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와 패션

인류의 습관을 바꿀 또 하나의 역사적 물건이 될까?
혹은 패션의 새로운 상징으로 쓰일까?
애플워치 가 패션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패션이 애플워치에 대처하는 자세.

패션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금단의 열매! 바로 애플워치가 내년 초 대중에게 공개되기 직전, 파리 패션 위크 때 주인공이 된 데 이어, <보그>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멀티숍 꼴레뜨에서는 안나 윈투어와 칼 라거펠트, 그리고 애플 고위층과 패피들이 모여 론칭을 축하했고, 아제딘 알라이아 파티 역시 애플워치를 위한 자리였다.

40대 이상에겐 10월 31일이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로 익숙하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세대에겐 아이폰6 한국 판매 첫날이다. 개시 이틀도 채 안 됐을 때 뉴스에는 ‘아이폰 대란’ ‘아이폰 후폭풍’ 등의 기사가 떴다. 일단 성공적 론칭이라는 얘기. 그렇다면 내년 초부터 팔릴 애플워치 때는(사람들은 ‘아마 빨라야’ 1월 정도로 추측하는 분위기)? 아이폰6 한국 론칭에서 달력을 두 장만 뒤로 넘겨보자. 그때를 점검해보면 이 신종 물건이 무슨 기록을 세울지, 패션 생태계에선 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감이 잡힐 것이다.

9월 9일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의 대대적 발표 이후, 애플 임직원 일동은 애플워치를 바리바리 싸 들고 대서양을 건넜다. 9월 30일 10시, 뜻밖에도 파리 생토노레 거리의 꼴레뜨가 두 번째 공개 현장(패션에 무관심한 디지털리언에게 ‘꼴레뜨’는 작가나 영화 이름으로 익숙할 듯). 파리 패션 위크의 절정인 샤넬 쇼 30분 전, 애플워치의 아빠인 조너선 아이브(17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팀과 함께 3년간 특급 보안 속에 개발했다)와 마크 뉴슨(아이폰과 연동되는 시계의 유선형 디자인에 참여했다)이 대기 중이었다. 또 샤넬 쇼를 위해 그랑 팔레 백스테이지에 머물러야 할 칼 라거펠트가 안나 윈투어와 함께 나타났다(수지 멘키스의 증언에 따르면 윈투어의 임무는 라거펠트를 꼴레뜨로 데려와 시계를 구경시킨 뒤 다시 샤넬 쇼로 함께 돌아가는 것). 애플은 멀티태스킹 디지털 손목시계를 패션 소품으로 밀기 위해 파리에서 일을 도모한 듯하다(현재 애플 스페셜 프로젝트 부사장이자 이브 생 로랑 그룹 CEO를 지낸 폴 드뇌브의 발상일 확률이 크다).





꼴레뜨가 거리에서 맨 먼저 이 물건을 진열했다면, 지면에 다룬 건 미국 <보그>다. 매달 가장 출중한 제품을 맨 마지막 편집 페이지에 한 가득 채우는 10월호 ‘Last Look’에 대문짝만하게 실은 것. <보그>에 들고 나는 모든 상품의 검열 기관쯤 되는 마켓&액세서리 디렉터에 의해 소개된 애플워치 사진 옆엔 칼럼니스트가 이렇게 기록했다. “작은 크기의 또 하나의 경이로움!” 아울러 ‘보그닷컴’은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욕망과 뽐내려는 심리가 자리한 뇌의 가장 중심부의 명중을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10월호 미국 <보그> 마지막 페이지에서 11월호엔 중국 <보그> 첫 페이지로 훌쩍 점프했다. 동서양을 아우른 채 지상 최대 패션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의도처럼 보인다(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애플이 9개월간 22% 성장했고, 이 수치는 애플 전체의 5% 성장률과 현저히 비교된다고 전한다). 이를 위해 잘나가는 사진가 데이빗 심스가 모델 리우 웬에
게 셀린 2015 리조트 의상을 입힌 뒤 애플워치를 채워 촬영을 끝냈다(애플워치는 데이빗 심스에게 홍보용 보도사진도 맡겼다).

금단의 열매처럼 한번 따먹고 나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듯 유혹적인 애플워치는 샤넬 쇼 직전 공개 이후, 그날 밤 아제딘 알라이아 파티에서도 주인공이 됐다(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프랑스 패션계에서 가장 탐내는 초대장’이라고 통용되는 바로 그 파티!). 파리 제4구 알라이아 부티크에 250명만 초대된 그날 밤 만찬 풍경을 잠깐 엿보자. 믹 재거, 셀마 헤이엑 등을 비롯한 슈퍼스타, 카라 델레빈, 로지헌팅턴 휘틀리 같은 A급 모델, 알버 엘바즈, 올리비에 루스테잉 같은 톱 디자이너, 그리고 패션계 거물들은 물론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까지. 그야말로 패션계 고위급 인사들이 애플워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과 만찬을 즐겼다는 후문(패션 역사상 이토록 ‘찐한’ 축하 세례 속에 태어난 물건이 또 있을까).

이렇듯 패션 수도 ‘파리’, 그것도 고만고만한 전시가 아닌 ‘패션 위크’ 기간 중, 심지어 ‘샤넬’ 쇼 직전, 게다가 ‘꼴레뜨’에서 애플워치가 공개되다니! 그것도 모자라 패션 제왕 ‘아제딘 알라이아’ 파티의 주인공이 됐고, 동서양 ‘보그’ 앞뒤를 꽉 채운 물건이 바로 애플워치다. 그러니 다음 시즌 샤넬 캣워크에서 카라 델레빈이 애플워치를 차고 나와 천역덕스럽게 시계를 보는 시늉을 할지 또 누가 알겠나. 혹은 디지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버버리 그룹은 프로섬 패션쇼 때 애플워치로 어떤 하이테크 마법을 펼칠지(내년 초 론칭이라고 치면, 이후 차례로 예정된 남성복과 꾸뛰르, 여성복 컬렉션을 위해 수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애플워치와 물밑 접촉을 이미 끝냈을 듯). 그나저나 애플워치를 위해 자신의 매장을 24시간 동안 내준 꼴레뜨의 젊고 트렌디한 안주인 사라의 선견지명이 과연 들어맞을까? “애플워치는 패션 라이프의 한 부분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