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5 S/S 파리 패션 위크 3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저널리스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현재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로 이름이 교체됐다)에서 25년 간 패션 비평을
담당한 그녀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그닷컴’을 위해 독점 취재 및 기사를 쓴다.





Elie Saab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엘리 사브 쇼의 배경음악이었다. 환하게 반짝이는 바다색 표면은 이번 컬렉션에 신선한 느낌을 더했다. 쇼는 마린 스트라이프와 선명한 디지털 꽃 프린트로 시작됐다. 패션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멋지고 다채로웠다. 





많은 옷들은 해변 분위기와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아름답게 작업된 레이스 옷들은 이브닝 웨어 보다는 인어의 그물망에서 더 영감을 얻었다. 이번 컬렉션은 엘리 사브에게 익숙했던 칵테일 룩과 이브닝 룩과 다르게 보였다. 바다가 늘 잠잠한 것만은 아니었다. 데킬라 선라이즈의 노란색에 오렌지색과 석호의 초록색으로 음영이 들어간 적도 있었다. 





반면 쇼를 마무리하는 인어 모양의 야회복에는 선택사항이 있었다. 관능적인 와이드 쇼츠와 심플하고 늘씬한 드레스들이 그것. 하지만 야회복이 공통적으로 지닌 한 가지는 바로 활동성. 드레스들은 허벅지까지 트임이 들어가 컬렉션에 스포티하고 경쾌함을 선사했다. 





Saint Laurent

 

나는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의 생로랑 컬렉션에 매료됐다. 이번 시즌, 단순히 홀리는 듯한(섬뜩한 빛으로 금속 구조물에 무지개 색으로 투사되는) 장치나 디자이너의 음악 선택 때문은 아니었다. 2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노래가 울렸다. “아, 데, 트와! 오 라 라!” 작은 가슴들을 숨기기에 가슴 부분이 지나치게 수축된 얇은 드레스 차림의 모델들이 어색한 플랫폼 슈즈를 신고 런웨이를 걸을 때, 일렉트로 팝 디스코 장르의 여가수 알레이드(Aleide)는 그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다. 





나를 흥미롭게 한 것은 7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옷들이 노출이 심한 모습과 야한 반짝이에서는 저렴하거나 심지어 저속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실제로는 좋은 소재로 완벽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 이것은 패션 머천다이징이 시작된 후, 혹은 그 전부터 존재해온 패션 문화의 역행이었다. 분명히 중세 타입과 고대 로마인들까지도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스타일을 흉내 내려고 했을 것이다. 20세기, 나일론의 발명은 가난한 사람들도 그들이 실크를 입은 듯 보이게 만들었고 라인석은 오랫동안 다이아몬드를 흉내내왔다. 하지만 여기서 에디 슬리먼은 전혀 반대로 행동했다.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볼 것도 없이 당장 트렌드가 될 게 분명한, 상체 부분이 U 라인으로 파인 ‘저렴한’ 리틀 드레스들은 솜씨 있게 장식을 곁들인 클래식한 옷이었다. 백스테이지에서 에디는 헐렁한 모피 재킷들이 이브 생 로랑의 쳐비스(chubbies, 몽실몽실하게 털이 달린 모피 코트)에서 영감 받았다는 것을 시인했다. 쳐비스는 70년대에 충격이었다. 전쟁시기를 상기시키기 때문. 런웨이에서 폭신한 하얀 깃털들을 가진 모델들은 사랑스러웠다. 팽팽한 스웨이드와 가죽 재킷, 매끄러운 소재의 가는 줄무늬가 들어간 테일러링, 루렉스 스웨터들, 벨벳 케이프에 수놓인 불꽃과 함께 슬리먼은 YSL의 영광의 날로 되돌아갔다. 





최근 영화 <생 로랑>에서는 60~70년대에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일대기를 아주 생생하게 그려냈다. 최근 파리에 있는 피에르 베르제-이브 생 로랑 재단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는 슬리먼은 그 시기에 대한 특정한 비전을 갖고 왔다. 그것은 로스엔젤레스의 예술가 로버트 하이네켄(Robert Heinecken)이 사진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관객에게 소개된 얇은 책은 예술가의 재사용된 ‘초월적 사진’으로 특징지어졌다. 이것은 성적 이미지와 잡지 및 신문의 오버레이들과 초현실적인 병치였다. 올해 MoMA의 하이네켄 전시는 슬리먼이 살고 있는 로스엔젤레스의 해머 미술관에서 계속됐고, 이는 분명히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영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예술이 패션에게 영감을 준다는 개념은 거의 한 세대가 되어간다. 





