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조진웅과 김성균

영화로 의형제를 맺는 두 남자가 장진 감독의 새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진짜 형제가 됐다.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조진웅과 김성균이다.
키도 성격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기막히게 닮았다.

조진웅의 모피 재킷과 조끼, 팬츠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셔츠는 코스(COS), 트레킹화는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김성균이 어깨에 걸친 스트라이프 재킷은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수트는 김서룡(Kimseoryong), 하이톱 스니커즈는 캠퍼(Camper). 

이보다 더 유쾌할 수는 없다.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두 남자, 조진웅과 김성균은 요즘 가족보다 서로를 더 자주 본다. 어제도 하루 종일 낄낄대며 함께 뜀박질을 했다. “온몸에 젖산이 가득한 상태입니다. 힘들어죽겠어요.” 영화 홍보를 위해 홍천에서 <런닝맨>을 촬영하고 왔다는 김성균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낮은 신음 소리를 뱉었다. 멋쟁이 선글라스를 끼고 폼 나게 등장한 조진웅의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 정말 체력엔 자신이 없어요.” 한때 조선 최고의 무사 무휼이라 불리던 이 풍채 좋은 남자는 엄살도 장군감이다. “‘수고하셨습니다’”하고는 차에 탄 자세 그대로 집까지 실려왔어요. 그리고 엄습해오는 몸의 이상 징후들… 어이쿠!” 돌덩이처럼 몸이 굳어진 조진웅과 김성균은 이제야 후회막심이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달렸던가? 큰 바위, 작은 바위마냥 분장실에 나란히 앉은 둘은 미동도 없다. 작품 속 캐릭터 때문에 의무감으로 살을 뺄 때를 제외하곤 그저 숨 쉬는 것이 운동의 전부이던 이들이다. “희한하게 거기 가면 막 웃기고 싶어지는 거예요. 저 사람보단 내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큰 바위 형님의 말에 작은 바위 아우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능적으로 꿈틀대는 쇼맨십은 흐르는 세월도 막을 재간이 없다. 그 순간만큼은 앞뒤 안 가리고 빠져드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무대 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타고난 배우들인 것을!

조진웅과 김성균의 연기 본능은 장진 감독의 새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주연을 맡은 두 사람은 이번 영화에서 30년 만에 다시 만난 극과 극의 형제로 호흡을 맞췄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헤어진 뒤, 미국에 입양돼 목사가 된 형 상연과 계룡산에 들어가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동생 하연의 엄마 찾아 삼만리. 먼저 캐스팅된 건 하연 역을 맡은 김성균이었다. <응답하라 1994>의 ‘포블리’로 한창 인기를 구가 중이던 그가 흔쾌히 출연을 결정지었을 때, 장진 감독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진웅까지 합세했다. “우리가 친한 걸 아는 영화 관계자분들이 ‘진웅이 형 어때?’라고 물으면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에이, 안 해주겠지?’ 싶었던 거죠.” 아우를 위해서라면! 조진웅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지금껏 다섯 편의 작품을 함께해온 이들은 그야말로 영화가 맺어준 의형제다.

 

첫 만남은 김성균의 영화 데뷔작인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윤종빈 감독이 보석 같은 신인을 발견했다기에 ‘녀석, 귀엽겠군’ 싶었죠. 그런데 웬걸, 처음엔 저보다 선배님인 줄 알았어요. 대본 리딩 후엔 ‘이거, 재야의 협객이 왔구나!’ 다들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입담 좋은 조진웅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극 중 조직폭력배 두목 하정우의 오른팔 역할로 2:8 가르마를 휘날리며 깊은 인상을 남긴 김성균은 영화 포스터에서부터 실제 80년대 건달 같은 카리스마를 풍겼다. 그해 신인상은 죄다 김성균이 쓸어갔다. 이 무시무시한 괴물 신인은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성실한 가장이기도 하다. 알려진 것처럼 영화 말미 돌잔치 장면에 최민식의 손주로 등장한 아이가 바로 김성균의 아들이다. “그럼에도 막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어요. 형들에게 너무나 잘했죠.” 사실 당시 김성균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막노동을 해야 할 만큼 절박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 건강했다. 모두가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조진웅은 심지어 이런 표현까지 썼다. “성균이는 우리 팀의 마스코트였어요!”



