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팝의 요정 테일러 스위프트

2016.03.17

by VOGUE

    팝의 요정 테일러 스위프트

    고작 스물네 살짜리 아가씨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션이다.
    하지만 그녀는 옆집 친구처럼 웃고 또 웃는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소소한 일상에 충실하며 노래하는 그녀.
    이거야말로 테일러 스위프트가 정상에서 빛나는 비결.

    캐시미어 카디건과 나일론 윈드브레이커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핑크색 미니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가죽과 PVC 소재 힐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캐시미어 카디건과 나일론 윈드브레이커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핑크색 미니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가죽과 PVC 소재 힐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뉴욕 트라이베카의 홈메이드 파이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녀는 약속 시간보다 살짝 늦게 도착했는데, 아마 모두가 그녀를 알아봤을 것이다. 테일러는 무엇보다 비정상적일 만큼 키가 컸다. 팔다리는 길고 날씬했으며 다소 불안한 아기 기린처럼 걸었다. 파우더 블루의 미우미우 스커트는 허벅지 중간에서 찰랑댔고, 크림색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은 50년대 틴에이저의 영웅인 산드라 디의 현대판처럼 보였다. “뉴욕은 멋지게 차려입게 만드는 뭔가가 있어요”라고 그녀가 밝고 쾌활하게 말했다. 메뉴를 샅샅이 살피던 테일러는 다가올 긴 주말(메모리얼 데이가 포함돼 거의 열흘)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앨범 <레드>의 아시아 투어에 대해서도 얘기했고, 모델 칼리 클로스와 함께한 여행도 자랑했으며, 또 칼리가 얼마나 멋진 여자인지에 대해서도 한참 늘어 놓았다. 그리고는 잘게 썬 치킨샐러드를 옆에 두고 “새 앨범이오? 그건 이따 집에 가서 얘기하죠”라고 속삭였다.

    최근에 구입한 그녀의 2층짜리 아파트는 천장이 아주 높고 넓었다. “자, 집을 한번 둘러보시겠어요?” 스위프트는 영화감독 피터 잭슨에게서 구입한 이 아파트를 하나둘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과 방 사이를 잇는 긴 복도에는 테일러의 ‘절친들’ 사진이 걸려 있다. 로드아일랜드에서 찍은 레나 던햄과 잭 안토노프의 사진, 빅서(Big Sur)에서 찍은 칼리 클로스의 사진, 그리고 완벽한 투어 메이트이자 동료인 뮤지션 에드 시런의 빈둥거리는 사진 등이 빈 벽을 장식했다. 컨트리 음악에 빠져 있던 왕따 시절부터 친구인(지금은 보험회사에서 일한다) 브리트니의 사진도 한쪽에 걸려 있었다. “서로 사는 방식이 달라졌는데도 어떻게 여전히 친하게 지내냐고요? 우리는 일 얘기는 하지 않아요. 그냥 여자들끼리 흔히 하는 얘기만 나눠요.”

    테일러의 집은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이다. 아주 크고 편안했으며 나무가 많이 사용됐다. 거실 한구석에는 벨벳 안락의자, 그리고 당구대와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일곱 개의 그래미상, 열다섯 개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열두 개의 빌보드 어워드, 열한 개의 컨트리뮤직협회상 트로피가 진열돼 있다. 21세기에 가장 많은 이의 호평을 받은 여성 뮤지션 중 한 명이 바로 그녀다.

    미니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울 믹스 스웨터는 쥬시 꾸뛰르(Juicy Couture), 자카드 힐은 미우미우(Miu Miu).

    미니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울 믹스 스웨터는 쥬시 꾸뛰르(Juicy Couture), 자카드 힐은 미우미우(Miu Miu).

