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건성 습진의 모든 것

2016.03.17

by VOGUE

    건성 습진의 모든 것

    아토피로 고통받는 어린아이처럼 어른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가려움증의 계절 겨울이 찾아왔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온몸 구석구석 지저분한 얼룩을 남기는 피부 불청객 건성 습진의 모든 것.

    작년 이맘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피부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어느 정도로 심했냐 하면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스노우볼을 거꾸로 뒤집은 것처럼 새하얀 각질이 사방으로 휘날렸고, 1분 간격으로 따가움과 가려움이 무한 반복됐다. 그걸 참지 못하고 손으로 벅벅 긁어대는 순간 행복과 고통이 동반되는 ‘길티 플레저’가 온몸으로 느껴졌고, 매끈했던 피부가 조각조각 갈라지면서 빨갛게 부어오르니 100% 순면 속옷도 무용지물. 마치 누군가 내 몸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내 몸 한구석엔 거뭇한 색소침착이 훈장처럼 남아 있다. 이처럼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쳐본 적이 있다면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이 계절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건 다 큰 어른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건성 습진’ 이야기다. 모두가 ‘건선’이라 착각하기 쉬운 건성 습진은 건조한 겨울철 유독 심해지는 피부 질병 중 하나로 팔다리와 아랫가슴 등 나타나는 부위 또한 굉장히 광범위하다.

    건성 습진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얼핏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선과 건성 습진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겨울철 피부가 조금만 가려우면 건선일 거라 단정 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건선은 피부 세포의 과다 증식으로 상처 부위가 두꺼워지며 아토피만큼 난치성 피부 질환이에요. 피부가 논바닥처럼 갈라지는 건선 습진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보입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전문의 유화정 교수의 설명이다. 건성 습진은 피부가 건조하다 못해 염증이 생기는 피부병으로, 증상은 주로 팔다리, 특히 정강이(다리 앞쪽 뼈 부분)에 자주 발생하고 오래된 도자기 표면처럼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고 가려운 게 특징이다. 그렇다면 건성 습진은 왜 겨울에 고개를 내미는 걸까? “각질층 맨 가장자리에는 피부 지질이라는 지방층이 자리합니다. 수분을 저장하는 물탱크라면 이해가 쉽겠네요. 그런데 대기 중 수분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피부 지질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표피가 쪼그라들고 가려워지게 되죠.” 디알 피부과 방숙현 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건성 습진 증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이니까 으레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렵다고 긁다 보면 쪼그라든 표피가 벗겨지고 염증이 심해져 2차 감염(화농이 되거나 진물이 잡히는 등) 혹은 거뭇거뭇한 색소침착이 남을 수 있다. 밤마다 가려워 편히 잠들 수도 없으니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안봐도 비디오일 수 밖에.

    유 교수는 “평소 찜질방이나 공중목욕탕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면 건성 습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피부 가려움증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여성 대다수가 뜨거운 탕에서의 목욕을 즐겨 하고 세정력 강한 비누로 샤워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건 건성 습진 역시 마찬가지다. 온풍으로 실내난방을 하는 경우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므로 가습에 힘쓰고 실내온도는 21~23도 정도로 살짝 추운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선택 기준이 오직 향이었던 보디 클렌저와 보디 크림은 조금 더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 일단 세정력이 우수한 사각 비누의 경우 피부 지질을 감소시켜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약산성이면서 비이온화된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는 클렌저가 알맞다. 보습제도 아무거나 바르면 안 된다. 피부를 구성하는 각질세포 사이의 지질인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이 피부 보호에는 제일 중요한데, 그 비율이 1:1:1 또는 3:1:1인 보습제를 선택하도록! 주로 아토피 피부 전용 보습제로 나온 제품들로 오일보다는 크림 제형을 추천하며 피지오겔과 세타필이 건성 습진 완화제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건조함이 극에 달하는 샤워 직후엔 무조건 보습제를 챙겨 바르고 휴대용 공병에 넣어 다니며 틈틈이 자주 바르는 것도 한 방법.

    이미 건성 습진이 많이 진행돼 염증이 심한 경우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예전에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제를 함부로 사용하면 큰일 난다. “스테로이드는 피부를 위한 기적의 처방전인 동시에 ‘스테로이드포비아’란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동전의 양면’이 존재합니다. 강도가 강한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면 당장은 빠른 호전을 보일지언정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죠.”

    여느 질병이 그렇듯 겨울철 불청객 건성 습진 치료의 성패 역시 병원에 첫발을 들이는 타이밍에 달려 있다.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가려진 속살이 거칠고 거뭇거뭇한 흉터가 남아 있으면 결코 아름다워 보일 수 없는 법. 요즘 유독 손톱으로 옆구리를 긁는 일이 잦아졌다면 겨울철 특수일 거란 짐작은 절대 금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는 상당히 정확해 이를 무시하고 본능을 따르는 순간 더 큰 재앙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이혜승
      스탭
      헤어 / 백흥권 메이크업 / 이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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