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여자들의 스포츠 브라

살은 빠져도 볼륨은 유지하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운동 좀 한다는 여자들 사이에서 신앙처럼 추앙받는 스포츠브라를 착용하시라!

브랜드에 따라 사이즈가 반 치수 이상 널뛰는 건 비단 플랫 슈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34B와 34C. 혹독한 다이어트의 비포 앤 애프터도 아니건만 무려 한 컵 이상 차이 나는 사이즈의 정체는? 바로 스포츠브라와 일반 브래지어의 차이! B와 C사이 2.5cm라는 빈틈을 무시하고 뛰고 흔들며 칼로리를 태우는 건 가슴으로 드리블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단다. 다시 말하면, 운동에서 바른 자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른 복장! 특히 출렁이는 가슴을 꽉 잡아주는 스포츠브라는 체중 감량과 볼륨 유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들에겐 필수적이다.

이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면, 레이스 소재의 일반 브래지어를 입고 운동해보면 단번에 이해된다. 와이어에 겨드랑이 밑살은 콕콕 찔리고, 양쪽 어깨끈은 줄줄 내려가는데다, 땀으로 범벅돼 예민해진 살이 레이스에 쓸려 브래지어 라인을 따라 피부가 오돌토돌해지기 일쑤. “10년 전 런던에서 살 때 집 근처 헬스장에 갔었어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일반 브라를 하고 있는 여자는 저뿐이더군요. 당장 옥스포드 스트리트로 달려가 스포츠브라를 샀죠.” 2007년 영국산 스포츠브라 전문 브랜드 ‘쇼크업소버’를 한국에 들여온 안혜미 대표는 “당시 스포츠브라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인식은 제로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스포츠브라의 필요성은커녕, 스포츠 브랜드의 상술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더군요. 이제는 좀 달라졌어요. 한국에서 운동 좀 한다는 사람은 스포츠브라를 입죠.” 아닌게 아니라 ‘테니스 여신’ 마리아 샤라포바와 안나 쿠르니코바,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카멜리타 지터를 비롯해 ‘빙상 여제’ 이상화도 스포츠브라 없인 운동하지 않는다.

10년 전과 비교해 한국 여성들의 가슴이 평균 A컵에서 B컵으로 한 컵 이상 성장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캡이 장착된 브라톱이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브라 대신 브라톱을 입고 운동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대다수 스포츠 전문가들의 브라 내장형 민소매 톱에 대한 반응은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요가,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 등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운동이면 모를까, 파워워킹만 하더라도 브라톱을 입고 문밖을 나서는 건 무조건 반대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에어로빅, 러닝, 줄넘기, 테니스, 복싱 등 움직임이 큰 운동을 즐긴다면, 미친 듯이 뛰어 칼로리를 태워봤자 가슴만 처지는 꼴이라는 것. 또한 선택 기준도 까다로워야 한다. “스포츠브라는 그 어떤 운동복보다 개인차가 큰 아이템입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운동 종목에 따른 필요사항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는 세밀한 제작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유방을 감싸주고 받쳐주는 서포트 기능! 세분화된 바스트 사이즈를 무시하고 단순히 스몰, 미디움, 라지로 구분된 스포츠브라는 운동하는 내내 ‘가슴과 겉돌고 불편하다’는 느낌만 들게 하죠. 내 몸에 맞지 않는 스포츠브라 착용은 여자들로 하여금 운동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할 뿐입니다.” 나이키 우먼스 트레이닝 글로벌 디자인팀 줄리 이가라시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스포츠브라를 선택해야 할까? 디자인만 보고 충동 구입하는 것은 금물. 제대로 된 브랜드일수록 운동 강도나 가슴 크기에 맞춰 제작되므로 직접 입어보고 비교하는 과정은 필수다. 일반적인 스포츠브라 선택의 체크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 입체 패턴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선택할 것! 몰드나 패드로 된 컵은 입체 패턴과 비교해 가슴과의 밀착력이 떨어진다. 가슴과 브라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그만큼 가슴은 보호 받지 못한 상태로 흔들리지만, 입체 패턴 스포츠브라는 가슴과 브라 사이 공간을 진공으로 만들어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둘, S, M, L 사이즈뿐인 제품은 선택하지 말 것! 밑가슴 둘레보다 바스트 포인트 둘레가 훨씬 중요한 스포츠브라에선 S, M, L의 가슴둘레보다 중요한 것이 B컵이냐 D컵이냐 하는 것. 아까 말한 쇼크업소버의 사이즈는 무려 72가지다(영국 에딘버러 대학과 포츠머스 대학 스포츠 과학팀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일궈낸 노력의 결실). 쇼크업소버 코리아에 들러 직접 치수를 재본 결과, 나는 일반 브래지어 사이즈보다 한 컵 작은 34B가 잘 맞았고, 있는 힘껏 점프하고 온몸을 좌우로 비틀어도 출렁거림이 전혀 없었다. “스포츠브라의 피팅이 완벽해야 편안하면서 운동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안 대표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렇다면 절벽이나 다름없는 납작한 가슴의 여자들에게도 스포츠브라는 필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말하면 잔소리! “눈에 보이는 출렁임은 없더라도 미세한 흔들림에 의한 가슴 처짐은 큰 가슴과 별반 다르지 않답니다. 크고 작고의 문제를 떠나 유두 자체가 예민한 여자들도 많고요. 게다가 A컵보다 작은 AA컵 사이즈도 달릴 때마다 가슴을 지탱하는 섬유조직인 ‘쿠퍼 인대’가 최대 4cm 이상 늘어났다 돌아오길 반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아무리 작은 가슴도 보기 싫게 처질 수 있다는 얘기죠. 오히려 작은 가슴일수록 작은 충격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운동에 앞서 준비운동만큼이나 중요한 건 내 몸에 꼭 맞는 스포츠브라 착용이라는 공식은 이미 성립됐다. 완벽한 스포츠브라를 구입했다면 다음은 제대로 관리해서 오래 입을 차례. 스포츠브라는 늘어났다 다시 돌아오는 스판덱스로 이뤄진 만큼 섬유유연제 사용을 자제하고 중성세제로 약한 손빨래 혹은 그물망에 넣어 따로 세탁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트렌드세터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소식 한 가지. 패션에서 스포티시즘의 강세가 당분간 쭉 이어질 전망이라니 지금이야말로 스포츠브라를 구입할 최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