조진웅의 줄무늬 티셔츠는 소윙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 김성균의 터틀넥 스웨터는 코스(COS), 사선으로 쪼개진 플라스마 스탠드 미러는 까레(Kare).

조진웅의 칭찬 퍼레이드에 마스코트 김성균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형님, 부끄럽습니다.” 김성균에게 조진웅은 언제나 든든한 형님이다. 그가 쟁쟁한 영화계 선배들 앞에 처음 나서던 순간부터 줄곧 그랬다. “첫 리딩을 할 때 윤종빈 감독이 불참한 배우들의 대사도 대신 읽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선배의 대사까지 해버린 거예요. 그때 진웅이 형이 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다 가르쳐줬어요.” <뿌리 깊은 나무>가 한창 인기를 끌던 때였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무휼 조진웅의 주가도 솟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넉넉한 배우는 한결같은 면모를 보였다. 허물없이 후배를 대하고 챙겼다. 따뜻한 형님의 존재는 이번 영화에서도 김성균에게 큰 힘이 됐다. “진웅이 형의 눈을 보면 없던 감정도 생겨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래요. 워낙 감수성이 좋거든요. 감동을 줘야 하는 장면인데도 감정이 잘 안 잡힐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형은 벌써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어요. 그럼 같이 울컥해지죠.”

물론 조진웅의 풍부한 감수성은 연기할 때만 솟아나는 게 아니다. 평소에도 마를 틈이 없다. 술자리라면 더더욱. 김성균이 뭔가 생각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가끔 형이 얘기를 하다 스스로 감정에 복받쳐 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진짜 신기한 건 형이 울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이 운다는 거예요.” 이번엔 조진웅의 얼굴이 빨개졌다. “어후, 야! 너 왜 그래~! 큭큭.” 수줍어하는 형님 모습에 재미를 느낀 김성균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언제였더라? 아무튼 주변도 꽤 시끄러운 상황이었는데 그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형의 얘기를 듣던 사람들이 전부 울었잖아요. 서로 막 눈물을 닦아주면서. 무슨 얘기였는진 기억도 안 나요.” 카메라 앞에 설 때를 제외하곤 좀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성균으로서는 그야말로 한 편의 컬트영화 같은 일이었다. 낯을 가리고 내성적인 김성균과 달리 조진웅은 넉살 좋은 타입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속마음을 풀어내는 데도 숨김이 없다.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다 큰 사내들이 조진웅의 얘기에 눈물까지 쏟은 건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여리고 천진한 남자들이 대체 어떻게 그 무서운 냉혈한과 연쇄살인마를 그토록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걸까? 아무리 연기라고는 해도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조진웅은 그런 문제라면 자신 있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그런 생각을 안 하면 돼요.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들 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그런 악역보단 되레 제가 동경하던 대상을 연기할 때였어요. 무휼은 좀 오래갔던 것 같아요. 다른 영화를 홍보하러 라디오에 나갔다가 아직도 무휼 같다는 소리를 듣고 “‘이 멍청이, 뭐하는 짓이야!’ 스스로에게 화가 났죠. 연기를 계속하려면 잘 지워내야 해요. 메이크업을 지우듯 정말 싹 없애야 돼요.” 낙천적인 조진웅의 성격은 그럴 때 장점으로 작용한다. 안 좋은 기억은 마음에 새기질 않는다. 반면 김성균에겐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아니다. 그는 곱씹어 생각하는 편이다. “전 좀 시간이 걸리죠.” 밝고 따뜻한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택한 것도 그런 연유였다. “얼굴에 피를 묻히고 위험한 물건을 다루는 역할을 계속 하다 보니 정신이 황폐해지는 것 같았어요.” 조진웅은 김성균의 착하고 여린 마음을 천연덕스러운 농담으로 토닥였다. “<런닝맨> 촬영 때 개리 씨가 그러더군요. 김성균의 특기는 한쪽 눈으로 정면을 보는 척하면서 다른 한쪽 눈으로 자기의 등판을 노려보는 거라고. 으하하. 어떨 때 보면 아주 그런 섬뜩함이 있죠.”



