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에 대한 보고서

메주콩, 검정콩, 쥐눈이콩, 호랑이콩, 제비콩, 완두콩, 렌즈콩, 병아리콩.
마트만 가도 다양한 콩을 만날 수 있다.
흔히들 ‘콩은 건강에 좋다’고 말하지만, ‘밭에서 나는 소고기’란 것만 알뿐,
어떤 콩이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익숙한 듯 낯선 작물 콩에 대한 보고서.



보 글 보글 끓는 된장찌개 속 통통한 두부를 떠먹는 맛이란! 순두부찌개의 뭉글뭉글 얼큰한 연두부를 호로록 빨아들이면 온몸이 따뜻해지고, 고추, 콩잎, 각종 나물들은 된장에 버무린 것만으로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반질반질 윤기 도는 콩자반은 도시락에 빠질 수 없는 단골 반찬이고, 우리 선조들은 젖이 모자라면 아기에게 두유를 먹였다. 우리는 콩의 종주국이다. 콩의 기원지가 우리네 땅이었고, 우리 민족은 음식으로서 콩의 가치를 가장 먼저 깨닫고 지혜롭게 활용한 민족이다. 반면 서양에서 콩은 먹는 작물이 아니었다. 사료용, 공업용(인쇄용 잉크, 비누 등의 원료)으로 취급되다 20세기에 들어와 과학적으로 효능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위상이 180도 달라졌다. 농작물 중 최고의 단백질 함유량을 지녔고, 암, 당뇨병, 심장 질환, 비만을 예방하는 우수한 식품으로 대우받기 시작한 것이다(그래서 콩을 ‘신데렐라 작물’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콩이 생소하고 새로운 음식인 서구에서도, 오랫동안 콩을 먹어온 우리도 사실 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건강에 좋다고는 하는데 왜 좋은지, 어떻게 식단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콩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작물이다.




콩이라고 모두 같은 콩이 아니다


콩은 영양학적으로 완벽에 가깝다. 무엇보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단백질 함량이 높다. 450g의 육류 또는 가금류의 단백질량은 18~22g, 이는 조리된 콩 1/2컵의 단백질량(20g)과 같다. 특히 이소플라본 같은 식물영양소(phytochemicals)가 풍부해 암,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갱년기장애, 비만, 노화방지 등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비타민 A · E · K · B, 균형 잡힌 무기질(칼륨, 철, 인, 칼슘)을 함유하고 있으며, 피부와 모발을 아름답게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해 갱년기 질환에 도움을 주고, 두뇌 활성 물질로서 뇌 건강도 지켜준다. 이쯤 되니 콩에 ‘기적의 작물’이란 요란스러운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지만 콩이라도 모두 같은 콩이 아니다. ‘콩은 몸에 좋다’ 뭉뚱그려 생각하지만, 마트만 가도 각양각색의 콩을 만날 수 있고, 이들은 의외로 개성적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권오람 교수는 “콩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각기 다른 식물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색이 다른 것만 봐도 다양한 식물영양소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만큼 효능도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검정콩에는 안토시아닌이, 노란콩에는 이소플라본이, 완두콩에는 레시틴이 더 풍부하죠. 영양소 함량도 꽤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갱년기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콩을 섭취한다면 메주콩(단백질 36%)를 먹어야지 완두콩(단백질 5.8%)을 먹는 건 의미가 없죠. 반면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면 메주콩(지방 30.7%)보다 렌즈콩(지방 1%)이 적합하겠죠.” 완두콩 · 강낭콩 · 풋콩은 생콩으로 출시되고, 나머지는 말린 상태로 출시되기 때문에 100g을 기준으로 절대비교는 불가능하지만(생콩에는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영양소의 %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100g당 칼로리,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양(g)을 비교하고 각기 알려진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노란콩(메주콩, 420kcal(100g 기준) / 단백질 36.2g / 지방 30.7g / 탄수화물 17.8g)
노란콩은 레시틴, 사포닌, 이소플라본 등의 성분이 특히 많이 들어 있어, 항암 작용을 비롯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체외로 배출시켜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등 예방 효과가 있다. 지방 합성을 억제해 비만을 예방하고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변비를 예방한다. 한방에서는 위 속의 열을 없애고 혈행을 활발하게 하며 심성을 부드럽게 한다고 설명한다(우리네 혼례 절차 중 신랑집에서 메주콩 주머니를 보내는 이유).

