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밍코프와의 유쾌한 만남

패션에 관해 요즘 여자들의 정곡을 찌르는 디자이너,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균형을 이룬 레베카 밍코프.
서울을 방문한 그녀와 톱모델 효니의 유쾌한 만남!



톱모델 아기네스 딘이 찍힌 파파라치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옷을 기억하시는지. 아기자기한 듯 록 스피릿 충만한 가방을 보며 런던 브랜드일 거라고 짐작했다면, 아쉽지만 틀렸다. 알렉사 청, 지젤 번천, 블레이크 라이블리,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국적, 나이, 직업을 막론하고 여자들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은? 레베카 밍코프! 2005년 가방 브랜드로 뉴욕 패션계에 데뷔한 밍코프는 특유의 젊고 사랑스러운 감성으로 여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기 시작해 4년 후엔 여성복까지 론칭했다. 지난해부턴 서울 멋쟁이들도 레베카 밍코프 컬렉션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11월 7일 한국 론칭 1주년 기념 패션쇼가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렸다. 쇼 당일 아침, 모델 못지않게 아름다운 디자이너가 <보그> 스튜디오에 들러 톱모델 효니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VOGUE KOREA(이하 VK) 서울은 몇 번째인가?

REBECCA MINKOFF(이하 RM) 일곱 번째다. 뉴욕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가 서울이다. 풍경, 패션, 음식까지 모두 맘에 든다. 어제도 비빔밥을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VK 서울 패션쇼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RM 봄 컬렉션은 사진가 데보라 터브빌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피사체를 아주 강렬하게 표현하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그녀만의 방식을 옷으로 오마주했다. 이번 패션쇼 역시 그녀의 작품을 상상하며 기획했다.

 

VK 좀더 눈여겨봐야 할 룩은 뭔가?

RM 가장 맘에 드는 룩을 처음 내보낸다. 시작이 반이니까. 서울 쇼에서는 효니가 오프닝과 피날레를 맡는다.

 

VK 가을 패션쇼에는 모델 수주가 오프닝과 피날레를 맡았다.

RM 한국 모델들은 정말 아름답다. 수주가 오프닝에 입은 양털 재킷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룩 가운데 하나다. 가을 컬렉션은 남성적인 아이템을 여성스럽게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다양하게 변형한 바이커 재킷이 자주 등장한 이유.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봄 컬렉션과 다른 느낌이다.

 

VK 그렇다면 ‘밍코프 걸’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RM 진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연다. 킥복싱이나 트레이닝, 혹은 어떤 운동이든 격렬하게 마친 뒤 멋지게 빼입고 출근한다. 찰랑찰랑한 드레스 위에 바이커 재킷을 입지 않을까? 나는 주로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고객의 모습을 떠올리며 디자인한다.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간단하게 술자리를 가지고, 주말에는 파티를 즐기거나 전시에 들른다. 늘 활기 넘치고 사교적인 뉴요커!

 

VK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당신의 옷을 입는다.

RM 다들 멋진 여성들이다. 최근 <걸스>의 레나 던햄이 즐겨 입는다. 특히 아기네스 딘이나 지젤 번천 같은 패션 아이콘들이 내 가방을 들고 나타나면 더없이 행복하다. 기회가 된다면 비욘세가 꼭 한번 입어줬으면!

 

VK 2005년 가방 브랜드로 출발했는데, 첫 가방이 완성된 순간을 기억하나?

RM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흥분됐다. 내가 이렇게 예쁜 가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생각보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서 좀 놀라긴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

 

VK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나?

RM 완벽한 가방은 낮과 밤 모두 들 수 있어야 한다. 실용적이지만 디자인이 근사해 기능성을 감출 수 있는 가방 말이다. 첫 가방이 바로 그랬다.

 

VK 2009년 여성복을 론칭한 계기가 있나?

RM 첫 가방을 완성하기 훨씬 전, 2001년 쯤 ‘I Love New York’ 티셔츠를 제작해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가방 브랜드로서 웬만큼 자리 잡았을 때 TV에서 이 프로그램이 재방송됐고, 덕분에 셀 수 없이 많은 문의 전화를 받았다. TV에 나온 옷을 사고 싶다거나 다음 패션쇼에 꼭 초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도전했다.

