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쇼 마스터’ 티에리 드레이퍼스와의 만남

디자이너의 환상은 캣워크에서 현실이 된다.
그 꿈의 무대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건 네 명의 ‘쇼 마스터’가 펼치는 마법 덕분이다.
<보그>가 만난 우리 시대 ‘슈퍼 쇼 마스터’들!




THIERRY DREYFUS


조명 디자이너로서 프랑스 국립은행, 클럽 실렌시오의 빛을 담당했던 티에리 드레이퍼스. 1983년 패션쇼 기획에 뛰어든 후, ‘아이사이트(Eyesight)’ 수장으로서 그가 창조한 무대들은 역시 빛과 그림자의 활약이 대단했다. 드레이퍼스의 거침없는 답변들을 공개한다.





VOGUE KOREA(이하 VK) 수많은 직업 가운데 쇼 프로듀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뭔가?

THIERRY DREYFUS(이하 TD) 왜 선택하지 말아야 하나? 하하! 쇼 프로듀서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VK 그렇다면 이 길을 가게 된 계기는 뭔가?

TD 80년대 초, 친구를 도우러 갔다가 스트라스부르그 오페라에서 조명감독의 조수로 일하게 됐다. 83년 4월쯤 어느 연극이 끝난 후 뉴욕 디자이너 패트릭 켈리가 다가와 나에게 패션쇼를 맡아달라고 했다. 켈리의 첫 쇼를 위해 나는 촛불만으로 무대를 밝혔다.

VK 멋졌을 것 같다. 그 이후 30년 동안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한 힘은 뭔가?

TD 팀의 협동심이 발휘되는 과정, 관객들의 환호, 그리고 디자이너의 미소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 시즌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VK 쇼 기획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TD 무엇보다도 시간 제약이 문제다.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하고 결정해 완성해야 한다. 모든 것이 긴박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만큼 흥미진진하지만 또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VK 어떤 디자이너들과 함께하고 있나?

TD 생전의 이브 생 로랑, 89년부터 지금까지 앤 드멀미스터, 17년간 헬무트 랭, 7년째 에디 슬리먼과 레이 카와쿠보, 최근 로샤스와 스키아파렐리에서 일했던 마르코 자니니, 아크네의 조니 요한슨, 그리고 한국 디자이너 우영미 등등. 한번 인연을 맺으면 관계를 꽤 오래 유지한다.

 

VK 혹시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쇼를 꼽을 수 있겠나?

TD 아직 막이 오르지 않은 무대가 ‘최고의 쇼’다. 이미 지나간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중요하니까. 그래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쇼를 꼽자면, 무슈 생 로랑의 40주년 기념쇼이자 고별쇼였던 파리 퐁피두 센터의 패션쇼! 120명의 모델이 384벌의 룩을 선보였다. 무척 의미 있는 순간이었고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VK 그렇다면 다른 쇼 프로듀서들이 기획한 무대 중 인상 깊었던 순간은?

TD 알렉산더 맥퀸 쇼는 늘 특별하다.
 





VK 컬렉션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뭔가?
TD 패션 위크가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디자이너와 끝없이 대화한다. 매일 서로의 머릿 속에 가득 찬 이미지, 컬러, 아이디어 등을 주고받는다. 가령 마르코 자니니가 로샤스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덴마크 도자기에 흠뻑 빠졌다고 말한 적 있다. 나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장 피에르 레이노의 타일 작품을 떠올렸다. 마르코가 무척 마음에 들어 했기에 무대장치로 발전시켰다. 이런 식으로 디자이너들과의 소통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패션 위크 때는 하루에 딱 한 개의 쇼만 참여하는 것이 내 방침이다. 다양한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일이 지나치게 많으면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

VK 당신의 손을 거친 무대는 역시 조명이 일품이다.

TD 조명을 완벽하게 맞추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모든 요소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조명이 너무 강해 모델들이 앞을 보기 힘들게 하거나 옷에 지나치게 반사돼선 곤란하다. 뉴욕 쇼와 파리 쇼의 조명도 다르다. 뉴욕에서는 막 여름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모델들의 피부가 대부분 태닝된 상태인 반면, 파리에서는 한 달간의 피로가 쌓여 칙칙하게 변하기 때문. 작은 요소들도 놓쳐서는 안 된다. 

 

VK 그런 점까지 고려하는 줄 몰랐다. 쇼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딱 세 단어로 정의할 수 있나?

TD Team, Team, Team. 모든 것은 팀원들의 협력으로 완성된다.

VK 당신의 경력과 함께 30년간 패션계는 어떻게 변화했나?

TD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패션쇼는 즐거운 축제였다. 지금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요즘 기자들은 자신들이 보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데 두려워한다. 패션쇼의 메시지와 의미를 잘못 해석할지 걱정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 쇼 기획자로서 내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해석해주길 원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식대로 느껴주길 바란다.

VK 패션 위크 후에는 뭘 하며 지내나?

TD 쇼 프로듀서가 아닐 때는 조명 디자이너로 돌아간다. 개인 작업 외에도 뉴욕 52번가의 구조물 제작에도 참여하고, 두 권의 책도 준비 중이다. 이러다 보면 어느새 또 다음 시즌을 맞지 않을까?