물방울무늬 칼라 장식의 조끼는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줄무늬 티셔츠는 소윙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

키도 몸무게도 생김새도 다른 두 사람은 이처럼 성격도 상반된다. 하물며 고깃집엘 가도 취하는 행동이 정반대다. 조진웅이 슬쩍 고기를 옆으로 밀어놓고 딴청을 부리면, 김성균은 모르는 척 열심히 고기를 굽고 상추까지 챙겨준다. 집 안 이곳저곳을 직접 수리할 만큼 부지런한 김성균은 차라리 그게 마음 편하다. 대신 조진웅은 맛집을 탐색하고 코스를 책임진다. 기가 막힌 궁합이다. 이 기묘한 형제는 <화이>를 찍을 때도 눈부신 호흡을 보였다. 연기 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기다림의 연속인 현장에서도 그랬다. 조진웅과 김성균을 포함한 여진구의 아빠들이 대전의 허름한 모텔 방에서 생활할 때였다. “김윤석 선배 방에 다섯 아빠가 모여가지고 맨날 맥주에 과자 부스러기만 먹었어요. TV 채널은 <한국인의 밥상>을 틀어놓고, 굴비 한 번 보고 밥 한 술 뜨듯 ‘그렇지! 더덕은 저렇게 먹어야지. 캬~!’ 하면서. 그런데 어느 날 성균이가 마트에서 장을 봐 요리를 해준 거예요. 썰고, 끓이고, 멍게에 해삼 고노와다(내장)까지!” 조진웅은 아직도 그날의 벅찬 감동을 잊지 못한다. “내일은 또 힘들게 촬영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잖아요?” 상을 차린 건 김성균이지만, 판을 만든 건 조진웅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촬영 때마다 코펠과 버너 일체를 가지고 다니는 준비성 철저한 남자였다. 다만 뭔가를 해 먹기 귀찮았을 뿐. 숙소에서 조진웅의 장비를 발견한 김성균은 모처럼 솜씨를 발휘했다. 역시 환상의 커플이다.

 

“우리가 겨우 3년 전에 처음 만났다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예요. 부산에서 연극을 할 때부터 같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작품 안에서 친해지다보니 아무래도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죠.” 조진웅이 부산에서 극단 생활을 하는 동안 김성균은 삼천포에서 연극을 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당시만 해도 서로 이름조차 몰랐다. 그렇게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조진웅과 김성균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아주 오래전 한 번쯤 스쳐 지났을 법도 한 인연이었다. 오늘에야 알게 된 사실도 몇 가지 있다. 오래전 경남예술단이 발족할 무렵의 일이었다. “당시 그쪽 집행부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할 건데, 혹시 부산에 있는 배우들 중에 로미오 역할을 할 만한 사람 없느냐고 묻더군요. ‘내가 있지 않느냐!’ 그랬더니, 자기넨 전위 연극이 아니래요. 크크.” 퇴짜를 맞은 조진웅은 <맥베스>나 <오셀로>였다면 자신이 제격이었을 거라며 입맛을 다셨다. 정작 로미오 역할을 제안받은 건 김성균이었다. 당시 그는 잠시 마산의 한 극단에 있었다. “진짜요? 어쨌든 저도 로미오가 되진 못했어요. 그보단 티볼트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김성균이 놀라워하며 그 시절을 떠올리자 조진웅은 농담 섞인 투정을 부렸다. “야, 난 근처에도 못 갔어!”



물방울무늬 셔츠는 델디오(Deldio), 터틀넥 스웨터는 코스(COS), 패딩 조끼는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

기억을 더듬을수록 두 사람의 과거사는 꽤 많은 공통점을 갖고 흘러 갔다.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그랬다. 연극배우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조진웅과 김성균 역시 장진 감독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었다. 하고 많은 작품 중에서도 <택시 드리블>, 맡은 배역은 공교롭게도 둘 다 일인다역이었다. “너도?! 형님도?! 으하하.”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대학 시절 동기 녀석과 서울에 올라와 장진 감독을 찾아갔어요. 제가 갓 제대했을 때니까 아마 99년 즈음이었을 거예요.” 조진웅이 말했다. “비영리 공연이고 희곡 대본이야 문예진흥원에 다 있으니 그냥 출력해서 써도 되지만, 작가가 셰익스피어처럼 죽은 사람도 아니잖아요? 기왕이면 직접 허락을 받고 싶었어요.” 대학로 학전 그린에선 장진 감독의 또 다른 연극 <허탕>이 한창 공연 중이었다. 장 감독은 부산에서 온 시커먼 남학생들의 기특한 열정에 흔쾌히 대본을 건네줬다. 조진웅이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출연을 결심한 데는 그런 이유도 컸다. 그 시절부터 그는 장진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에게 그 얘기를 했어요. 물론 기억은 전혀 못하시더군요. 크크.” 그렇게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마침내 세 남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연습실에서 의상을 피팅하고 대본을 리딩한 첫날, 감독과 두 배우는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장진 감독의 소맥 제조 기술에 감탄하며 마시고 또 마셨다. 동시에 촬영이 끝났을 땐 꼭 건배로 서로를 격려했다. 마지막 행선지는 늘 김성균의 집 앞 포장마차였다. 어떤 술은 때로 피보다 진한 법. 형제의 우애는 더욱 깊어만 갔다.

