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발렌티노 레이디가 된 최지우

2016.03.17

by VOGUE

    발렌티노 레이디가 된 최지우

    발렌티노 레이디가 된 최지우가 <보그>와 함께 파리 외곽의 18세기 고성으로 향했다.
    햇살 찬란한 숲, 고색창연한 성벽, 아름다운 성주가 어울린 로맨틱한 11월 풍경.

    A Room with a View 파리 외곽 고성의 아름다운 성주가 된 최지우. 가죽 플리츠 스커트와 스트라이프 울 코트가 로맨틱한 11월 풍경을 완성한다.

    A Room with a View 파리 외곽 고성의 아름다운 성주가 된 최지우. 가죽 플리츠 스커트와 스트라이프 울 코트가 로맨틱한 11월 풍경을 완성한다.

    Mondrian Dream페미닌한 이미지의 성주에게 꼭 어울리는 발렌티노 룩. 하늘하늘한 레이스 블라우스와 컬러 블록 가죽 패치워크 스커트!

    Mondrian Dream 페미닌한 이미지의 성주에게 꼭 어울리는 발렌티노 룩. 하늘하늘한 레이스 블라우스와 컬러 블록 가죽 패치워크 스커트!

    Cape Off성에서 열리는 파티엔 어떤 옷을 입을까? 테일러드 팬츠와 턱시도 블라우스, 심플한 케이프가 만나자 근사한 이브닝 룩이 완성됐다.

    Cape Off 성에서 열리는 파티엔 어떤 옷을 입을까? 테일러드 팬츠와 턱시도 블라우스, 심플한 케이프가 만나자 근사한 이브닝 룩이 완성됐다.

    “무슈! 저기 저 미스는 아시아에서 온 공주야?” 9월 30일 새벽 6시,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어느 호텔 로비에서 마주친 백인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밤새 파티를 즐기다 막 호텔에 돌아온 그는 이른 새벽부터 꽃단장한 여인이 대체 누군지 궁금했던 것 같다. 그 취객이 아시아의 공주라고 착각한 인물은 배우 최지우다. 그녀는 <보그> 화보 촬영을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헤어와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게다가 그날 오후 튈르리 공원에서 열릴 발렌티노 2015년 봄여름 패션쇼에 참석하기 전까지 화보 촬영을 마쳐야 했으니 새벽 기상은 어쩔 수 없었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의 ‘아시아 공주’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온 건 새벽 6시쯤(취객이 홀딱 반해서 그녀를 바라보던 바로 그때다). <보그> 촬영팀과 발렌티노 본사에서 공수한 올가을 컬렉션 의상들은 촬영장인 파리 외곽 성을 향해 곧바로 출발했다. 새벽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지나 1시간쯤 후 도착한 곳은 세브루즈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샤토 드 보주앙. 18세기에 지은 고성이 오늘의 로케이션 장소였다. 물론 낭만적 감성으로 가득한 발렌티노 드레스와 망토 등을 적절히 표현할 곳을 찾기 위해 <보그> 촬영팀은 촬영 이틀 전까지 파리 외곽 고성들을 차례로 후보에 올렸고, 고색창연한 아담한 성과 펼쳐진 들판, 그리고 숲이 아름다운 이곳으로 최종 결정했다(최지우도 그곳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기에 고생을 무릅쓰고 꼭두새벽에 일어난 것이다).

    Madame Butterfly이번 시즌 발렌티노 컬렉션의 주요 모티프였던 나비. 화려한 나비 자수 장식의 케이프를 입는 순간 동화 속 나비 요정이 된다.

    Madame Butterfly 이번 시즌 발렌티노 컬렉션의 주요 모티프였던 나비. 화려한 나비 자수 장식의 케이프를 입는 순간 동화 속 나비 요정이 된다.

    Stairway to Heaven발렌티노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꿈꾸는 로맨스가 고스란히 담긴 레이스 드레스. 자수로 완성된 나비 날개가 레이스 드레스를 가득 채웠다.

    Stairway to Heaven 발렌티노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꿈꾸는 로맨스가 고스란히 담긴 레이스 드레스. 자수로 완성된 나비 날개가 레이스 드레스를 가득 채웠다.

    My Beating Heart이 드레스를 입으면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올 것 같다. 별과 꽃 모티브의 자수 장식 하이웨이스트 시폰 드레스는 한쪽 가슴을 장식한 붉은 하트가 포인트다.

