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파리 패션 위크에서 만난 액세서리 디자이너들 2

2016.03.17

by VOGUE

    파리 패션 위크에서 만난 액세서리 디자이너들 2

    패션이야 장난이야? 이렇게 따지지 마시길!
    요즘 멋쟁이들은 소꿉놀이 같은 패션에 더 열광한다.
    자신의 컬렉션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을 2015년 봄, 여름 파리 패션 위크에서 만났다.

    OLYMPIA LE TAN

    패션을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 올림피아 르 탱은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자수 실력과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버지 피에르 르 탱이 물려준 방대한 서재를 바탕으로 아주 특별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빈티지 서적 표지를 고스란히 자수로 재연한 핸드메이드 클러치 컬렉션이 그녀의 대표작. 2012년부터는 여성복에 도전해 특유의 소녀적 감성을 맘껏 뽐내고 있다.

    VOGUE KOREA(이하 VK) 어제 패션쇼는 무척 흥미진진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쇼를 발표해서 더 흥미로웠다.

    OLYMPIA LE TAN(이하 OT) 다행이다! 아빠가 그린 커다란 일러스트 세트를 세운 가을, 겨울 시즌 캣워크가 호평을 얻었기에 봄 시즌을 위한 이번 쇼장 선택은 더 부담스러웠다.

    VK 한눈에 봐도 내년 봄 컬렉션의 주제는 교복이다.

    OT 어린 시절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을 늘 동경했다. 파리에서는 그런 학교를 다닐 수 없었기에 런던 기숙사 여학생을 상상하며 빈티지 시장에서 구입한 교복을 혼자 입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추억을 토대로 내가 입고 싶은 룩으로 이번 컬렉션을 채웠다. 사랑스럽지만 약간 불량한 여학생이다. 또 아빠의 책장에서 말썽쟁이 10대들이 주인공인 낡은 소설책을 찾았다. 소설에 등장한 영국 만화가 로널드 썰의 일러스트에서 영감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여주인공은 분명 교복을 입고 있지만 단정하기보다는 귀여우면서 약간 퇴폐적이다.

    VK 문 법에도 맞지 않는 ‘We Don’t Need No Education’이라는 제목이 이제 이해가 간다.

    OT 10대들의 표현을 쓰고 싶었을 뿐이다. 하하!

    VK 마술쇼를 주제로 한 올가을 컬렉션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OT 가을 컬렉션은 지금껏 선보인 컬렉션 가운데 이브닝 룩이 가장 많았다. 관능적이고 성숙한 아이템들로 채워졌다는 뜻이다. 그에 비해 봄 컬렉션은 좀더 젊고 신선한 느낌이다.

    VK 마술사 턱시도부터 카드, 토끼 등 마술쇼의 여러 요소들이 런웨이에 등장하는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OT 매 시즌 내 컬렉션 주제는 아주 뚜렷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단박에 눈치 챌 정도다. 그 대신 표현 방식은 신선해야 한다. 단순한 카드무늬 대신 커다란 카드 모양 드레스나 쇼츠를 디자인하고, 토끼가 숨어 있는 중절모 같은 토트백을 만드는 식이다. 런웨이를 위해선 뭔가 극적으로 스타일링해야 하기에 때론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템을 따로따로 보면 모두 실용적이다. 지금 내가 입은 후디처럼.

    VK 올가을 올림피아 걸은 어떤 모습일까?

    OT 마술사의 아름다운 조수! 마술쇼를 아주 좋아하지만, 때론 신기한 마술 그 자체보다 마술사 옆에 서 있는 조수의 모습에 반하곤 한다. 기본적으론 똑똑하고 관능적이며 유쾌한 소녀를 상상하며 디자인한다.

    VK 매 시즌마다 아빠가 일러스트 작업을 통해 쇼에 참여하고 있다.

    OT 모든 패턴은 아빠가 담당한다. 브랜드 론칭부터 매 시즌 함께하는데 무척 재미있다. 솔직히 좀 피곤할 때도 있다. 좀처럼 평범한 걸 좋아하지 않으시니까. 하하! 물론 나 역시 평범한 걸 좋아하진 않지만, 아빠는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런 아빠에게 교육 받고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VK 할머니께도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OT 할머니가 내 롤모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할머니께 자수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맘에 드는 이미지를 자수로 간직하곤 했다. 표지가 예쁜 오래된 책들을 자수로 바꿔보던 중 문득 책 형태 그대로 클러치를 만들면 어떨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바로 5년 전 ‘올림피아 르 탱’을 론칭하게 된 계기다. 내 컬렉션은 한마디로 할머니와 아빠 덕분에 탄생했다.

    VK 2년 전부터는 여성복도 선보이고 있다.

    OT 혼자서 수작업으로 클러치를 만들 때를 생각하면 아주 빠르게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다. 아주 훌륭한 팀이 곁에 있어 잘 운영하고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늘 샘솟는다.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령 봄 컬렉션을 준비할 땐 교복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 자료 조사만 철저히 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저절로 진행된다.

    VK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2년 후에 또 다른 일을 벌일지 모르겠다.

    OT 남성복, 아동복, 향수, 슈즈 등등 뭐든 하고 싶다.

    VK 이토록 열정적인 비결은 뭔가?

    OT 원래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어렸을 땐 ‘패션’이라는 단어조차 몰랐지만, 옛날 사진을 보면 꼬맹이 때부터 40년대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VK 지금은 어떤 옷을 즐겨 입나?

    OT 내가 만든 옷을 가장 즐겨 입지만, 알라이아와 빈티지 이브 생 로랑도 좋아한다. 유명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적인 빈티지 의상도 즐겨 입는다. 난 40년대 빈티지 드레스 마니아다.

    VK <보그 코리아> 오디언스들에게 올겨울 당신만의 스타일링 팁을 전한다면?

    OT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림피아 르 탱으로! 하하.

    VK 한 달 후, 1년 후, 그리고 10년 후 계획을 듣고 싶다.

    OT 한 달 후엔 휴가. 어디로 갈진 모르지만 비즈니스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떠날 예정이다. 1년 후엔 지금과 똑같은 상황 아닐까. 2016년 봄 컬렉션을 마치고 쇼룸에서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을 것 같다. 10년 후? 더 많은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나! 하하.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포토그래퍼
    Francois Coquerel
    모델
    Soo Joo Park
    스탭
    Hair / Pawel Solis, Makeup / Ai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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