 

이제 와선 어딘가 모르게 닮아 보이기까지 한다. 두 사람도 요즘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촬영하며 모니터를 보면 언뜻언뜻 형제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둘이 같이 나온 영화 포스터를 봐도 묘하게 비슷한 것 같고.” 따로 있을 땐 몰라도 같이 있으면 티가 나는 게 형제다. 둘 다 그런 얘기가 싫지만은 않다. 김성균은 도리어 기쁘다. “전 손해 볼 게 없거든요. 으하하.” 두 사람이 함께하고 싶은 다음 영화의 장르는 격정 멜로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조진웅과 김성균의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 제작 보고회에서 조진웅은 “그런 도전적이고 아방가르드한 감독이 한 명은 있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용기 있는 감독이 나타난다 해도 그다음이 더 문제다. “과연 관객들이 돈을 쓸까요?” 김성균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번 영화에도 두 남자 사이에 한 여자가 등장하긴 한다. 치매에 걸려 사라진 형제의 어머니다. 전작 <변호인>에서 임시완의 어머니로 등장한 김영애는 1년 사이에 꽤 나이 든 두 아들을 새로 얻었다. “아마 속으로 좀 징그러우셨을 거예요. 흐흐.”





두 형제는 어느 때보다 배우로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성균은 이번 영화를 찍는 동안 <살인의뢰>의 촬영 현장을 동시에 오갔다. 요즘은 <여름에 내리는 눈> 촬영이 한창이다. <늑대소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차기작 <명탐정 홍길동(가제)>에도 주연급으로 캐스팅된 상태다. 조진웅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장수상회>의 개봉을 기다리는 그는 최근 최동훈 감독의 <암살>까지 크랭크인하면서 더욱 바빠졌다. 최근 몇 년간 이들보다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경영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만약 제가 영화 제작이나 연출을 하는 입장이라면 이경영 형님은 무조건 제 작품 속 어딘가에 들어가야만 하는 배우예요. 그분의 존재감에 우릴 비할 수는 없죠.” 겸손한 두 배우는 이렇게 말했지만, 조진웅과 김성균 역시 지금 한국 영화계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다. 물론 배우라면 누구나 늘 그런 존재이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 친근한 믿음이 식상함으로 변질되는 건 한순간이다. “이미지가 소진되는 건 배우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다만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군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다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작품이든 막 하고 싶진 않아요. 물론 그에 대한 판단은 관객 몫이겠지만, 최대한 충실하고 싶어요. 그러자면 믿을 건 결국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밖에 없고요.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이 저를 발전시키는 거죠.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 이어 두 사람이 공동 출연한 다음 작품은 하정우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영화 <허삼관(가제)>이다. 윤종빈 감독의 <군도>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범죄와의 전쟁>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일종의 품앗이인 셈이다. 조선시대 서슬 퍼렇던 지리산 의적 떼는 가난하던 1960년대 풍경의 일부가 되어 얼굴에 흙칠을 한 채 러닝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녔다. 조진웅은 마을 사람 중 한 명을 맡았다. 김성균은 허삼관에게 피를 파는 법을 알려주는 친구의 친구다. 우정 출연에 가까울 만큼 적은 분량이지만, 영화에 대한 의리로 뭉친 이들에게 주연급 배우라는 타이틀 따윈 의미가 없다. “역할의 경중을 떠나 작품에 ‘파이팅’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고 싶어요. 성균이가 또 뭔가를 하면 다음엔 우리가 가서 품앗이를 해줘야죠.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예요.” 이들은 영화라는 핏줄로 연결된 형제들이다. 오랜 시간 각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형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아우는 마음 한쪽이 뜨끈해진다.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김성균이 수줍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좀 멋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