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그 황제의 식탁에서 나눈 저녁 식사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저널리스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현재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로 이름이 교체됐다)에서 25년 간 패션 비평을
담당한 그녀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그닷컴’을 위해 독점 취재 및 기사를 쓴다.

그슈타트. 베란다에서 야외 런치. © 오베르토 길리

“쟤들도 테이블이 있어야겠어요”라고 나는 발렌티노에게 농담을 건넸다. 책들로 벽을 채운 디자이너의 그랜드 런던 응접실을 뛰어다니는 퍼그(개의 품종)들을 보며 건넨 말이다. 우리는 <At the Emperor’s Table>에 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아주 아름다운 책으로, 어떻게 토마토로 꽃잎을 만들고 염소 치즈 플랑(타르트 과자의 일종)을 장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 줄뿐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손님에게 대접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말해주는 책이다. 



그슈타트. 양배추 모양인 쏘(Sceaux) 피양스 자기 튜린(뚜껑 달린 움푹한 그릇)으로 세팅된 테이블, 18세기 후반. 아스파라거스 모양의 독일 포셀린 튜린, 18세기 후반 또는 19세기 초반. 세로로 홈이 새겨져 있고 초록색 테두리의 유리잔. 새들이 체리를 따는 모습이 그려진 델프 오지 그릇, 스페인산, 약 1800년. © 오베르토 길리

런던. 남녀 한 쌍의 형태인 실버 소금통, 메종 오디오 작품, 파리, 19세기. VG 모노그램이 수놓인 30 인디고색 냄킨 한 세트, 체사리. 왼쪽은 중국에서 수입해온 파란색과 흰색 접시의 혼합 세트, 건룡 시기, 약 1770년. 은으로 덮인 미국산 마개 있는 유리병의 한 종류, 약 1930년. 중국에서 수입한 파란색과 흰색의 접시 세트. 잎 모양으로 어린 소년들이 정원에서 노는 장면이 있다. 강희제 시기(1662-1722), 약 1680년. © 오베르토 길리

뉴욕. 18개의 러시아산 포셀린 디너 접시와 그것과 어울리는 7개의 수프 접시, 샹트레테르부르크, 니콜라스 1세 통치 시기(1825-55). 조지 2세의 은쟁반 한 쌍, 약 1720. 멕시코 은 테이블, 테인 작품, 20세기. © 오베르토 길리

오! 발렌티노의 테이블에는 호화로운 접시들, 귀중한 러시아 제국의 사기그릇, 눈과 같이 하얀 마이센 백조 등이 발렌티노의 다양한 집에서 식사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사기그릇이 그슈타트(Gstaad)에 있는 스위스 샬레, 뉴욕 임시 거처, 카프리 섬으로 항해하는 배에 가장 적합한지 논의하기 전, 발렌티노는 퍼그들이 식사 때 테이블 필요성에 대한 나의 질문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아마 Maud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인접해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는데, 빛나는 난로 앞에는 작은 탁자가 있었다. “이것은 라랑누(Lalanne)에요”라고 자연의 조각가를 언급하며 말했다. “그 위의 견과류는 퍼그들을 위한 거죠.”



T.M. Blue One(발렌티노의 요트). 리프로덕션 포셀린 디너 서비스 세트의 튜린, 1820대의 토키 디자인 이후, 스태퍼드셔. 식스틴 랄프 로렌 크리스탈 텀블러 세트의 물잔. 파란색의 세로 줄무늬가 있다. © 오베르토 길리

와이드빌. 정원 정자에 차린 캐주얼한 런치. 왼쪽부터 카를로스 소우자, 찰린 쇼르토(Charlene Shorto), 발렌티노 가라바니, 지안카를로 지아메티. © 오베르토 길리

나는 발렌티노 식탁에서 식사할 행운이 주어졌다. 특히 파리 밖에 있는 그의 저택 와이드빌(Wideville)에서의 식사였다. 여기는 수많은 장미 화단과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뻗은 라벤더와 긴 잔디밭의 끝의 작은 동굴집이 보이는 곳이다.

 

나는 꾸뛰르 축하 행사에서 테라스를 따라 놓인 긴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먹은 적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요트인 ‘TM Blue One’으로 나를 이동시키는 듯한 건룡(Qianlong) 사기그릇의 싱그러운 파란색과 함께 나눈 보다 더 친숙한 식사 경험은 많았다.



