
론칭 직후 전 세계 유명 편집숍에서 즉각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설치 작품 위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엑셀시어(Excelsior)와 루이자비아로마(luisaviaroma.com) 바이어가 ‘최고 쿨한 브랜드’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기뻤어요!” 요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첫 시즌인 데다, 프리 컬렉션이라 규모가 작은 데도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I.T나 하비 니콜스, 오프닝 세레모니 외에 네타포르테, 센스(ssense.com) 등 유명 온라인 숍을 단번에 뚫었으니까요.” 한국 젊은 디자이너 그룹의 대표 주자인 스티브J와 요니P는 2015 프리 컬렉션으로 첫선을 보인 데님 레이블 SJYP의 예상 밖 선전에 고무돼 있다.

원래 데님은 이들의 메인 컬렉션인 스티브J & 요니P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그러니 이 영리한 듀오가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쉽고 대중적인 라인(그리고 자신들의 이름보다 레이블 자체로 알려지길 원하는)을 생각했을 때 데님을 떠올린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데님만큼 편하고 부담 없는 옷도 없으니까요. 메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데님 아이템에 비해 가격도 많이 낮췄습니다. 데님 팬츠 같은 경우 10만원대 후반이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옷인 양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게 평범했다면 예민하고 까다롭고 촉이 남다른 바이어들의 눈을 사로잡을 순 없었을 것이다.

 

“베이식하고 전형적인 데님 아이템들로 구성했지만, 소소한 디테일로 약간의 변화를 줬습니다. 조금 다른 형태로 슬릿을 넣는다든지, 뒷면도 셔츠 앞면처럼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 업으로 디자인한다든지, 소매 트임선을 직선 대신 사선으로 길게 넣는 식이죠.” 데님 스커트를 변형한 오버 스커트나 트렌치코트를 응용한 스프링 코트도 컬렉션에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또 데님과 매치해서 입기 좋은 깔끔한 흰색 스웨트 셔츠와 이너 스커트, 크롭트 톱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컬렉션에 쏟아지는 이 유쾌한 반응을 이렇게 해석한다. “한 동안 지속된 화려하고 요란한 프린트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하고 과장된 것들에 피로해졌을 때쯤, 베이식한 데님이 짠 등장했으니 신선하게 느껴진 거겠죠?”





그리고 리움 미술관으로부터 들려온 뜻밖의 소식은 SJYP의 성공적인 론칭에 방점을 찍었다. 개관 10주년 전시 <교감>의 설치 작품 중 하나인 리크리트 티라바니아의 ‘데모 스테이션 넘버 5(Demo Station No. 5)’를 위한 첫 번째 퍼포먼스로 패션쇼 진행을 제안받은 것! “리움 미술관은 지역의 문화지형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탐색했습니다. 스티브J와 요니P는 이 지역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디자이너죠.” 전시를 기획한 삼성 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 우혜수 실장은 이들에게 협업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8월의 마지막 금요일, 리움 미술관에는 빗자루처럼 뻣뻣하고 제멋대로인 앞머리 가발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손끝에는 데님 조각을 붙인 모델 15명이 소용돌이 형태의 목재 무대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SJYP 패션쇼는 무대에서 진행되는 전시 일정의 하나였기에 5시가 가까워오자, 쇼를 보러 온 기자와 패션 피플뿐 아니라 <교감>전을 보러 온 일반 관람객 무리들까지 순식간에 나선형 무대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효리, 현아, 한그루, 김규리 등 디자이너와 친분 있는 셀럽들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그들 쪽으로 스마트폰을 향한 것도 잠시, 다들 언제 시작할지 모를 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대 쪽으로 주의를 돌렸다.





설치 무대 내부 디제잉 박스에서 배경음악이 흐르고 잠시 후 오프닝 모델이 등장했다. 여기저기 해진 데님 룩의 모델들은 괴짜 같았고, 넉넉한 실루엣과 댕강 잘린 듯 짤막한 길이는 놈코어 코드가 반영됐음을 암시했다. 데님은 가공되지 않은 생지를 제외하고 기본 워싱부터 새하얀 아이스 워싱까지 다양한 톤으로 제안됐다. 모델들이 서로 엇갈리며 티라바니아의 나선형 무대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캣워크가 끝나고, 피날레 순서가 되자 모델들과 두 디자이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향했다. 호기심에 찬 관객들이 뒤를 따랐고,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 <나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을 향해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 들거나 가까이 다가가 옷을 구경했다. “단독 매장도 곧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스티브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에게 의뢰했죠. 아직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우리 옷만큼이나 멋질 거예요! 곧 명동과 부산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죠.”

이처럼 SJYP의 시작은 순풍에 돛 단듯 모든 것이 순조롭다. 샘솟는 아이디어만큼이나 거침없는 스티브와 요니의 두 번째 야심작. 이제 젊은이들이 열광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