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돔 페리뇽과 아이리스 반 헤르펜의 만남

2016.03.17

by VOGUE

    돔 페리뇽과 아이리스 반 헤르펜의 만남

    100년 역사의 빈티지 샴페인과 3D 프린트라는 최첨단 기법으로 이름 난 디자이너가 만나면?
    돔 페리뇽과 아이리스 반 헤르펜의 흥미로운 협업 속으로!

    가죽, 합성 로프, 플렉시글라스, 아크릴, 구리판, 실리콘 레이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나일론, 인조 뱀가죽… 아이리스 반 헤르펜에게는 불가능한 재료란 없다. 네덜란드 아르테즈 예술대학을 졸업한 그녀가 알렉산더 맥퀸 디자인팀에서 어시스턴트 시절을 보낸 후, 2008년 자기 이름을 걸고 선보인 기상천외한 첫 쇼는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7년간 그녀가 다니엘 위드리그, 필립 비슬리, 니콜로 카사스 등 건축가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3D 프린트 드레스들은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게다가 올해 ‘안담 프라이즈(Andam Prize)’를 수상한 그녀에게 ‘넥스트 맥퀸’이란 품평이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 그리고 매년 연말 제프 쿤스, 데이비드 린치, 마크 뉴슨, 칼 라거펠트 등 여러 인물들과 협업해온 돔 페리뇽이 아이리스를 선택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2004년 빈티지의 ‘변신(메타모포시스)’이다. 이를 위해 반 헤르펜은 화석에서 영감을 얻어 2004년 빈티지 병을 변신시킨 작품 ‘코쿠나아제’를 창조하며 여기 어울리는 리미티드 에디션 기프트 박스까지 디자인했다. 패션계를 진일보시키는 그녀를 <보그>가 만났다.

    VOGUE(이하 VK)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IRIS VAN HERPEN(이하 IH) 다른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내 작품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이런 실험을 통해 패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좋아한다. 돔 페리뇽은 기존의 영역과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심과 노하우를 지닌 아주 특별한 브랜드다. 그래서 함께하고 싶었다.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으니까.

    VK 이번 협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

    IH 샴페인이 탄생하는 오빌레 수도원을 방문해 정말 많은 영감을 얻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돔 페리뇽의 셰프 드 까브리샤 지오프로이(de Cave Richard Geoffroy)와 마법 같은 테이스팅을 경험했다. 셰프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우리 둘이 만드는 결과물의 차이점과 유사성을 강조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겉모습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그는 내면에 집중했다. 그러나 경험과 행복한 기억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물을 완성하는 것은 똑같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화석이 이번 작품의 시작이었다.

    VK 협업의 테마 ‘메타모포시스’는 어떤 의미인가?

    IH 변신, 변화, 그리고 재탄생으로 해석했다. 메타모포시스는 끊임없는 에너지와 지속적인 재탄생을 의미한다. 최소 8년을 숙성시켜서 1차 최고 절정기, 8년을 더 숙성시켜 2차 최고 절정기, 그리고 3차 최고 절정기까지 맞는 돔 페리뇽 빈티지야말로 변신의 아이콘이다.

    VK 당신만의 정체성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나?

    IH 컬렉션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참여했다. 매 시즌 특별한 소재의 고유함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데, 이번 작품
    ‘코쿠나아제(Cocoonase)’도 마찬가지다. 작업에 앞서 과연 돔 페리뇽의 본질이 뭔지 생각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04가 내뿜는 매력이 많지만, 그 가운데 깎아 놓은 듯한 정밀함에 반했다. 셰프는 “돔 페리뇽은 결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보여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숨긴다”라고 표현했다. 이런 이중적 본질을 좀더 패셔너블하게 표현했다. 또 매번 절정기가 재창조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매해 반복되는 과정에서 돔 페리뇽은 독창성을 지키면서 개성을 표현한다.

