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라포 엘칸의 아디다스 'ZX Flux' 라인

2016.03.17

by VOGUE

    라포 엘칸의 아디다스 'ZX Flux' 라인

    위트 넘치는 컬러와 스타일링 감각으로 패션계와 사교계 아이콘이 된 라포 엘칸.
    이 멋쟁이 이태리 남자가 아디다스의 전설 ‘ZX 8000’을 오마주한 ‘ZX Flux’ 라인을 탄생시켰다.

    피아트 500을 뚝 잘라 만든 소파와 이탈리아 인디펜던트의 시그니처 안경 모티프로 벽을 가득 채운 라포 엘칸의 사무실. 그는 가슴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보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아트 그룹의 손자, 아이웨어 브랜드 이탈리아 인디펜던트(Italia Independent) 대표, 이탈리아 축구 명문가 유벤투스 구단주 등 라포 엘칸(Lapo Elkann) 앞에 붙는 수식어는 꽤 많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는 이것일지 모른다. 가장 현대적인 이탈리아 남성 패션 아이콘! 미국 <보그>에 슈퍼모델과 화보를 찍을 정도로 패션을 사랑하는 그가 최근 아디다스와 만나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탄생시켰다. 바로 80년대 아디다스의 전설인 ‘ZX 8000’을 오마주한 ‘ZX Flux’ 라인. 지금 전 세계 패피들의 관심 대상 1호가 된 그 스니커즈다. 화제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밀라노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입구로 들어서자 이태리 국기를 상징하는 화이트, 레드, 그린이 프린트된 피아트 500을 반으로 뚝 자른 듯한 소파가 우리를 반겼다. 긴 복도 끝에 있는 그의 사무실 문을 열자 오른쪽 벽면에 한자와 일본어, 아랍어 등 9개 언어로 쓰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인디펜던트는 매일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천장이 높은 사무실 곳곳에는 다양한 컬러의 피아트 500을 뚝 잘라 만든 소파와 배트맨, 스파이더맨, 마징가 Z 등의 카툰 일러스트가 벽에 빼곡히 걸려 있었다(몇 년 전 <보그 리빙>에 소개된 그의 집을 기억하는가! 디즈니랜드 피규어와 카툰, 알록달록한 컬러 오브제들이 가득했다). 또 무지갯빛 평화의 깃발, 동양의 장식품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브제들이 자유분방하게 놓여 있었다. 평소 화려한 컬러와 아이템을 믹스매치하는 그의 패션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업실이다. 응접실 한쪽에는 그가 설립한 인디펜던트의 시그니처 안경 모티프도 벽면 가득 프린트돼 있었다.

    그런데 웬걸! 약속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한 라포 엘칸은 가슴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의지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실 인터뷰 일주일 전 난생처음으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단다. 하지만 그는 갈비뼈 골절과 다리 깁스를 한 상태로도 <보그 코리아>를 반갑게 맞이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아주 큰 목소리로 “차오, 보그 코레!”라고 외쳤다. 그러고는 이탈리아인 사진가와 인사를 하자마자 “나폴리 사람인가요? 사투리가 느껴지네요. 저도 반은 나폴리 사람이에요. 나폴리 파워!”를 외치며 활기찬 모습으로(하지만 두 명의 비서에게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친절해서 좋아요. 특히 한국 여자들은 무척 예쁘죠.” 그는 홍콩의 한 행사장에서 만난 전지현과의 기념 촬영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그의 팔 한쪽에는 큼지막한 문신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한자와 이탈리아 국기였다. “전 아시아를 사랑합니다. 제 가슴 한쪽엔 아시아가 자리 잡고 있어요. 한국도 비공식적으로 여러 번 다녀왔죠. 한국 친구들도 많고 한국 음식도 좋아해요. 무엇보다 한국인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라며, 유능한 기업가답게 몸에 밴 친절함과 에너제틱한 태도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핑크빛 리넨 셔츠를 입은 라포 엘칸은 80년대 아디다스의 전설적인 스니커즈인 ‘ZX 8000’을 응용해 이탈리아 인디펜던트의 패턴과 화려한 컬러를 접목시킨 ‘ZX Flux’를 탄생시켰다.

