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슈퍼 쇼 마스터’ 올리비에 마사르와의 만남

2016.03.17

by VOGUE

    ‘슈퍼 쇼 마스터’ 올리비에 마사르와의 만남

    디자이너의 환상은 캣워크에서 현실이 된다.
    그 꿈의 무대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건 네 명의 ‘쇼 마스터’가 펼치는 마법 덕분이다.
    <보그>가 만난 우리 시대 ‘슈퍼 쇼 마스터’들!

    OLIVIER MASSART

    올리비에 마사르의 사진집 에서는 40년간 ‘LMI(La Mode en Images)’를 이끌며 그가 완성한 환상적인 무대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YSL 로고를 수놓은 98년 프랑스 월드컵 폐막식부터 상상초월의 루이 비통 쇼까지. 꿈꾸는 예술가 마사르와의 대화.

    VOGUE KOREA(이하 VK) 현재 어떤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하나?

    OLIVIER MASSART(이하 OM) 루이 비통의 마크 제이콥스와 오랫동안 함께했고, 니콜라 제스키에르와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와는 여성복과 남성복 모두 함께하며 릭 오웬스와도 늘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다. 그 밖에 발렌시아가, 까르벤, 발렌티노, 로에베, 까르띠에, 니나 리찌 등등.

    VK 쇼 프로듀서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OM 원래부터 창의적인 일에 관심이 많았다. 어떤 방식이든 내 상상 속의 세계를 현실에 재연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트 디렉터로서 패션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나의 첫 무대는 69년 3월 도쿄에서 열린 파코 라반 쇼였다.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것이 바로 나의 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내 페트리지아와 함께 패션쇼부터 패션 전시, 브랜드의 여러 이벤트 등을 기획하는 ‘LMI’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VK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OM 패션쇼를 기획한다는 건 쉼 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디자인, 건축가, 예술가, 브랜드 등을 찾아보고 있자면 늘 새 일에 임하는 기분이다. 쇼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이유다.

    VK 그런데도 힘든 순간이 있다면?

    OM 어느 아티스트가 만든 창의적인 결과물을 또다시 창의적으로 보여줄 만한 아이디어를 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능력 있는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 어려운 이유. 그래서 쇼 기획에 앞서 각각의 디자이너와 끝없이 고민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또 런웨이에서는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에 쇼 시작 전엔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VK 능력 있는 쇼 프로듀서의 덕목은 뭐가 있을까?

    OM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 엄격함과 성실함도 겸비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쇼는 단 한 번뿐이기에 아무리 작은 실수도 생겨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획하고, 또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해서 대비하고, 끝까지 완벽하게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쇼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VK ‘완벽한 무대’로서 당신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순간이라면?

    OM 에펠 타워 100주년 기념 행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1,000명이 넘는 모델들과 함께한 제1회 국제 패션 페스티벌, 98년 월드컵 폐막식, 2009년 상하이에서 열린 샤넬 공방 컬렉션, 오페라 가르니에를 쇼장으로 선택한 2013년 가을 디올 컬렉션, 루브르의 텐트로 거대한 증기기관차를 끌고 온 루이 비통 2012년 가을 시즌, 그리고 루이 비통 150주년, 디올 60주년, 겐조 30주년, 까르띠에 20주년 기념행사 등등.

    VK 정말이지 굉장하다. <꿈의 설계자>를 보면 이 모든 쇼의 준비 과정에서 그린 정교한 스케치가 눈에 띈다.

    OM 내가 기획하는 쇼는 모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 무대를 상상하며 스케치하다 보면 내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좀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아주 상세하게 스케치해두는 편! 책을 준비하며 지난 스케치들을 다시 보니, 실제 쇼 사진보다 더 벅찬 감흥을 주는 것도 있었다.

    VK 현재는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나?

    OM 얼마 전, 베르사유 궁전에서 까르띠에의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패션쇼를 준비하지 않을 땐 다채로운 패션 행사를 기획한다. 물론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뤼베론의 부티크 호텔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쓴다. 오래된 석재 건물들을 변신시켰는데, 내가 그동안 수집한 250여 점의 미술품, 노부요시 아라키, 엘렌 폰 언워쓰, 다이도 모리야마 사진들, 독특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 덕분에 특별한 공간이 완성됐다.

    VK 패션 현대사의 살아 있는 증인으로서 빠르게 변하는 패션계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OM 지난 40년간 그랬듯 나는 디자이너들의 꿈을 구현시키는 무대를 만들 것이다. 그야말로 ‘꿈의 설계자’가 되는 것이 나의 역할 아닐까? 디자이너들이 나에게 쇼를 맡길 때만큼은 결과물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를!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사진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