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구두의 밑창, 아웃솔

2016.03.17

by VOGUE

    구두의 밑창, 아웃솔

    이제 당신이 신고 있는 구두의 밑창을 눈여겨볼 것!
    휘발유 냄새 풍기던 합성고무 밑창이 아닌 100% 천연고무 소재,
    항공 타이어 기술, 장인들의 손길이 집약된 아웃솔로 거듭나고 있으니까.

    (위부터)황갈색 배기 부츠는 팔라디움(Palladium), 블루 스웨이드 윙팁은 콜한(Cole Haan), 밤색 로퍼는 파라부트 (Paraboot at Unipair), 연베이지색 스웨이드 스니커즈는 풋더코처(Foot the Coacher at Unipair).

    걸음걸이만 봐도 신발 밑창의 어느 부위가 얼마나 닳았는지 대번에 알아맞히는 달인이 있다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신발 밑창엔 관심 없다. 아주 가끔 흰 눈이 쌓이면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며 발자국놀이를 하는 그 순간만큼만 밑창의 존재감이 드러날 뿐.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아웃솔’. 중세시대 비밀 수호대의 문장, 혹은 외계인들이 남긴 도형처럼 보이는 다양한 패턴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신으면 신을수록 입체적으로 새겨진 패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시계 하우스의 무브먼트처럼 정교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번 가을부터 한국에 정식 론칭되는 팔라디움(Palladium)만 해도 그렇다. 1920년대 프랑스 공군의 전투기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한 팔라디움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타이어 수요가 급감하자 부츠 밑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항공기 타이어를 만든 노하우를 가지고 팔라디움 고유의 고무 아웃솔을 만들었습니다. 거친 환경과 충격에도 쉽게 변형되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높은 내구성과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합니다.” 다른 부츠나 워커에 비해 가벼운 무게, 방수 기능이 있는 100% 면 캔버스 소재도 매력적이라고 홍보팀은 덧붙였다. 탁월한 기능을 가진 투박한 고무 밑창의 팔라디움은 현재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가릴 것 없이 활약 중. 미국의 힙합 브랜드인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 리차드 채, 닐 바렛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패셔너블한 아웃도어 슈즈로 거듭나고 있다.

    신발의 밑창을 논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는 1937년 이탈리아에서 론칭된 비브람(Vibram). 아웃도어 슈즈 밑창으론 세계 최고로 손꼽히기에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란색 팔각형 비브람 솔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창립자인 비탈리 브라마니는 등산 도중 미끄러지는 가죽 등산화로 인해 동료를 잃은 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고무 아웃솔을 개발했다. ‘카라마토’라고 불리는 이 아웃솔은 피렐리사에서 타이어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공법으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 “취미 활동에 따라 각기 다르게 움직이는 발의 근육과 신경을 고려한 새로운 슈즈를 론칭했습니다. 러닝, 피트니스, 워터 스포츠, 트레킹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아웃솔을 덧댄 파이브핑거스 슈즈가 그것이죠!” 아웃솔 개발에만 힘쓰던 비브람에서 새롭게 론칭한 파이브핑거스는 발가락 열 개를 다 끼우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뛰어 우승한 마라토너인 아베베 비킬라에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필 무좀 양말과 똑같이 생긴 디자인에 웃음을 터트리자, 홍보팀에서는 더욱 힘주어 설명했다. “평소 캐주얼하게 신기는 어렵겠지만, 다리에 근육을 늘려 힘을 길러주고, 발과 발목의 활동성, 몸의 밸런스와 민첩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그만인 신발이죠.” 비브람 솔은 현재 아웃도어 슈즈를 넘어 프라다 스포츠, 팀버랜드, 랄프 로렌, 뉴발란스, 어그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매장에서도 비브람 솔이 사용된 슈즈는 꼭 밑창을 보여주며 강조한다. 그만큼 비브람은 아웃솔의 ‘절대 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아웃솔 대표 주자는 1919년 프랑스 북부 지방에서 탄생된 파라부트(Paraboot). ‘파라텍스 러버솔’은 브라질의 바닷가인 ‘파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 라텍스를 사용, 장인들이 100% 수작업으로 탄생시키는 튼튼한 고무 밑창이다. 여기에 신발 내부로 물이 스며들지 않는 방수 기능, 뛰어난 내구성, 그리고 최상의 가죽 소재(가죽 태닝 과정인 ‘노르베젼’ 기법으로 제작된)도 장점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아웃솔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이 아주 편안하기에 하이힐에 지친 여성들도 많이 애용하죠.” 또 슈즈 멀티숍 유니페어에는 이탈리아 감성이 잔뜩 묻어난 파라부트 외에, 비브람 솔로 장착된 일본 슈즈 브랜드인 풋더코처(Foot the Coacher)도 만날 수 있다.

    편안한 슈즈를 신었는데도 하루 종일 발목과 종아리가 땅긴다면 신발을 뒤집어볼 것. 미끄러운 가죽 밑창 때문에 걸을 때 발바닥과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진 않았는지, 딱딱한 합성고무 밑창이 쿠션 작용을 제대로 하는지, 얇게 덧댄 고무 밑창이 닳아 없어지진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탐험가나 운동선수, 등산가들만 중요하게 생각하던 아웃솔이 이제는 하이패션에 투입돼 당신과 24시간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항공기와 자동차 타이어 기술, 100% 천연고무, 여기에 장인들의 수작업과 클래식한 디자인이 동원된 아웃솔이라면, 하루 종일 땅과 씨름하고 중력을 감당하며 고단한 하루를 보낸 당신의 발과 다리를 편안하게 감싸주지 않을까?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HWANG IN WOO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