    스위프트는 집 욕심이 많다. 집을 세 채나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가구 쇼핑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걸 보관하려면 공간이 그만큼 필요하죠. 하하!” 테일러가 안내한 방에는 모두 조 말론 향초가 타고 있었으며 이니셜 ‘TS’ 철자를 새긴 쿠션도 놓여 있었다. 우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 잊지 않도록 말이다. 그 옆에는 빅토리안풍 빈티지 잠옷들이 걸려 있었는데 테일러는 “친구들이 놀러 오면 입을 수 있도록 보관하고 있어요”라며 흥분했다. 또 다른 게스트룸에는 스낵 세트 박스가 있었고, 안에는 한밤중에 파티를 열어도 될 만큼 많은 음식이 들어 있었다. “사람들이 여기 와서 머물 때 방에 미니바가 있으면 멋질 것 같았어요. 호텔의 바로 그 미니바 말이에요.” 스위프트가 음악을 포기한다면 분명 손님 접대 분야에서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핑크빛 꽃무늬로 도배된 침실을 지나 옥상 테라스로 나갔다. 그곳엔 목재 데크가 깔려 있고, 한쪽엔 테일러가 손수 쿠션과 담요로 꾸민 작은 야영장이 펼쳐졌다. 그녀는 신발을 벗고 담요 위에 올라가 쿠션을 가슴에 끌어안고 앉았다. 그 동작이 무척 편안하고 친근해 보여 여학생 동호회 같은 느낌을 줬다. 이게 바로 스위프트 마법의 핵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스물네 살이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가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녀는 늘 친한 친구처럼 보인다. 옆집 소녀 같고 고민 상담에 친절히 응해줄 듯한 언니이자 친구처럼 보인다. “테일러는 그냥 젊은 여자들 중 한 명처럼 보여요. 실은 스물다섯 살도 안 돼 수많은 그래미상을 수상한 억만장자인데도 말이죠”라고 알렉사 청은 말한다. “보통 쇼에 가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리한나의 애프터 파티에 가기 위해 애쓰지만 스위프트는 정반대예요. 그녀는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을 자기 집에 초대해 피자 파티를 열죠. 저는 떠들썩한 리한나의 파티를 선택하곤 했지만 제가 놓친 스위프트 파티에서 어떤 수다가 펼쳐졌을지 진짜 궁금했어요.” 지난해 11월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서 테일러를 처음 만난 칼리 클로스는 테일러의 파티가 자신의 채식 쿠키만큼 유익했다고 말했다. “놀랍고 특별한 친구예요. 겸손한 데다 배려심 많고 사려 깊죠.” 성격이 제멋대로라는 카라 델레바인조차 스위프트를 ‘친절하고 마음씨 고운 정말 믿을 만한 친구’라고 칭찬했다.

    캐시미어 스웨터는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 빈티지한 쇼트 팬츠는 비욘드 레트로(Beyond Retro), 가죽과 PVC 소재 힐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캐시미어 스웨터는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 빈티지한 쇼트 팬츠는 비욘드 레트로(Beyond Retro), 가죽과 PVC 소재 힐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는 사실 사랑스럽고 친절하며 겸손하지만은 않다. 종종 복수심에 불타거나 씁쓸하며 가끔 슬프고 가슴 아픈 노래도 있다. “그녀는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것들, 이를테면 실연, 사랑, 분노, 행복에 대해 노래합니다.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진짜 일상적인 불행도 노래하죠.” 에드 시런은 이렇게 말했다. 록 밴드 펀(Fun.)의 리드 기타리스트 안토노프는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테일러가 세계적인 유명 아티스트 중 한 사람으로 우뚝 선 이유는 음악을 통해 일관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한 뒤 안토노프는 테일러가 아무리 유명해져도 여전히 커피숍이나 침실에서 솔직한 감정을 노래하는 평범한 여자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렇듯 편안한 친구 같은 스타로 우뚝 서 있다.

    스위프트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노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공유한다고 느껴질 만큼 자기분석에 탁월하다. 학창 시절 아웃사이더로 지낸 것이 성인이 되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감정적 DNA가 늘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 않는 건 아닌지, 난 초대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 내가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했어요. 그래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려고 애쓰는 게 매일매일의 투쟁이었어요.” 그런 다음 자신의 콘서트에 오는 10대 소녀들이 꼭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자신이 10대에 느끼던 기분이나 상황과 비슷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거라고 전했다. “저는 제가 누군지 몰랐어요. 그래서 제게 맞는 카테고리를 알아내기 위해 계속 다른 옷과 성격을 시도해봤죠. 물론 당장 찾지 못할 순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자연스러운 ‘당신다운’ 행동을 한다면 결국 찾게 될 거예요.” 지난 달 발매된 스위프트의 앨범 <1989>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감을 갖는 것만이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일이라고 노래한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큰 변신을 감행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장르와 같은 컨트리 음악과 결별한 것. “요즘 들어 뭔가 시작할 때 용감하고 대범한 방법을 선택하게 됐어요. 이번 앨범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사운드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 게 재미있었어요. 근본적으로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로서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에요.” 그리고 이번 앨범으로 스위프트는 그동안 음악적으로 깊게 연관돼 있던 전 연인들로부터도 독립했다. “감정적 황폐함이나 비통함, 혹은 ‘당신 없이 못 살아요’ 같은 것과 거리가 멀 거예요. 이젠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싱글 생활 18개월 만에 깨달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스위프트는 이제 ‘데스티니 스위프트’나 ‘스파이스 스위프트’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걸까. “절대 그렇진 않을 거예요. 걸 파워를 목표로 ‘당신 자신을 믿어요’ 같은 모토를 너무 노골적으로 내세운 노래를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저 제 삶의 골칫거리를 노래할 겁니다.” 가령 스위프트는 새 앨범 수록곡 <I Know Places>를 깨달음의 곡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어떤 연애도 숨겨야 해요. 시작도 되기 전에 망가질 수 있으니까요.”

