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을 찾아줘

프리미엄 붕어빵이 등장한 이후 대한민국 붕어빵 생태계가 변했다.
팥의 독재는 막을 내리고 슈크림과 단호박도 모자라 떡볶이와 불고기도 들어간다.
독특함은 있지만 무언가 아쉽다. 계절과 추억이라는 재료를 잊어버린 탓이다.

붕어빵이 입을 열었다. 불룩한 배 속에는 팥 대신 콘플레이크와 찰떡이 들어가고 입술 사이로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똬리를 틀었다. 그 위엔 오레오와 빼빼로 과자, 초콜릿 시럽, 알록달록 설탕 가루 등 현란한 토핑이 올라간다. 일명 ‘아붕(아이스크림 붕어빵의 준말)’이라 불리는 일본산 붕어빵은 지난여름 홍대 앞을 열심히 헤엄쳤다. 그리고 크로넛(크루아상과 도넛을 조합한 빵)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크루아상 다이야키(도미빵)’도 선보였다. 중형 크기에 파이를 닮은 붕어는 사각 틀 모양 위에 찍혀 나온다. 바삭한 빵의 식감과 듬뿍 담긴 팥, 오도독 씹히는 설탕 토핑의 압도적인 달콤함은 기존 붕어빵과 확실히 다르다.

이름은 같아도 종이 다른 빵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프리미엄 꼬리표를 단 붕어빵 ‘아자부’가 백화점 식품관에 출현하면서부터다. 팥만 고집하던 속재료는 슈크림과 크림치즈, 고구마, 호두 등으로 다양하게 채워졌다. 손바닥보다 작은 것 한 마리가 기존 4인 붕어 가족의 가격보다 비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겨울 별미를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함에 줄을 섰다. 30년대 무렵 일본의 도미빵이 붕어로 어종 변경을 거쳐 한국 땅을 밟은 이래 처음 겪는 일이었다.

떠들썩한 신종 붕어빵의 인기는 ‘억’ 소리 나는 대박 소식으로 전해졌다. 떨어지는 팥고물이라도 얻으려는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더불어 주로 백화점이나 카페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붕어빵은 계절을 타지 않아 겨울마다 돌아오는 일반 붕어빵을 애매한 존재로 만들었다. 비록 붕어빵이 과일이나 채소처럼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제철이 존재한다.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추위를 잠시 녹일 겸 포장마차에 들러 한 마리 베어 물 때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과 팥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맛을 절정으로 승화시킨다.

붕어빵은 겨울에 먹는 간식이라는 인식 외에도 다른 특별함이 있다. ‘추억’이라는 보이지 않는 재료다. 50년대 붕어빵(혹은 풀빵과 국화빵)은 구호물자였던 밀가루로 만든 생존을 위한 음식이었고, 경제개발기였던 1960~70년대에는 겨울이면 밥 대신 노동자들의 가난한 속을 달래주었다. 즉, 붕어빵의 탄생은 한국인의 힘겨웠던 과거와 함께한다. 그런데 수입산 프리미엄 붕어빵에는 이런 애틋함이 없다.

프리미엄 붕어빵이 등장한 이후 대한민국 붕어빵 생태계는 변했다. 이제 카페가 아니라도 길거리에서 다양한 종류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이제 슈크림이냐 팥이냐, 섞느냐 마느냐를 망설이는 건 흔한 일이다. 최근 등장한 지하철역 안에 주로 서식하는 ‘해피소뿡이’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식빵을 압착해 토스트처럼 만든 이 붕어빵은 속재료로 불고기와 떡볶이, 참치, 만두소까지 들어간다.

프리미엄 붕어빵과 그에 영향을 받은 온갖 요란한 빵의 공세 때문인지 요즘 골목 사이사이 흔히 보이던 붕어빵 아저씨는 도통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붕어빵 아저씨 오셨나요?”라는 질문도 종종 보일 정도다. 시린 손 녹이며 호호 불어 먹던 특별한 추억 때문이다. 슬슬 거리에 흰 눈이 쌓이면 그 생각은 더 간절해질 것이다. 지글거리는 붕어빵 굽는 소리, 기분 좋으면 한 마리 덤으로 주시던 아저씨의 훈훈함. 만약 어느 추운 겨울날, 거리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전부 사라진다면? 그리운 팥 맛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쓸쓸한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붕어빵을 찾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