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괴로워

‘잘 먹고, 잘 입고, 나 잘나간다’는 메시지와 사진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곳.
SNS가 정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수많은 사람들과 ‘하하호호’ 소통할수록 외롭고 우울하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

마음 공부를 위해 인도 명상 학교를 방문했을 때 20대 참석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심지어 학벌, 외모 뭐 하나 빠지지 않는 훈남 훈녀들이 왜? 저 나이 때는 미친 듯이 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느라 바쁘고, 멍청한 짓을 해도 그저 재미있고 빛나는 청춘들이 이 먼 곳까지 왜? 의아해하는 나에게 젊은이들은 ‘사는 게 우울하다’고 답했다.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예요. 우울하고 힘들어 하죠.” 맞다. 전 세계적인 불황에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현 사회가 청년들에게 그리 녹록한 세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드냐”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놀랍게도 ‘SNS’였다. “SNS는 취미 생활이 아니에요. 그냥 꼭 해야 하는 일이죠. 실은 힘들고 우울해도 SNS엔 아주 부티나게, 재밌게 잘살고 있다는 사진과 문구를 남기죠. 누군가 보고 있으니까요. 그것 자체도 우울한데 친구들이 올린 포스팅을 보면 더 우울해져요. 다들 잘 먹고 잘사는데 나만 불행한 것 같고, 나만 실패자 같거든요.” 2012년 미주리 과학기술대 연구팀은 216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 습관과 정신 건강 상태를 조사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 결과 SNS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는데, 페이스북을 오래하면 우울해진다는 것. 또한 이 연구는 페이스북이 우울함, 외로움, 질투 같은 감정을 부추긴다는 사실도 추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정서 예측의 오류’, 즉 참가자들은 페이스북을 하면 20분 후 기분이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 결과는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나는 이 시대의 리플리인가?

“SNS에서 행복한 척, 잘사는 척하는 건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긍정주의가 팽배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힘들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선 안 된다고, 잘못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진짜 내 마음은 무시하고 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죠. 결과적으로 내 삶에 나는 없고 ‘쇼맨십’만 남게 되는 거죠.” 명상 학교의 하버드라 불리는 인도 원월드 아카데미 명상 트레이너 민진희의 말에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학과 윤대현 교수는 이것이 심해지면 ‘리플리 증후군’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당연해요.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지나치면 내가 아니잖아요. 그 괴리가 심해지면 리플리증후군이 되는 거죠.” 리플리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다. 그는 신분상승을 위해 거짓말을 계속하고, 어느 순간 그것이 진실인 양 믿으며 결국 자아마저 상실한 채 환상 속에 살다 파멸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인격장애를 리플리 증후군이라 하는데, 정신병리학의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부터다. 즉 이런 경향의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남을 의식하고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 쓰느라 내 진실과는 점점 멀어진다는 것. “방향성을 잃어버리죠.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거든요. 남들 눈에 비친 나를 연출하느라고 말이죠. 무시무시하지 않아요? 살다 보면 때때로 울적하거나 힘든 때가 있죠. 그게 당연한 일이란 걸 받아들이세요. 그런 여유가 있어야 내 마음이 힘들 때 알아차릴 수 있어요. 진실에 저항하지 않아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명상 공부를 하러 오는 많은 이들이 ‘전 괜찮은데요’라고 말해요. 정말이면 좋은데 괜찮은 줄 알고, 혹은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기억하세요. 부정적인 감정들은 억누르고 무시한다고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무기력, 우울, 분노 등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오죠. 그래서 일상의 마음 공부가 중요한 거예요.”

또한 민진희 명상 트레이너는 내 마음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린 ‘doing’에 대해선 항상 목표를 세우죠. 어떤 대학을 가야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지, 어떤 남자를 만나야지 등등. 그런데 ‘being’에 대한 노력이 없어요. 내 존재, 내 마음에 대한 목표의식이요. 자유롭고, 명석하고, 행복하고, 지혜롭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로 삶을 사는 게 중요하지 않나요? SNS에서 잘나가면, 페북 친구가 5,000명이고, 트위터 팔로워 수가 10만이면 행복해지나요? 거짓으로 삶을 꾸미려고 노력할수록 행복은 점점 멀어질 뿐입니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에 이런 문구가 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일 때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건 삶을 조금 심플하게 하기 위해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이 시대의 리플리들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조금 포장했더니 친구와 좋‘ 아요’가 늘었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불행해 질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대부분의 이야기다.

 

‘엄친딸’은 결코 이길 수 없다.

바지 하나가 20만원이라고 하면 비싸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100만원짜리 재킷을 샀다고 하면, 방금 산 그 재킷과 어울리는 20만원짜리 바지 한 벌 더 사는 건 그리 큰 금액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비교대상 때문에 더 크거나 작게 느끼는 현상을 ‘샤르팡티에 효과’라고 한다. 우린 이걸 SNS 속 친구들을 대상으로 적용한다. 이것이 SNS를 할수록 우울해지는 두 번째 이유다.

