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SNS가 너무해

2016.03.17

by VOGUE

    SNS가 너무해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SNS 없인 소통도 없다.
    은밀한 거래가 오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속 거짓 정보들에 현혹되지 않고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남고 싶다면 이 기사를 필독하시라!

    “전 YSL 뷰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요!”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이 제대로 뿔났다. 지난 10월 초 생로랑의 공식 트위터 계정(@YSL)엔 한 장의 공문이 올라왔다. 내용인즉슨 모델 에디 캠벨과 촬영한 YSL 뷰티의 향수 ‘블랙 오피엄’ 광고는 로레알 그룹에 의해 진행됐으며 에디 슬리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촬영에 있어서 어떠한 디렉션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누리꾼들 사이에선 에디 슬리먼이 평소 ‘블랙 오피엄’을 즐겨 쓴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측근들의 증언에 따르면 에디는 ‘블랙 오피엄’ 광고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YSL 뷰티와 생로랑이 추구하는 방향이 굉장히 다르다는 입장을 내비쳤단다(YSL 뷰티가 ‘생로랑 뷰티’로 리브랜딩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린 SNS를 통해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를 얻고 클릭 한 번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렇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알찬 정보만큼이나 은밀한 거래가 오간 거짓 정보가 수두룩해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없는 ‘양날의 검’과 같다. 얼마 전 홍보 담당자들 사이에서 연관 검색어는 목숨을 걸고 사수해야 할 ‘절대 반지’라는 말을 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하니 연관 검색어만 잘 공략해도 큰돈 들이지 않고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연관 검색어 등록에 필요한 금액은 키워드에 따라 달라지나 평균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5만원을 웃돌아 홍보 비용으로 따져보면 합리적인 수준. 연예인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홍보 담당자들에겐 이보다 더 쏠쏠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가령 모 연예인이 언론 시사회에서 A 브랜드의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했다 치자. 인터넷상에 사진이 올라오는 순간 그녀의 립스틱에 대한 궁금증은 폭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000 립스틱’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맴돈다. 바로 이 순간 스타 마케팅에 빠삭한 B 브랜드의 틈새 공략이 발휘되는데, ‘000 립스틱’에 그들의 브랜드를 집어 넣은 키워드를 연관 검색어로 등록해버리는 ‘새치기’ 신공이 바로 그것! 만일 A 브랜드가 스타 마케팅에 미숙한 아마추어라면 제대로 된 홍보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B 브랜드의 특정 립스틱 품절 사태를 지켜만 보는, 한마디로 눈 뜨고 도둑맞는 꼴이 된다.

    세세한 후기와 정보로 가득한 블로그 역시 믿을 게 못 된다. 블로그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방송인 A양은 특별한 활동 없이 오직 블로그로 벌어들인 수입만 무려 5,800여만 원에 이른단다. 이웃집 언니처럼 친근한 말투로 써내려 간 사용 후기는 지금 당장 써보고 싶을 정도로 솔깃하다. 장황한 설명 대신 중요한 단어만 콕콕 짚어 해시태그(#)로 끝내버리는 인스타그램도 SNS 안전지대를 벗어난 지 오래. “한 건에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이라던데요? 브랜드에서 해시태그로 뭘 써야 할지 아예 지정해준다는 소리도 있고요.” 알면 알수록 SNS 마케팅에 환멸을 느낀다는 뷰티 홍보 담당자의 증언이다.

    합법적인 루트로 제품을 홍보하는 PPL 광고도 요지경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정유미가 바른 립스틱은 대놓고 메이블린 뉴욕이었지만 정작 한국에선 구입할 수 없는 미입고 상품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소비자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중국에서 진행한 PPL이라 국내에선 이 제품으론 어떠한 소통도 할 수 없었죠. 중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제품이었거든요.” 메이블린 뉴욕 홍보 담당자의 설명. 웃지 못할 해프닝에 콩고물이 떨어진 브랜드는 따로 있으니. 검색창에 ‘정유미 립스틱’을 치면 열의 아홉이 타 브랜드의 립스틱으로 포스팅된 건이 수두룩하다. 물론 화면과 흡사한 입술 색을 연출할 수 있어 추천되는 사례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눈 가리고 아웅식 거짓 정보가 판을 치는 SNS 세상에선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호갱’이 되는 건 시간문제.

    매끈한 피부에 군살 없이 날씬한 여자들은 뭘 입고 발라도 예쁠 수 밖에 없다. 이목구비마저 또렷한 연예인들은 오죽할까? 그러니 그녀들이 쓴다는 이유만으로 충동구매는 절대 금물이다. 거울 속 내 얼굴과 몸에 잘 어울리는지 점검하지 않는다면 서랍 신세를 면치 못할 테니 현실을 직시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라. 한 가지 더, 브랜드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은 제품들을 평가할 땐 어지간해선 쓴소리가 나올 수 없는 법. SNS를 통해 마음이 혹한 상품이 있다면 직접 매장에 들러 입어보고 발라보라. 지금 당장 손에 넣지 않으면 죽을 것 같던 마음도 이내 가라앉는 ‘누름신’을 영접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JO HUN JE
      모델
      주민희
      네일
      최지숙(브러쉬라운지)
      장소
      맥 압구정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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