    VK 어떤 여성이 어떤 상황에서 리미티드 돔 페리뇽을 즐기는 게 좋을까?
    IH 우리 인생에서 ‘메타모포시스’가 주제가 되는 순간! 즉 재탄생, 변신, 진화가 이뤄지는 모든 순간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VK ‘코쿠나아제’를 보며 당신의 내년 봄 컬렉션 룩이 연상됐다.

    IH 이번 ‘마그네틱 모션(Magnetic Motion)’ 컬렉션을 위한 아이디어는 올 초 CERN(유럽 원자핵 공동 연구소)을 방문했을 때 떠올랐다. 대형 하드론 입자들은 정말이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미래처럼!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움직임은 늘 나의 관심 대상이었다. 거대한 자기장 필드에서의 입자 충돌을 컬렉션에 표현했다. 건축가 필립 비슬리와 아티스트 욜란 반 더 빌의 도움을 받았다. 완성된 컬렉션보다 한 벌 한 벌이 완성돼 가는 과정이 더 흥미로울 때가 있는데, 이번 컬렉션에는 그 과정의 매력을 담고 싶었다. 자기장 효과로 무대에서 점점 다른 모양으로 자라나는 철가루 슈즈처럼!

    VK 3D 프린팅 기법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당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패션과 과학을 접목하게 된 계기는 뭔가?

    IH 런던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 다니엘 위드리그와 3D 프린트를 이용해 상의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과연 이 프린팅 기법으로 옷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저 실험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몇 주에 걸쳐 디자인하고 실험한 결과 탄생한 첫 룩은 프린트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완성된 순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울 만큼 정교한 이 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기술의 지문’을 보는 느낌이었다.

    VK 늘 3D 프린팅 방식을 이용하지만 매 시즌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고 있다.

    IH 매번 다른 실험을 시도한다. 가령 런웨이에 진공 포장된 모델들을 세운 가을 컬렉션은 우리의 생명,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미래의 주체에 관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플라스틱 공기 방울, 고무 소재 태슬 등을 이용해 차갑게 봉인된 룩들을 만들었다. 대형 하드론에서 영감 받은 이번 봄 컬렉션은 투명하고 디테일이 강한 장식들이 몸 주위에 떠다니듯 연출했다.

    VK 파리에서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지 세 시즌이 지났는데, 결과물은 꾸뛰르 못지 않게 완성도가 높다.

    IH 기성복과 꾸뛰르 컬렉션을 구분하고 있긴 하지만, 나의 레디투 웨어는 꾸뛰르 못지않게 특별한 소재를 써서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게 만든다. 여러 아티스트, 건축가, 과학자들과 함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브닝 드레스가 주를 이루는 꾸뛰르와 달리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는 부피가 덜한 비교적 일상적인 아이템들이 포함돼 있다. 고객들이 기성복을 통해 꾸뛰르 컬렉션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VK 결과물이 독특한 만큼 컬렉션이 완성되는 과정도 특별할 것 같다.

    IH 늘 기술과 소재 실험을 통해 컬렉션을 완성한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스케치하지 않고 직접 마네킹 위에 작업한다. 신기술을 도입할 때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VK 세상을 또 놀라게 할 만한 새 프로젝트가 있나?

    IH 최근 비요크와 함께 새로운 협업을 시작했다. 움직임이 극적으로 표현되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훌륭한 안무가와 함께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더없이 멋질 것 같다. 또 미국 하이 뮤지엄 오브 아트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VK 그렇다면 꼭 함께 일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누군가?

    IH 나사(NASA)! 아주 특별한 컬렉션이 탄생할 것 같다. 또 제임스 카메론, 테리 길리엄 감독?

    VK 패션계가 눈여겨보는 디자이너로서 꿈이 있다면?

    IH 패션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디자인과 소재의 기술적 발전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패션과 다른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니까.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사진
    Courtesy of Dom Perignon, Iris Van Herpen ,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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