검정콩(서리태, 414kcal / 34.4 / 30.5 / 18.7)
겉은 까맣지만 속은 노랗다. 백태의 일종으로 탄수화물 함량이 약간 높아 밥에 넣어 먹으면 맛이 좋다(특히 겉은 검고 속은 파란 서리태). 노화 억제 효과가 높고, 신장 기능을 도와 소변을 원활하게 보게 하며,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모발 성장에 필수 성분인 시스테인(cysteine)을 함유해 탈모에도 효과가 있다. 검정콩의 체중 감량 효과는 실험으로도 밝혀졌다. 부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팀은 실험용 쥐에 30일간 고지방 음식을 먹였더니 체중이 287.5g으로 늘어났다. 반면 검정콩 분말을 10% 추가해 먹인 쥐는 254.4g에 그쳤다. 특히 검정콩 껍질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을 추가해 먹인 쥐의 체중은 243.6g으로 저지방 음식을 먹인 쥐(240.3g)와 비슷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검정콩 분말을 추가한 쥐가 훨씬 낮았다. 즉, 검정콩과 과일을 갈아서 마시는 것은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은 선택이다.

쥐눈이콩(381kcal / 38.9 / 41.2 / 6.9)
약콩이라 불리며 기침, 열병, 홍역, 갖가지 중독 시 해독약으로 사용했다.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 질환 등 각종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며, 이소플라본 함유량이 무척 높아 갱년기장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운이 떨어지는 여름에 쥐눈이콩을 갈아 콩국수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다.

풋콩(135kcal / 11.7 / 8.8 / 6.2 )
풋콩은 콩이 완전히 익기 전 꼬투리가 미숙할 때 수확한 것이다. 단백질도 풍부하고 대두에는 함유되지 않은 비타민 C도 많이 들어 있다. 알코올로부터 간장이나 신장을 보호하는 메티오닌을 함유하고 있어 숙취를 해소하기 때문에 술안주로 애용된다.

 

완두콩(79kcal / 5.8 / 13.2 / 0.3)
비타민 B₁이 풍부해 두뇌 활동이 많은 정신노동자에게 특히 좋다. 한방에서는 위 기능을 좋게 해 속이 더부룩하고 울겅거릴 때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예로부터 기운이 허약한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보약으로 완두와 염소고기를 먹이곤 했다. 다만 소량의 청산이 함유돼 있으니 하루 40g 이상 먹지 말 것.

강낭콩(169kcal / 10.0 / 29.2 / 1.2)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그냥 삶아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비타민 A, B₁, B₂, C가 풍부하며, 섬유소도 풍부해 설사나 만성위염이 있는 이들에게 좋다. 호랑이콩, 제비콩이라 불리는 얼룩덜룩한 무늬의 콩들도 강낭콩의 일종이다.

녹두(354kcal / 22.3 / 62.0 / 1.5)
청포, 숙주나물, 떡고물, 녹두죽, 빈대떡, 당면의 재료로 사용된다.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입술이 헐거나 몸이 피로할 때 효과적이다. 땀띠나 여드름으로 고생할 때 녹두를 갈아 미지근한 물에 푼 다음 세안 후 얼굴에 꾸준히 바르면 낫는다. 철과 카로틴이 풍부해 발육을 돕고, 피를 만드는 작용을 한다. 아연 함량이 높고 인슐린 작용을 도와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은 식품이지만,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어 냉한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렌즈콩(353kcal / 26.0 / 60.0 / 1.0)
슈퍼푸드로 선정된 렌즈콩은 빨강, 오렌지, 연한 초록, 갈색, 노란색, 얼룩덜룩한 색 등 다양하다. 국내에는 5종이 소개되고 있는데 시중에 가장 흔한 것이 오렌지색이다. GI 지수(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로, 얼마나 혈당을 급속히 높이는지 알 수 있다)가 낮고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좋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치자면, 섬유소가 제일 많은 얼룩덜룩한 렌즈콩을 추천한다. 속껍질이 남아 있어 식감이 좋고 섬유소가 풍부하다. 바나나의 12배에 달하는 수용성 식이섬유소는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콩, 변신의 귀재