와이드빌. 러시아산 은 촛대 한 쌍, 샹트페테르부르크, 약 1890년. 영국계 아일랜드의 금으로 도금된 유리 베이스, 19세기. 발렌티노는 애프터눈 티를 위해 우아하게 차린 테이블의 정원으로 손님들을 초대했다. © 오베르토 길리

와이드빌. 페인트 칠한 철판과 포셀린으로 만든 18개의 가지로 뻗은 샹들리에(마이센, 19세기)가 테이블 위에 매달려 있다. 테이블에는 프랑스산 은도금의 접시와 스탠드(by G. Keller, 파리, 19세기 후반)가 놓여있다. 황실 허가증 아래에 ‘Fabergé’ 마크가 새겨진 컷 글라스 ‘Tazze’(높은 굽이 달린 큰 접시) 한 쌍, 약 1885년. © 오베르토 길리

그러나 우리가 앉아 얘기하기 전까지 나는 발렌티노가 접시, 유리컵, 은으로 만든 소금통 등을 수집하는 데 열정이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이들을 적절한 꽃, 심지어 적절한 냅킨과 함께 배치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줄도 몰랐다.

 

“저는 늘 분홍색과 파란색의 냅킨을 사랑했어요. 물론 흰색도 좋아하지만, 흰색은 연회에 더 적절하기에 아늑하고 사적인 느낌이 덜하죠”라고 디자이너가 말했다. 



도서 사인회. 칠턴 파이어하우스 사장 앙드레 바쟁(Andre Balazs)(왼쪽), 카일리 미노그(중앙), 발렌티노(오른쪽). © Getty

발렌티노 패션 패밀리의 일원인 카를로스 소우자도 그만의 책이 있다. <Carlos’s Places>.

그가 꾸뛰르 컬렉션을 위해 애를 쓰는 만큼 런던의 블루 다이닝 룸을 위한 그릇, 배의 미묘하게 다른 파란색과 흰색의 스태퍼드셔 자기, 파사텔리 토마토 소스와 톤이 맞는 모조 거북딱지 날붙이를 고를 때도 신경을 많이 썼다.

 

거장도 동의할 것이다. “어떤 면으로 볼 때 제가 4년 전까지 해오던 일과 이 책을 위해 지금 해온 것 사이에는 관계가 있어요”라고 발렌티노가 말했다. “접시에 대한 발상은 제가 꽃을 리본과 러플과 함께 아름다운 이브닝 가운 몇 벌을 제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창작이죠. 전형적이고 심심한 식탁이 아닌 좀더 세련된 식탁을 만들기 위해 그 위에 함께 올려 놓을 것들을 찾고 있어요.”



애술린의 런던 피커딜리에 있는 첫 서점 본점.

애술린이 편집한 발렌티노 책. 

책에 실린 결과들은 정말 화려하다. 메종 애슐린(Maison Assouline)이 편집하고, 오베르토 길리(Oberto Gili)가 촬영하고, 앙드레 레옹 탈리(André Leon Talley)가 서론을 썼다.

 

단순히 커피 테이블에 관한 두꺼운 책이라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샴페인 잔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발렌티노 가라바니를 의미하는 VG 모노그램이 있는 플루트으로 가득하다). 토르타 카프레제를 위한 레세피를 찾고자(“다크 초콜렛 300g으로…”), 부엌에서 책을 펼쳐 보고 싶은 욕구가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요리법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발렌티노와 앤 해서웨이. © Getty

주방장 조나단 수린(Jonathan Surin)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와 함께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늘 웃는 마이클 켈리(Michael Kelly, 집사 겸 잡역부 겸 신비한 지배인이다)에 대해선 “저보다 제 미적 취향에 대해 더 잘 알아요”라며 그들을 따뜻하게 칭찬했다. 발렌티노의 생각은 단순히 꿈속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그는 또 설탕을 쓰지 않고 천연 설탕 대체물인 크실리톨로 대체했다. 그리고 감자와 가자미 탱발(고기, 가재류를 소스에 찐 파이) 레시피가 아무리 복잡해도 완벽한 마이센 자기 디너 서비스(소금과 후추 서빙 그릇을 나르는 경우를 포함한)의 복잡함을 따라올 순 없다.

 

마틴(Martine)과 프로스퍼 애슐린(Prosper Assouline)은 책 발간에 맞춰 런던 피카딜리에 그들의 첫 본사 서점 개업을 축하했다. 



발렌티노와 휴 그랜트. © Getty

발렌티노 갱에는 지안카를로 지아메티(Giancarlo Giammetti, 발렌티노의 설명에 의하면 ‘절친’이다)와 디자이너 패션 대가족의 일원이자 책 아이디어를 제안한 카를로스 소우자(Carlos Souza)가 포함된다. 소우자는 <Carlos's Places>라는 그만의 책을 출판했다. 책은 카르피섬부터 리오까지 어디서 식사해야 하고, 해변, 레스토랑, 패션을 어디서 찾을지 제안한다.  

