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탑, 최승현과 함께한 밀라노의 가을 2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역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빅뱅의 탑, 최승현.
말쑥한 이태리 남자로 변신한 그가 두오모 성당, 재래시장,
꽃가게와 아이스크림 가게, 예쁜 돌담길을 돌며 밀라노를 즐겼다.

영화 <타짜-신의 손>이 개봉된 직후, 빅뱅의 래퍼이자 배우인 최승현은 “가구, 음식, 와인의 천국인 이태리를 진짜 가보고 싶어요!” 이 한마디로 <보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곧장 싱가포르에서 피렌체로 날아갔다. 그리고 10여 일 동안 자유로운 배낭 여행자처럼 이태리 최대 와인 생산 지역인 피에몬테와 토스카나 지방을 두루 다니며 와이너리를 탐방했다. “와인의 디즈니랜드예요! 쿠폰을 끊고 입장하면 수백 가지 와인을 시음할 수 있어요.” 그는 알 쿠오코(Al Cuoco di Bordo)의 바닷가재 샐러드를 먹으며 신나게 여행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태리 음식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요. 피렌체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피오렌티나(티본 스테이크)를 먹었고, 얼굴보다 큰 피자, 각종 파스타….” 그는 어린아이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내 옆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찍은 여행 사진들을 잔뜩 보여줬다. “회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스케줄을 빼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은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이태리에 푹 빠진 20대 청년은 <보그> 촬영을 위해 어제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넘어왔다. 우리가 촬영한 첫 번째 장소는 오래된 트램(밀라노의 명물인 ‘전차’)이 교차하는 곳인 피아자 셈피오네(Piazza Sempione) 광장. 불과 3일 전, 로베르토 카발리 쇼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곳이다. 스태프들은 티켓을 끊은 후 무작정 트램에 올라탔다. 현대적으로 바뀐 전기 트램이 있지만, 우리는 현재까지 운행되는 가장 오래되고 아담한 앤틱 트램을 선택했다. 다행이 다섯 정거장 정도 가는 동안 승객들은 거의 없었고, 최승현은 맨 뒤칸에서 앉거나 눕거나 기대는 등 다양한 포즈로 첫 컷을 마쳤다.

두 번째 장소는 코르소 마젠타(Corso Magenta) 지역. 이곳은 서울 성북동처럼 오래전부터 밀라노 유지들이 살고 있는 부촌이다. 대대손손 건물이나 집을 물려주기 때문에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동네. 지금은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한데, 이유는 아주 오래전 귀족들의 물건을 고쳐주거나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손재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 촬영팀은 이곳 중심에 자리한 100년 역사를 가진 카페테리아를 섭외했다. 콧수염과 흰머리가 매력적인 주인 할아버지는 사진가가 카메라 앵글에 적당한 곳을 지목하면 손님들 자리를 바꿔주는 배려까지 베풀었다. 출출해진 최승현은 구수한 향기의 에스프레소와 치즈가 부드럽게 녹은 파니니를 주문했고, 자연스럽게 먹는 컷으로 이어졌다. “먹방 화보 같아요. 근데 진짜 맛있네요! 좀 짜지만 치즈가 예술!” 그는 엄지 손가락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곳에서 촬영하는 동안 한 독일 관광객이 빅뱅의 탑을 알아보고 스마트폰에 사진을 담아가기도 했다. 유럽에 퍼진 한류 파워를 실감한 순간!

다음 장소는 두오모 광장에서 스포르체스코 성까지 쭉 이어지는 비아 단테(Via Dante). 중간 지점엔 친절하고 잘 웃는 할아버지의 꽃가게가 있었는데, 아담한 체구의 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자전거까지 내주며 촬영을 도와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려는 남자 컨셉으로 표정을 지어볼까요?” 내가 주문하자 최승현은 금세 활짝 웃으며 “여자들은 꽃 선물 안 좋아하지 않나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유럽풍의 젤라테리아(아이스크림 가게)까진 걸어가기로 했다. 그는 먹음직스러운 젤라토를 살핀 후 “전 딸기와 바닐라 맛으로 할게요. 이번 <보그> 촬영은 정말 먹을 게 많네요.(하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맛있게 촬영한 후, 다음 장소는 스태프들이 가장 기대한 브레라(Brera) 지역. 밀라노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학교인 브레라 대학가로 아기자기한 돌담길과 작은 상점들, 핫한 클럽과 바가 밤 늦게까지 조명을 환하게 밝히는 곳이다. 한적한 골목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마침 닥스훈트 한 마리가 미모의 여주인과 산책 중 아닌가! 윤기 잘잘 흐르는 우아한 털을 가진 강아지의 이름은 ‘심바’. 모델 뺨치는 포즈로 탑과 촬영팀의 귀여움을 톡톡히 받았다.

브레라 지역에서 딱 한 컷만 촬영한 후 우리는 밀라노 북쪽에 위치한 와그너(Wagner)로 이동했다. 사실 촬영 한 달 전부터 재래시장을 찾았지만, 촬영 당일 문을 연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밀라노의 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젊은 밀라니즈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네로 손꼽히는 곳. 싱그러운 과일들이 잔뜩 쌓인 과일 가게를 섭외하기 위해 우리는 산딸기와 사과, 자두와 블루베리를 잔뜩 사면서도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최승현의 미소 한 번으로 깐깐한 여주인의 마음을 녹이며 촬영은 단숨에 OK! “과일이 진짜 싱싱하네요. 와! 심지어 송로버섯도 있어요.” 최승현은 쉽게 구할 수 없는 트러플(Truffle)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엄청 귀한 버섯인데 향이 너무 진해서 올리브 오일에 조금만 넣어도 향이 진하게 우러나죠.” 노래와 연기만큼이나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결국 송로버섯을 사고야 말았다.

이제 해는 거의 저물었다. 중앙역 근처 호텔로 옮겨 아예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마지막 컷을 준비했다. “피렌체에서 밀라노 올 때 유로스타를 타고 중앙역에서 내렸죠. 호텔까지 무거운 트렁크를 질질 끌며 왔다니까요. 바로 이 길이요!” 마지막 컷이기에 춤을 추듯 신나게 포즈를 취하던 탑. 하루 동안의 짧은 밀라노 촬영 일정은 끝났지만, 배우로서 래퍼로서 탑의 인생 투어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