VK 일이 두세 배 많아지지 않았나?

RM 훌륭한 디자인팀 덕분에 문제없다. 액세서리 팀과 기성복 팀이 분리되지만,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한다. 아무래도 옷이 중심일 때가 많은데, 하나의 주제를 정한 뒤 기성복 컬렉션을 완성한 다음 여기 어울리는 액세서리들을 디자인한다.

VK 매 시즌의 테마는 어떻게 정하나?

RM 전 세계로 출장 다닐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잔뜩 떠오른다. 이번 서울 방문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이 역시 다음 컬렉션에 반영될 것이다. 시간이 있다면 좀더 이국적인 곳으로 떠나고 싶다.

 

VK 당신의 첫 모험은 열여덟 살 때 혼자 뉴욕에 온 것 아닐까? 그런 용기는 어디에서 비롯됐나?

RM 지금 생각해보면 큰 용기였지만, 그땐 두려울 게 없었고 그저 당연했다. 패션계에서 일하고 싶으니 패션 도시로 왔을 뿐이다. 살아남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내 딸이 열여덟 살에 혼자 다른 도시에 가겠다고 하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하!

 

VK 패션 디자이너의 꿈은 언제부터 키웠나?

RM 열두 살 때 처음 재봉틀을 사용했다. 첨엔 단순히 리폼하는 정도였지만 점점 직접 재단해서 만든 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발전 됐다. 고백하자면, 친한 친구가 별로 없어서 혼자 방에 틀어박혀 옷 만드는 시간이 넘쳐났다. 맨 처음 만든 ‘고차원적’인 옷은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였다. 얼마 전, 엄마가 그 사진을 발견해 보내주셨다.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보여주며)작은 가슴을 부각시키려고 U자 네크라인을 깊이 판 다음, 가슴 바로 아래에서 스커트 라인이 시작되게 만들었다.

 

VK 열두 살짜리 소녀의 솜씨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근사하다! 여전히 당신이 직접 만든 옷만 입나?

RM 다른 브랜드도 좋아하지만, 내가 만든 옷만 입는다고 대답하고 싶다.

 

VK 올겨울의 필수 아이템은?

RM 빨간 격자무늬 코트, 분홍 라이더 재킷, 사첼 백!

 

VK 그렇다면 멋쟁이의 옷장에 있어서는 안 되는 아이템이라면?

RM 앞에 거대한 플랫폼이 있는 스틸레토는 정말이지 참을 수 없다. 그리고 돌아온 트렌드라고 해도 ‘스크런치(일명 곱창 끈)’는 별로 모던하지 않다. 80년대풍의 워싱 데님도 마찬가지.

 

VK 디자이너가 된 지 10년이 지났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RM 미국 주요 백화점들로부터 매장을 내고 싶다는 연락이 왔을 때, CFDA로부터 회원이 되라는 러브콜을 받았을 때,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뽑혔을 때, 매 시즌 패션쇼 하기 직전, 그리고 두 아이가 태어났을 때!

VK 앞으로 10년 후, 당신의 아들과 딸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도와줄 건가?

RM 물론! 뭐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스트리퍼만 아니라면! 다른 부모들이 자식에게 의사나 변호사를 원하는 것과 달리 나는 창의적인 인물로 성장했으면 한다. 시간 날 때마다 가족과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시간을 디자이너로 보내고 나머지 시간을 엄마로 지내고 나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없지만 그건 충분히 포기할 수 있다.

 

VK 혹시 당신의 아이들이 입을 만한 아동복 론칭 계획은 없나?

RM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이번 시즌 바이커 재킷을 어린이용으로 축소해 만든 적이 있다. 물론 내 것도 하나 챙겼는데, 아직 한 살밖에 안 된 딸아이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하하.

 

VK 다음 프로젝트로 예정된 것은 뭔가?

RM 아직 한참 멀었지만, 현재로서는 세계 곳곳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많이 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