 

그리고 휴 그랜트, 앤 해서웨이, 카일리 미노그도 참석해 런던 행사에 셀레브리티 분위기를 더했다.

 

그러나 이 책은 스스로의 가치 때문에(특히 휴일 시즌 이전) 잘 팔릴 수밖에 없다. 그 훌륭함은 ‘황제의 테이블’에 앉을 기회를 주고 꿈을 꾸게 하는 데 있다.

 




English Ver.


Emperor Valentino at his Table BY SUZY MENKES

 

“I hope they have a table too,” I joked to Valentino, referring to the pugs who were running around the designer’s grand London drawing room, where a library of books fills the walls.

 

We were talking about At the Emperor’s Table – the exquisitely presented book that tells you not only how to create “petals” out of tomatoes and to decorate a goat’s cheese flan, but also how to offer it to your guests.

 

And how! On Valentino’s tables, sumptuous platters, priceless Russian Imperial china and snow-white Meissen swans dress up the art of eating in Valentino’s various homes.

 

But before we go on to the discussion about which china is most suited to a Swiss chalet in Gstaad, which for the New York pied-a-terre and which for the boat as it sails into Capri, Valentino was taking my question about the pug’s dietary requirements very seriously (I believe we were referring to Maud).

 

He led me into an adjacent room where, in front of a glowing fireplace, stood a small table. “It’s Lalanne,” said Valentino, referring to the sculptors of nature. “And the nuts on top are there for the pugs.”

 

I have had the good fortune to dine at Valentino’s tables, especially at Wideville, his chateau outside Paris, where I see in my mind’s eye the copious beds of roses, a stretch of lavender as far as the eye can see and the little grotto at the end of the long lawn.

 

I have eaten dinner laid out on long tables for a post-couture celebration along the terrace, and more intimate meals with the crisp blue of Qianlong china that transported me, metaphorically speaking, to the designer’s sea-going vessel TM Blue One .

 

But until we sat down and talked, I had no idea about Valentino’s passion for collecting plates, glasses or silver salt cellars  – and his joy at putting them together with the right flowers and even the right serviettes.

 

“I always love pink and blue napkins – and white, but that is more for a banquet, less cosy or private,” says the designer.

 

If it seems as though Valentino took as much trouble with his couture collections as he did when he chose the china for London’s blue dining room and the boat’s subtly different blue and white Staffordshire porcelain, set off by mock tortoiseshell cutlery that tones with the passatelli’s tomato sauce.

 

The maestro would agree.

“In a certain way, I have put together my relationship between what I did until four years ago and what I did now the for this book,’’ Valentino says. “’The idea of the plate is a creation not far from preparing a beautiful evening gown, where I put flowers with a bow and a ruffle. I am finding something to put together on a table top to make it more recherché than a classic, spare table.”

 

The result is simply sumptuous in this book, published by Maison Assouline, with photographs by Oberto Gili and an introduction by André Leon Talley.

 

You could not possibly describe it as a coffee-table tome. More a champagne glass of a book (the flutes complete with VG monogram for Valentino Garavani). However much one might be tempted to prop up the book in the kitchen for the recipe for a Torta caprese (“Take 300 grams of dark chocolate…”), it might be wiser to snap the instructions first on a smart phone.

 

But Valentino – who warmly praises his chef Jonathan Surin, “who travels with me all over the world”, and the ever-smiling Michael Kelly, his butler, factotum and magical maître d’, “who knows my taste better than I do”, Valentino does not have his head only in dreams.

He also has banished sugar, replacing it with natural sugar alternative, xylitol. And however complex the recipe for Potato and Turbot Timbale, it is nowhere near as heavy as a complete Meissen porcelain dinner service, including figures carrying salt and pepper serving bowls.

 

Martine and Prosper Assouline used the opportunity of the book launch to celebrate the opening of their first flagship book store on London’s Piccadilly.

The Valentino gang included Giancarlo Giammetti (described by Valentino as “my best friend” ) and Carlos Souza, one of the designer’s extended fashion family, who suggested the idea. Souza has published a book of his own, Carlos’s Places , suggesting where to dine, find beaches, restaurants, and fashion from Capri to Rio.

 

Add Hugh Grant, Anne Hathaway and Kylie Minogue to give the London event some celebrity juice.

 

But this is a book that will surely sell – especially before the holiday season – on its own merits: a chance to sit “at the emperor’s table”. And to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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