    Vogue Korea(이하 VK) 당신은 이탈리아의 대표적 패션 셀럽이다. 그래서 이번 아디다스 프로젝트도 놀랍지 않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Lapo Elk ann(이하 LE) 예전에 아디다스 오리지널의 아트 디렉터인 샘 핸디와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아디다스와 내가 설립한 이탈리아 인디펜던트가 추구하는 이상이 같다고 느꼈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와 함께 작업했는데, 샘은 카리스마가 넘치고 배려심 있는 리더다. 그에게 형제애를 느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아주 재밌는 작업이었다.

    VK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와 아이웨어 브랜드인 이탈리아 인디펜던트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나?

    LE 아이웨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안경과 선글라스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 예술, 철학, 자동차, 음식 등 모든 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디다스는 스포츠 브랜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에선 스모킹 재킷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런 모험과 실험 정신이 마음에 든다. 패션 세계에서 그 두 가지는 아주 중요하니까.

    VK ‘ZX Flux’ 프로젝트를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LE 아디다스 오리지널의 역사를 꼼꼼히 공부했다. 그러던 중 우리는 80년대에 역사적인 인기를 누린 아디다스 ‘ZX 8000’ 스니커즈를 떠올렸다. 80년대 유물이지만 여기에 현대적인 것을 믹스하면 전혀 새로운 것이 탄생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고정관념 없는 실험 정신을 접목시킨 셈이다.

    VK ‘ZX Flux’의 핵심 DNA는 무엇인가? 여기에 라포 엘칸적인 요소를 어떻게 결합했나?
    LE 내 사무실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나는 컬러 믹스와 매치를 무척 좋아한다. 이 컬러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듯, 인류도 함께 어우러지길 바라는 평화주의자다. 말하자면 컬러 믹스가 상징하는 사랑(Amore)과 평화(Pace)가 내 DNA요, 프로젝트의 DNA다. ZX Flux의 야구 모자는 스포츠 브랜드에선 잘 쓰지 않는 고급 소재인 스웨이드로 만들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과 인디펜던트의 철학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VK ‘ZX Flux’ 컬렉션의 애니멀 프린트와 카무플라주도 돋보였다.

    LE 신었을 때 아주 편하고 패셔너블한 스니커즈를 만들고 싶었다. 지브라 패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멀 프린트다. 여러 색깔을 섞은 카무플라주 패턴 또한 인디펜던트 아이웨어에 사용되는 화려한 컬러와 평화의 깃발을 상징하는 것이다.

    80년대 히트를 친 아디다스 ‛ZX 8000’의 하이톱 스니커즈.

    VK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 딱 한 가지만 고르라면?

    LE 화려한 색감의 애니멀 프린트 스니커즈!

    VK 당신이 디자인한 ZX Flux를 어떻게 스타일링하면 좋을까? 이탤리언 패션 셀럽에게 낮과 밤 두 가지 버전의 스타일링 팁을 듣고 싶다.
    LE 낮에는 데님과 카무플라주 스니커즈를 매치해 컬러 포인트를 주면 지루하지 않고 멋스러울 것 같다. 저녁에는 스모킹 수트에 다크 블루 스니커즈를 매치하면 어떨까? 하지만 이 스니커즈들은 학생과 은행원, 그리고 뉴욕과 도쿄까지 누구든, 어떤 장소에 있든 상관없이 모두 신을 수 있다.

    VK 당신은 이탈리아 남성을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탤리언 스타일은 무엇인가?
    LE 이탤리언 스타일을 정의하기 위해선 이탈리아 역사, 문화, 음식 등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알아야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다. 하지만 낙천적이고 좀 게을러서 마케팅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이탤리언 스타일이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우리가 가진 무궁무진한 유산 그 자체가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인들의 몸에 밴 것! 게으름까지도. 하하.

    VK 아까 한국에 여러 번 왔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들이 예쁘다고 했는데, 한국 남자들은 어떤가.
    LE 10년 전쯤 처음 서울을 방문한 후 지금까지 여러 번 다녀왔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현명한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잘 소화시킨다. 인테리어, 건축, 음식, 패션 등등. 일도 잘 하고 부지런한 한국 남자들은 빠르게 변화는 패션 트렌드도 재빨리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

    VK 한국의 다른 도시들은 가본 적 있나?
    LE 언제나 짧은 비즈니스 여행이기에 서울에만 가봤다. 하지만 꽤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인사동, 동대문, 삼청동, 강남 등. 물론 기회가 되면 다른 도시들도 가보고 싶다. 매번 느꼈지만 한국의 변화 속도는 정말 놀랍다.

    VK 또 다른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특히 패션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달라.
    LE 내년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뭔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데, 기대해달라!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Max Balla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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