콩에도 제철이 있을까? 바로 지금, 11월이 콩 중의 콩, 메주콩의 햇콩이 나오는 시기다. “메주콩은 10~11월에 햇콩을 사서 1년 내내 저장해두고 먹습니다. 반면 완두콩 · 강낭콩 등은 재배 기간이 짧아(60일) 5~7월에 한 번, 9~10월에 한 번 더 출하됩니다. 메주콩 · 검정콩 · 팥 · 쥐눈이콩 등은 밭에서 마른 상태로 수확되는 반면, 풋콩 · 완두콩 · 강낭콩 등은 생콩 형태로 출시됩니다.” 한상미 채소 소믈리에는 어떤 작물이든 제철일 때 가장 맛있고 영양가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콩은 푹 익혀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콩에는 단백질의 소화 작용(트립신)를 방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생으로 혹은 덜 익은 것을 먹으면 설사, 가스가 차는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부, 낫토, 청국장, 된장, 두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콩을 조리하면 앞선 문제점들은 사라지고 소화흡수율이 무척 높아집니다.”

 

특히 두부는 소화흡수율이 95%로 환자식으로도 손색없다. 수분 함량이 82%이기 때문에 콩보다 칼로리가 낮지만(100g에 84kcal), 두부 한 모가 400g인 것을 감안하면 안심하고 많이 먹어도 될 만큼 칼로리가 낮지는 않다. 콩 100g은 먹기 힘들어도 두부 100g은 게눈 감추듯 먹을 수 있으니까. 두유는 최근 우유를 대체하는 음료로 각광받고 있는데, 칼슘 함량이 낮은 것이 한 가지 흠이다(제조 과정에서 콩의 칼슘 함량보다도 낮아진다). 칼슘이 강화된 두유 제품을 사먹는 것이 좋겠다. 전분이 많은 콩들은(병아리콩, 강낭콩 등) 그대로 삶아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렌즈콩으로는 수프를 끓이기도 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콩 속 사포닌 성분은 체내 요오드 성분을 배출시키는 경향이 있으니 다시마, 미역 등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된장국에 미역을 넣거나 콩조림을 할 때 얇게 채 썬 다시마를 함께 조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치즈와는 같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콩에는 인이 많아 치즈 속 칼슘이 흡수되지 않고 바로 배출돼버리거든요. 조금 먹는 것쯤은 상관없지만, 치즈와 콩을 주재료로 음식을 한다면 영양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죠.”




섞을수록 건강해진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은 밥을 주식으로 하는, 즉 탄수화물 섭취가 과하기 쉬운 우리에겐 특히 소중한 먹거리다. 그러나 콩에 따라서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종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따라서 콩이 몸에 좋다고 고기, 생선, 채소 반찬을 줄이고 지나치게 콩만 먹어서는 오히려 영양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또 식물성 단백질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도 금물이다. “콩에 단백질이 풍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양만큼 중요한 것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밸런스죠. 9가지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그리고 골고루 들어 있어야 완전 단백질이라고 부릅니다. 단백질의 질은 가장 낮은 아미노산지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8가지 아미노산 수치가 높아도 한 가지가 낮으면 소용없죠. 이런 걸 제한아미노산이라고 부릅니다.” 권오람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질이 좋은 단백질은 달걀, 우유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라고 설명했다. “제아무리 콩이 훌륭해도 식물성 단백질은 질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뛰어넘을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린 왜 이토록 식물성 단백질을 찬양하고 집착할까? “동물성 단백질은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함량도 높기 때문입니다. 또 콩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도 기억하세요. 여전히 콩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식물 영양소가 분명 담겨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완전단백질인 콩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콩만 맹신하며 줄기차게 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렌즈콩(5대 슈퍼푸드)도 최고는 아닙니다. 콩의 한 종류일 뿐이에요. 사실 메주콩보다 특출난 콩도 아니에요. ‘세계 5대 슈퍼푸드’, 이런 건 누가 선정하나요? 서양인들 기준으로 뽑잖아요. 이들 대부분은 콩류를 거의 안 먹고 메주콩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즉, 슈퍼푸드에 뽑혔다고 맹신하며 그것만 먹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물론 렌즈콩도 훌륭한 식품이고 우리도 대두만 먹으란 법은 없잖아요. 외국에서 들어온 렌즈콩, 병아리콩 등 다양한 콩을 돌아가며 섞어 드세요. 익혀서 올리브오일에 잣 등의 견과류와 함께 볶고, 브로콜리와 토마토 등을 곁들이면 아주 훌륭한 건강 샐러드가 되죠. 식물성 단백질과 무기질로 현명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는 노하우입니다.” 콩을 가까이 하자. 그러나 이 또한 건강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기억하자. 유치원 때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다양한 제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좋다’ 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