    핸드메이드 캐시미어, 울 스웨터와 가죽 소재 미니스커트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실크와 가죽 소재 구두는 엘케이 베넷(L.K. Bennett).

    핸드메이드 캐시미어, 울 스웨터와 가죽 소재 미니스커트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실크와 가죽 소재 구두는 엘케이 베넷(L.K. Bennett).

    테일러 스위프트로 사는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테일러는 새 앨범의 첫 번째 싱글곡 ‘Shake It Off’ 홍보와 공연 스케줄로 미친 일정을 보낼 것이다. 사람들은 어린 신동들이 성장하며 탈선하는 걸 보며 테일러가 제정신을 어떻게 유지해왔는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테일러는 아주 간단히 대답한다. “어릴 때부터 VH1의 <Behind the Music> 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밴드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왜 산산조각 나는지 봤어요. 그걸 보며 깨달은 건 아주 단순해요. 누구나 스스로를 계속 체크해야 한다는 것. 자신에 대한 분별력을 유지하고 냉정함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그게 핵심입니다.”

    우리는 건물 근처에서 들리는 공사장 드릴 소리를 피해 아래층 거실 벽난로 앞에 앉았다. 아침엔 후덥지근했지만 지금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스위프트는 안락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고, 그녀의 긴 다리는 담요 밑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제가 이룬 가장 큰 성취는 늘 가장 큰 비판이나 실연의 순간에 왔어요”라고 스위프트는 말했다. “커다란 성취를 이루고 난 다음 날엔 늘 뒤통수를 맞는 일이 일어났고요. 그런 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감히 누구도 스위프트를 동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커다란 방에서 담요 안에 웅크리고 앉은 그녀를 보고 외로움을 느꼈다. 세계 정상에 있으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욕설을 내뱉는 몇몇 바보들 때문에 침울한 시간도 보낸다. “이젠 좀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런 악성 댓글을 읽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결국 사람들은 그런 글에 관심 없거든요. 인터넷에 잠시 등장했다 금방 사라지죠.”

    캐시미어 스웨터는 코치(Coach), 실크 드레스는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

    캐시미어 스웨터는 코치(Coach), 실크 드레스는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

    다행히 스위프트는 생기를 되찾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일어나 휴대폰으로 음악 리스트를 체크했다. “샘 스미스(Sam Smith)의 노래를 사랑해요. 여기 벡(Beck)의 새 앨범과 베티 후(Betty Who), 버디(Birdy) 노래도 있네요.” 그러더니 노래의 파편들을 녹음한 목소리 메모를 들려줬다. 그녀는 자신의 첫 음악 경험이 엄마가 갖고 있던 데프 레퍼드의 앨범, 아버지가 갖고 있던 비치 보이스의 음악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슈빌로 가서 음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건 딕시 칙스와 샤니아 트웨인의 노래를 들었을 때였다. 당시 그녀는 겨우 아홉 살이었다. 스위프트는 새로 만드는 모든 앨범은 매번 주변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여긴다. “는 마법 같은 매혹적인 숲이에요. 는 교외의 들판을 달리는 것 같고, 이번 앨범은 아주 뉴욕적이죠.” 현재 스위프트는 뉴욕에 살고 있다.

    스위프트는 현재 뉴욕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 “제가 뉴욕, 그것도 제 마음에 드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그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고요.” 나는 그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안고 집에서 나왔다. 그러나 걱정 많은 부모처럼 그녀가 잘 지내길 진심으로 원했다. 다음 날 스위프트가 꽃다발을 보내왔다.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놀랍고 마음이 미혹되는 것이 보이곤 한다. 진정성 있고, 진실한 것. 우리는 보이는 모습 그대로인 적이 없다.’ Z의 글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에요. 사랑을 보내며, 테일러.” 이렇게 적힌 메모가 꽂힌 모란 다발이었다. 여기서 Z는 젤다 피츠제럴드의 Z일까. 놀랍고, 마음을 미혹시키고, 진정성 있으며, 진실하다. 이건 꼭 스위프트 자신에 대한 묘사 같았다.

    에디터
    조 엘리슨(Jo Ellison)
    포토그래퍼
    Mario Testino
    스탭
    스타일리스트 / 루신다 챔버(Lucinda Chambers) 헤어 / 제임스 페시스(James Pecis) 메이크업 / 발 갈란드(Val Garland) 세트 디자인 / 잭 플래내건(Jack Flanaga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