민진희 명상 트레이너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비교하죠.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잣대, 혹은 SNS 속 친구들과요. 그렇게 되면 우리 마음의 움직임은 명백해져요. 충족이 안 되니 좌절하고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해’라며 자책하고, 그런 자신이 싫어지고… 그러니 우울하고, 슬프고, 당연히 자신감이 떨어지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잘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고, 삐죽거리며 숨고, 그런 자신을 또 자책하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라며 또 비교하고. 이렇게 비교와 자책으로 쳇바퀴 돌듯 일상을 반복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이 쳇바퀴 속에 있는 한 영원히 ‘만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단언컨대 엄친딸은 결코 이길 수 없다. 한 명을 넘어서면 더 대단한 엄친딸이 얼마든지 등장하니까. 그렇지만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마음의 작동 방식이 원래 그래서 남과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은 낮은 국민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 1위인 국가로 유명했다. 하지만 2009년 이들의 행복지수는 17위로 떨어졌다. 국민소득은 늘었건만 집집마다 TV가 보급되면서 바깥세상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그곳을 동경하고 현재 처지에 불만이 늘어난 탓이다. 이렇게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들과 비교를 한다. 다만 여기에 집착할 때, 상대적인 비교의 잣대를 끊임없이 들이대며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통으로 빠져드는 것이 문제다.

 

네 가지 기분촉진제

“돌고 도는 생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오는 명상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내가 쳇바퀴 안인지 밖인지를 관찰하는 것. 포인트는 솔직함. 둘째, 만약 쳇바퀴 안이라면 그 안에 있는 내가 어떤지를 바라보는 것. 셋째, 후다닥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내 모습을 마주했다면 이제 선택을 할 것. 그렇게 계속 살 것인지, 빠져나올 것인지. 잘잘못을 따지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이러고 있었구나’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놀랍게도 이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론 아무 소용이 없다는 민진희 명상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눈을 감고 생각의 과정을 관찰하며 명상을 했는데 갑자기 해방감이 느껴졌다! 단순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었다. ‘내 생각을 관찰하라니, 어색하고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냥 너무 웃겼다.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했다. 마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 이것저것 바라본 느낌이랄까. 그러고 나니 내가 왜 이러고 살았나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이어트랑 비슷해요. 다이어트할 때 딱 붙는 옷을 입으라고 하잖아요. 두둑한 뱃살을 자세히 노골적으로 보면 볼수록 더 빼고 싶어지잖아요. 우리 마음도 똑같아요. 제대로 봐주는 만큼 자유로워지고 변화가 생기죠.” 민진희 명상 트레이너는 명상을 할 때 마음 작동법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있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호흡을 하고 잠시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잖아요. 운동을 할 때도 PT를 등록하든, 책을 사든, 유튜브를 검색하든 지식을 쌓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무턱대고 운동을 하는 것과 확실히 다르죠. 마음도 몸의 근육처럼 원칙과 성품이 있어요. 그걸 이해하면 명상이 삶을 바꾸는 지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되죠. 지금부터 시작해보세요.”

윤대현 교수는 명상 이외에 우울할 때 도움이 되는 세 가지 방법을 더 제시했다. “마음이 울적할 때 도움이 되는 네 가지 ‘기분촉진제’가 있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발간된 건강 리포트에 실렸던 내용인데요. 그중 하나가 명상입니다. 명상은 긍정적인 감정은 키워주고, 두려움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줄여줍니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줄여주고, 심장 박동이나 혈압도 낮춰주죠. 요가 명상 수업을 다니는 것도 방법이고, 관련 책이나 CD를 구매해 개인적으로 하는 것도 좋습니다. 바쁘면 틈틈이 호흡에 집중해 세 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시는 것에도 우리 뇌는 반응을 합니다. 두 번째는 운동입니다. 운동은 세포까지 건강하게 만들죠.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신경세포 기능을 개선시켜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느끼는 상쾌함, 바로 그 느낌이죠. 빠르게 기분을 개선하길 원한다면 중등도 이상의 운동, 예를 들면 빠르게 걷기 30분, 에어로빅 댄스, 테니스 시합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해주는 것입니다. 좋은 기분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가볍게 걷기 등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운동으로 충분합니다. 세 번째는 사회적 관계 맺기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분을 전환시킵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고요. 네 번째는 삶의 목적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정신을 맑게 유지시켜줍니다. 새로운 취미를 찾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SNS는 잘못이 없다

한마디로 SNS는 잘못이 없다. 윤대현 교수는 “SNS 때문에 우울해지는 건 아니다. 효율적으로 관계를 하라고 만든 건데 관계는 사라지고 SNS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그런 일들 말이다. 앞서 페이스북을 오래할수록 우울해진다고 했지만, 모든 페이스북 활동이 그렇진 않다. 인스부르크 대학의 다른 실험에서 연구팀은 친구와 대화하거나 계획을 세우는데 SNS를 사용하면 페이스북을 해도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결국 SNS 우울증의 해결책은 하나일 수 없다. SNS를 끊으라는 얘기도 아니다. 누군가는 SNS를 줄일 것이고, 누군가는 SNS를 통해 인간관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은 현명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그런 현명함과 지혜는 감정과 상황에 휘둘리지 않은 마음 상태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