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모나코에서 만난 니콜라 제스키에르

2016.03.17

by VOGUE

    모나코에서 만난 니콜라 제스키에르

    눈부신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나코 에르미타주 호텔 VIP룸.
    <보그 코리아>와 패션 천재 니콜라 제스키에르와의 미니 인터뷰가 있었다.
    그날 저녁 모나코 왕궁 앞마당 커다란 유리 텐트에선 루이 비통 역사상 최초의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가 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스키에르는 초조함 대신 생기와 미소로 가득하다.
    멋진 풍경에 감탄하며 활짝 웃는 그에게 궁금한 질문들을 속사포처럼 던졌다.
    그가 너무 진지하게 설명했기에 준비한 질문들을 다 던지지 못했지만, 재밌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NICOLAS GHESQUIÈRE(이하 NG)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믿을 수가 없네요.

    VOGUE KOREA(이하 VK) 아주 긴 여행을 해야 해요. 제가 여기에 오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요. 거의 하루가 걸리던걸요? 물론 모나코에서 출발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NG 당신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야겠지요. 꼭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VK 자, 오늘 각국 기자단과 릴레이 인터뷰가 잡혀 있고, 또 저녁엔 쇼도 해야 하니 얼른 시작할까요? 루이 비통 역사상 처음으로 소개되는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 그것도 이곳 모나코에서요. 크루즈 컬렉션쇼를 이처럼 엄청난 규모로 진행하게 된 이유가 뭐죠?

    NG 그건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새로운 방향,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옷과 가방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고 아주 잘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프레젠테이션 방법에 대해 좀더 신경을 쓰게 된 거죠. 6개월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아주 길죠. 시즌 컬렉션 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기에 저로서는 신이 납니다. 또 컬렉션 의상을 입었을 때 실제 모습, 원하는 스타일링, 이런 것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싶을 때 패션쇼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어요. 그래서 크루즈 컬렉션쇼를 시작하게 됐죠.

    VK 결과적으로 루이 비통이 크루즈 라인을 전보다 강화한 셈이군요.

    NG 네, 맞아요.

    VK 당신은 혁신적인 소재와 실루엣 실험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죠. 그런데 지난 3월 데뷔쇼는 실험이나 혁신보다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옷’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NG 네, 맞아요. 제 컬렉션의 핵심은 ‘입을 수 있는(Wearable!)’이죠.

    VK 오늘 저녁 선보이는 크루즈 컬렉션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죠?

    NG 크루즈 컬렉션의 여성들은 지난 3월 만난 여성과 동일합니다. 다만 그때와는 다른 삶의 한순간이죠. 데뷔쇼를 위해 저는 철저하게 실용적인 의상들을 만들고자 했어요. 착용감이 좋고(Very Wearable), 실용적(Functional)인 동시에, 아름답고 럭셔리하며, 매우 패셔너블한 컬렉션! 여자라면 누구나 원하고 일상에서 입기 편한 옷들이죠. 크루즈 컬렉션도 마찬가지예요. 그녀가 이번에는 모나코를 찾은 거예요!

    VK 컬렉션을 구상할 때 주변 여성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어요.

    NG 네, 맞아요. 저는 많은 여성들에 둘러싸여 있어요. 제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포함되죠. 자연스럽게 그들 의견을 듣고 모습들을 지켜보게 돼요. 그때그때 피드백을 얻기도 하죠.

    VK 빅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것은 큰 도전입니다. 또 온라인 세상에선 모든 것이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이죠. 이런 상황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지녀야 할 중요한 자격 요건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NG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들은 많은 방해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미디어는 계속 변화를 요구하고 디자이너들의 작업에 의문을 갖기도 하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모든 것이 더 빨라지고 있어요. 고객들에겐 직접 메시지를 전해야 하고 언론도 의식해야 하고. 하지만 고객들의 의견이 강해졌어요. 이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확고한 비전이 필요합니다. ‘이끈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것들을 나는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VK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NG 글로벌한 비즈니스 환경, 옷과 가방의 제작 및 실현 과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예술적인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해요.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뛰어난 품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일부 특정 고객이 아닌, 더 많은 글로벌 고객에게 어필해야 하죠. 이것이 루이 비통을 위한 제 비전이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노력해야 합니다. 루이 비통에 합류하게 된 것을 저는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제가 설명한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기 때문이죠.

    VK 지난 3월 쇼에 등장한 백들은 예술적으로 아름답고 대중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NG 오, 좋아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VK 이번 크루즈 쇼의 액세서리 라인도 궁금하네요. 이번엔 루이 비통 아카이브를 어떻게 재해석했나요?

