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패션 동화 속으로!

패션 세상이 오묘하고 신비로운 기운에 빠졌다. 동화 속 소녀부터 엄숙한 수도자까지.
올겨울 펼쳐지는 패션 동화 속으로!



숲속을 헤매는 마법사 소녀, 대관식을 기다리는 공주, 이교도의 손에 자란 늑대 아가씨, 중세 연회에 참석한 북쪽 나라의 궁녀… 올겨울 동화 속 세계가 패션 세상에 펼쳐졌다. 돌체앤가바나부터 알렉산더 맥퀸, 안토니오 마라스와 발렌티노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패션 동화에나 출연할 법한 주인공들을 위해 매혹적인 의상들을 준비했다. “마법에 걸린 시칠리아!” 돌체앤가바나는 11세기와 12세기 도메니코 돌체의 고향인 시칠리아를 프랑스 사람들이 지배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번 컬렉션을 준비했다. 그 결과 가톨릭과 단단한 성곽, 그리고 기사 문화를 이태리 남부에 전파한 노르만족의 이야기가 그들의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중세 기사를 닮은 갑옷 스타일 크리스털 케이프부터 부엉이 자수 장식을 더한 시프트 드레스, 핏빛 드레스와 코트까지. 웅장한 이태리식 동화의 완성판에 가까운 올겨울 컬렉션은 반짝이는 요정으로 변신한 모델들의 워킹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은 <왕좌의 게임>의 열혈 시청자임이 분명하다. 살짝 얼음이 낀 툰드라 벌판을 떠올리게 하는 런웨이는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드’의 배경인 웨스테로스 대륙이라 여겨도 무방했으니까. 게다가 무대 위에 오른 모델들은 춥고 음습한 기후의 겨울 왕국에서 추방당한 왕녀 역에 꼭 어울렸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또 다른 동화를 언급했다. “<미녀와 야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거칠면서 아름다운 동화죠. 마법 같은 캐릭터가 자연 속으로 뛰어든 모습을 상상했어요. 그녀는 동물 같은 야생의 본능을 지녔죠.” 평소 말수가 적고 신중한 사라 버튼은 이쯤에서 설명을 멈췄지만, 패션쇼를 보는 내내 다음이야기를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패션스토리는 그 외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태리판 ‘늑대소녀’를 완성한 안토니오 마라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뛰쳐나온 듯한 모피 코트의 마르니, 중세시대 대관식을 재현한 언더커버, 불을 숭배하는 마녀들을 쏙 빼닮은 로베르토 카발리,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신한 요정을 떠올리게 한 발렌티노와 지방시 등등.





한편, 신화와 동화에 빠진 디자이너들 곁엔 종교적 기운으로 가득한 동료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으로 뜨거웠던 지구촌을 예상한 듯 톰 브라운은 엄숙한 종교의식인 미사를 표방한 패션쇼를 무대에 올렸다. 릭 오웬스는 교주가 된 자신을 둘러싼 여신도 이미지의 모델들을 런웨이에 내보냄으로써 신흥 종교인 ‘릭 오웬스교’를 위한 쇼를 선보였다. 여기에 고향 네팔과 부탄에서 영감을 얻은 프라발 구룽, 동양의 수도자들(혹은 비구니)들이 입을 듯한 더 로우, 미래의 순교자를 떠올리게 만든 가레스퓨 등등. 다들 종교적인 엄숙함으로 충만했던 컬렉션이었다. “긴 여름이 끝나면 어둠이 세상 위로 내려앉을 것이다.” <왕좌의 게임> 속 사제인 멜리산드르는 빛의 신을 위한 의식을 치르며 이렇게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밤은 어둠과 공포로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멜리산드르가 이번 시즌을 살펴봤다면 이렇게 말을 바꾸지 않았을까? “긴 여름이 끝나면 동화와 종교의 신비로움이 세상 위에 내려앉을 것이다. 그리고 패션계는 환상과 마법으로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