    My Beating Heart 이 드레스를 입으면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올 것 같다. 별과 꽃 모티브의 자수 장식 하이웨이스트 시폰 드레스는 한쪽 가슴을 장식한 붉은 하트가 포인트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에 가려진 고성에 온화한 아침 햇살이 비칠 즈음, 촬영이 시작됐다(조금 쌀쌀했기에 실내 촬영부터 하기로 했다). 두꺼운 벨벳 커튼과 폭신한 카펫, 기품 있는 몰딩과 기둥으로 장식된 공간에 최지우가 등장하자 <보그>가 상상하던 아름다운 성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여기에 사진가 유영규가 센스 있게 준비한 이동용 스피커에서 ‘라이(Rhye)’의 나긋한 선율이 흐르며 촬영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패션지 화보 촬영에 그리 익숙한 여배우는 아니었지만, 최지우는 모델 뺨치는 긴 목과 긴 팔다리, 작은 얼굴의 소유자. 드레스든 팬츠 룩이든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절로 그림이 나왔다. 무슨 일이든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그녀는 중간중간 촬영 의상에 맞춰 어떤 포즈를 취하는 게 좋은지 사진가에게 물어왔고, 노련한 사진가는 여배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손가락 표정과 얼굴 각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코치했다.

    10시 쯤 되자 촬영팀은 실내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고성을 둘러싼가을 숲엔 밝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고, 들판과 숲엔 어느새 살짝 단풍이 들고 있었다. 그림자가 자연스러운 음영을 선사한 골목까지, 모든 곳이 근사한 로케이션 장소가 됐다. “막 도착해 안개가 자욱했을 땐 으스스했는데, 해가 뜨니 무척 아름다워요!” 따뜻한 기운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 최지우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촬영을 다시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옷은 발렌티노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빨강 시폰 드레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한 나르시시스트처럼 들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사진가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비록 아침 이슬에 시폰 드레스 자락은 푹 젖었지만 말이다.

    Field of Dreams아침 햇살이 눈부신 고성 근처 세브루즈 계곡의 들판에서. 발렌티노의 시그니처인 빨강 시폰 드레스를 입은 숲의 요정 최지우.

    Field of Dreams 아침 햇살이 눈부신 고성 근처 세브루즈 계곡의 들판에서. 발렌티노의 시그니처인 빨강 시폰 드레스를 입은 숲의 요정 최지우.

    Wish You Were Here금빛 스터드 장식 검정 가죽 셔츠 드레스는 중성적이기보다 충분히 여성스럽다. 여기에 매치한 앙증맞은 나비 손잡이 백은 발렌티노 레이디의 필수품이 될 듯.

    Wish You Were Here 금빛 스터드 장식 검정 가죽 셔츠 드레스는 중성적이기보다 충분히 여성스럽다. 여기에 매치한 앙증맞은 나비 손잡이 백은 발렌티노 레이디의 필수품이 될 듯.

    The Way Back부드러운 브라운색 케이프는 같은 소재 시프트 드레스와 연결돼 있다. 로맨틱한 윈터 룩을 완성하기엔 안성맞춤. 화보 속 의상과 액세서리는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The Way Back 부드러운 브라운색 케이프는 같은 소재 시프트 드레스와 연결돼 있다. 로맨틱한 윈터 룩을 완성하기엔 안성맞춤. 화보 속 의상과 액세서리는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이제 다 된 것 같아요!” 사진가의 이 한마디에 스태프들은 대개 환성을 지르지만, 이번엔 달랐다. 파리 시내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일행은 부랴부랴 짐을 싸서 차에 싣곤 다시 파리로 달렸다. 쇼 시간은 2시 30분. 최지우는 얼른 호텔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수정 후 발렌티노 쇼장으로 뛰어가야 했다. 그야말로 오늘 촬영은 <보그> 역사에 길이 남을 초스피드 촬영! 하지만 보주앙 성에서 ‘아시아의 공주’와 함께한 5시간은 축축하고 어두운 안개 세상이 밝은 햇살 가득한 세상으로 바뀌던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기호
    포토그래퍼
    YOO YOUNG KYU
    스탭
    스타일리스트 / 노강원 헤어 / 송화(애브뉴준오) 메이크업 / 박정원(애브뉴준오) 프로덕션 /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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