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의 두 얼굴

사무실, 화장대, 부엌의 온갖 얼룩을 닦아주고 반짝반짝 빛내주는 만능 해결사,
물티슈의 검은 속내가 드러났다. 편리함만 좇기엔 위험천만한 물티슈의 두 얼굴.

드레스는 랄프로렌, 액세서리는 사만타윌스 by 옵티컬.

드레스는 랄프로렌, 액세서리는 사만타윌스 by 옵티컬.

“올해만 해도 100통쯤 쓴 것 같네요. 손 닦는 용도는 기본이고, 화장이 들떠서 오후에 새로 베이스를 고쳐 바를 때도 클렌징 티슈 대용으로도 이만한 게 없거든요.” 뷰티 셀렉트숍 스킨알엑스 홍보팀장은 물티슈 없인 하루도 못 산단다. 미키모토 코스메틱 이주영 과장의 물티슈 사랑도 대단하다. “자동차 핸들 주변, 식탁 위, 집안 곳곳에 항상 물티슈를 구비해둬요.” 때로는 식탁에 묻은 음식물 얼룩을 닦아주는 행주로, 때로는 물 없이 손바닥을 씻어주는 세정제로, 비행기 여행 중엔 메이크업 잔여물을 닦아주는 클렌징 티슈로 무한 변신하는 물티슈. 실생활에서 이보다 더 감사한 발명품은 또 없을 거다. 1년 365일 가방 속에 물티슈를 넣고 다니는 뷰티 에디터 A양은 물티슈를 일컬어 ‘베스트 프렌드’라 말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핸드백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란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물티슈의 유해 성분 논란은 여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정말 놀랐어요. 그것도 일반 물티슈가 아닌, 유아용 물티슈에 독성물질이라니요.” 네 살배기 딸을 키우는 워킹맘, 모델 조하얀도 펄쩍 뛰긴 마찬가지다.

문제의 성분은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 1970년대 개발된 소독약 성분의 일종으로, 박테리아 번식을 억제해 상처 소독을 위해 사용돼왔다. 화장품 살균&보존제로 쓰이니 ‘뷰티 성분’인 건 확실하지만, 철저히 세정용이니 눈이나 입 속에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106mg의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사이트엔 세트리모늄브롬화물로 기재돼 있다)를 주입한 실험용 쥐에게서 호흡기 이상이 발견됐고, 피부와 눈 접촉 시엔 다량의 물로 15분간 세척해야 한다는 응급 치료 정보가 올라와 있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는 화장품 제조 과정에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대신 농도는 10% 미만이어야 해요. 절대 이 기준치를 넘어선 안 됩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의 설명이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물티슈로 입(혹은 립스틱)을 닦는다고 가정해보자. 꼼꼼히 닦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소량이 입 속에 들어갈 테지만, 성분 특성상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변으로 배출돼 함유량이 기준치 이상을 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단, 피부 표면에 장시간 남아 있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에 의한 피부 자극 증상과 과민 반응, 그리고 안구 자극 증상들이 하나 둘씩 보고되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는 워시오프 타입, 즉 발랐다 물로 씻어내는 화장품 성분으로는 ‘그린 라이트’이지만 바르고 씻어내지 않는 리브 온 타입에서는 0.25% 함유만으로도 ‘레드 라이트’라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와 더불어 가습기 살균제로 알려진 메틸클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 역시 물티슈 성분 중 하나로 도마 위에 올랐다. 유 교수는 지난 9월 초 제주도에서 열린 피부과 학회에서 물티슈에 들어 있는 방부제인 MCI로 인한 알레르기가 늘고 있다는 이슈를 접했다고 말한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와 더불어 화장품이나 위생용품에 보존제로 쓰이는 성분입니다. 레시피는 간단해요. MCI(메틸클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메틸이소치아졸리논)를 3:1로 섞으면 끝. 아주 쉽죠.” 문제는 최근 이 독성물질로 인한 접촉성 피부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한두 명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 “기저귀 발진 부위의 회복 속도가 더딘 아기들이 물티슈 사용을 멀리하면서부터 호전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엔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성분으로 알려지면서 아기 물티슈의 방부제로 많이 사용돼 왔거든요. 그래서 파라벤이나 포름알데히드 같은 방부제를 MCI/MI로 대체하는 브랜드가 많아졌죠.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파라벤, 포름알데히드가 훨씬 더 무서운 이름이겠지만, 국제 암 연구기관에서는 암을 일으키는 유력한 독성물질로 선포됐다니 ‘독(毒) 티슈’로 불릴 수밖에. 세수하기 귀찮다고 물티슈를 꺼내 드는 순간 편리함은 잠깐이요,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으로 인한 고생길이 훤하다는 말씀. 특히 눈가나 입술 부위는 얼굴을 통틀어 피부가 가장 얇고 건조해 쉽게 자극 받는 부위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물티슈로 박박 닦아내는 건 때수건으로 얼굴을 미는 행동과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물티슈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델 조하얀을 비롯해 물티슈에 데인 아기 엄마들은 직접 만들어 쓰는 핸드메이드 물티슈를 적극 추천했다. “약국에서 멸균거즈나 건티슈를 구입해 필요할 때마다 생수에 적셔 사용해요. 이번 물티슈 논란 이후로 시중에 판매하는 물티슈가 어떤 물을 사용했는지도 의심스러워졌거든요.”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왕 쓸 거면 위험 성분의 유무를 꼭 확인하고, 휴대용 사이즈를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자주, 또 많이 쓰는 소비재인 만큼 가격대비 저렴한 대용량을 구입하는 이들이 많은데, 물티슈는 말 그대로 늘 젖어 있는데다 입구를 여닫을 때 손을 타는 만큼 세균 번식의 위험이 높다. 이번 ‘독티슈’ 논란은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그게 뭐든 간에 겉면에 ‘베이비’ 석 자만 보이면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사지 않나? 반가운 사실은, 적어도 이번 취재를 통해 살펴본 화장품 브랜드의 클렌징 티슈들엔 앞서 언급한 위험 성분들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클렌징 티슈를 구입할 땐 반드시 성분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무턱대고 ‘베이비’란 말을 신봉하지 말 것. ‘베이비’ 제품이라고 모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순결한 제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