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진 레이어드 비법

입고 입고 또 입고! 예전에는 한겨울에도 예쁜 옷 한 벌만 입고 안 추운 척해야 멋쟁이였다.
그러나 요즘은 초대형 한랭 기류에도 끄떡없을 만큼 ‘야무지게’ 겹쳐 입는 게 진짜 멋이다.

터틀넥 위에 윈드브레이커 후디, 그 위에 카디건, 그 위에 코트, 그 위에 짧은 재킷 하나 더! 터틀넥과 팬츠, 스니커즈는 랄프로렌(Ralph Lauren), 하늘색 후디는 미우미우(Miu Miu), 니트 카디건은 사카이(Sacai), 옥색 오버사이즈 코트는 로샤(Rochas at Koon), 핑크색 재킷은 까르벵(Carven at Koon with a View), 팬츠 위에 레이어드한 스커트는 토즈(Tod’s).

몇 시즌 전만 해도 플랫 슈즈나 샌들을 신은 맨다리로 매서운 겨울바람을 가르거나, 눈보라 속에서 얇은 실크 드레스를 휘날리는 게 진정한 패션인의 자세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가을 컬렉션이 시작되는 뉴욕의 2월이 점점 혹독해지면서, 조그만 가죽 바이커 재킷을 입고 덜덜 떨거나 값비싼 디자이너 옷에 하이힐을 신고 무릎까지 쌓인 눈 속에서 뒤뚱대는 건 더 이상 멋지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패션이다. 지난 런웨이에서 목격한 옷들은 우리에게 한겨울 추위에 전투적으로 맞설 것을 요구했다. 겹쳐 입기와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바니스 뉴욕의 패션 디렉터, 토모코 오구라는 뉴욕의 길고 혹독한 겨울 날씨 때문에 겹겹이 두툼하게 입은 모델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봐야 했다. 예전엔 눈 앞에 펼쳐진 게 과연 가을, 겨울 컬렉션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정도로 나풀거리거나 비치는 옷들이 심심찮게 등장했던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올 가을, 겨울 컬렉션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혹독한 추위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안에 세 겹쯤은 거뜬히 품을 수 있는 이든과 더 로우의 큼지막한 스웨터, 외투를 입더라도 위에 한 번 더 두를 수 있는 버버리 프로섬의 넉넉한 담요 코트, 코트와 롱 베스트를 레이어드한 마르니의 이중 코트, 누빔 처리된 스텔라 맥카트니의 오버사이즈 파카까지.

마이애미의 유명 멀티숍 ‘웹스터’를 운영하는 로르 에리아르 뒤브레유는 올겨울 하이더 아커만의 롱 캐시미어 코트로 레이어드 룩을 연출할 생각이다. “완전히 오버사이즈라서 드레스처럼 보이죠. 안에 많은 걸 입을 수 있거든요.” 거의 예술의 경지인 하이더 아커만 쇼의 레이어드룩을 보고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준 건 코트 안에 유니클로 울트라라이트 다운을 즐겨 입은 친구다. 레이어드는 고도의 패션 감각을 필요로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용적으로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쉽게 시도할 수 있다. 기본부터 시작해보자. 토모코 오구라는 안토니 토마스 멜릴로가 작년에 론칭한 티셔츠 브랜드 ATM의 긴팔 티셔츠부터 시작한다. “피부 같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죠.” 제임스 펄스나 T by 알렉산더 왕, 코스 등에서도 이런 티셔츠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다음은 터틀넥 혹은 셔츠. MBMJ나 몽클레어처럼 터틀넥 위에 셔츠를 입을 수 있고, 두 가지를 레이어드하는 대신 알렉산더 왕처럼 셔츠 안쪽에 스카프를 두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얇거나 두툼한 소재들로 가득한 옷장을 뒤져 얇고 달라붙는 것부터 두껍고 풍성한 것을 향하면 된다. 트렌드를 가미하는 방법은 겹쳐 입은 옷의 길이를 서로 달리하는 것. 이런 경향은 남성복에서 먼저 시작됐다. 스웨터나 재킷 안에 길이가 긴 티셔츠를 입는 칸예 웨스트는 새로운 레이어드 방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비율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긴 재킷 위에 짧은 재킷을 레이어드한 질 샌더의 회색 스리피스 수트, 상의 위에 짧은 모피 스툴을 두르거나 스커트에 층을 준 마르니의 입체적이고 그래픽적인 룩을 참고해도 좋다.

쇼핑 매거진 <럭키> 기자들은 겨울 코트의 묵직함을 희석시키기 위해 캐주얼한 데님 재킷이나 집업 후디를 반드시 끼워 넣는다. “포근하면서도 펑키해 보일 거예요!” “코트가 너무 딱딱해 보일 때 힘을 뺄 수 있죠.” 수영복 디자이너 리사 마리 페르난데즈도 새로 장만한 카멜색 셀린 코트 안에 몇 달 전 론칭한 자신의 운동복을 입을 계획이다. 물론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2,300달러짜리 고급 울 팬츠로 눈이 녹아 더러워진 길바닥을 쓸고 다니는 것보단 낫죠.” 마지막으로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점은 품이 넉넉한 외투는 수트 재킷, 바이커 재킷, 트렌치코트 같은 간절기용 아우터들까지 안에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라프 시몬스는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디올 레이디들의 팔에 코트를 걸쳐 이 사실을 환기시켰다. 칼 라거펠트가 모피 코트 위에 또 다른 모피 코트를 레이어드하거나, 얇은 패딩 아우터(유니클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분명하다) 위에 짧고 박시한 울 재킷을 입힌 펜디 컬렉션은 얼마나 다양하게 겹쳐 입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퍼레이드였다.

그나저나 레이어드 룩이 뚱뚱해 보이면 어떡하냐고? 당신의 망설임을 해소하기 위해 하넬리 무스타파르타의 조언을 참고하자. “겹쳐 입었을 땐 벨트로 허리를 졸라매는 게 여성스러움을 유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어쨌든 올겨울엔 겹치고 또 겹쳐 입자. 미쉐린 타이어 맨처럼 두리뭉실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