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반묶음 머리

80년대 청춘 하이틴 스타의 전유물이자 한물간 스타일로 여겨왔던
반 묶음 머리가 시간을 거슬러 최신 유행 반열에 올랐다.
올겨울 당신의 여성미를 극대화 시켜줄 하프 업 스타일의 색다른 변주!

반 묶음 머리가 원래 이리 예뻤던가? 2015 S/S 컬렉션 셀린 쇼의 캣워크를 거니는 톱모델들의 뒷모습은 이제껏 반 묶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산산조각 내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셀린 쇼의 백스테이지 헤어를 담당한 헤어스타일리스트는 귀도 팔라우. 누구보다 까다로운 심미안을 지닌 패션 여제 피비 파일로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버린 ‘하프 업’ 연출 과정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드라이 샴푸로 텍스처를 살린 모발을 반으로 묶어 반짝이는 골드 바레트로 마무리! 하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으니 파리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초, <뉴욕 매거진> 뷰티 에디터 애슐리 웨더포드를 비롯한 다수의 프레스들은 셀린의 반 묶음 머리에 대해 패션 위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헤어라며 극찬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잔머리 없이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 자로 잰 듯 반듯한 5:5 가르마 등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헤어 트렌드의 미니멀리즘 열풍은 클래식한 하프 업 스타일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한마디로 이미연, 채시라, 하희라의 전성기적 헤어스타일이자 촌스러움의 극치로 치부되던 반 묶음이 슬슬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말씀!

“대부분의 업스타일을 소화하려면 일단 머리가 길어야 해요. 하지만 반묶음 머리는 단발머리도 충분히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답니다.” 모로칸 오일 교육팀의 말처럼 턱선 기장의 깡총한 단발머리에게 포니테일은 그림의 떡이지만 반 묶음 머리는? 식은 죽 먹기다. 배우 이연희와 박수진의 헤어를 담당하는 에이바이봄 하나 실장과 알렉산드르 드 파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일린도 반 묶음 예찬론자다. “꾸미지 않은 듯 청순한 매력을 어필하고 싶을 때 이보다 효과적인 스타일은 없죠. 목선이 드러나 여성스러워 보이는 건 물론이고요.” 한 가지 더, 포니테일은 머리숱이 적으면 초라해 보이지만 반 묶음 머리는 머리숱이 많든 적든 상관없다. “반 묶음을 하면 전체 머리숱의 절반만 보이니 머리를 풀고 다닐 때보다 답답한 느낌이 덜하죠. 반대로 숱이 적다면 반 묶음한 머리 양 옆에 볼륨을 넣어주면 초라해 보이지 않아요.” 반 묶음이라고 해서 꼭 전체 머리의 절반을 잡을 필요는 없다. 이희 헤어 살롱 효정 실장은 “머리숱이 적을수록 묶이는 양을 최소화하라”고 조언하며 “귀 뒤로 남는 양이 많아질수록 머리 숱은 풍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높낮이에 따라 얼굴형을 보완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동그란 얼굴에 하관이 크고 목이 짧다면 앞머리를 내려 최대한 높게 묶어주고, 턱이 갸름하고 목이 길다면 아래로 낮게 묶을수록 얼굴이 작아 보인다.

 

하프 업 스타일의 기본기를 다졌다면 이젠 백스테이지에서 포착된 다양한 반 묶음의 변주를 즐길 차례! 타쿤 쇼가 보여준 반 묶음 키워드는 ‘트위스트’다. 전체적으로 헤어 스프레이를 뿌려 모발에 잔머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준 뒤 양 옆 페이스라인 쪽 더듬이를 내려 배배 꼬듯 말아준다. 말아준 모발을 두상 뒤쪽으로 보낸 뒤 묶인 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귀뒤쪽과 뒤통수의 중간 지점인 백 사이드 포인트에서 돌돌 말아 매듭을 지어 실핀으로 고정해주면 끝. 아주 간단하다. 발렌티노 쇼 역시 헤어밴드를 이용한 트위스트 하프 업을 선택했는데 타쿤에 비해 모량을 많이 잡아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했다. 헤어밴드 대신 얇은 스카프로 대체하면 보헤미안 스타일이 연출되니 참고하도록!

납작한 두상이 고민이라면 티비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속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머리 끈 대신 일자 헤어핀으로 반 묶음 머리를 고정한 다음 뒤통수에 볼륨을 넣어주면 게임오버. 절벽에 가까운 납작한 뒤통수가 봉긋하게 살아난다. 베르사체 쇼의 하프 업 스타일은 반전 매력이 돋보인다. 앞에서 보면 영락없이 반 묶음한 것처럼 보이지만 머리 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스타일링하기 전모발에 스타일링 젤을 가볍게 발라준 뒤 넓적한 쿠션형 패들 브러시로 앞머리 부분을 옆으로 넘겨주면서 드라이한다. 그런 다음 왁스를 이용해 모발의 텍스처가 살도록 손가락을 이용해 스타일링하고 마무리로 스프레이를 분사해 고정해주면 완성! 특별한 날, 에지를 더하고 싶을 땐 에트로와 프린 쇼의 스타일링을 참고하자. 정수리 볼륨을 살려 반 묶음한 머리를 네 갈래로 나누어 촘촘하게 땋는 것이 1차 미션, 그런 다음 땋은 머리 중간중간 잔머리를 빼주면 프렌치 시크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한바퀴 둘러 마치 월계관을 쓴 여신 룩을 보여준 제레미 스캇 쇼도 강추!

이런 저런 방법들이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반 묶음 머리의 성패는 자연스러움에 달려 있다. 머리를 묶을 땐 빗이 아닌 손으로, 머리 끈은 최대한 느슨하게 묶어야 천하의 헤어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가 말한 것처럼 ‘슈퍼 시크’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