그래서 이것과 생로랑, 그리고 이번 시즌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에디 슬리먼은 패션 관점에서 이브 생 로랑에 속해있던 70년대 정신을 런웨이에 담았다. 에디는 그것을 한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체리 패턴이 들어간 드레스, 얇은 줄무늬가 들어간 남성 재킷(하지만 가죽 쇼츠처럼 입혀졌다), 흉곽까지 깊이 파인 리틀 블랙 드레스들, 금색 단추가 달린 네이비 블레이저 해석했다. 거기에는 당시 전쟁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불쾌한 것으로 여겨진 YSL 컬렉션에서 비롯된 40년대 스타일의 터번까지 있었다. 디자이너는 성의 문턱을 방금 넘어선 듯한 젊은 여성에게 입혀 이 의상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그의 관객(음악의 전설 레니 크라비츠, 피트 도허티, 그리고 다프트 펑크)들이 에디를 응원했다. 옷들은 복잡한 패션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단순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옷들은 이브 생 로랑이 부르주아의 낙원이 되기 전, 그가 젊었을 때의 의도처럼 접근하기 쉬워 보였다. 나는 라인석이 달린 카우보이 벨트의 모던한 디자인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리란 것을 확신했다. 나는 생 로랑의 에디 슬리먼이 재창조의 천재라는 것을 단언한다.





Giambattista Valli

 

“제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두 개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평소답지 않게 수줍어한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말했다. 첫 번째 사진은 대담한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아말 알라무딘(Amal Alamuddin)이 남편인 조지 클루니(Geroge Clooney)와 함께 베네치아 곤돌라 밖으로 걸어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는 취리히 영화제에서 흰 셔츠와 꽃무늬 스커트를 입은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둘 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옷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3단계로 구성된 사업을 육성했다. 가장 최근 사업은 이번 달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젊은 ‘지암바’ 라인을 론칭한 것. 





디자이너가 ‘더 개념적이고 더 산업적인’이라고 지칭한 이번 무대는 커다란 나뭇잎을 응용한 드레스부터 기퓌르 레이스 드레스까지 거의 모든 옷에 입체적 효과를 주었기에 흥미로웠다. 이 룩은 런웨이에도 적용됐다. 





그건 짧게 깎이거나 텁수룩하기도 한 카펫의 다른 질감들을 갖고 있었다. 백스테이지에서 발리는 ‘예술과 공예’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고, 마크라메(macramé)로 짜인 밝은 트라우저 팬츠도 보여줬다. 





런웨이에서 드레스는 길고 흰색이었지만 스커트는 복잡한 표면으로 짜여졌거나 미끄러운 새틴의 표면에 벚꽃이 풍성하게 늘어졌다. 대부분의 3D 느낌은 컬렉션에 단순히 장식을 추가하는 게 아닌, 감정을 더하는 것이었다. 





Stella McCartney

 

“겨울에서 나와 여름으로 들어가는 것은 저를 늘 재부팅시켜요. 저는 여름의 색채인 ‘연약함’을 보고 있어요. 그것을 여성이 조용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해석할 거예요.” 스텔라 맥카트니가 백스테이지에서 말했다. 퀼로트들, 어깨의 버클들, 신체를 엿보이도록 잘라낸 옷 등 그녀가 보여준 쇼는 기대한 만큼 ‘조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모델이 스포티한 옷을 입거나 움직임에 의해 잔물결을 일으키는 실크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를 걸어가는 것에서 자유로운 느낌이 존재했다. 현재 트렌드인 베이지색 스웨이드로 보이는 옷에도 컷아웃 디테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스텔라의 에스닉 드레스와 조화를 이뤘다. 디자이너는 엷은 색의 마드라스 체크나 수채화로 그린 꽃들의 혼합처럼 컬러와 패턴을 더했다. 그것은 페미니즘이 페미닌한 것으로 변했다는 이번 시즌의 일반적 주제를 따르는 것이다. 





아마 맥카트니의 비전은 그녀 자신에서 비롯됐을 테지만, 그녀는 디자이너로서 많이 발전했고 니트부터 데님까지 모든 옷의 형태에서 패션의 타오르는 불꽃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을 향해 창문을 낸 듯 보이는 부분은 특히 섬세했다. 아마 강한 여자 디자이너만이 눈에 보이는 육체를 유혹보다 자유에 연관시킬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