    NG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루이 비통에는 혁신과 전통이라는 이중성이 공존하는데, 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사랑하고 제 작업에 적용시킵니다. 데뷔 컬렉션에 나온 ‘쁘띠뜨 말(Petite Malle)’ 클러치만 해도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제품이었죠. 동시에 ‘독 백(Doc Bags)’ 같이 예전에 없던 새로운 백을 디자인하기도 했어요. 가볍고 부담 없는 디자인이죠. 물론 ‘쁘띠뜨 말’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예요. 어느 정도 무게감도 있으면서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죠.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려주는 제품이기도 하고요. ‘스피디(Speedy)’나 ‘락킷(Lockit)’ 같은 아이콘 백들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변형시킬지 고민하는 동시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백도 만들고 싶어요. 저는 백을 정말 사랑해요! 특히 패셔너블한 백이면서 영원할 수 있는(Timeless) 백을 사랑합니다.

    VK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백, 바이어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백을 꼽자면요?

    NG 어려운 질문이네요. 왜냐하면 가장 좋아하는 백은 아직 디자인하지 않은, 다음에 디자인할 백이기 때문이에요! 데뷔 컬렉션에선 ‘쁘띠뜨 말’. 아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죠. 루이 비통에 들어오자마자 하고 싶었던 작업이면서, 델핀 아르노 부회장과 아티스틱 디렉터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 떠올린 백이죠. 저는 거대한 루이 비통 트렁크를 현대 여성들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루이 비통의 상징과도 같은 이 트렁크를 작은 클러치로 소개하고 싶었죠. 여자들이 매일 밤낮으로 들고 다닐 수 있도록요. 특히 애정을 쏟았죠.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았던 백들도 물론 있어요. 강조하고 싶은 점은 패션쇼 백들을 전 세계 루이 비통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건 굉장히 새로운 시도인데, 제가 만든 컬렉션 백들은 앞으로도 전 세계 매장들을 통해 제공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아이템이 베스트셀러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웃음)

    VK 이번엔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죠. 루이 비통의 수장이 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세 가지 변화를 꼽는다면?

    NG 오! 뜻밖의 질문이네요. 음, 우선 저 자신이 많이 바뀌었죠. 루이 비통은 저를 환영해줬고 제 비전을 지원해주고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어요. 우리에겐 전진하려는 공통 목표가 있고, 함께 혁신하면서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가려 하죠.

    VK 일하는 스타일, 패션을 대하는 태도, 혹은 수입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네요.

    NG 하하, 아마도요.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모든 것이 준비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더 안정됐고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저는 지금 제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느낍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예요. 어떻게 보면 과거에는 좀 불안했던 것 같아요. 압박감을 많이 느꼈지만, 지금은 압박이라는 것이 이 업계에서 필연적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즐기려 합니다. 또 다른 큰 변화라면 이전에는 매우 복잡하고 실험적인 형태로 패션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지금은 훨씬 심플하고 직선적인 방법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결국 제 비전을 변화시키고 루이 비통과의 접점을 찾아내는 시도 자체가 제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예요.

    VK 빅 하우스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나요?

    NG 아주 많아요. 매일매일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회사 분위기도 인간적이라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생각보다 쉬워요. 흔히 빅 하우스는 의사 결정이 복잡하고 재빠른 변화를 일으키기 힘들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이곳은 매우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곳이에요. 대화를 통해 이런저런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하면, 좋은 방향이라고 판단되면 곧장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해줍니다.

    VK 이제 마지막 질문이겠지요?

    NG 네, 릴레이 인터뷰가 있기에 시간이 별로 없어요.

    VK 빠르게 질문할게요.(웃음) 패션 외에 또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여가 시간엔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이번 크루즈 컬렉션쇼가 끝나면 어디로 휴가를 떠나는지도 궁금해요.

    NG 곧장 일하러 갈 것 같습니다. 우리 일은 사회생활과 사생활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요. 지속적인 변화의 연장 선상에 있기에 무언가를 볼 때 본능적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게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패션을 떠나선 매우 평범하고, 그렇지만 일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 사람입니다. 지난해 11월 5일을 기점으로 루이 비통에 합류했고, 3월 5일 첫 쇼가 있었어요. 오늘이 5월 17일인데 어느새 두 번째 쇼를 선보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하기에 휴가를 자주 가진 않아요. 여행은 물론 좋아하지만 여행 중에도 일을 하거나 디자인 작업을 위한 밑조사를 합니다. 가끔 2~3일씩 여행을 갔다오기도 하는데 완전히 휴식을 취하진 못해요. 저란 사람은 정말 일 생각만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VK 당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는데 시간이 짧아 아쉽군요.

    NG 제가 한국을 꼭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웃음)

    에디터
    이명희(<보그 코리아> 편집장)
    사진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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